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59)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59)
“…뭐지? 왜 갑자기 이겨버렸지?”
마법병단을 지휘하고 있었던 선임마법사, 제파르의 두 눈이 저절로 가늘어졌다.
[헬게이트]에서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수성전은 결국 반복에 지나지 않았다. 두 가문에서 파견된 정예들이 마족의 생태에 적응했듯이, 마족들도 그들이 쓰는 전술전략에 적응해버린 지 오래였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게 되었다보니 정면승부밖에 선택할 수 없는 개미지옥.한 명 한 명이 똑같은 무게의 미스릴보다 더 귀한 인재들이 허무하게 죽어넘어진다.
승리도 없다.
패배도 없다.
쳇바퀴처럼 삶과 죽음이 순환해야하는 전장에서, 그 변수는 이질적이기까지 했다. 타성(惰性)에 젖어있었던 제파르의 눈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마족들이 판 함정…처럼 느껴지지도 않는군. 왜지?”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이 고개를 들어올리는 순간, 제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책임을 자각하면서 잡생각을 떨쳐버렸다.
저 변수를 이용해야한다.
단발성으로 일어난 상황인지, 아니면 재현성을 가지고 있는 상황인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방패 역할을 담당하는 기사단이 역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면, 그 뒤에 숨어있는 마법병단은 더 안정적으로 화력을 퍼부어댈 수가 있었으니까.
“총원! 흑룡기사단의 후방에서 적 대열을 밀어붙인다!”
박쥐처럼 머리 위로 날아들려던 ‘가죽’의 마족들은 이미 다 격추해버렸다. 지상을 신경쓰지 않게 된 마법사들의 조준점이 몇 배나 예리해졌고, 기사들의 보조에 들어가야할 힘은 전부 요격에 쓰였으니 당연하기까지 한 귀결이었다.
통신수정으로 전달받은 명령에 따라서, 몇 조로 분산되었던 마법병단이 일제히 전진했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프리징 레이]!”
“[체인 라이트닝]!”
다섯 걸음에 한 번씩 쏘아내는 공격마법이 작렬한다.
콰아아아앙! 파아앗?! 쿠르르릉…!
포물선을 그리면서 마족 군세 한복판으로 추락한 마법이 몇 마리를 불태우고, 얼리고, 지져버리면서 유의미한 타격을 계속 누적시킨다. 내구력이 막강한 ‘뼈’의 마족이니까 버티고 있지, ‘가죽’이나 ‘발톱’이었다면 진작에 무너졌으리라.
앞에서 파죽지세로 다가오고 있는 흑룡기사들도 위험천만한 상황에, 파상공세를 지속하는 마법병단까지.
마계 측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 상황이었다.
■■■?! ■■! ■■■■■?!
고위 마족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말, 악마어가 다급하게 뭔가를 지시하듯이 몇 번 울려퍼졌다.
그리고.
{‘발톱’이 온다! 지금부터는 귀족계급도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싸워라!}
제파르의 전언이 마무리되는 것과 함께, [헬게이트]가 다시 세 자릿수의 마족군세를 토해냈다.
‘발톱’의 마족.
계급상으로는 ‘뼈’나 ‘가죽’과 같은 하급이지만, 인간 수준의 지성을 보유하고 있어서 위험도가 높아진 놈들이었다. 짐승과 다를 게 없는 동포들과의 차별성 때문인지, 고위 마족이 직접 사역하는 병사들이기도 했다.
짐승처럼 네 발로 달려온 놈들이 무너져가던 전선에 빠르게 합류하자, 마족군세의 붕괴가 멈추면서 다시 사기가 치솟는다. ‘발톱’의 마족들이 지닌 존재감이 상당하다는 증거였다.
‘이놈들이 그 발톱의 마족이라는 건가.’
흑룡기사단의 3선에서 마침내 적과 조우한 레너드가 마족의 생김새를 훑어보았다.
라이칸슬로프처럼 두 발로 걸어다니는 짐승과도 비슷했지만 큰 차이점이 보였다. 털가죽을 대신해서 흉하게 일그러져있는 살덩어리가 그 외피를 뒤덮었고, 살과 가죽을 뚫고 튀어나온 뼈가 몇 군데에서 뿔처럼 돋아나있었다.
마계에서 태어난 수인족이라고 할 만한 생김새였다. 악의로 충혈된 눈동자가 크게 튀어나온다.
크롸아아악!
레너드에게 달려든 놈이 제 팔꿈치를 내질렀다.
팔꿈치 끄트머리에 돋아난 뼈가 칼날처럼 그 목을 노리고서 번들거렸다. 괜히 ‘발톱’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저 부위만큼은 미스릴 갑옷마저 찢어발길 수 있었다.
권각법이라도 익힌 것 같은 발놀림도 제법이었다.
키잉.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색강기〉는 감당할 수 없어, 레너드의 칼날에 닿은 팔꿈치가 그 뼈째로 잘려나간다.
캭! 캬르악!
격통과 상실감에 몸부림치는 놈 이상은 아니었으나, 절단의 과정에서 제법 큰 반발력을 느낀 레너드가 감탄했다.
‘몸 위로 돌출된 뼈만큼은 금강불괴에 가깝군. 그걸 무기로 사용하고자 격투술을 수련해온 흔적도 보인다. 병졸 수준에서 이 정도로 강인하다면, 상위종은 초월경이라도 위험하겠어.’
놈의 강함을 극찬하면서도 그 모가지를 베어내고, 심장까지 한 번 찔러서 확인사살한 레너드가 몸을 돌렸다.
한 마리에게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헬게이트]에서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마족의 물량은 어느새 천 단위까지 올라가있었다. ‘살점’이나 ‘피’는 마법병단이 금방 지워버린다고 해도, 그 이상부터는 머릿수가 쌓이면 귀찮아질 수밖에 없다. 〈위타복마검〉으로 마족의 살상능력을 극대화한 흑룡기사단이 나서야했다.위타복마검(韋陀伏魔劍)
거침없이 오의를 쓴 레너드의 몸이 초고속으로 회전했다.
절기(絶技)
천참잔마(千斬殘魔)
〈천참잔마〉의 사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연속공격을 좁은 공간에 밀집시켜서 소수의 적을 천참만륙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연속공격을 넓게 흩뿌리면서 다수의 적을 소탕해버리는 형태였다.
이번에 쓴 것은 후자였다.
레너드는 정확히 네 걸음 전진하면서 마흔여덟 번의 참격을 소나기처럼 쏟아냈다.
크락!
캬아악!
켁!
‘발톱’이 자랑하는 뼈의 돌출부마저 간단히 베어날리며, 열 마리 이상을 도륙내버린 레너드가 길을 열었다.
흑룡기사단이 자연스럽게 그 뒤로 따라붙고, 군세의 빈틈을 메꾸려고 온 마족들을 베어죽였다. 하급 마족에겐 5성 수준의 〈위타복마검〉도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교전비가 터무니없는 수준까지 올라와있었다.
330인, 레너드까지 포함한 331인의 기사들은 아직 한 명도 낙오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사상자도 없이 승리할 수 있겠는데.’
그러나 그 낙관적인 예측을 부정하듯이,
오싹.
레너드의 육감이 [헬게이트] 너머에서 가까워지는 존재감을 읽고, 반사적으로 오의를 전개했다.
흑룡기사단을 보호하듯이 반구형의 검막이 펼쳐진다.
오상류(五象流)
현무칠식(玄武七式)
귀갑빙천벽(龜甲氷天壁)
마지막까지 검막을 완벽하게 형성한 그가 심호흡했다.
“하아…! 하아…!”
대량의 기가 소모되면서 오랜만에 탈력감이 들었다.
초월경에 다다르고서 내공의 소모를 실감해본 적이 없는데, 이 방어막의 형성에만 2할 가까이를 소모해버렸다. 채찍질을 당한 드래곤하트가 격하게 박동하면서 힘을 공급한다.
한두 번이면 몰라도 몇 번이고 거듭했다간 혈도를 망가트릴 수 있는 출력이었다.
하지만 레너드의 대응 자체는 시의적절했다.
????????!!!
그 직후에 [헬게이트]를 통과해온 것은, 중간계에 강림하는 순간과 함께 어마어마한 초능력을 방출했으니까.
대공동 전체를 휩쓸어버리는 정신붕괴의 파동.
본래대로라면 흑룡기의 예비단원은 그 기습에 뇌사하거나, 정신파를 쏘아낸 마족의 노예신세가 되었으리라. 초월경도 몇 명 정도는 넘어갔을지도 모를 위력이었다.
파카아아앙!
〈오색강기〉로 된 검막이 물리력도 아닌 정신파에 깨지면서 잘게 부스러진다. 이전에 아틀란티스에서 봤던 〈균열수호자〉, 마인드크라켄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출력이다.
마스터급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는 초능력의 발현자.
그 정체를 짐작해버린 레너드가 제 목구멍까지 올라온 피를 삼키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마족군단장!?’
지근거리에서 놈을 본 레너드는 먼저 흉물스러운 생김새에 놀라고, 놈 역시도 그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괴할 정도로 크고 투명한 두개골 안쪽에서 부유하는 뇌가 형광색으로 번뜩이고, 척추나 경추와 같은 뼈마디를 제외하면 몸 전체가 녹색 엑토플라즘(Ectoplasm)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영체라고도, 물질이라고도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설마 뇌의 마족인가!’
[나인헬]에 군림하는 마족의 계급도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종족이었다.육체능력이 특화되어있는 ‘심장’과 정반대로 초능력의 극에 달해있다는 괴물들. 그 위력을 눈앞에서 마주한 레너드는 곧 위기감을 느껴야했다. 염(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사악하고 거대한 힘이 부풀어오른다.
아무래도 레너드가 놈의 수작을 막아낸 것을 알아차린 듯한 기색이었다. 그의 대응만 아니었어도 흑룡기사단은 반 이상이 무력화당했을 터다.
심검(心劍) 이상으로 위험한 것이 쏘아지려고 했다.
“?누구 마음대로 그 아이를 건드리느냐?”
그 순간이었다.
병력의 후방으로부터 쏜살같이 튀어나온 오드리가 제 손에 움켜쥔 글레이브를 한 번 내리그었다.
멸절(Extermination)
흑룡기사단장, 오드리에게 있어서 오의라고 할 만한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의 특이점이 적용된다면 기본기가 곧 필살기로 변하기 때문이었다. 기수식도, 준비동작도 생략된 필살필멸(必殺必滅)이다.
글레이브로부터 반월(半月)의 형태로 뿜어져나온 대참격.
밤하늘처럼 검고 아득한 오러블레이드가 만물을 지워내면서 ‘뇌’의 마족에게 내리꽂혔다.
????????!!
놀랍게도 ‘뇌’의 마족은 그 무시무시한 참격에 맞서서 놈의 초능력으로 응수했다. 시공간마저 일그러트리는 염력이, 모든 존재를 지워버리는 특이점에 밀리지 않고 길항한다.
수십 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서 그걸 본 레너드는 놈이 지닌 초능력의 원리를 꿰뚫어보았다.
‘비상식적으로 성장하고 발달한 상단전이 심상, 아니 의지를 구현화하고 있다. 특이점이 아니라 원시적인 형태로 도달하게 된 염력(念力)의 궁극. 인간에겐 불가능하다.’
육체를 포기하고 정신생명체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해야지만 저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으리라.
“귀찮구나.”
심즉동(心卽動)의 극치라고 할 만한 경지를 마주하고도, 두 눈동자에 날을 벼려낸 미녀가 으르렁거렸다.
놈의 기습적인 움직임으로 흑룡기사단이 위험에 빠질 뻔한 것부터 시작해서, 기특하게도 그걸 막아준 레너드를 노리려고 한 것까지 파악한 오드리의 눈이 뒤집혔다.
살의와 분노로 점철되어있는 반신경의 기세를 마주한 ‘뇌’도 자연스럽게 레너드를 잊고 그녀와 대치했다.
처음부터 그게 ‘두 사람’의 목적이었다.
평행무한절명기(平行無限絶命技)
원 오브 사우전드(One of Thousand)
레너드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특이점의 응용, ‘거울’의 틈에 숨어있었던 데미안이 튀어나오면서 필살기를 날렸다.
천 번의 참격을 중첩시킨 위력은 대공동조차 한순간 흔들릴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뇌’의 마족조차 감히 받아내려고 하지 못하고, 제 배후의 시공간을 압축하면서 초고속으로 도망치는 것으로 대응했다.
쩌억.
아슬아슬하게 두개골에 안 닿은 칼날이, 엑토플라즘으로 된 몸뚱이를 동강내면서 늑골 윗부분만 남긴다.
사정거리가 10km에 달하는 [원 오브 사우전드]를 피해내고 만 것이다. 데미안은 그 반응속도에 혀를 차면서, 레너드에게 눈인사만 한 번 보내고 오드리와 함께 달려나갔다.
기사단장 두 명이 붙었으니 ‘뇌’라도 오래 버티진 못한다.
문제는 이 장소에 아직 남아있는 위협이었다.
“빌어먹을! ‘혀’다!”
“귀를 막아봤자 별 의미도 없어! 정신력으로 대항해라!”
“교관님도 조심하십시오!”
어느샌가 레너드가 지켜준 흑룡기사들이 그 주변에 포진해, ‘뇌’의 마족을 뒤따라온 마족들에게 검을 들이밀었다.
흉물스러운 것은 그 부류도 마찬가지였다.
[나인헬]에 두 종류밖에 존재하지 않는 귀족계급의 마족.인간과 같이 머리통은 둥그스름하나, 눈코귀가 안 달려있고 이빨도 없는 주둥이에서 삐져나온 혀만 길게 날름거린다. 네 마리에 불과한데도 ‘발톱’의 마족 천 마리보다 더 위험하다는 직감이 스쳐지나갔다.
‘혀의 마족이 사용하는 특수능력은 [허언(虛言)].’
옛 시대에나 존재했다는 고대의 마법, [언령]의 하위호환에 해당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생명체를 현혹하거나 조종하는 것을 넘어서 세계법칙마저도 잠시 속여넘길 수 있는 거짓말. 그것이야말로 ‘혀’의 마족들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원동력이었다.
비웃음처럼 겔겔거리는 소리를 낸 마족들은, 이내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허언]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
―■■■■.
―■■■.
소리라고 표현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괴어(怪語)가 몇 마디 흘러나오자 기사들의 정신이 흐트러진다.
서로 죽여라.
동료들의 등을 찔러라.
아무렇지도 않게 악덕을 권유하는 음성은 그야말로 악마의 유혹이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누구나 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악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게 만드는 능력.
‘정신공격은 역시 〈일원오행신공〉이 막아준다.’
레너드는 제 심령에 침투하려던 목소리를 쉽게 떨쳐냈지만, 그 주변을 둘러보고서 낯이 굳어졌다.
적진 한복판에서 주변을 경계해야할 흑룡기사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초월경을 돌파한 정예단원들은 식은땀이나 좀 흘리는 정도였지만, 예비단원들은 두 눈이 충혈되고 손아귀가 파르르 떨리는 게 위험천만한 상태였다.
〈위타복마검〉은 어디까지나 적을 베어내는 검이지, 자신의 마음을 수양하는 공부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내공심법을 전수하지 못한 게 아쉽구나.’
대주천(大周天)이 가능한 수준만 되었더라도, ‘혀’의 능력에 휘둘리는 일은 없었을 터.
레너드는 곧 잡념을 떨쳐버리고서 해결방법을 모색했다.
지나간 일에 연연해봤자 이 상황을 해결할 순 없다.
창룡후를 크게 내지른다면 그들을 잠시 일깨울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된다. 현혹과 각성을 반복하게 된 정신은 더욱 취약해지고 소모되는 법이었으니까.
두근.
바로 그때였다.
레너드의 심장, 드래곤하트가 감히 제 눈앞에서 ‘언령’을 구사하고 있는 마족들에게 분노를 드러냈다. 〈균열〉의 너머에서 온 적들과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옛 시대를 기록하고 있는 문헌대로라면, 드래곤들은 귀찮게 식을 계산하거나 마법진을 그릴 필요도 없이 몇 마디의 말로 세계법칙을 지배했다고 한다.
[언령(Power Word)]의 정점에 해당하는 권능, 그 전능함을 목도한 사람들은 그걸 이렇게 기록했다.‘……용언(龍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