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3)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3)
‘그 인식부터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5조 본인들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레너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전에 157번을 상대했을 때, 그는 ‘검제’의 기억이 없었을 때의 자신과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다고 느꼈으니까.
381번과 157번.
숫자만 놓고 따지자면 200명도 넘게 그 사이에 있는 셈이었으나, 실질적으로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호전성이나 자신감 같은 정신성으로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정도의 차이.
부족한 점만 채워넣을 수 있다면, 언제든지 1인분을 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뜻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하지. 신체단련도, 검술훈련도 똑같이 해왔는데 실력 차이가 그렇게 클 리가 없어.’
상위번호나 하위번호나 둘 다 카르데나스의 혈통이며, 그 누구나 둔재라고 부를 수 없는 재능의 소유자들이다. 동일한 훈련량을 소화했다면 그 역량차는 미미한 수준일 수밖에.
‘직계 수준은 아니더라도 특질을 발현하는 것은 두 자릿수, 100위 안에서도 상위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누구의 파벌에서든지 얼마 안 되는, 간부급의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약자로 취급당하는 5조원들은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지언정, 그들 외에는 비등하게 싸울 만했다. 자신의 낮은 번호 때문에 밑바닥을 기는 자신감과 열심히 싸워야할 이유를 불어넣어줄 수만 있다면.
“봐라! 느그들이 할 수 있다고 내가, 25번이 말했잖냐!”
그리고 그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수행해낸 것이, 저기서 큰 목소리로 독려하고 있는 3번이었다.
직계들에게 대항하는 방계의 상징, 밑바닥에서부터 3번까지 치고 올라온 그녀의 리더십은 제 값어치를 알지 못하고 있던 5조원들을 어렵지 않게 휘어잡았다.
1번도 곧 그녀를 발견하고서 목소리를 높였다.
“3번! 꼬랑지를 만 개처럼 도망치더니, 자기보다 약한 놈의 휘하에 들어간 거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
“엉? 나보다 약해? 누가?”
3번은 진심으로 의문 어린 표정이 되어서는 말했다.
“너랑 25번을 둘 다 상대해본 내가 말하는 건데, 25번이 더 강했어. 널 상대할 때는 도망이라도 쳤지만, 25번한테는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처발렸다고.”
물론 왼팔을 다친데다 하루를 굶고, 피로감에 지쳐쓰러지기 직전에 싸운 것이었지만.
완전히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었기에 3번은 태연했고, 그걸 본 1번의 얼굴이 흉험하게 일그러졌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 위상을 깎아내려진 것이다.
“재미있군. 그럼 증명해주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갈 곳을 잃었던 1번의 투기가 25번을 향해서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레너드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면서 대답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금방 끝날테니까.”
실제로 그가 한 말대로였다.
‘지금 이 숲속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은 우리들이다.’
5조의 난입보다 앞서 싸우고 있었던 1조, 2조, 4조의 수는 다 합쳐도 80명이 안 될 정도로 줄어있었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로 계속 싸워서, 2조와 4조는 도합 20명 정도만 남아있고 1조는 60명가량이었다.
그대로 흘러갔다면 1번이 협공을 물리치기도 전에 1조가 두 조의 잔존병력을 정리하고, 상위번호들이 도망칠 수 없게 그 주위를 포위했을 터다.
5조, 이제는 6조가 된 60여명의 훈련생들이 그들을 덮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끝났군.’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위번호는 3번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전부 때려잡았고, 나머지는 수적 우위와 체력의 우위로 찍어누른다.
며칠만에 그가 속성으로 가르친 삼재진(三才陣)도 그럭저럭 제 몫을 하고 있었다.
‘합격진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세 명에게 제각기 역할을 부여하고 그대로 움직일 뿐인 진법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 비하자면 하늘과 땅 차이다.
6조의 훈련생들이 삼각형 편대로 나아가면 그 앞을 막았던 아이들은 금방 손발이 어지러워져서 제압당했다.
합격술(合擊術)을 수박 겉핥기로나마 안다는 것은, 머릿수만 비슷한 적을 일방적으로 도살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자, 이제 너희들만 남았다.”
레너드는 1번을 맞상대하는 것보다 먼저 2번과 그 일행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1번에게 항복할지, 6조에 들어올지. 지금 선택해둬라.”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그들 모두가 눈만 깜빡거렸다.
그러나 1번을 골탕먹이는데 그 누구보다도 진심인 2번이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면서 외쳤다.
“항복! 난 이제부터 6조야!”
1번조차 벙찐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자, 2번은 더 놀릴 것도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깔깔거렸다.
레너드와 잠시 말이라도 섞어본 7번이 그 뒤를 따랐다.
“나도 항복할래. 조를 두 번이나 옮기게 될 줄은 몰랐는데.”
“3번 녀석도 6조가 된 거지? 그러면 나도.”
“생각해보니 25번은 방계니까 더 좋네. 나도 항복.”
순식간에 6번, 7번, 9번이 전향해버렸다.
혼자서 남게 된 4번도 쓴웃음을 지으면서 두 손을 들었다.
“항복입니다. 6조에 들어가죠.”
이런 식으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레너드를 보면서 깊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한 사람이 된 1번, 그가 그들을 차례대로 노려보면서 거칠게 소리쳤다.
“네놈들…! 카르데나스의 혈통을 계승하는 자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거냐!”
“25번도 결국 카르데나스잖아?”
“당신한테 지는 건 마음에 안 듭니다. 뭐, 그런 거죠.”
2번과 4번이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얄밉게 미소지었다.
“……좋다.”
그 분노가 임계점까지 차올라,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된 1번은 마침내 레너드에게 목검을 겨누었다.
“그렇다면 네가 대장이로군. 25번, 나랑 일대일로 싸우려는 용기가 있나?”
“도발하지 않아도 좋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으니.”
“기개는 있군.”
2번 일행이 못 일어나는 4번과 기절한 10번을 끌고 물러나, 두 사람만이 대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세 조를 완전히 탈락시킨 6조 또한 직계의 최강자와 조장이 대결한다는 말에 두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그들에게도 할 수 있다고, 너희들의 힘은 그 정도가 아니라고 말해준 사람.
누가 지시하거나 한 것도 아닌데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은 두 조장 주변에 원을 덧그리듯이 둥글게 늘어섰다.
교관들도 그 주변 나무에 올라서서 둘을 내려다보았다.
“기대되는군. 25번의 전술안과 리더십은 내가 상정한 것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어. 만약 그 전투능력까지 1번, 윌리엄을 능가한다면….”
“단장급이 될 만한 신성을 목도하는 순간일지도 모르죠.”
선임교관 브루노가 한 말에, 콜린이 맞장구쳤다.
25번은 항상 그들의 규격을 뛰어넘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훈련생들을 달아오르게 한 공기가 그들마저 열을 올리게 했다.
그리고.
“와라, 1번.”
“건방지다고 할 수도 없겠군. 간다, 25번.”
두 소년의 최종결전이 막을 올렸다.
파악!
처음부터 힘을 아끼지 않고 돌진하는 1번, 그 기세가 실린 목검은 바위라도 때려부술 수 있을 정도다.
직계의 신체능력을 감안해도 있을 수 없는 파괴력!
2번이라도 이 공격을 흘려내려고 했다간 팔이 부러진다.
‘궤도가 너무 정직하군.’
하지만 레너드는 그 일격에 올라타듯이 검면을 붙여, 힘의 진행방향을 부드럽게 휘어버렸다.
종남파에서 본 유운검법으로 깨달음을 얻었던 기술.
유검(流劍)이자 유검(柔劍).
이 흐름 자체를 끊어버리지 못하면, 아무리 강한 힘이라도 농락할 수 있는 이치였다.
“크압!”
지면으로 꺾였던 검이 부자연스럽게 멈추더니, 역으로 다시 가속하면서 치솟는다.
상식을 벗어나는 검격이었다.
있을 수 없는 타이밍에, 있을 수 없는 각도에서 튀어오르는 검. 2번의 >눈>으로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었던 기술이 바로 레너드를 덮친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을 피한 레너드가 무게중심을 회복할 틈도 없이, 1번이 말도 안 되는 공격을 연속으로 퍼부어댔다.
붕! 붕! 붕! 붕! 붕!
목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예리하고, 아이의 힘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맹하다.
교관들은 그 연격을 지켜보면서 크게 감탄했지만,
“…안 맞는군. 간파당했어.”
“1번의 불규칙한 공격을 전부 읽어냈다고?!”
“터무니없는 실력이다. 25번, 이 정도였나?”
이윽고 1번이 아닌 25번에게 감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연격을 깔끔하게 피해내는 정도였지만, 검격이 이어질수록 조금씩 25번의 검이 섞이기 시작했다.
막고, 피하고, 받아치고.
두 자루의 목검이 서로 뒤엉켰다가 떨어지는 것을 반복해, 잘게 부스러진 톱밥이 그 사이로 흩날려댄다.
경악으로 두 눈을 부릅뜬 1번이 검을 맞대고 으르렁댔다.
“네놈! 내 힘이 보이는구나!”
“뭐, 그렇지.”
레너드는 그 말에 수긍하면서 내심 경탄했다.
‘아직 상단전도 개방되지 않은 꼬맹이가 염력(念力)을 쓸 수 있다니, 카르데나스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혈통이군.’
일반적으로는 조화경의 벽을 넘어서고 난 후에야 상단전이 열리고, 염(念)을 보거나 다룰 수 있게 된다.
그 염력이야말로 고수의 증명이나 마찬가지인 허공섭물이나 이기어검의 근간이 되는 힘이었다. 기를 다루지 못하는 1번은 그걸 신체능력의 부분적인 강화나 관성제어에 응용하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조화경은커녕 기공(氣功)에 입문하지도 않은 꼬맹이가 그걸 다룬다니, 무림인들이 본다면 주화입마로 피를 토하리라.
“내 특질을 볼 수 있는 것도 모자라, 검술의 역량으로는 날 뛰어넘고 있군. 25번, 왜 지금까지 실력을 숨긴 거냐?”
“…….”
“대답할 수 없나? 아니면 대답하기 싫은 건가. 어느 쪽이든 난 답을 들어야겠다!”
신체능력은 염력을 쓰지 않더라도 1번이 우위, 검을 맞대고 선 소년들의 균형이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레너드는 뒤로 조금씩 밀려나면서 그 말에 응수했다.
“검의 가문에서 입으로 답을 구하려는가?”
“…그 말이 옳도다!”
대답을 원한다면 내 검을 꺾어보라는, 무인다운 말에 1번도 제 혈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의 전완근이 함께 부풀어오르고, 이내 서로를 힘껏 튕겨내면서 다시 간격을 만들었다.
이제까지 그를 지배하던 분노는 온데간데없이, 순수한 열로 가득해진 1번의 시선이 레너드를 바라보았다.
“인정하지. 내 검술로 너를 꺾는 것은 불가능하다.”
1번은 그 특질만큼이나 검술실력도 출중했다.
이 야외훈련에 돌입하기 전부터 틀을 깬 것은 물론, 염력을 쓰지 않는 상태로도 3번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1번은 25번에게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터무니없이 높고 단단한 벽 앞에서 통하지 않는 칼부림을 반복하는 듯한, 그 격차를 파악하는 것조차 안 되는 수준차이를 직감했을 뿐.
“——간다.”
지금까지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특질의 응용, 그 특수능력을 발휘한 1번이 두 눈을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레너드가 제자리에서 짧게 도약했다.
푸화악!
두 사람에게만 보이고 있는 염력의 올가미가 땅을 후려쳐서 흙먼지를 불러일으켰다.
레너드의 두 발이 지면에 내려서기 전에, 1번은 망설임없이 달려들어 그 몸을 횡으로 후려쳤다.
콰가각!
1번의 횡베기를 거스르지 않고, 그 힘의 방향대로 튕겨나간 레너드가 회전하면서 땅에 내려선다.
완벽하기까지 한 대응이었지만 손아귀와 팔뚝이 저렸다.
공중에 뜬 상태라서 힘을 다 흘려보내지 못한 것이다.
‘과연. 몸 안에서만 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군.’
어떻게 보면 이 방식이야말로 염력의 올바른 사용법이다.
허공섭물과 이기어검.
원거리에 있는 적에게 힘을 투사할 수 있는, 무인의 한계를 초월하기 시작한 경지의 편린.
“비겁하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25번?”
순수한 무예로, 검사로서 마주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지 1번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
그걸 본 레너드는 피식 웃으면서 목검을 까딱거렸다.
“그 정도로는 한참 부족하다, 1번. 제대로 해봐라.”
1번은 그 말에 일순간 멍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그 입가에 평상시와 같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납고 자신만만한, 흔들리지 않는 강자의 얼굴.
“좋다! 네놈도 제대로 해라, 25번!”
처음으로 제 힘을 모조리 끌어올린 1번의 몸 주변이 희미한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다.
염력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불가시성을 포기한, 어차피 볼 수 있는 레너드가 상대였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에 맞서서 레너드는 그저 목검을 들어올렸다.
“제대로…인가.”
내공은 한 줌도 없다.
육체는 아직 약해빠졌다.
상승무학은 사용할 수 없고, 1번처럼 염력을 써서 혈족들의 관심을 불러모을 생각도 없다.
그렇다면 이 몸에 남아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검(劍).’
언제나 그 답은 하나뿐이었으니.
레너드의 영혼 밑바닥에서 검제 연무혁이 미소지었다.
“오랜만에 한 번 해보지.”
막아낼 수 없는 힘이라면, 피해낼 수 없는 힘이라면.
검객으로서 대처하는 방법은 단 하나.
“벤다.”
그 순간, 레너드의 목검에 닿은 바람이 갈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