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52)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52)
천족(Celestials)과 마족(Demoniac).
두 종족과 관련되어있는 정보는, 아르카디아 제국이 은폐한 역사 중에서도 상당히 중요도가 높은 편에 속했다. 옛 시대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는 정보였기에 더 그러했다.
그들이 탄생하게 된 것은 멸신전쟁으로 완전히 몰락해버린 신들의 황혼, 옛 시대가 끝을 맞이하고 난 다음이었다.
신족 전부가 절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숭배하던 종족, 시중들었던 종족들이 그 맥을 유지한 경우가 있었다.
에인헤랴르를 모집하던 오딘의 사도, 발키리(Valkyrie).
애시르 신족과 대적했었던 거인족의 후예, 요툰(Jotun).
올림포스 신족의 피를 물려받은 요정종족, 님프(Nymph).
그들 이외에도 수많은 개체가 살아남았고, 신들이 사라지고 텅 비어버린 천상에 자리잡으면서 ‘천족’을 자칭했다. 전쟁의 여파로 부서지고 쪼개진 아스가르드와 올림포스와 같은 영역 전부를 통합하면서 천족들의 땅, 에덴(Eden)을 구축했던 것도 그때부터였다.
“…옛 시대부터 존재해오긴 했지만, 천족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멸신전쟁 다음부터라는 뜻인가.”
레너드는 그 내용을 정리하듯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신을 섬기던 봉사종족 중에서도 격이 좀 높은 종족들만 몇 살아남아서 연합체를 만든 셈이로군. 발키리는 몰라도 요툰과 님프라면 신이 된 경우도 상당수라고 할 정도였으니.”
백룡기사단에 들어와서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어, 신대의 역사를 제법 공부했기에 알 수 있었다.
주신 [오딘]의 사도이자 여전사로서 활동한 게 발키리라면, 요툰이나 님프는 무려 신족의 직계혈통이거나 그 대적자로서 활약상이 널리 알려진 종족들이었다.
태양신 [아폴론]의 사랑을 받았다는 님프, 다프네.
[토르]와 대적하고도 살아남은 거신왕, 우트가르트 로키.신과 대등했다고 표현할 수는 없을지언정, 연인이나 적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상위종족이라는 거다. 파편의 형태로밖에 남아있지 않은 허신들보다 더 강력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청룡기사단에 대한 흥미가 솟아나는 것을 느끼며, 레너드는 그 다음 챕터로 넘어갔다.
“마족(魔族).”
자연스럽게 데미안이 한 말을 떠올렸다.
천족이 먼 하늘로부터 내려온다면, 마족은 먼 땅속으로부터 기어올라온다. 천족의 어감이 새를 연상하게 만든다면, 마족의 어감은 뱀과 벌레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불쾌하다못해 불길한 인상마저 들 수밖에 없는 종족이었다.
레너드의 눈동자가 이내 그 기원을 읽어내려갔다.
―마족은 앞서 설명했던 천족과 마찬가지로 옛 시대가 끝을 맞이하고서 발호하기 시작했지만, 옛 시대에서부터 존재했던 천족과 달리 옛 시대의 종말로부터 탄생한 종족이다.
멸신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마족은 없었다.
이 책은 그렇게 단언하고 있었다.
마족이 탄생하게 된 기원을 추측해보려는 시도는 그 문장의 뒷줄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신족은 이 세계법칙의 화신이며, 세계법칙에는 절대적으로 균형과 천칭이 존재한다. 위가 있으면 아래가 있고, 하늘에서 군림하는 신이 존재한다면 지저에서 군림하는 신도 존재한다. 천공신 [제우스]와 지하신 [하데스]의 관계와 비슷하다. 신은 그 권능과 상징으로 관할구역에 묶이며, 일시적으로 벗어나는 것은 가능해도 영구적으로 이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은 그 존재부터가 법칙의 화신이라, 죽고 나서도 자신의 관할구역으로 돌아가게 된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제우스]가 천상궁전에서 소멸했다면, [하데스]는 지하궁전으로 돌아와서 소멸을 맞이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하늘과 바다는 끊임없이 흘러다니고 변화하지만, 땅속에선 수백 년 수천 년을 불변하는 경우도 많다. 죽음, 어둠, 추락의 법칙에 귀속되어있던 신족 전부가 땅속으로 가라앉으며 금방 흩어지거나 하지 않고 서서히 침전되어갔다.
물질적으로 부패할 수 없는 신의 유해(遺骸)가 계속 쌓이고, 악신이나 마신 따위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권능이 누적되면서 일어나지 말아야할 참사를 일으켜버렸다.
그게 마족의 탄생이었다.
지하에서 고이고 썩은 신들의 유해로부터 만들어진 대악종, [크롬두브(Crom Dubh)]의 시체에서 태어나버린 종족.
명계를 담당하던 신의 소멸과 함께 사라졌어야할 지하세계 전체가 흉물스러운 ‘마계’로 변해버린 원흉.
나인헬(Nine-Hell)의 지배종족이 태어난 순간이기도 했다.
―마계를 ‘나인헬’이라고 명명하게 된 것은, 중간계와 마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9개라서가 아니다. 크롬두브의 시신으로부터 태어나게 된 마족이 아홉 종류였기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마족을 분류하는 계급도였다.
[크롬두브]의 시체는 아홉 부위에서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마족들을 잉태했다고 한다. 살, 피, 가죽, 뼈, 발톱, 이빨, 혀, 뇌, 심장이 바로 그것이었다.피와 살점에서 태어난 마족은 노예계급으로 취급된다.
나인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고, 지성과 신체능력 모두 저급하기에 최하층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위험도에서 A랭크를 차지하는 개체가 종종 나온다고 하니, 중간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괴물이었다.
“가죽과 뼈와 발톱이 평민계급, 이빨과 혀가 귀족계급인가.”
흑룡기사단이 일상적으로 토벌하는 마족은 대부분 그 안의 계급에서 특정되었다. 왕족이라고 할 수 있는 ‘심장’과 ‘뇌’의 마족은 개체수가 워낙 적은데다가 한 번 출현하면 단장급들이 우르르 몰려가야하는 재난이었기 때문이다.
몇 세기 전에 왕국을 몇 개 멸망시킨 마왕도, 흑룡기사단의 방어선을 돌파해버린 심장의 마족이었다던가.
‘흥미롭다.’
중원무림에서 마(魔)라고 부르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악신이나 마신으로 분류된 신족들의 유해가 쌓이고, 부패한 결과물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 종족이라니?
시체의 찌꺼기에 불과한 놈들이 카르데나스의 7대 기사단을 애먹이는 것도 모자라, 몇몇은 단장급까지 다수로 상대해야할 정도라니 더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레너드는 또 다음 문단부터 서술되어있는 마족의 외형이나 능력을 읽어보고서 혀를 내둘러야했다.
1. 살의 마족: 내장과 뼈, 혈액이 존재하지 않는 살덩이로 재생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신체의 형태를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얇게 변해서 갑옷 사이를 파고들거나, 체내로 파고들어간 신체를 급속도로 팽창시켜서 적을 터트려버린다.
―유기물을 섭취하는 것으로 초고속재생이 가능하기에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시신을 집어삼킨다.
―오래 살아남은, 강력한 개체일수록 그 덩치가 거대해지며 내구력도 증가한다. 체적으로 전투력을 짐작할 수 있다.
―산성과 독에 면역이지만, 열과 냉기에 취약하다.
―베기와 찌르기가 거의 안 먹히니 부수거나 으깨야한다.
9종의 마족 중에서 최하급이자 노예계급으로 취급받는 것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능력들을 지니고 있다.
대처법을 모르고 상대한다면 외력경급 무인 수십이 일시에 몰살당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순수하게 베고 찌르는 것밖에 못하는 무인이라면 승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마족은 중간계로 올라오면서 점점 약해진다는데, 최대치로 약화된 상태에서도 이 정도라는 뜻이었다.
‘한두 마리만 쳐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천 단위의 병력으로 진군해오는 놈들이다. 아르카디아 제국이나 삼공 가문에서 이 사명을 저버린다면, 세계가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겠어.’
마족 하나만 상정하더라도 그러할진대, 천족이나 허신 같은 부류까지 합세한다면 중간계 전체가 멸신전쟁 수준의 전화에 황폐화되고 말 터였다. 〈균열〉 너머의 외신이나 스프리건까지 포함한다면 레너드가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거기까지 생각한 레너드는 곧 잡념을 떨쳐버렸다.
아직 반신경도 못 된 주제에 걱정해야할 일이 아니었다. 그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야할 문제가 따로 있었다.
“…마족부터인가.”
보름도 안 남은 원정에서 마주하게 될 적, 마족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존재였다.
항마(降魔)나 복마(伏魔)의 뜻이 담겨있는 무공이라면 혹시? 싶었으나, 마족부터가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보니 확신이 사라져버렸다. 소림의 정통무공도 마기나 사기 따위를 좀 흐트러트리는 것이 전부인데, 눈어림으로 흉내낸 복마검이 신의 유해에서 태어난 마족에게 통용되기나 할까?
방에 앉아서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었다.
‘내 입장에서 마족을 상대한다면, 〈북신류〉로 그 재생력을 멈춰버리거나 〈남신류〉로 재생력 이상의 파괴력을 퍼붓는 게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외신이 직접 변이시켰던 괴물고래, 모비딕마저 일격에 보낼 수 있었던 〈신진화멸겁〉이라면 어지간한 마족도 다 태워버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반신경의 격을 동원해야하는 〈신진화멸겁〉이 몇 번, 몇십 번 필요할지도 모르는 전장에서 매번 그렇게 큰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것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마족을 타도할 수 있는 기술이나 특이점이 필요해졌다.
‘〈동신류〉로 그렇게까지 큰 효과는 없을 것 같군. 순리에서 완전히 일탈하거나 한 종족도 아니고, [폴룩스]의 불사성과는 다르게 몸 자체의 재생력이라면 무력화되지 않을 거다.’
아직 구상조차 무르익지 않은 〈서신류〉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남신류〉가 가장 효과적이겠고, 〈북신류〉가 다음으로 잘 먹히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레너드는 앞서 떠올렸던 복마와 항마 계열의 무공에 대한 미련을 다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시험삼아서 몇 놈만 베어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흑룡기사단이 철통처럼 그 입구를 지키고 있는 중간계에서 마족을 찾아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레너드는 그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고도 어처구니가 없어서실소해버렸다.
그때였다.
“…아니, 카르데나스가 아니라 위클라인이라면?”
생각해보니 방법이 좀 떠오르는 것도 같았다.
‘위클라인은 이미 백룡기사단과 협조해서 〈신역〉과 허신을 연구하고 있다. 백룡기사단 이외에도 고위 마법사의 쓸모라면 얼마든지 있으니, 상성 때문에 공조하기가 어려운 백룡기사단 이상으로 타 기사단과 긴밀하거나 할 가능성은 충분해.’
살점의 마족이 온도변화에 취약하다는 약점 또한 무인보다 마법사에게 잘 들어맞는 것이었다. 특이점이나 오러의 응용이 아니면 불과 얼음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무인과 달리 마법사는 그 약점을 효율적으로 찌를 수 있었으니까.
흑룡기사단은 아마도 위클라인의 마법사와 함께 전초기지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음 문제라고 한다면, 위클라인과 어떻게 접촉하냐인데.
‘데미안 단장님한테 계속 부탁하는 것도 좀 그런데.’
강자가 넘쳐흐르는 카르데나스에서도 단장급의 무력은 감히 놀려두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실제로 레너드가 찾아갔을 때에 데미안이 그 자리를 비워둔 적도 드물지 않았고, 하루에 몇 차례나 토벌령을 수행하고 온 모습도 목격한 바가 있었다. 확실하지도 않은 용건으로 그의 피로도를 더하고 싶진 않았다.
“?칼란타를 찾아봐야겠군.”
몇 분간 고민에 빠져있었던 레너드가 몸을 일으켰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위클라인의 대마법사, 그 남자와 접촉한다면 수단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레너드는 칼란타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그건 아이작에게 물어봐도 될 일이었다.
제 거주지에서 빠져나온 레너드의 몸이 바람처럼 변했다.
* * *
―칼란타, 그 마법사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아직 내상이 다 낫지 않아서 의무실에 입원해있던 아이작은 잠시 의아해했으나, 별 거 아니라는 듯이 가르쳐주었다.
[상아숲]의 행정실에서 그 이름과 함께 용건을 고지한다면, 위클라인에서 답변을 돌려준다고. 빨라도 사흘에서, 늦어지면 일주일도 넘게 걸리니까 너무 기대하지는 말라고 했다.그런데.
“안녕하세요. 저를 부르셨다면서요?”
하루도 안 지나서 레너드의 집에 찾아온 칼란타가 평소처럼 크게 뜬 눈을 멀뚱하게 갸웃거렸다.
부담스럽기까지 한 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