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48)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48)
중소 규모의 영지쯤은 간단히 초토화시킬 수 있는 기병대가 10초도 못 버티고 전멸당한 것이다. 토벌대에겐 몸 풀기조차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아이작은 거의 도살장처럼 된 전장을 둘러보고서, 그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정보를 알아차렸다.
“켄타우로스들은 사냥을 즐겨하는 종족이라네. 〈신역〉 내에 그들과 반목하는 무리가 있을 리도 없으니, 짐승이라도 잡을 생각으로 온 것 같은데 수확물이 보이지 않는군.”
“사냥을 끝마치고 온 게 아니라 사냥하러가던 도중이었다는 소리로군요.”
“정답일세. 놈들이 온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켄타우로스들의 주둔지가 나타날 것이고, 우리들의 운이 좋다면 [카스토르]와 빠르게 조우할 수 있겠지.”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아이작을 선두로 한 토벌대는 금방 속도를 높여, 몇 번이나 지평선마저 뛰어넘으면서 켄타우로스들이 온 근원지를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십 킬로미터를 몇 분만에 돌파한다는, 초인에게만 허락된 진격속도가 신속하게 그 성과를 내놓았다.
“?찾았다.”
시야의 끄트머리에서 무언가를 본 아이작이 발을 멈췄다.
들판이었다.
팔방(八方)으로 무려 수 킬로미터나 펼쳐져있는 목초지. 그 평화로운 정경 너머로 백 단위의 켄타우로스가 우글거리는 게 보였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일당백의 기마병이니, 군단 수준의 무력집단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섯 명의 기사들이 함부로 다가서지 못하게 한 건, 켄타우로스 따위가 아니라 그 안의 존재감이었다.
“[카스토르]…입니까?”
“운이 좋았네. 〈신역〉에 진입하고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조우하게 될 줄이야.”
레너드의 질문에 수긍한 아이작이 제 고개를 끄덕거렸다.
‘허신의 위압감은 [티르]를 목도하면서 이미 느껴본 경험이 있었지만, 역시 초월경이나 대마법사와는 좀 다르군.’
[카스토르]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척을 느끼면서, 제 어깨를 짓누르는 압력을 떨쳐낸 레너드가 두 눈을 빛냈다.초월경급 무인과 대마법사의 위압감이 그들에게서 방출되는 폭풍과 같다면, 허신의 위압감은 저 하늘로부터 거대한 손이 내려와서 상대를 짓뭉개려는 것과 비슷했다.
힘의 방향성이 다르다.
“기척을 숨길 것 없네. 하급이라지만 신의 편린이니, 우리의 접근 따위는 애저녁에 알아차렸을 터.”
아이작은 살기등등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안 그런가? 허신 [카스토르]여.”
그에 화답하듯이, 수 킬로미터 밖에서 신이 대답했다.
―필멸자 나부랭이가 건방지게 신의 이름을 거론하는가!
[카스토르]의 목소리였다.놈의 분노가 노골적으로 묻어나오는 정신파가 휘몰아치면서 초원 주변을 지나가던 바람이 뚝 멎는다. 몸을 눕혔던 풀들이 꼿꼿하게 곤두서고, 유유자적하게 흐르던 구름들이 제 걸음을 서둘러서 멀어져간다.
신위(神威)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자연이 굴복한다. 그것을 본 레너드는 아까 칼란타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계의 식을 이용하는 마법사와 그 식을 마음대로 굽힐 수 있는 허신은 철저하게 상하관계에 있다.’
신과 동격이라고 할 수 있는 10클래스, 반신의 영역에 드는 9클래스가 아니면 전투 자체가 성립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허신의 토벌임무에 일일이 9클래스가 동행할 수도 없었으니, 카르데나스 가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당연했다. 아마도 백룡기나 적룡기를 제외한 전역(戰域)에서는 위클라인 소속의 마법사들도 종군하고 있지 않을까?
―내 존재를 알았으면서도 경배하지 않고, 신명을 그 더러운 입에 올려놓은 불경함! 네놈들은 모두 죽어마땅하다!
[카스토르]가 천둥과 같이 노호하면서 선전포고했다.―신앙을 잃어버린 시대의 필멸자들아! 네놈들의 피와 살로 축제를 열어주겠다! 켄타우로스들은 듣거라! 나, [카스토르]가 명하노니! 사력을 다해서 적을 쓰러트려라!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그저 위압하려는 용도로 낸 것이 아니었다. 허신의 존재감에 묻혀있었던 켄타우로스들 전원의 기척이 몇 배로 부풀어오르면서, 초월경의 밑바닥까지 닿을락 말락 한 수준으로 강화되었다.
레너드 일행은 그 안에 담겨있는 권능을 읽어내고서, 앞서 상대했었던 놈들과 전혀 다른 상황이 될 것을 직감했다.
부하들의 한계를 돌파시키는 힘, [지휘]의 권능이었다.
쿠구구구구구구??!!
수 킬로미터의 간격에도 불구하고 지축이 뒤흔들린다.
본격적으로 가속하기 시작한 켄타우로스들의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지고, 서로 공명하면서 충격파로 변했다.
기창돌격(騎槍突擊)!
랜스차징이라고 할 수도 있는 돌진대형이 음속에 가까워진 속도로 다가온다. 초월경의 고수 다섯이라도 정면에서 맞서고 싶지 않아지는 광경이었다.
“레너드?!”
그런데 백룡기사 네 명을 보호하듯이 앞으로 나선 레너드가 아공간주머니에서 검을 쏟아냈다.
네 자루를 더해서 다섯 자루가 된 검들이 날아올랐다.
어느샌가 100미터 앞까지 온 기창돌격을 마주하면서, 그는 한 점의 두려움도 없이 검진을 완성했다. 오행의 흐름대로 그 검을 배치하는 것으로, 주변 공간을 봉쇄하면서 금성철벽과도 같은 방어력을 쌓아올린다.
오행금쇄진(五行禁鎖陳)
〈오색강기〉까지 더해지면서 몇 배의 방어력을 발휘하게 된 진법이 켄타우로스들의 창을 맞이했다.
그리고.
꽈아아아아앙!
부서지지 않는 바위에 쏟아져내린 폭포수가 어떻게 되는지, 그걸 몸으로 실증해버린 켄타우로스들이 돌격하던 것 이상의 기세로 뭉개지면서 처참하게 튕겨나갔다.
―뭣?!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놀란 것은 [카스토르]도 다름없어서 일순간 지휘봉을 놓쳤다.
백룡기사들은 그 찰나의 틈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퓨퓩! 퓩! 퓨퓨퓩!
기창돌격의 실패를 본 후열은 유려하게 멈춰섰지만, 기병은 정지 상태에서 가장 취약해지는 법이었다.
그레디가 쏟아낸 검광 몇 줄기가 켄타우로스들의 심장이나 미간을 꿰뚫으면서 길을 만들었다. 권능으로 강화된 것은 그 신체능력이나 오러의 출력이지, 재생력이나 불사성 따위와 별 관련이 없었다.
반 박자의 텀을 둔 자네트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푸화화확!
제자리에서 수십 번을 회전하는 궤적에서 그 이상의 참격이 쏟아져나와, 켄타우로스들의 목을 쳐낸다. 몇 마리는 가까스로 막거나 피해냈지만 후속타를 피할 여유까지는 없었다.
“충격파에 대비하십시오.”
전신 근육을 팽팽하게 부풀린 휴고가 그레이트소드를 길게 늘어트리고, 한 걸음 전진하면서 수평으로 휘둘렀다.
기술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다.
전력일검(全力一劍).
누구나 할 수 있는 일격이, 누구도 할 수 없는 위력을 낸다.
꽈아아아아앙!!
켄타우로스가 아닌 공기를 때려부수며, 대규모의 충격파가 일어나면서 수십 마리가 허공으로 날아간다.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숨통이 끊어진 상태였다.
음공(音功)의 무시무시한 살상력과 같은 이치였다.
충격파를 그대로 얻어맞으면, 표면의 방어력을 무시하고 몸 안의 내장을 터트려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비켜서라, 천한 것!
충격파를 관통해버린 [카스토르]의 창이 레너드를 겨냥하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카스토르]는 한 줄기 벼락처럼 내달려, 가장 경계해야하는 사냥감으로 판별한 레너드를 노렸다.‘빠르다…!’
오행금쇄진을 거두고 있던 레너드는 반 박자 늦었다.
치명상까진 아니어도 제법 큰 타격을 받아야할 상황에, 그 나름의 발악으로 호신강기를 형성하려는데.
쩌어어엉?!
[카스토르]의 창을 막아준 아이작이 크게 밀려나갔다.“크흡!”
고작 10여미터에 불과한 간격이지만, 다음 공격은 막아주지 못할 거리였다. 그래도 기창돌격은 첫 공격이 가장 위력적인 법이었기에, 후속타는 상대적으로 늦었다.
레너드에게 있어선 너무나도 큰 도움이었다.
“감사합니다, 아이작 단주님!”
두 자루의 검을 회수한 레너드가 쏜살같이 달려들어갔다.
오행육신법(五行六神法)
적오태양(赤烏太陽)
지면을 파헤치듯이 내딛으며, 용천혈로 내려간 기가 격하게 폭발하면서 몸을 포탄처럼 밀어낸다.
이것이야말로 보법오의, ‘열화’의 상위경지다.
열화보신경(熱火步身輕)
폭(爆)
석화광음(石火光陰)
질주보다 폭주에 더 가까운 움직임이 2격을 날리려던 창을 밀어내면서 [카스토르]까지 날려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검과 창이 맞닿은 상태로 두 존재가 어딘가로 멀어지고 있었다. [카스토르]는 완력으로 대단한 건 아니었기에, 내공을 폭발적으로 소모하고 있는 레너드가 잠시 압도하는 게 가능했다.
몇 초만에 레너드와 [카스토르]는 전장을 이탈해버렸다.
―네놈! 잔머리를 굴리는구나!
그의 속셈을 알아차린 [카스토르]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
“빠져나갈 수 있다면 시도해봐도 좋다.”
레너드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스토르]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용안으로 동작의 기점을 간파한다면, 가속하기 전에 진로를 끊어버리는 것은 어렵지도 않았다. 지휘관을 잃어버린 군단과 부하들을 잃어버린 지휘관, 어느 쪽이나 반쪽짜리에 불과하니 그 전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터.
일대일이라면 [카스토르]는 그의 적수가 아니었다.
―이 건방진 놈이?!
눈을 마주치는 것으로 그걸 읽어냈는지, [카스토르]가 창을 들어올리면서 레너드에게 돌진했다.
켄타우로스와 다르게 그는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보이는 말을 타고 있었는데, 영물 중에서도 비범한 놈이 틀림없었다. 주인의 움직임에 따라서 무게중심을 절묘하게 바꿔서 그 힘을 더해온다.
카아앙!
섬광처럼 뻗어나온 창의 옆면을 두드리면서, 레너드는 먼저 [카스토르]의 창술을 탐색했다.
기병을 상징하는 신격이기도 하기 때문일까?
승마술보다 한 수 떨어지긴 했지만, 놈의 창술은 놀랍게도 레너드의 검술과 비등비등한 수준이었다. 승마술이 힘을 보탠 덕택도 있었겠으나,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면 허를 찌른다.
오상류(五象流) 일검(一劍)
백호번외식(白虎番外式)
산군어검(山君御劍)
아공간주머니에서 튀어나온 검이 웅혼한 기운을 흩뿌리면서 [카스토르]를 노렸다.
―같잖은 수작질을!
놈은 한 걸음 물러나면서 〈산군어검〉을 튕겨내고, 흐트러진 균형을 지켜내고자 창을 찔러댔다. 한 걸음이라도 다가온다면 상대를 벌집으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느껴진다.
무턱대고 접근하기에는 그 틈이 너무 작았다.
그래서 레너드는 다시 한 번 어검술을 발동시켰다.
오상류(五象流) 일검(一劍)
〈산군어검〉과 다르게 검은색으로 물든 검이 날아올라, 아무 소리도 없이 [카스토르]의 정수리로 내리꽂혔다.
앞서 한 공격의 요란함은 이걸 은폐하기 위함이었다.
현무번외식(玄武番外式)
미룡어검(尾龍御劍)
이번에야말로 그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카스토르]가 낯을 굳히고, 발악하듯이 창을 휘둘러서 〈미룡어검〉을 쳐냈다.
레너드에게 허점이 노출되겠지만, 안 막으면 치명상을 입게 될 판이었으니 선택지가 없었다.
“걸렸군.”
가능하면 이걸로 끝내야한다.
심상무예까지 쓸 상황은 아니었기에, 레너드는 그 아래에서 결전기라고 할 만한 기술을 꺼내들었다.
왼손에 잡혀있는 칼날로부터 푸른 검강이 솟구친다.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오상류(五象流)
결전오의(決戰奧義)
초월경 수준에서는 감히 막아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쾌검이 쏘아져나왔다.
오행지력을 기반으로 한 벼락의 일섬.
청룡(靑龍)의 섬(閃)
[카스토르]를 사선으로 두 동강내려는 참격이 그대로 몸에 작렬하려던 순간, 레너드의 예상이 깨졌다.그럴 수밖에 없었다.
푸화악!
주인을 대신해서 그 목이 날아가버린 백마가 쓰러졌다.
―…놈.
절단면에서 쏟아진 피를 뒤집어쓴 [카스토르]가 무표정하게 변한 얼굴로 레너드를 노려보았다.
기병에게 있어서 말은 제 피붙이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걸 자신의 실책으로 잃어버린 것이다.
격노를 넘어서서 오히려 냉정해진 [카스토르]가, 저 멀리서 전멸하기 직전인 켄타우로스들을 돌아보았다. 이미 승산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수리까지 차오른 분노와 관계없이 그 전략안은 냉정하기만 했다.
―인정하마. 내가 졌다.
[카스토르]의 무덤덤한 목소리에서, 레너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오한을 느껴야했다.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끝장내버리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직감이 검을 멈춰세웠다.
그 직후였다.
―하지만 내가 아니라 내 동생이라면, 네놈들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 우리들은 디오스쿠로이(Dioscuri)! 위대한 천공의 주신 [제우스]의 아들들이니! 오거라, 폴룩스(Pollux)!
[카스토르]가 피를 토하듯이 외치자, 그 부름에 응답하듯이 엄청난 존재감이 〈신역〉에 출현했다.지난번에 본 [티르]와 대등할지도 모르는 위압감이었다.
―아쉽구나. 내 목을 쳐냈더라면, 나 자신을 제물삼아서 더욱 완전하게 불러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스토르]는 의기양양한 태도를 되찾은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이미 존재력을 다 소모해버린 것인지, 놈의 몸뚱이는 점점 투명하게 변해서 사라져가고 있었다. [폴룩스]가 그보다 높은 격의 신이다보니, 쌍둥이의 연으로 불러냈음에도 남겨둔 힘을 다 쓰고 만 것이었다.
―내 동생, [폴룩스]는 영웅신 [헤라클레스]조차 격투술로는 당해내지 못했던 무신. 그 주먹에 뭉개지는 것을 영광으로서 알고 죽어나가도록 해라.
[카스토르]의 소멸과 거의 동시였다.제 쌍둥이형의 신력과 수백 구의 켄타우로스 사체를 모조리 제물로서 받게 된 허신이 소환되었다.
[폴룩스].피웅덩이에서 몸을 일으킨 격투신이 그 거구를 피투성이로 물들인 채, 금속질의 광택을 띤 주먹을 치켜들었다. 누구보다 먼저 휴고가 달려들어서 그의 정면을 가로막았다.
“레너드가 다시 가세할 때까지 버티?.”
휴고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폴룩스]의 무쇠주먹이 그 대검을 때려부수고 명치를 파고들었다.
천의무봉의 경지에 올라있는 권타(拳打).
꽈아아아아앙!
폭탄처럼 터지는 소리와 함께 휴고의 몸이 수백 미터는 더 날아가고, 땅에 처박히면서 실신했다. 용혈각성으로 ‘근육’과 ‘뼈’가 강화되지 않았더라면 상반신이 증발했을 것이다.
카르데나스의 소드마스터를 일격으로 쓰러트리는 힘.
[폴룩스]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된 백룡기사들은 식은땀으로 등골이 축축해졌다.‘최소 중급이다!’
토벌령에서 가장 위험도가 높았던 허신, [아이올로스]조차 능가하는 괴물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