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22)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22)
칠성검은 인간의 죽음을 결정하는 별자리로 잘 알려져있던 북두칠성을 구현한 무기였다.
현천상제에게 죽음을 다스리는 권능이 존재했다는 것도, 이 북두칠성을 다스리는 신격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칠성검을 휘두른다는 것은 곧 죽음을 집행하는 것과 같았다.
그 칼날에 닿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죽음에 이른다. 설령 인과를 불태우는 화염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파삭.
현천상제가 내리친 검이, 인과멸겁의 불꽃을 끊어냈다.
“서리를 밟으면, 곧 얼음이 두터워질 때가 된다.”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레너드가 한 말대로 〈이상견빙지〉는 반격기, 상대의 공격을 막는 것 자체가 역습하기 위한 준비단계다.
쩌적…! 쩌저적…!
아수라상이 얼어붙는다.
절대고수의 염(念)과 강기(?氣)로 된 형상이 얼어붙을 리가 없는데, 그 상식을 정면에서 부정하듯이 칠흑의 거인은 이내 얼음동상으로 변해버렸다.
아수라상 내부에 깃들어있었던 심마도 다를 게 없었다.
―뭣, 얼었다고…!?
“죽은 것은 움직이지 못한다. 정지(停止)는 죽음과도 연결된 개념일 수밖에 없지. 넌 아무것도 모르고 서리를 밟은 대가로 얼음 속에 파묻혀버린 거다.”
그러니 여기까지다, 하고 레너드의 칼날이 아수라상의 심장 위치에 파묻혀있는 심마를 겨냥했다.
―빌어먹을.
105번을 승리했음에도 겨우 한 번의 패배로 소멸한다니, 제 꼴을 자조하는 심마의 몸에 칠성검이 박혀들었다.
현천상제가 아수라의 심장을 관통해버린 것 같은 모습이다.
신화와도 같은 싸움의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 * *
“????음?”
심상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되돌아온 순간, 레너드는 제 낯을 짓뭉개려는 주먹을 맞이해야했다.
당연하게도 파블로가 힘껏 내지른 일권이었다.
진녹색 권강이 구슬처럼 압축되어있는, 강환(?丸)의 영역에 도달해버린 파괴력이 실로 무시무시하다.
심마를 쓰러트리기 전의 레너드였다면, 호신강기를 최대로 전개해도 막을 수 없다. 가까스로 숨이 끊어지지 않는 수준의 치명상으로 반감시키는 정도가 한계였으리라.
그러나.
일원오행신공(一元五行神功)
오성호신결(五星護身訣) 반(反)
콤마 1초도 안 되는 시간으로 완성된 호신강기가 그 얼굴을 덮고, 파블로의 주먹이 반 박자 늦게 들이닥쳤다.
꽈아아아아앙??!!
일방적으로 공격한 것은 파블로였는데, 그 주먹과 팔뚝까지 산산조각나서 피와 육편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반탄강기(反彈?氣).
적의 공격을 받아내는 수동형에서, 적의 공격을 되돌려주는 능동형이 된 호신강기였다. 호신강기를 뚫지 못한 공격은 그 데미지를 배 이상으로 돌려받는다.
파블로의 경우는 그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힘을 다루고 있었기에, 재생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해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큿?! 크앗, 크아아아악!”
오른팔이 그 팔꿈치까지 터져버린 파블로가 몇 미터나 뒤로 물러나면서 격통에 몸부림쳤다.
“이런, 미안하군. 고의는 아니었다만.”
레너드의 핏빛 눈동자가 조소하듯이 둥글게 휘어졌다.
그 동공마저 길게 찢어져있는 용안과 실로 어울리는 눈빛이 아닐 수 없었다.
삼라만상의 정점에 군림하는 초월종의 눈.
그걸 직면한 파블로가 무의식적으로 경직되었다.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오상류(五象流)
청룡(靑龍)의 기(技)
찰나였다.
검극으로부터 쏘아져나온 오색의 벼락이, 파블로의 남은 팔 하나까지 절단하면서 그 단면을 숯덩이처럼 만들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수십 분이나 압도하고 있었던 게 거짓말처럼, 레너드는 한 번의 방어와 한 번의 공격으로 재기불능의 치명상을 입혔다. 권법가에게 있어서 두 팔의 상실이란 곧 무인으로서의 죽음을 의미했다.
단칼에 목을 날려버리는 쪽이 더 자비로울 지경이었다.
지켜보는 관객들조차 숨을 삼킬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으나, 레너드의 노림수는 좀 달랐다.
용의 눈동자가 격통에 몸부림치는 놈을 꿰뚫어보았다.
‘놈의 재생력이라면 양팔을 재생하는 것도 가능할 터.’
하지만 레너드만이 알 수 있었던 고속전투 도중과 달리 이 상황에서 재생해버리면 파블로의 정체는 의심받게 된다.
재생력으로 유명한 트롤이라고 해도 절단면을 태우면 다시 이어붙일 수 없었고, 팔 하나는 아예 형상조차 알 수 없게 박살나버린 상태였다. 그걸 원상복구할 수 있는 존재는,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무언가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민들은 속일 수 있어도, 고든과 러셀 두 사람은 거의 확정적으로 알아차린다.
‘만약 파블로가 내 의도를 읽고, 스스로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로 사망한다면 좀 더 귀찮아지겠지.’
그렇게까지 냉정하고 치밀하게 굴 수 있다면, 레너드는 이 자리에서의 판정패를 인정할 생각이었다.
파블로의 목을 베어내더라도 그 배후에 숨어있는 놈들을 다 놓친다면, 이 승리의 값어치는 반의 반 이하로 떨어질테니.
“……웃기지, 마라!”
다행스럽게도 레너드의 예상과 달리 파블로는 두 눈을 붉게 물들이면서 양팔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포션이나 마법을 쓸 때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수복이었다.
그걸 본 고든과 잭 러셀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저, 저건!”
“〈균열〉 너머의 존재와 거래했다는 수준을 넘어섰군…! 그 존재의 힘을 직접적으로 받아들인 건가!”
숯덩이처럼 타들어간 단면에서, 몸 안쪽에서부터 터져나간 단면에서 흉측하기까지 한 촉수가 솟구쳐올랐다.
수백, 수천 가닥의 살덩어리가 뭉치고 얽히면서 몇 초만에 팔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순식간에 대량의 출혈과 격통을 다 없애버린 파블로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
제 정체를 숨기거나 할 마음은 전혀 없어보였다.
“그렇다! 난 그분으로부터 내려받은 은혜로 필멸의 굴레를 벗고, 상위종족으로 거듭났다!”
파블로는 그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나야말로 곧 선택받은 자! 외해의 주인, Σκ?λλα께서 직접 선정하신 사도일지니! 하등한 인간놈들아, 조아려라! 자진해서 노예로 떨어지겠다면 그 목숨까지 거두진 않을테니까!”
외신, Σκ?λλα(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자)의 이름을 부르짖기 무섭게 놈의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우드득! 우득! 우드드득!
파블로의 살갗이 검게 번들거리는 비늘로 뒤덮이고, 근육과 골격이 팽창하면서 안 그래도 2미터가 넘어가던 체격이 4미터 이상으로 부풀어오른다.
단순히 몸뚱이만 더 거대해진 것이 아니다.
〈권역〉을 비롯한 존재감마저 커지면서 초월경의 대여섯 배,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수준이 된다. 파블로의 내부에 숨어있었던 힘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바깥 세상의 권능이 놈을 강화하고 있었다.
―애송이, 그 나이에 초월경에 오른 재능은 칭찬해주마.
그러나! 하고 추악하게 변한 낯짝을 비웃음으로 일그러트린 파블로가 두 주먹을 들어올렸다.
―내 대계를 방해하고 발목을 잡은 죄와 보잘것없는 재주로 크게 건방을 떤 죄! 죽음으로 속죄하도록 해라!
가만히 놈의 변화를 관망하던 레너드가 말했다.
“그게 전부인가?”
―…뭐라?
“외신인지 뭔지하는 놈한테 혼을 팔아넘기고 얻은 게, 겨우 신체능력과 오러의 용량밖에 없냔 말이다. 격이 오르거나 한 것도 아닌데, 신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만만한 이유가 뭐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용안을 뜬 레너드의 눈에, 파블로는 제 미래를 팔아넘기고 형편없는 대가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포기하고, 인간으로서 쌓아올린 무예와 심상을 전부 잃어버렸으니 외신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한 명의 무인으로서 파블로가 단련해온 무예는 인정할 만한 것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영락하는 꼴을 볼 줄이야?
“불쾌하군. 그냥 죽어라.”
무공 그 자체를 모독당한 기분에, 레너드는 제 분노가 담긴 검을 치켜들었다.
오상류(五象流)
백호삼십육식(白虎三十六式)
태산압정(泰山壓頂)
상단세로 치켜세워진 검 위에 어마어마한 압력이 형상화해, 발현하기도 전부터 적의 움직임을 봉쇄한다.
괴물이 된 파블로조차 결코 예외는 아니었다.
두 무릎은 어느샌가 땅에 파묻혀있었고, 한 걸음은커녕 한 호흡마저 어려울 정도로 짓눌린다. 단두대의 앞에 엎드려있는 죄인과 같이 움직일 수 없다.
백호식에서 가장 무겁고 무자비한 검이 떨어져내렸다.
쿠과과과과과과??!!
그야말로 산사태와도 같은 힘이다.
필사적으로 그 압력을 받아내려고 한 파블로의 양팔이 다시 분쇄당하면서 피를 흩뿌리고, 이내 머리통까지 쇄골 안쪽으로 파묻혔다가 상반신 전체가 처참하게 찌그러진다.
외신의 권능으로 다시 태어난 몸이 감당할 수 없는 파괴력, 그 격마저도 반신에 가까운 레너드의 일검은 이미 초월경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4미터 남짓하던 거인은 그대로 납작하게 짓이겨졌다.
콰지지직?!
뼈와 살, 내장이 한꺼번에 으스러지면서 모래사장 한복판에 흉물스러운 피웅덩이가 생긴다.
A등급 모험단의 단장이면서 〈연합의회〉의 실세 중 하나로, 제 실체를 계속 숨기고 있었던 사도 파블로의 최후는 그렇게 허무하고도 비참한 것이었다.
지켜보던 사람들 역시 현실감을 느끼지 못해, 입만 딱 벌린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 죽었어? 진짜?”
구경꾼 한 명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침묵을 깨트렸다.
다른 사람들도 그 말에 호응하듯이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괴물이 파블로로 변신했었던 거요?”
“아니, 그 반대겠지! 파블로가 원래 괴물이었던 거야!”
“〈버뮤다〉랑 〈연합의회〉는 그럼 인간의 탈을 쓴 괴물한테 권력을 쥐어줬다는 건가? 머저리들!”
“파블로의 정체가 무엇이든지, 새로운 초월경의 강자가 한 명 탄생했다고! 아쿠아마린이 진짜 부활했어!”
웅성거리기 시작한 인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너드 옆에 다가온 프란시스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파블로의 흔적도 안 남아있는 피웅덩이가 허무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8년이나 절치부심해온 복수가 이런 식으로 끝이 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8년 전의 습격에 가담했던 의원들이나 모험단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원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게 모비딕 모험단과 파블로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꼴사납기 그지없는 최후였네요.”
그녀의 신랄하기까지 한 평가에, 레너드도 동의하듯이 검을 늘어트리면서 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꼭두각시에 불과한 놈이었으니까요. 프란에게 있어서 원수라고 할 만한 것은, 파블로가 아니라 그 배후에 존재하는 세력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외신숭배자, 이 바다를 팔아넘기려는 놈들 말이군요.”
프란시스는 몇 마디로 평정심을 되찾고 중얼거렸다.
“파블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혼란스러워할 때가 가장 큰 기회겠네요. 〈버뮤다〉나 〈연합의회〉 곳곳에 숨어있는 놈들을 색출하고, 최대한 그 뿌리까지 뽑아야겠어요.”
그때였다.
두 사람에게 접근한 대마법사, 고든이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안심하게나, 프란시스 단장. 외신숭배자를 처단하는 작업은 이 고든 헤이우드가 앞장서서 진행하겠네.”
“의원님이 직접 나서시게요?”
“지금이 아니라면 8위계의 마법실력을 발휘할 때가 또 언제 찾아오겠나? 아, 실례했군. 만나서 반갑네. 난 〈연합의회〉의 고든 헤이우드라고 하네.”
레너드는 제 앞으로 내밀어진 손을 맞잡으면서 화답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의원님.”
“그 나이에 초월경에 달한 것도 모자라 파블로까지 베다니! 10년만 더 지나면 아틀란티스의 정점에도 설 수 있겠어.”
그냥 칭찬처럼 들리는 말이었지만, 고든의 진의를 모를 리 없는 레너드가 먼저 후환이 될 여지를 끊어버렸다.
“과찬이십니다. 저는 이 아틀란티스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처지도 아닌지라, 10년은커녕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내륙에 돌아가볼 생각입니다.”
그 말에 고든의 눈동자가 누그러졌다.
진정으로 그가 원하던 대답이었다.
위협적인 정적(政敵)이 될 수 있어서 경계했지만, 그럴 일이 생기지만 않는다면야 친분을 쌓지 못할 이유도 없다.
“속물의 대명사답군. 이 상황에서 해야할 말이 그건가?”
한 걸음 늦게 다가온 러셀이 험악하게 쏘아붙였다.
고든은 언제나처럼 그 말을 흘려들으면서 변명했다.
“파블로의 변절에 대한 내용부터 〈연합의회〉와 〈버뮤다〉에 전달하고, 모비딕을 시작으로 외신과 붙어먹은 놈들이 얼마나 더 남아있는지도 조사해야할 거 아닌가!”
“그쪽이 시끄럽게 굴지 않아도 잘 아네. 공간이동이면 바로 갈 수 있는데, 소년영웅과 이야기할 짬 정도는 만들어야지.”
“고든, 자네는 매번 그러니까 내가 항상?.”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모두가 방심하고 있었다.
파블로야말로 아틀란티스 해상연합에 침투한 세력에서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죽음으로 하여금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가 움직였다.
“읏!? 프란!”
누구보다도 빠르게 알아차린 것은, 당연히 레너드였다.
원본에 가까운 드래곤의 특질을 지녔다면 ‘외적’의 존재감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가 차원의 벽을 찢어발기고 그 힘을 투사하는 순간에, 레너드와 그 옆에 서있던 프란시스의 몸을 둘러싸듯이 오색의 보호막이 만들어졌다.
거기까지였다.
―■■■■■■■■■■■■■■■.
구름 한 점 없었던 하늘이 새까맣게 칠해지면서, 핏빛 달과 별자리가 셀 수도 없이 나타나며 지상을 내려다본다.
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법칙의 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