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42)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42)
“음.”
4대1의 대치가 시작되는 순간, 그 무엇보다도 먼저 압력이 몇 배로 늘어났다. 검강으로부터 무분별하게 뿜어져나온 파동 따위가 아니라 레너드만을 겨냥하고 쏜 힘이었다.
물리적으로 정수리와 어깨를 짓눌러오는 힘의 진원지를 본 레너드의 동공이 가늘어졌다.
휴고였다.
등 뒤에 매달고 있었던 그레이트소드를 상단세로 들어올린 채, 전력으로 내리치겠다는 각오로 압박해온다. 초월경 수준에 도달해있는 무인이 제 목숨까지 얹은 태산압정(泰山壓頂)이면, 레너드라고 해도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일격필살의 중검(重劍)인가. 다른 사람은?’
그 중압감에 녹아들고자 한 듯한 기색이었으나, 일격필살의 공격은 전생 시절부터 질리도록 경험한 것이었다.
레너드의 시선이 아무렇지도 않게 휴고의 좌우로 숨어들던 그레디와 자네트를 쫓아들어갔다.
‘쌍검을 든 자네트가 전위(前衛), 반 걸음 뒤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그레디가 후위(後衛)로구나.’
세검사용자, 그레디의 검술이 찌르기를 주력으로 한다면 그 포진은 당연하기까지 했다.
찌르기(側)는 방어와 반격을 상정하지 않고, 속도나 변화에 특화해서 적의 허점을 꿰뚫어죽이는 것. 격검을 상정해야하는 싸움이라면 그 위상이 떨어지는 수밖에 없다.
일대일이라면 격검을 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도, 지금과 같은 다대일에서는 누군가를 앞세우면 그만이었다.
뒤이어 자네트의 발을 본 레너드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무게중심이 위로 떠있다.’
아틀란티스에서 두 번을 겨루었던 검객, 허먼의 움직임과는 좀 다른 부분이었다.
그의 보법이 무거우면서 폭력적인 흐름을 만들었다면, 지금 자네트의 발놀림에서 느껴지는 것은 가볍고 표홀하기까지 한 산들바람과 비슷했다.
유(流)보다 유(柔)의 이치를 추구하는 검객일지도 모른다.
‘…역시 이 남자가 제일 귀찮아보이는데.’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백룡기의 3단주, 아이작이었다.
용안의 시야로도 다 꿰뚫어볼 수 없는 특이점의 보유자, 그 겉모습부터 시작해서 검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무공의 특징을 짐작해볼 만한 부분이 거의 없었다.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태세, 자연체(自然體)가 곧 강자의 전유물처럼 취급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효율적인 태세로 반 수 앞서는 것보다 스스로의 정보를 한 조각이라도 감추는 쪽이, 상승경지의 싸움에서는 몇 수나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키이잉.
거기까지였다.
시간상으로 따지자면 콤마 3초 남짓한 순간에 네 명을 전부 훑어본 레너드가 검을 들어올렸다.
안 그래도 수적 열세에 처해있는데 선공까지 양보해버리면, 적어도 백 초는 수비태세를 유지해야한다. 역량을 증명하고자 한 비무에서 그렇게까지 질질 끌어야할 이유가 없다.
레너드의 칼날로부터 푸른색 검강이 솟구쳤다.
오상류(五象流)
생사결이라면 넷 중에서 가장 약해보이는 자부터 참살하고, 수적 열세를 완화하고 난 후에 싸움을 이어나갔겠지.
하지만 이 비무의 전제조건은 넷을 상대로 치명상도 입히지 않고 제압하는 것. 상대방이 받아낼 수 없을 것 같은 오의나 암격을 시도해선 안 된다.
자기자신의 역량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역량 또한 정확하게 읽어내야했다.
청룡일식(靑龍一式)
진뢰(震雷)
단순하기까지 한 검로는 너무나도 빠르고 날카로워서, 감히 그 사이에 끼어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레너드의 일섬을 마주하게 된 자네트가 굳어진 얼굴로 검을 겹쳤다. 한 자루로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쩌엉!
아니나다를까.
“흐읏!?”
중검도 아닌 쾌검으로 세 걸음을 튕겨나간 자네트가 일순간 휘청거렸다. 검기(劍技)의 완성도에서 크게 밀렸다.
그 빈틈을 가로막듯이 그레디의 검이 찔러들어왔다.
피이이이잇??!
파공음은 한 번이었지만, 찌르기는 다섯 번이었다.
검극에서 솟아난 강기가 찌르고 빠질 때에 맞춰서 늘었다가 줄어드는 것이 절묘했다. 이 정도로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는지, 다섯 발 전부가 거침없이 급소를 파고들었다.
실제로 레너드는 한 걸음하고 반을 후퇴하면서, 검을 두 번 내지르는 것으로 연속찌르기를 끊어버렸다.
‘찌르기의 검리(劍理)는 별 거 없다. 사일검법과 비교한다면 5성에도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진을 막아낸 것은, 절묘하기까지 한 타이밍과 위치선정 때문이었다.
전투의 맥(脈)을 짚어내는 재능이 있는 듯했다.
1초 남짓한 시간을 만들어내서 자네트를 구한 것이다.
“하아아아아압?!”
그 순간이었다.
자네트의 방어, 그레디의 기습으로 짤막한 시간을 번 틈에 끼어들듯이 휴고가 달려들어왔다.
여전히 상단세로 든 그레이트소드에서 뿜어져나온 위압감이 무시무시했다. 자네트와 같은 손재주도, 그레디와 같은 감각도 없었지만 그 검격은 문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인간에게서 나올 수 없는 수준의 ‘힘’이 느껴진다.
‘용혈각성으로 발현한 특질인가? 근육이나 힘줄, 아니면 뼈 정도겠군.’
모두 풀플레이트를 입고 있다보니 그 겉모습으로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레너드는 제 용안의 투시기능을 활성화한 후에야 휴고의 몸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비정상적으로 섬세한 근섬유가 몇 배, 아니 그 이상의 밀도로 압축되어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초월하고 있는 레너드조차 힘만 가지고 싸운다면 그 뼈마디가 으스러지겠지.
오상류(五象流)
현무구식(玄武九式)
그러나 완력 따위로 휘둘리거나 할 경지였다면, 파블로와의 생사결조차 극복하지 못했을 터다.
먹물처럼 검게 칠해진 강기가 보름달을 만들어낸다.
태월반음경(太月反陰鏡)
오우거의 사지를 뽑아버릴 수 있는 완력으로도 보름달을 깰 수는 없었다. 〈태월반음경〉에 미끄러진 그레이트소드가 한 번 크게 헛돌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검풍으로 찢어지면서 그 흙먼지가 크게 피어올랐다.
일격필살을 실패하게 된 중검은 치명적인 빈틈을 노출한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휴고의 얼굴에 낭패감이 드러났다.
키잉.
그런데 레너드는 그 빈틈을 노리기는커녕, 제자리에서 어느 방향으로 검극을 내밀었다.
흙먼지로 가려진 곳에 누군가 숨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터무니없는 실력이군. 내 기척을 읽은 건가?”
그곳에서 아무 기척도 없이 나타난 아이작이 경직된 얼굴로 묻자, 레너드는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아직 미숙한 용안으로는 아이작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읽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내가 서있는 방향을 경계했는가?”
“제 입장에서 휴고 경의 빈틈을 노린다고 가정했을 때, 그 자리가 가장 위험했습니다. 다대일의 전투에 능숙한 분들이니 그걸 노리고서 허점을 보였을지도 몰랐지요.”
아이작의 눈동자에서 경탄의 색이 스쳐지나갔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재능도 모자라서 그 재능을 뛰어넘는 혜안까지 보유했는가! 단장님이 왜 그렇게까지 극찬했는지 알 수밖에 없군그래.”
상대방을 크게 칭찬한 아이작이 세 명의 기사를 돌아보면서 정체 모를 수신호를 보냈다.
그의 손짓을 본 단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바꾸었다.
본격적으로 전술을 쓰기 시작하겠다는 의미였다.
“우리 네 사람은 지금부터 전심전력으로 도전하겠네. 힘을 제어할 수 없는 기술이나 특이점을 쓸 때를 제외하면, 승부가 날 때까지 주저하지도 않을걸세. 괜찮겠나?”
카르데나스의 백룡기사단, 옛 시대의 불멸자들이 남기고 간 파편을 토벌해온 자들이 도전자로서 천명한다.
연령이나 체면 따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레너드가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제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들의 도전장을 받은 레너드가 제 검으로 응답했다.
키이이잉.
조금 전보다 맹렬하게 불타오르는 검강이 네 사람의 기세에 눌리기는커녕, 거꾸로 밀어붙이면서 압도해간다.
여태까지 진심이 아니었다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그 기세에 눌리던 것도 잠시, 백룡기사단원 네 명은 일제히 존재감을 부풀리면서 레너드를 포위했다. 수적 우위를 제대로 이용하는 포진은 결국 전후좌우를 모조리 장악하는 것.
‘유동적으로 펼치는 사상검진(四象劒陣)과 비슷한가.’
전생에서 몇 번 경험해본 진법의 상세가 네 사람의 위치와 겹쳐지듯이 떠올랐다.
정면으로 그를 마주한 아이작이 태양(太陽), 배후에서 그를 노리는 자네트가 태음(太陰), 오른쪽에서 대검을 끌어올리려는 휴고가 소양(少陽), 왼쪽에서 빈틈을 읽어내려는 그레디가 곧 소음(少陰)에 대응한다.
진 내부에 갇혀버린 적을 말려죽이는 검진이었다.
오상류(五象流)
선공을 가져오기로 한 레너드가 먼저 움직였다.
주작십칠식(朱雀十七式)
작란염화(灼爛炎火)
홍련처럼 붉게 뿜어져나온 검강이 더 크고 화려하게 열기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검진 전체를 세게 두드려서, 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알아내려는 속셈이었다.
외력경 때보다 몇 배는 강력해진 검염(劍炎)이 쏟아지며, 그 일대를 아지랑이로 왜곡시킨다.
화르르르르르??!
적색 검강이 한 차례 휘몰아치면서 전방위를 후려갈기자 그 열과 압력에 포위망이 좀 느슨해졌다.
상대적으로 크게 물러난 것은, 그레디와 자네트 두 명.
‘역시 찌르기를 성명절기로 한 쾌검수에게 먼저 접근하기는 좀 부담스러운데.’
세검 이상으로 찌르는 기능에 특화해있는 병장기, 창(槍)의 운용법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전속력으로 돌진하면 병졸 수십을 날려버릴 수 있는 기병도 장창병의 포진만큼은 부담스러워한다. 찌르기는 선제공격보다 적의 전진을 요격하고, 허점이 드러나면 그 틈을 후벼파는데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신속하게 판단한 레너드가 바로 배후로 돌아서면서 두 걸음 물러선 자네트에게 검을 내질렀다.
오상류(五象流)
청룡십팔식(靑龍十八式)
뇌봉전별(雷逢電別)
청색 검광이 수십 발 쏘아지면서 자네트의 요혈을 노렸다.
‘검기점혈(劍氣點穴)로 제압한다.’
강기를 쓰고 있으니 정확히는 강기점혈이겠지만, 아무튼 그 혈을 틀어막는 것으로 제압한다면 치명상을 입히지 않는다던 조건도 채울 수 있었다.
본래대로라면 초월경에게 통할 기술이 아니었으나, 〈오색강기〉가 된 레너드의 검강은 동급 고수의 호신강기와 기혈마저 제압하는 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와! 위험해라.”
처음부터 그가 눈여겨봤던 자네트의 보법이, 〈뇌봉전별〉을 한 발도 스치지 않고 피해내는데 성공했다.
빠르기보다 그 동선의 유연함이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관성(慣性)의 제약에서 벗어나기라도 한 것처럼 무게중심이 제멋대로 튀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용안으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레너드에게 간파당했으리라.
‘…특이점인가!’
반 박자 늦게 움직임의 정체를 알아낸 레너드를 향해서, 세 명의 시기적절한 공격이 쏟아졌다.
휴고의 검압으로 몸을 짓누르고, 그레디의 찌르기로 퇴로를 봉쇄하면서, 아이작은 그 우위를 철저하게 이용해먹었다. 몸을 돌리느라 반 박자 늦어진 틈이 곧 주도권의 강탈로 직결된다.
단원 세 명과 다르게 아이작의 검술은 너무 완성도가 높아, 레너드로서도 호각지세를 뒤집을 수 없었다.
캉! 카아앙! 카앙!
[티르]와 데미안의 격검이 백중세를 유지했던 것과 별 다를 게 없었다. 그들과 달리 레너드와 아이작은 천의무봉에는 못 미치는 구석이 있었지만, 서로의 빈틈을 공략하기엔 역량차가 그렇게 뚜렷하지 않았다.일대일이라면 반나절을 겨루더라도 승부의 균형이 기울어질 것 같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래, 일대일이었다면.
핏!
아이작의 검을 막아내느라 측면에서 온 찌르기에 스친 귀가 몇 방울의 피를 떨어트렸다.
‘합공 그 자체가 지독하게 치밀해졌군.’
천잠사로 짠 그물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었다.
강력한 힘도, 뛰어난 기술도 그 몸뚱이를 자유롭게 놀릴 수 있어야지만 발휘가능하다. 백룡기의 합공은 자기보다 강한 적 하나를 봉쇄하는데 굉장히 탁월했다. 반신경이라도 몇 호흡은 붙잡아놓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완성도다.
콰아아아앙…!
아래로 내리갈기는 중검의 충격으로 땅이 흔들려, 완벽하게 피할 수 있었던 타이밍이 조금 흐트러진다.
콤마 1초도 안 되는 찰나였으나, 초월경급 검사 네 명에게 협공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빈틈을 놓칠 리 없는 검객들이 전방위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레너드는 인정해야했다.
‘일검(一劍)으로는 안 된다.’
그와 동시에 아공간주머니에서 네 자루의 검이 튀어나왔다.
오상류(五象流) 사검(四劍)
현무삼식(玄武三式)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오는 검격은 세 종류.
그의 움직임을 방해하느라 몇 박자 늦어진 휴고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자신들의 우위를 확신했기에 그 철저한 포진이 조금이나마 흐트러진 일순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격기가 세 명을 찔러들어갔다.
북문(北門) 후발개전살(後發開戰殺)
빈틈투성이로 보였던 레너드의 허리에서 네 줄기의 검광이 쏘아지자, 대경실색한 기사들은 황급히 태세를 전환했다.
아이작에게 두 자루, 그레디와 자네트에게 한 자루씩.
카앙!
백룡기사단의 정예들답게 유효타는 한 발도 없었다.
그러나 공세에서 수세로 돌변하느라 움직임이 꼬여, 비검을 받아내고 난 후에 경직이 발생했다.
전화위복을 성공시킨 레너드가 반격할 차례였다.
오상류(五象流)
백호삼십육식(白虎三十六式)
태산압정(泰山壓頂)
상단세로 들어올린 검이 만근의 압력을 토해내면서 세 명의 기사들을 짓뭉개듯이 떨어져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