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53)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53)
위클라인의 마법사가 다 그런 성격인지는 몰라도, 칼란타는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없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 언행으로 알아볼 수 있는 점이 있었다.
레너드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칼란타를 바라보았다.
‘…역시 날 상대하는 태도와 타 기사단원을 상대하고 있을 때의 태도가 너무 다른 것 같은데?’
현 백룡기사단장, 데미안의 입으로 차기 단장급이라는 말을 전해들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또 이상한 것이, 카르데나스에서 레너드가 아무리 잘 나가더라도 위클라인 가문의 인물이 그 친분관계로 이득을 볼 만한 구석은 거의 없었다. 삼공 가문의 협력관계는 어디까지나 공공적인 것이지, 사사로운 관계에서 처리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칼란타에게 왜 그렇게 친절하게 구느냐고 묻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서, 레너드는 별 생각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마족을 직접 경험하고 싶으시다고요?”
그의 부탁을 경청한 칼란타가 두 눈만 깜빡거렸다.
“제 전공분야는 신족이지만은…뭐, 마족을 연구하는 동료가 없는 건 아닙니다. 깊이 들어가면 마족도 결국 신의 유해에서 탄생한 것이니, 신족과 무관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요. 전혀 모르고 오신 건 아니겠지요?”
“기초적인 부분에 관련해서는 좀 알게 되었습니다만, 역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야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전문가…!”
그 어감이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이내 칼란타는 몇 번이고 전문가라는 말만 중얼거리다가 두 눈동자를 빛냈다.
“알겠습니다. 흑룡기사단으로 파견되신다고 하니, 그 명분을 앞세운다면 그럭저럭 통과될 것 같군요. 제 친구가 표본으로 생포해놓은 마족들이 몇 마리 있는 걸로 아는데, 그쪽이나 한 번 같이 방문해보시지요.”
“아니, 약속을 안 잡고 찾아가도 괜찮습니까?”
“친구는 현재 흑룡기사단의 종군마법사라서요. 복무 도중엔 방문자를 거절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무려 허락을 받았는가, 가 아니라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하는 칼란타였다.
종군마법사.
위클라인 가문에서 7대 기사단의 협력자로서 선정된 마법사 중에서도 특히 전투에 능숙하거나, 전장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계통에 속해있는 자들이라고 한다. 연구마법사와 다르게 전시상황을 상정하고 있는 인력이라, 소통이 지체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다던가.
“불만사항이 상당히 나올 것 같은데요.”
“당연하죠. 마법사라면 다 그럴 겁니다.”
레너드가 한 말에, 칼란타가 즉답했다.
“기사들과 다르게 마법사들은 실전경험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게 적으니까요. 가능하면 자기 공방에 틀어박혀서 전공분야의 연구에만 집중하고 싶을 겁니다. 그걸 종군마법사로 차출하지 않으면, 자원자가 있기나 할지 의문스러울 정도지요.”
그래서 적룡기사단과 백룡기사단에 차출된 마법사들이 가장 부러움을 산다고, 칼란타는 제 스스로를 높이면서 말했다.
위험부담은 덜하면서 연구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었다.
“고위계 마법사도 〈마경〉이나 〈신역〉 내부에서는 장악력이 크게 감소하니까요. 직접전투보다 운송이나 보급에 최적화된 마법사들이 주로 배정되는 편이죠. 저, 칼란타도 같은 연도의 종군마법사 명단에서 공간마법으로 1인자였습니다.”
“과연.”
레너드는 그 말대로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카르데나스의 7대 기사단은 황금룡 하나를 제외하고 제각기 다른 종족을 상대해왔다. 유사점이 상당한 〈신역〉과 〈균열〉, 허신과 외신 사이에도 제법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그 이외의 기사단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개체가 비행능력을 보유한 천족이나 죽일 수 없을 정도로 생명력이 지독한 마족을 대적하려면, 그 점을 공략할 수 있는 계통마법이 필요해질 터다.
“흑룡기사단에 차출되는 마법사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살상력이죠.”
칼란타는 그가 한 발 먼저 예상했었던 대답을, 더욱 상세한 내용으로 들려주었다.
“[크롬두브]의 살점에서 태어난 마족이 독과 산성에 면역인 것도, 온도변화에 취약한 것도 다 그쪽에서 실험해본 겁니다. 좀 더 많이, 좀 더 빠르게, 좀 더 효율적으로 마족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만 연구할 시간이 생기니까요.”
레너드는 잠시 할 말을 잊어버렸다가 다시 질문했다.
“…그럼, 원소마법을 전공하는 계파 대부분이 흑룡기사단에 차출되겠군요?”
“음, 그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칼란타가 제 지식을 뽐내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원소마법의 살상력이 직관적이고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직관성만큼이나 대응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마족 중에는 일격으로 죽이지 못한 공격엔 바로 적응하거나 내성을 지니게 되는 놈들도 상당합니다.”
“그렇다면?”
“흑룡기사단에서 가장 주력에 가까운 계통마법은, 병충해와 사령술을 다루는 흑마법입니다.”
그 말에 레너드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흑마법이라고 하신 거 맞습니까?”
“예. 마족들도 엄연한 생물이니까, 그 시체를 일으켜서 서로 죽이게 만들면 인명피해도 없고 효율적이지 않습니까.”
뒤늦게 아, 하고 레너드가 왜 경악했는지 알게 된 칼란타가 손사래마저 쳐가면서 말했다.
“흑마법은 그, 세간의 상식처럼 잔인무도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적으로 터부시되는 영역을 건드리다보니 사람들의 인식이 안 좋아진 거지, 마법 자체가 사용자를 타락시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악명이 높았던 흑마법사는 그냥 본인이 순수하게 악인이었던 겁니다.”
“죽은 자의 영혼을 강제로 지배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언데드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할 것 같진 않은데요.”
“적어도 위클라인의, 아니 신비협회에선 철저하게 금지시킨 사항입니다. 언데드를 사역하게 된 경우는 본인 혹은 유족의 동의를 받아냈다는 증명이 필요하지요. 마족처럼 세계의 적을 상대로 한 경우에는 생략됩니다만.”
무림맹에서 강시술(?屍術)을 대놓고 용인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레너드는 잘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사실 진주언가의 강시술도 그 기원은 시체들을 운구하고자 한 것이었으니, 그걸 악용한 술사들이 잘못이지 술법 자체가 사악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 이제 공간이동을 사용할 수 있겠네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던 사이에, 두 사람은 어느샌가 [검의 숲]을 빠져나왔다. 임무를 갈 때와 마찬가지로 마법진을 슥슥 그려낸 칼란타가 그에게 손짓했다.
2인용이다보니 시간도 수고도 덜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곧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멀티 텔레포트]!”
언제나처럼 눈부신 빛이 한 차례 뿜어져나왔다.
* * *
상식대로라면 마법사의 공방은 그 폐쇄적인 성향이 드러난,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곳이어야했다.
아틀란티스 해상연합에서 직접 본 마탑만 하더라도 서로의 방이 완벽하게 차단되어있어, 연 단위로 이웃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조차 빈번하다고 했다.
그런데.
“…마법사의 공방치고는, 굉장히 개방적이군요.”
칼란타의 [멀티 텔레포트]로 도착하게 된 장소는, 레너드가 알고 있었던 마법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트렸다.
공간 자체의 광활함은 둘째치더라도, 손님 대접을 목적으로 한 찻잔이나 음악을 흘려보내는 축음기가 놓여있는 방이었다. 사방팔방에 몇 개나 뚫려있는 창문으로부터 쏟아진 빛 때문에 눈이 다 부실 지경이었다.
귀족 저택의 응접실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다.
“지식의 공유를 원칙으로 한 신비협회가 마탑처럼 음습하게 굴 이유가 없으니까요. 벽을 허물어트리고 문턱을 낮춰야지만, 사람들이 더 쉽게 드나들지 않겠습니까?”
그때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네가 할 소리도 아니지. 칼란타, 넌 손님대접이 최악인 걸로 유명하잖아?”
미성(美聲)이라고 할 만한 목소리가 나직이 들려왔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드물게 보라색의 머리카락과 녹색 눈동자를 지닌, 7위계의 대마법사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멜리오라.”
칼란타에게 멜리오라, 라고 불린 미녀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두 눈썹을 꿈틀거렸다.
누가 보더라도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치렁치렁하게 늘어트린 머리카락 사이로 삐져나온 귀를 다 쫑긋거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온 멜리오라가 칼란타를 향해서 먼저 으르렁거렸다.
“네가 날 찾아온 걸로 헤아리면, 오랜만이라는 표현도 한참 부족하겠지. 거의 30년만에 온 거 아닌가?”
“정확하게 32년하고도 2개월, 17일만에 온 거다.”
“그러셔? 아주 잘나셨네! 100년까지 채워보지 그래?”
맞아떨어지지 않는 대화에 신경질을 낸 멜리오라가 이내 그 옆에 서있던 레너드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서려있었던 짜증이 한순간 흐려졌다.
“오?”
통성명도 안 하고 레너드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그 모습을 요리조리 살펴본 멜리오라가 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클라인하고 혈통적으로 연결이 있어보이진 않는데, 이유 모를 친근감이 생기네. 누구신지요?”
“카르데나스에서 온 레너드입니다.”
“흑룡기사단의 종군마법사, 멜리오라에요.”
그와 간단하게 악수를 한 멜리오라가 이내 무언가를 떠올린 것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백룡기사단에서 단장님과 같이 온다던 분 아니신가요? 왜 단독으로, 그것도 저 얼간이까지 데리고 오신 거죠?”
“우연입니다. 지원요청하고 무관한 이유로 온 거라서요.”
“네? 무슨 용건으로?”
레너드는 설마 멜리오라가 소속되어있는 부대가 지원요청을 한 곳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그가 할 일 자체가 변하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 용건을 전해들은 멜리오라는 곧 납득했다.
“아하, 마족을 상대해본 경험이 없으셨군요?”
지식의 중요성을 잘 아는 마법사다보니, 미지를 극복하려는 레너드의 시도를 좋게 본 모양이었다.
멜리오라는 별 거 아니라는 듯한 태도로 승낙했다.
“좋아요. 제가 생포해놓은 표본들을 좀 보여드리죠. 계급이 낮은 놈들이라도 괜찮겠죠?”
“네, 그걸로 충분합니다.”
레너드가 시험하려는 것은 제 무공이 마족에게 통용되는가, 아닌가였기에 그 수준의 높낮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너무 강력한 마족이라면 안 통할 가능성도 있었으니, 낮은 계급부터 차례로 시험하는 쪽이 더 효과적이었고 말이다.
멜리오라는 두 사람을 데리고 공방 지하실로 내려갔다.
‘음.’
계단을 몇 개 내려가기가 무섭게 레너드의 감각을 건드리는 마법진이 수십 종류나 감지되었다.
생포해놓은 마족들의 탈출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일 터.
“괜히 벽을 건드리지 마세요. 구속술식이 활성화되면, 그걸 해제하는 작업에만 하루가 다 걸릴테니까.”
“알겠습니다.”
멜리오라의 말대로 벽 가까이에 다가서지 않고, 지하실까지 내려온 레너드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그가 목적하고 온 것이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마족인가.’
튼튼해보이는 유리관에 갇힌 살덩어리가 흉측하게 꿈틀대고 있었다. 마법적으로 구속되고 있는 탓인지, 놈은 제 몸뚱이를 부르르 떨어대기만 하고 더 움직이지 못했다.
최하급 마족, [크롬두브]의 살점에서 태어난 괴물이었다.
레너드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제 안쪽에서 끓어오르는 거부반응을 느꼈다. 놀랍게도 그 거부반응의 근원은 용혈이나 드래곤하트가 아니었다.
‘내공심법? 내 기공(氣功)이 놈을 거부한다고?’
〈일원오행신공〉의 기운이 살덩어리에게 반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