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32)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32)
데미안과 파비안으로부터 7대 기사단에 관련된 설명을 계속 들으면서, 레너드는 어느새 카르데나스의 심층부라고 할 만한 지역까지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훈련생들이 머무르고 있었던 지역도 제법 중요하다지만, 그 중요성은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안전과 보안을 위한 것이었다.
시설과 인원 자체의 중요도가 높은 것은 아니었으리라.
‘여기가 7대 기사단의 주둔지역, 검림(劍林)인가.’
레너드는 제 눈에 보이는 풍경을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하늘을 찔러꿰뚫을 것처럼 높게 치솟아있는 건물들이 한두 개도 아니고 수백 개, 대지가 움켜쥐고 있는 칼날처럼 솟아난 건물들의 첨단부가 햇빛을 잘게 쪼개버리면서 온 사방에 빛의 파편을 흩뿌리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검의 숲]이라는 표현이 무엇보다 잘 어울리는 지역이 아닐 수 없었다.
“이쪽이다.”
데미안의 인도를 따라서 [검의 숲]에 진입하자, 그 전까지 느낄 수 없었던 존재감들이 무수하게 나타났다.
아무래도 기문진법과 같은 수단으로 [검의 숲]을 은폐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이 안에 들어왔다간, 온 사방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질식해버리고 말 터였다.
레너드조차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처졌을 정도였다.
‘큿, 어마어마하다.’
동급의 무인들보다 기감(氣感)이 몇 배나 넓고 예민한 탓에 압박감을 그 이상으로 적용받았던 것이다.
그의 상태를 알아차린 데미안이 돌아보면서 말했다.
“지각범위를 줄여. 안 그러면 [검의 숲]에서는 서로 민폐가 될 가능성이 높거든.”
“…도대체 이 안에 초월경만 몇 명이 있는 겁니까?”
“임무로 나가있는 놈들까지 포함한다면 백 명 이상, 상시로 머무르는 인원이라면 그 절반의 절반 정도일까. 매해 몇 명씩 늘어나고 있기는 한데, 임무 도중에 사망하는 인원도 있어서 크게 변동하지를 않아.”
역시 천외천(天外天)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가문이었다.
‘정마대전 도중에도 화경급 이상의 고수가 죽어나가는 일은 드물었다던데…카르데나스 가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식이 다 통용되는 구석이 없군.’
초월경의 고수가 1년에 몇 명씩 나온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1년에 몇 명씩 죽어나간다는 것도 터무니없다. 7대 기사단이 상대하고 있는 적들의 위험성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증거였다.
용혈각성을 한 카르데나스의 초월경을 살해할 정도라면, 그 전투력이 S랭크에서도 최상위권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아틀란티스에서 그가 쓰러트렸던 외신의 사도, 파블로 같은 놈들이 평균일지도 모르겠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데미안을 알아본 기사들이 한 번씩 인사하는 통로를 지나서 더 안쪽으로 걸어들어간다. 이 구역에서는 파비안도 고위직이 아닌지, 편하게 대하거나 손만 흔들어주는 기사들도 많았다.
[검의 숲]에서도 한층 더 웅장한 생김새를 한 첨탑 앞에서, 데미안이 제 손을 문짝에 가져다댔다.그러자.
쿠구구구구구?….
거인이 밀어야할 것처럼 크고 묵직한 석문이 올라가면서 그 안쪽의 통로를 훤히 드러냈다.
누가 보더라도 퍽 심상치 않은 공간이었다.
첨탑에서 흘러나온 바람이 세 사람의 머리카락을 휘저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따라갈 수 없겠군요.”
파비안이 씁쓸해하는 얼굴로 발을 멈추자, 데미안은 말없이 레너드에게 한 번 고갯짓하면서 안으로 들어섰다.
[용들의 전당].유룡기사단의 직위로도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7대 기사단 핵심인원만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데미안이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레너드가 이곳에 불려오게 될 일은 없었겠지.
몇 걸음인지는 세지 않았으나, 그렇게 긴 통로는 아니었다.
넓다고도 좁다고도 할 수 없는 강당을 마주한 레너드가 그 안에 설치되어있는 좌석수를 알아보았다.
‘7개로군. 좌석들에 조각해놓은 생물은 역시 드래곤인가…? 용(龍)과 상당히 닮았구나.’
그 유사성이 우연인지 아닌지 생각해볼 틈도 없이, 백룡의 자리에 걸터앉은 데미안이 손을 뻗었다. 그에게서 뿜어져나온 염력이 좌석 한가운데에 있는 원탁을 건드리자, 원탁 중앙에 난 홈으로부터 검이 한 자루 올라왔다.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듯한 광택이 흐르면서도, 그 자루의 허름함과 검신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균열로부터 긴 세월을 느껴지게 하는 물건이었다.
“시조님의 검이다.”
데미안이 장난기 한 점 느껴지지 않는 태도로 설명했다.
“카르데나스의 피가 계승되기 시작한 원점(原點), 그분께서 남긴 유품이기에 먼 곳에서도 의지를 보낼 수 있지. 단장급의 실력자라면 대륙 반대편에서도 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
그의 염력이 다시 한 번 뻗어나가, 시조 카르데나스의 검에 접촉하는 순간이었다.
강당에 비치되어있는 좌석들에서 갑자기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작해, 레너드는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흠.}
적룡기사단을 상징하듯이 그 팔걸이부터 등받이까지 붉은색 하나로 통일된 좌석에서, 반투명한 형상을 한 중년인이 얇게 뜬 눈으로 데미안과 레너드를 돌아보았다.
실체도 아닌 허상으로부터 무지막지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7대 기사단 내부에서도 호전적이기로 유명한 적룡기사단장, 웨이드가 먼저 나타났던 것이다.
{뭐야? 데미안이 호출한 거야? 별 일이네.}
그 다음으로는 푸른색의 장식이 된 좌석으로부터 아름다운 미녀의 허상이 걸어나왔다.
청룡기사단장, 그레이스.
데미안이 앞서 말하기를, ‘만변을 기반으로 한 만검’을 지닌 반신경의 강자다. 흥미롭다는 얼굴로 데미안을 본 그녀가 곧 레너드를 돌아봤다가 눈만 깜빡였다. 허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량을 바로 꿰뚫어본 기색이었다.
{……빨리 끝내주세요. 바빠요.}
세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회색으로 칠해져있는 좌석에서 나온 허상이었다.
반투명한 상태였는데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짙게 늘어진 다크서클이 그 피로감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회의실에 드리워진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있기라도 한 것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영룡기사단장, 코빈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네 명이라, 참석률은 나쁘지 않구만.”
과반수가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대륙 어디에서든 참석할 수 있다지만, 참석할 수 있는 상황인가 아닌가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전투 도중이거나 이차원, 아공간에 진입해있는 상황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용건을 말해라.}
{저 애는 누구야? 신입? 청룡기에서 데려가도 돼?}
{진행해주세요.}
세 명에게 재촉당한 데미안이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레이스와 코빈은 몰라도, 웨이드만큼은 함부로 대하기가 어렵다보니 반존대였다.
“지금부터 다 설명해줄테니 말이 끝날 때까지 듣기만 하쇼.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거냐면?.”
[용들의 전당]까지 오면서 레너드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그 전의 사정까지 더해진 브리핑이 시작되었다.갈라파고스 섬에서 실종된 훈련생을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7대 기사단에게 훈련생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카르데나스의 입장에서는 결국 크루지스 왕국의 잠입작전도 벌레에 물린 수준밖에 안 되었으니까.
{…저 애송이가 갈라파고스에서 실종된 놈이라고? 훈련생의 기수를 착각한 게 아니라면 아직 16살일텐데?}
{가문에서도 전례가 없는 수준 아니야? 대단하네!}
{저는 그 애의 신상명세보다 아틀란티스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은데요.}
레너드에게 눈독을 들인 적룡기사단이나 청룡기사단과 달리 영룡기사단장, 코빈은 대륙 남단부에서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당사자가 아닌 데미안이 풀어놓기는 어려운 내용이었다.
“직접 발언해도 되겠습니까?”
{그래요.}
한 걸음 앞으로 나선 레너드는 아틀란티스에서 경험한 일을 시간순으로 정렬해서 말했다.
프란시스와의 만남.
아쿠아마린 모험단의 비사.
〈균열〉의 공략 및 봉합경험.
모비딕 모험단, 파블로와의 마찰이나 그 배후에서 암약하고 있었던 외신숭배자의 존재.
그놈들이 숭배하면서 힘차게 부르짖던 이름까지도.
“Σκ?λλα…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만.”
그 말에 코빈은 물론이고, 웨이드도 조금 안색이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외신이나 〈균열〉과 접촉할 일이 드문 청룡기와 백룡기는 몰라도, 적룡기와 영룡기에선 그 숭배자와 대적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간 누적해놓은 정보량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스킬라군요.}
코빈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카리브디스와 함께 외해를 양분하는 신, 여섯 머리의 뱀.}
{상위권의 외신은 아니지만, 하위권도 아니다. 그 스킬라의 사도를 처치했다면 상당히 큰 공적이군. 거짓으로 고한 것만 아니라면, 말이지.}
웨이드가 제 턱의 수염을 매만지면서 레너드를 보았다.
금색 머리카락과 금색의 눈동자.
직계를 상징하는 색을 띤 용모에서 불길과 같은 기세가 몸 전체로 번져나갔다. 적의와 악의는 일절 느껴지지 않는데, 그 기세만이 폭발적으로 부풀어오른다. 화룡(火龍)이 제 눈앞에서 용틀임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껴졌다.
그레이스와 코빈은 손쓸 방법이 없었으나, 데미안이 황급히 그 앞을 가로막으면서 항의했다.
“웨이드 단장!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부외자는 빠져있어라.}
적룡기사단장, 웨이드가 냉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서 그를 단독으로 제지할 사람은 없었다.
{애송이, 레너드라고 했나?}
“예.”
레너드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면서 대답했다.
{예전에 한 번 들어봤던 이름이다. 내 아들놈이 목표랍시고 말하고 다닌 놈팡이와 똑같은 이름이야.}
“…그 아들놈이 설마 윌리엄입니까?”
훈련소에서 1번으로 불렸던 소년, 오만방자한 태도와 그에 걸맞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천재가 떠올랐다.
아니나다를까.
웨이드의 허상은 그 말에 확신한듯이 눈빛을 번뜩였다.
{역시 네놈인가보군. 하늘 높은 줄 모르던 녀석의 껍데기를 깨준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별 말씀을.”
{언젠가는 스스로 깨닫게 될 일을 앞당긴 것뿐이라지만, 그 세월의 값은 치러야겠지. 적룡기사단의 단장으로서 네 가치를 시험해보겠다. 받아들이겠느냐?}
데미안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제 고개를 흔들었으나, 이미 마음을 굳혀버린 레너드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심술은 느껴지지만, 적의와 살의 따위가 느껴지진 않는다. 반신경에게 한 수 배울 수만 있다면, 적당히 위험을 무릅쓰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칫, 너도 나처럼 꼴통이구만. 마음대로 해라.”
그의 각오를 본 데미안이 투덜거리면서 한 걸음 비켜서자, 웨이드의 허상과 레너드가 몇 미터 간격을 두고 마주했다.
존재감을 감추지 않은 적룡기사단장의 시선은 그 자체로도 살이 타들어갈 것처럼 이글거렸다. 마음에 드는 후배를 본 것 같으면서도 아니꼬운 놈을 흘기는 것 같기도 했다.
왜, 라는 레너드의 속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한 걸까.
{아버지라고 하는 생물은, 아닌 척하면서도 자식이 제 등을 쫓아오기만 기다리는 법이지.}
스스로의 유치함에 실소하듯이, 무뚝뚝하던 얼굴에 한 줄기 쓴웃음을 그려낸 웨이드가 말했다.
너무나도 짧은 순간이라서 그 누구도 보기 힘들었으리라.
{…그 역할을 빼앗겨버린 아비의 심술이라고 생각하게.}
그와 동시에 웨이드의 허상이 한 번 명멸하며, 엄청나게 먼 거리를 뛰어넘어온 의지가 레너드에게 작렬했다.
파아아앗?!
실질적으로 부상을 입히거나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제 아들놈이 쫓아가겠다고 한 사내라면 어느 정도의 그릇인지를 봐야겠다. 그 의도와 부성애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심검(心劍)이 레너드의 심상세계로 진입했다.
막아내고 자시고 할 틈도 없이 심상세계로 끌려온 레너드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죽일 생각으로 쓴 심검이었다면 그대로 절명했겠군.’
익숙하다못해 지겹기까지 한 심상세계의 풍경에 무시무시한 불청객이 나타나있었다. 레너드는 아수라상을 볼 때보다 더욱 위를 올려다봐야했다.
눈어림으로 계산한 몸길이가 백 장 이상.
중원의 상상도와 다르게 팔다리가 짧게 달려있고, 여의주도 없이 이글거리는 화염을 머금고 있는 주둥이까지.
“하.”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어버린 레너드 앞에서, 비늘 하나도 빠짐없이 불꽃에 감싸여있는 드래곤이 포효했다.
콰오오오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