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0)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0)
야외훈련이 시작되고 얼마가 지난 후, 교관들은 숲 중심에 위치해있는 관사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교관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한 곳에 모인 셈이다. 선임교관 브루노부터 시작해서 25번을 단독으로 담당한 콜린까지 총 19명.
참석하지 못한 인원들까지 모두 포함하면 36명.
한 명 한 명이 베테랑급 기사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이들 교육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흐음.”
보고서와 함께 숲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수정구를 통해서 몇 군데를 들여다본 브루노가 입을 열었다.
“잘 돌아가고 있군. 아주 만족스러워.”
예상 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성장속도가 빠르다.
조장들의 리더십도 그렇고, 야외훈련에 임하는 전략 자체도 교관들이 놀랄 만한 부분이 꽤 많았다.
“1조장, 1번의 결단력이 대단합니다. 첫날부터 승리를 위한 대전략을 수립했어요.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누구보다도 빠르게 목적지로 한 걸음 나아간 셈입니다.”
젊은 교관이 칭찬하자, 그 말에 반박하는 교관이 있었다.
“결단력은 인정하네만, 너무 호전적이기도 해. 자신이 틀릴 리 없다는 오만함도 느껴지는군. 이런 식으로 성공하다가 한 번 좌초하면 크게 꺾이는 경우가 많지.”
“5번 이외엔 측근이라고 할 만한 아이가 없는 부분도 조금 우려스럽네요. 인재들만 곁에 두고 싶어하는 건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그걸 대놓고 과시해버리면 그 선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 불만을 가질테니까요.”
브루노는 세 사람의 채점 모두가 일리있음을 인정하고, 그 앞의 탁자에 펼쳐놓은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고작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지도가 제법 화려해졌다.
1조가 차지하는 영역이 가장 넓고, 그 다음이 2조와 4조.
실력 있는 방계들로 구성된 3조의 경우에는 영역 자체가 다 무너져서 뿔뿔이 흩어져버린 상태였다.
‘3조는 운이 너무 없었군. 3번의 대응 자체는 적절했다지만, 1번의 저돌성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2일차부터 숲을 뒤지기 시작한 1조의 정찰대는 약 사흘만에 3조의 주둔지와 활동범위를 찾아내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3번이 정찰대원 몇 명을 제압했으나, 곧 1번이 움직였다. 인원이 몇 명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모든 아이들을 데리고 정찰대원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서 진격했던 것이다.
몇 명을 잃은 상태였어도 3조의 2배 가까운 인원이, 그들이 뭔가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들이닥쳤다.
‘3번과 6번, 7번을 비롯한 실력자들은 거의 다 빠져나왔군. 다른 조에 합류한다면 괜찮은 변수가 될 수 있겠지.’
3조는 10명 남짓의 패잔병들을 남기고 전멸했다.
뱃지를 빼앗긴 아이들은 교관들에게 인계되어, 치료를 받은 후에는 숲속에서 한 경험을 양분삼아서 훈련받고 있었다.
기습하거나 기습당하거나, 협공하거나 협공당하거나.
다수로 소수를 압박하거나, 소수로 다수에 저항하거나.
온실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싸움들은 아이들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으리라.
“2조와 4조는 한 번 조우하고 나서 불가침인가.”
인원수가 비슷한데다 그 둘이 조우한 지형 또한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하기가 힘들었다.
충돌했다면 어느 쪽이든 대대적인 피해를 입었을 터.
그걸 알고서 불가침을 약정했겠지만, 급격하게 힘과 세력을 불린 1조와 비교하자면 미지근한 상태였다. 한 번이지만 숲의 싸움을 경험하고, 승리까지 거둔 1조의 사기와 전투력은 이제 두 조를 한꺼번에 감당할 수 있을테니까.
“그래도 3조의 잔존인원이 두 조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듣는다면 양쪽 다 태도가 바뀌겠지요.”
“4번이 항복하거나 하진 않겠지?”
“그 아이는 스스로의 역량에 기반해서 최대한의 이득을 볼 뿐이지, 싸움을 두려워하거나 비굴하진 않아요. 싸우지도 않고 투항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던 브루노가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단독으로 6조, 25번을 담당한 교관.
콜린이었다.
“콜린 교관, 25번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어….”
잠시 할 말을 잊었던 콜린이 가까스로 대답했다.
“13번 야영지에 배치해놓은 늑대를 굴복시키고, 그걸 타고 다니면서 사냥하거나 자율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타 조의 훈련생과는 아직 조우하지 않았으며, 이대로면 몇 개월이라도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
회의실이 일순간 고요해졌다.
농담이라도 한 건가 싶었으나, 콜린의 낯을 보아하니 그건 또 아닌 모양이었다.
다른 교관들처럼 넋을 놓았던 브루노가 말했다.
“…뭐라고?”
25번에게 좋은 의미로 기대했다지만, 이런 식으로 돌아오길 바란 것은 또 아니었는데.
브루노가 멋들어지게 기른 콧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 * *
숲 어딘가에서 그로 말미암아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리도 없이, 레너드는 그저 집중하고 있었다.
절벽 오르기.
무림에서는 ‘벽호공(壁虎功)’이라고 부르던 수련방식이다.
스스로의 체중을 두 팔로 끌어올려야하며, 잡을 곳과 디딜 곳을 실수하면 그대로 추락하거나 미끄러지고 만다. 근력이나 체력과 같은 요소부터 담력이나 판단력 같은 정신적인 부분도 단련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심지어 레너드가 지금 올라가는 절벽은 그리 높진 않았으나 조그만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끼가 낀 곳도 위험하지만, 물 때문에 반질반질해진 곳이 더 위험하다.’
오랫동안 물이 지나간 돌은 석공들이 반듯하게 깎은 대리석 수준으로 미끄러웠다. 그 표면에 손가락을 박을 정도로 힘이 센 게 아니라면 다른 지점을 노려야했다.
하지만 레너드는 그 반질반질한 돌부리에 손을 올렸다.
‘…미끄러워봤자 불규칙하게 깎여나간 돌에 지나지 않는다. 손끝의 감각으로 잘 더듬어보면, 아슬아슬하게 체중을 걸 수 있는 부분이 나올 터.’
몇 번을 오르내리느라 팔뚝과 등 근육이 저릿했지만, 그의 정신력은 고통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감 전부가 날카롭게 벼려지면서 손끝에 집중된다.
혓바닥으로 핥는 것처럼 미세하게 난 흠을 찾는다.
그리고 기어오를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망설임 없이 제 몸을 끌어올렸다.
“흡!”
활의 시위가 당겨졌다가 놓아졌을 때처럼.
전신을 튕겨내듯이 위로 쏘아낸 레너드가 마침내 절벽 위에 도착했다. 긴장이 풀린 근육으로부터 뜨거운 열이 뿜어져, 몸 전체에서 희미한 김이 피어오른다.
새끼손가락 한 마디도 움직이기 힘든 수준의 피로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군.”
스스로의 회복력을 잘 알기에, 레너드는 더 무리하지 않고 근육을 이완시켰다.
유가술은 단순히 몸의 유연성을 늘리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근육 전체의 신축능력을 강화하고, 필요할 때만 조이고 풀 수 있어서 회복력도 증진시킨다. 과도하게 부풀어올랐던 팔과 등 근육이 가라앉는 것도 금방이었다.
컹!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그를 일으켰다.
‘돌아왔구나.’
숲속에서 달리던 기세 그대로 튀어나온 늑대가 몇 번 크게 도약해서 절벽을 뛰어오른다.
사람은 물론이고 보통 늑대와도 차원이 다른 신체능력.
그 힘을 뽐내면서 레너드 곁에 다가온 늑대가 바짝 엎드려, 여기까지 물어온 토끼 몇 마리를 내려놓았다. 재주도 좋게 그 입에 한가득 물어왔는데도 상한 부분이 얼마 없었다.
“고맙다.”
괜찮다고 해도 또 가져올테니, 레너드는 그냥 늑대의 콧등 주변을 쓰다듬어줬다.
결과적으로 식량을 구하는 시간이 절약되어, 수련에 온전히 집중하게 된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르릉….
그의 손길에 기분 좋은 소리를 낸 늑대가 뒹굴거렸다.
“아이들은 찾았나?”
컹!
“어느 쪽에서? 이쪽? 저쪽?”
컹컹!
“동쪽인가. 거리는 어느 정도였지?”
레너드가 한 말에 막힘없이 답하던 늑대가 잠시 갸우뚱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크릉?
“이건 못 알아듣나. 뭐, 가깝든 멀든 상관없다만.”
끄으응…?
“혼내려는 게 아니다.”
불안해하는 늑대를 몇 번 토닥거려준다.
덩치가 이렇게나 큰 놈이 하는 짓은 강아지 수준이라니.
물론 그 앞에서나 이렇게 구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크르르르…!
갑자기 누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늑대가 숲의 한 방향을 노려보면서 이빨을 드러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레너드가 눈을 치켜떴다.
‘다가오고 있는 기척을 위협이라고 인지했군. 직계, 아니면 그에 준하는 상위번호인가?’
그에게 순종적으로 굴고 있다지만, 늑대의 전투력은 훈련생 수십 명을 간단히 쓰러트릴 수 있다.
미지수나 다름없는 1번은 제외하더라도, 그 2번과 4번조차 단독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겠지. 한 자릿수급 훈련생이 아니면 늑대에게 위협조차도 되지 못한다.
레너드의 두 눈에 어슴푸레한 흥미가 깃들었다.
그리고.
“허억…! 헉! 허어억…!”
한 소녀가 숲속에서 비틀거리면서 걸어나왔다.
검고 긴 머리카락.
뒤통수로 콱 묶은 꽁지머리가 흔들리고, 목검을 쥐고 있는 오른팔과 달리 왼팔은 그 팔꿈치 부분부터 힘없이 덜렁거리고 있는 상태였다.
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 수준의 부상, 웬만한 충격으로는 생채기도 안 나는 강골들에게 참으로 드문 일이었다.
“3번인가.”
“너?!”
고통과 피로감으로 흐려졌던 감각도, 이 정도로 가까워지면 모를 수가 없었다.
레너드를 본 3번이 반사적으로 뒤로 도약했다.
그러면서도 목검을 쥔 손을 정면으로 내세웠으나, 평상시와 같은 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체력소모, 부상, 정신적인 피로 등의 요소가 힘을 깎아냈으리라.
그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보고만 있자, 겨우 판단력이 돌아온 3번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25번, 네가 왜 여기에 있지? 그 늑대는 또 뭐야?”
레너드는 그 말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알 거 없다. 그 상처는 누구에게 당한 거지?”
“하아? 내 말에 먼저 대답하지 않으면…!”
3번이 쥔 목검 끄트머리가 부르르 진동했다.
거칠어진 호흡을 무시하고 언성을 높이는 순간, 두 손으로 쥐고 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빈틈.
그걸 놓치지 않은 레너드의 목검이 튀어올랐다.
따악!
한 방에 목검을 놓쳐버린 3번이 뒤늦게 반응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녀의 목젖을 건드리는 감촉이 있었다.
“…제기랄.”
체념한 얼굴로 두 손을 드는 3번에게, 레너드가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지?”
“사실은.”
그녀가 입을 연 것과 동시에 목검이 내려가자, 3번은 바로 두 눈을 번뜩이면서 그에게 돌진했다.
“이럴 생각이었다, 멍청아!”
맨손이라도 상관없다.
한 팔이 움직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인간보다 짐승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휙 달려든 3번이 상단 돌려차기를 날렸다. 어지간한 둔기로 후려치는 것보다 위험한, 제대로 된 격투술의 일격!
“멍청한 건 너다, 3번.”
레너드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채, 3번의 돌려차기를 겨우 한 뼘 차이로 피하면서 발을 뻗었다.
발 기술의 단점은 그걸 실행하는 동안에 지탱해야할 필요가 생긴다는 것.
무릎 뒤쪽을 걷어차인 3번이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크읏…!”
안 그래도 부상당한 몸으로 계속 걸어다니느라 다리의 힘이 부족했는데, 조금 전의 일격으로 끝났다.
적어도 몇 분간은 일어서지도 못할 것이다.
레너드는 그렇게 되어서도 계속 일어나려고 하는 3번을 좀 지켜보다가, 목검을 집어넣고 몸을 돌렸다.
“치료부터 할테니 거기 누워있어라. 또 덤비면 탈락시킨다.”
“어? 어어…?”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3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뱃지를 뺏는 것도, 묻는 말에 대답하라는 것도 아니라 팔을 치료해주겠다니?
예상을 너무 벗어나는 행동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심지어 팔다리를 묶어놓지도 않고서 등을 보이다니.
‘—배후에서 이대로 기습한다면.’
3번은 그렇게 생각해보다가, 이내 포기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저 25번 주변에서 으르렁거리는 늑대도 문제였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1조에게 습격당했을 때보다도 더 당황스러웠다.
부상당한 몸이라지만 25번에게 맥없이 제압당한 것도, 몸이 멀쩡해도 힘들 것 같은 늑대도.
알고 있는 것은커녕 짐작도 안 된다.
3번이 생각하던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하루종일 걷고 뛰다가 싸우기까지 한 몸은 언제든지 의식을 놓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쿨.”
이유 모를 안도감에 휩싸인 3번은 즉시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