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4)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4)
오싹.
본능적으로 알 수 없는 오한을 느낀 1번이 레너드의 목검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뭉툭하기만 한 나무의 모서리가 일순간 진검처럼 예리하게 번뜩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분명히, 그럴 리가 없는데.
‘근접전은 피해야한다.’
카르데나스의 직계 혈통이 지닌 감각은 이미 육감의 영역에 근접한다. 1번은 그 이유를 모르더라도 레너드의 검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확신했다.
그와 동시에 1번의 몸 주변에서 일렁거리던 염력이 수십 개 이상의 덩어리를 뭉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특질의 응용.
검공가의 직계로서 검 이외의 능력에 기대고자 하지 않았던 1번이 처음으로 쓴 기술이었다.
파아앙!
레너드가 한 걸음 비켜서는 것과 동시에 쏘아져나온 염력의 덩어리가 땅을 후벼팠다.
힘껏 내던진 돌팔매나 다름없었다.
맨몸으로 맞으면 잘 단련된 몸이라도 멍이 들고, 움직임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 방을 버텨낼지라도 수십 방이나 얻어맞으면 중상으로 이어질 터다.
“…이런 방식은 또 신선한데.”
무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법이다.
레너드는 그 창의적인 발상을 칭찬하면서 그가 알고 있었던 염력의 사용법과 비교해봤다.
비효율적이고 조잡한 방식이라도 그 궁리가 새로운 무예의 지평을 열 수도 있는 법이었다.
직접 본 것은 아니고 전해지는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어느 외팔이 검객이 잃어버린 팔을 염력으로 재구축해서 그 상대의 허를 찔렀다는 풍문도 존재했다.
파아앙! 팡! 파팡! 파파파팡!
1번이 쏘아내는 염력탄은 점점 그 수가 늘어나면서 빨라져, 레너드도 가만히 선 채로는 피하거나 막을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러있었다.
아직 숙련도가 부족한 것인지, 날아오는 궤도가 직선적이지 않았다면 몇 배는 까다로웠으리라.
사천당가의 암기를 상대해본 기억이 절로 떠오른다.
‘바늘처럼 얇게 압축한 탄을 수백 발 날려댔다면 나라도 다 피할 수는 없었겠지.’
면(面) 단위의 공격은 그 밀도가 낮아지는 대가로 상대방의 회피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광범위를 쓸어버리는 암기가 일류 이하의 무인들을 학살할 수 있는 이유 또한 그러했다. 호신기(護身氣)를 다루지 못하는 경지에선 살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잘 피하는군. 그럼 이 기술은 어떻겠느냐?”
단순히 염력탄을 쏘는 것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1번이 그 몸과 연결된 채찍까지 만들어냈다.
척 보기에도 염력탄보다 밀도가 높고 더 강력하다.
‘편(鞭)이라.’
채찍과 같은 기문병기(奇門兵器)는 그 사용법이 난해한데다, 상대할 일도 드물다보니 대응하기 어려운 걸로 유명했다.
안 그래도 채찍술은 그 원리부터가 신속하고 변화무쌍하여, 고수라고 할 만한 자들은 모두 강호에서 한가락하는 인물들로 기록이 남을 정도였다.
푸화아악!
레너드의 머리카락을 몇 올 끊어낸 염력채찍이 지표면에 푹 파인 자국을 만들었다.
살점은 물론이고, 근육까지 찢어져나갈 위력!
“쯧.”
여유롭게 그 궤도에서 몸을 뺀 레너드가 혀를 찼다.
1번으로부터 뻗어나온 채찍이 한 가닥이 아닌, 세 가닥으로 늘었기 때문이었다.
채찍을 다루는 방식 자체가 조잡하더라도 세 가닥이면 피할 수 있는 면적 자체가 극도로 축소된다.
염력탄까지 감안하면, 문자 그대로 바늘구멍과 같다.
파파파파파팡!
쏟아지는 염력의 탄을 헤치고 나와, 제각기 다른 곳을 노린 채찍들을 피해서 뛰고 구르고 받아넘긴다.
곡예사라도 된 것처럼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1번의 특질을 간파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점점 깨달아가고 있었다.
“설마 1번은 투명한 힘을 제 마음대로 부리는건가?!”
“반칙이잖아, 그건!”
“…하지만 우리 조장도 그걸 다 피하거나 막고 있어.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모른다.”
2번은 그제서야 제 >눈>에 보이지 않았던 힘을 알아차리고, 4번은 어째서 1번의 왼팔이 멀쩡했는지를 이해했다.
찌르기로 다친 것처럼 보였던 어깨, 그 부위를 저 능력으로 감싸서 보호했었던 것이리라. 불시에 찔린 것이었다면 모를까, 일부러 낸 빈틈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3번은 둘 중 어느 쪽이라도 그녀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투쟁심을 불태웠고, 나머지 방계 아이들은 레너드가 보여주는 활약에 두 눈을 감았다가 뜨는 것도 잊어버렸다.
“거리가 줄어들고 있군.”
누구보다도 먼저 그 사실을 알아차린 브루노가 말했다.
“아직 오러에 입문하지도 않은 훈련생이, 저 공격을 모조리 피해내고 막아내면서 돌파하고 있어.”
“네, 선임교관님.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군요.”
훈련생들의 대결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제대로 된 서임도 없이 기사랍시고 꺼드럭거리는 놈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고차원적인 기술의 응수였다.
25번의 예술적인 움직임에 비하면 1번은 좀 뒤떨어지지만, 압도적인 특질로 그걸 메꾸는 것을 넘어서서 밀어붙인다. 한 방이라도 맞히면 끝을 낼 수 있는 화력과 한 방도 안 맞으며 전진하는 기예의 승부.
카가가각! 후웅!
내리쳐오는 채찍을 사선으로 받아넘기고, 종아리를 노리는 채찍은 한 다리로만 서서 피해버린다.
‘하나 더.’
불안정한 자세가 된 것을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 그걸 노렸을 게 뻔한 후속타가 쏘아져나온다.
후려치기가 아닌 밀어내기.
아주 조금씩이지만 줄어들기 시작한 거리를 늘려놓고자, 더 빠르고 위력적인 수를 아꼈다. 채찍이라면 결국 그 원심력을 이용해서 후려칠 때가 가장 위험한 무기였는데 말이다.
이전의 두 번보다 조금 느려진 세 번째 공격.
레너드는 그 작은 시간차를 놓치지 않았다.
‘실책이다, 1번.’
그리고 한쪽 다리로 선 레너드의 몸이 염력채찍을 피하면서 옆으로 기울어,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상태가 된다.
지켜보던 아이들 모두가 어어 하고 목소리를 높이려는데…….
푸화악!
레너드의 한쪽 발 아래에서 대량의 흙이 튀어올랐다.
“빨라…!”
누군가가 입도 못 다물고 감탄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엎어질 것 같은 자세에서 갑자기 전방으로 급가속할 수 있는 각력과 균형감각, 위험을 곧 기회로 전환하는 담력은 누가 보더라도 대단한 것이었다.
10미터나 남아있었던 거리가 빠르게 줄어든다.
‘두 걸음.’
디딤발을 두 번만 내딛을 수 있어도 레너드의 목검이 1번을 쓰러트린다.
모두가 그걸 확신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확신은, 1번도 마찬가지였다.
“걸렸구나, 25번.”
1번의 특질은 분명히 강력하지만, 원거리의 숙련도가 너무 낮아서 이대로면 얼마 못 가서 근접전에 돌입당한다.
25번은 틀림없이 그가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강적이었다.
그래서 1번은 제 본능을 찍어누르고 레너드를 끌어들였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힘을 더 크게 발휘하는 건, 네놈뿐만이 아니라는 소리다! 25번!”
포효하듯이 고함을 친 1번의 몸에서 무려 3개의 염력채찍이 추가로 쏟아져나왔다.
앞서 발현했던 3개에 더해서 도합 6개.
동시에 휘두르기만 해도 수 미터를 불가피하게 뭉개버릴 수 있는 숫자였다. 머리 위에서 하나, 양쪽 어깨로 하나씩, 양쪽 허리로 하나씩, 거기에 다리까지 쓸어넘기듯이 휘둘러친다.
염편육연격(念鞭六連擊)
초식으로 이름 붙이자면 그렇게 될 공격에, 레너드는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서 생각했다.
이 공격만큼은 기본기만으로 돌파할 수 없다고.
바로 그 직후였다.
촤아아악!
빠르게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레너드는 땅에 달라붙기라도 한 듯한 모습으로 돌진해왔다.
그야말로 땅 위에서 기어다니는 지렁이와 같이.
두 무릎을 노린 염력채찍이 뒤통수만 좀 스칠 정도로 낮고, 어떻게 내달리는지 모를 정도로 재빠르다.
순식간에 10미터의 간격이 2미터로 줄어들었다.
검의 간격이었다.
“——왔는가.”
놀랍게도 제 눈앞에 나타난 레너드를 본 1번은, 당황하거나 경직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의 수 읽기는 정확하게 여기까지였다.
상대가 무슨 수를 쓸 것인지는 몰라도, 결국 눈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자신에게 25번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 존재였으니까.
‘여기까지, 읽었다!’
앞서 내질렀던 염력채찍의 6연격은 사실 페이크였다.
그 형상만 그럴 듯했을 뿐, 몸에 닿았다면 흔적도 없이 퍽 부스러졌을 힘의 그림자.
레너드를 이 국면까지 유도하기 위한, 고의로 낸 빈틈.
2번과 4번을 단번에 제압했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쿠구구구구구…!
최후의 일격.
1번이 그 각오로 집중시킨 염력은, 그의 목검이 제 형상을 잃고 아지랑이에 휘감길 정도로 강렬했다.
검기(劍氣)와 다를 게 없는 파괴력과 모습을 획득한 목검이 상단에서 적을 노린다. 지면에 엎드려있는 레너드가 피해내지 못할, 막아내지 못할 공격이었다.
“이것마저 받아낸다면, 네놈의 승리다!”
상단세에서 정확히 수직의 궤적으로 내리꽂히는 목검이, 그 주변으로 무형의 충격파까지 만들면서 떨어져내린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교관들조차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도록 몸을 긴장시켰다. 집중력 때문에 한참 느려진 체감시간 속에서, 두 눈을 부릅뜬 1번이 생각했다.
‘죽지 마라, 25번.’
그리고.
‘최선이지만, 최악의 한 수로다.’
제 머리로 떨어져내리는 검을 바라보면서, 레너드는 그에게 정면으로 도전해온 1번을 기껍게 받아들였다.
검제(劍帝)라고 불리게 된 순간부터, 어쩌면 그 전부터 그를 검으로 상대하려는 자는 없었다.
누군가는 두려워했다.
누군가는 비굴해졌다.
누군가는 도망쳐갔다.
삶의 마지막을 장식한 비무행조차, 그가 막무가내로 권하지 않았다면 성립할 수 없었으리라.
‘좋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라고 해도, 그의 두 눈을 똑바르게 마주보면서 전심전력으로 검을 내리쳐온다.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이었다.
검과 검.
두 자루의 강철이 거리낌없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순간.
>검제>가 된 레너드의 눈빛이 무기질적으로 투명해졌다.
신검합일(身劍合一)
스스로를 인간이 아닌, 한 자루의 검으로 인식한 레너드가 미리 준비해놓은 초식을 발현했다.
이름 모를 살수와 겨루면서 생사의 간극을 오갈 때, 상대가 쓴 기술에서 영감을 얻은 초식이었다.
땅바닥에서 하늘 너머로 솟구치는, 역천의 일검.
지룡승천멸(地龍昇天滅)
제비처럼 몸을 뒤집은 레너드의 손아귀에서 한 줄기 번개가 뿜어져나왔다.
그걸 본 교관들이 순간적으로 레너드가 진검을 지닌 것으로 착각했을 만큼, 무시무시하게 예리한 검격이었다.
두 사람의 결말을 목도한 브루노가 허, 하고 찬탄했다.
“…….”
투둑, 하고 중간부터 두 동강이 난 목검이 땅에 떨어진다.
1번은 제 목검의 단면부를 내려다보다가, 레너드의 목검이 가까워진 목덜미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목검으로, 이렇게까지 벨 수 있는 건가…?’
닿기 직전에 멈췄는데도 살가죽을 벨 정도의 예기.
일순간 목이 떨어져나가는 환각마저 보일 지경이었다.
마른침을 삼키는 1번의 손아귀에서 반 토막만 남은 목검이 굴러나왔다. 그의 재능으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마지막에 본 섬광이 잘라내고 간 흔적이었다.
처음으로 제 또래에게 패배한 순간, 1번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열등감이나 질투심 따위가 아니었다.
“내 패배다, 25번.”
권위적이고 오만하던 소년은 피식 미소지으면서 두 손을 들어올렸다.
부친의 강압적인 교육방침도,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신념조차도 이 후련함 앞에선 가볍기만 했다.
훈련소의 1번이 새롭게 결정된 순간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두 사람을 둘러싼 훈련생들이 일제히 큰 함성을 내지르자, 교관들마저 한 명도 빠짐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야외훈련은 그렇게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