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66)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66)
‘금(金)의 속성력이 너무 강력하다는 점만큼은 좀 그렇군.’
기본적으로 금속 재질의 병장기라면 다 그러한 법이었지만, 이 신검은 도가 지나쳤다. 극성(剋性)에 해당하는 화기를 조금 밀어넣으니 발작하는 것처럼 검신 전체가 진동한다.
레너드의 실력이라면 오의라고 할 만한 기술까지도 어떻게 다룰 수 있겠으나, 반신경의 격을 동원한 상태에선 신검합일(身劍合一)이 필수적이었다. 검이 반발하는 속성력으로 합일을 유지할 순 없었다.
오직 〈서신류〉만 사용가능한 검, 그게 [폴룩스]의 파편으로 만들어낸 신검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
스르릉.
예술품이나 다름없는 검집에 꽂아넣으니, 온 사방을 무겁게 짓누르던 패기가 사그라진다.
사용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검 자체가 위압감을 지녔다.
확실히 신검이라고 할 만한 물건이다.
레너드는 그 위력을 실감하면서 제 허리춤에 매달았다.
‘…할 일도 없어졌으니, 당분간은 수련에 전념해야겠군.’
개인시간을 많이 잡아먹던 무공강연도 하지 않게 되었으니, 연무장에 나갈 시간도 없어서 명상으로 때우지 않아도 된다.
얼마 안 되는 짐만 풀어놓고서 [검의 숲]을 빠져나와, 그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백룡기사단의 연무장을 향했다.
누군가와 대련을 할 수도 있고, 제 초식이나 구상을 다듬는 시간을 만끽하기만 해도 좋으리라. 흑룡기사들을 가르치고 난 다음에 떠올리거나 한 영감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상태라, 그 부분을 더듬어보는 것도 괜찮아보였다.
“아무도 없나.”
아쉽게도 [상아숲], 백룡기사단의 연무장은 텅 비어있었다.
토벌해야할 허신이 많이 발견되었는지, 아니면 부상 따위로 휴식하는 인원이 많은 것인지.
레너드로서는 그저 짐작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연무장 가장자리에 들어선 레너드가 제 허리춤의 신검은 안 뽑고, 아공간에 수납해둔 검들을 쏟아냈다. 다섯 자루의 검이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염(念)이 멈춰세운다.
‘천의무봉은 아직 먼 것 같으니, 어검술이라도 연습하자.’
검(劍)에 한해서 천의무봉의 수준으로 터득했다지만, 손으로 휘두르는 것과 의지로 조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숙련도가 즉각적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그 불균형을 융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상류(五象流) 오검(五劍)
검진전개(劍陳展開)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고, 다섯 자루의 검이 유려하게 제 위치를 찾아가면서 진을 형성한다.
오륜검진(五輪劍陣).
이 진법에서 ‘오륜’은, 유학에서 말하는 도리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불문에서 만물을 구성하고 만들어낸다고 규정한 요소, 지수화풍공(地水火風空)을 의미했다. 오행과 조금 다르면서도 교집합이 적지 않기에, 다섯 명의 검객이 존재한다면 흔히 볼 수 있는 진법이기도 했다.
키잉.
가상의 적을 상정한 오륜검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괜히 바퀴를 의미하는 륜(輪)을 쓴 것이 아니지.’
무공명에 별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았으나, 선문답만 백 번 천 번을 늘어놓는 불문과 도문의 무공에서 간과해선 안 된다. 오륜을 직역하자면 다섯 개의 바퀴라고 할 수 있으며, 바퀴는 함께 맞물리면서 서로를 움직이는 법.
오륜검진에서 검은 그 바퀴에 해당하며, 독립적으로 움직일 이유가 없다.
다섯 자루의 검이 물 흐르듯이 검로를 그려나간다.
오륜성신(五輪成身)
진언종에선 그저 육체를 거론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지만, 그 뜻은 가볍지 않았다. 다섯 요소가 집결해서 몸을 구성한다. 이 구결에서 ‘몸’이란, 생물의 몸뚱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만물 전체를 의미하기에.
오륜검진에서 ‘성신’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은, 진 전체가 생물처럼 움직이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뜻이었다.
키이잉.
검진에 사로잡힌 적의 허상이 산산조각난다.
어중이떠중이도 아니고 초월경급의 적을 상정했는데도 고작 십초지적에 불과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완전히 전개되어있는 검진 한복판에서 동격 이상의 실력자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진의 생문(生門)과 사문(死門)을 다 간파하고 있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쪽 세상에서 기문둔갑(奇門遁甲)은 철저하게 미지의 수법이었으니.
‘초월경은 너무 부족하고, 반신경은 너무 지나치다.’
반신경급 강자를 몇 명이나 보고, 약식으로라도 비무해봤던 경험이 있다지만 그걸 가지고 가상전투를 할 순 없었다.
데미안이나 오드리가 지닌 특이점의 한계는 아직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심오했고, 천의무봉에 도달하지 못한 주제에 그 움직임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레너드는 제 착각을 눈치채고서 눈을 부릅떴다.
‘일검(一劍)을 고수하는 나 자신을 상정하면 될 게 아닌가!’
검 하나만큼은 천의무봉 수준에 올라있으니, 그걸 상대해서 호각지세가 될 수 있다면 수련목적을 달성한 셈이었다.
오지여래(五智如來)
부처를 달리 호칭하는 말, 여래의 다섯 지혜를 뜻하는 진의 형상이 존재하지 않는 레너드를 사로잡는다.
이대로라면 부처님 손바닥에 잡힌 손오공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상이기에, 가상의 레너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륜검진〉의 생문을 찾아냈다. 불문 무공에 전념하지 않는 상태로 펼쳐냈으니, 내공의 불일치에서 생기는 균열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오상류(五象流)
청룡일식(靑龍一式)
진뢰(震雷)
완벽에 가까웠던 검진이 한 번의 참격에 잘려나간다.
아니, 잘려나간 것으로 상정했다.
다섯이 모여서 오륜이라면, 넷만 남아버린 시점에서 검진은 그 힘을 잃는다. 무너지는 검진 안쪽에서 뛰쳐나온 허상이 제 칼날에 태산과도 같은 힘을 담았다. 신검을 쥐고 있는 상태로 최적합한 오의라고 한다면, 역시.
오상류(五象流)
백호삼십육식(白虎三十六式)
태산압정(泰山壓頂)
백호식 최강최대의 파괴력을 지닌 검초가 튀어나오니, 그걸 정면에서 마주한 레너드의 두 다리가 굳었다.
실제 상황은 아니지만, 지근거리에서 펼쳐진 〈태산압정〉은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발을 묶는다. 맞받아선 안 되는 기술이 정면승부를 강요하는 것만으로도 필살기에 가깝다.
불합리한 정공법.
그 맞은편에 서게 된 레너드의 오검이 진을 재구축했다.
오행금쇄진(五行禁鎖陳)
[카스토르]의 권능으로 강화된, 켄타우로스들의 기창돌격도 차단한 방어력이 검압을 맞받아친다.‘레너드’는 잠시 검진을 눌러부수려고 진력했지만, 소모하는 힘의 효율이 너무 안 좋다. 〈태산압정〉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그 틈을 놓치거나 할 레너드가 아니다. ‘레너드’는 반발력까지 이용해서 십 장(30m) 거리로 물러서서 재정비했다.
거기까지였다.
“후우우….”
아무리 자기자신이라도, 초월경의 경계를 벗어나기 시작한 움직임을 상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레너드는 제 머리가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마저 느끼면서 두 눈을 감았다. 일순간에 주고받은 수읽기가 오백 초에 달했다. 스스로의 역량을 잘 알다보니 자신이 낸 수를 자신이 낸 수로 대응하는 경우가 너무 신속해진다.
그래도 이 수련의 방향성만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아직 일원화(一元化)를 완성하지 못한 수준이라면 내가 더 유리해야한다. 그런데 오검으로 일검을 압도하지도 못하고 반 수 떨어졌으니, 어검술의 수련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아틀란티스에서 생사결을 한 검객, 허먼이 보여줬듯이 검술 자체의 숙련도가 어검술까지 완성해주진 않는다.
한평생 검을 사용해본 레너드라도, 본격적으로 다수의 검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전생기억을 되찾은 후였다. 아직 3년도 안 되었으니 미숙할 수밖에 없다.
강적들과의 사투, 미지의 경험으로 성장속도를 가속한 것은 좋았으나 제 미숙함을 깎아낼 시간이 부족했다.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수밖에 없지.’
그걸 자각한 레너드는 무덤덤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현 시점에서 이미 전생의 연무혁보다 몇 배나 강해진 상태, 스스로의 족적(足跡)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더 올라갈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스스로를 계속 연마해야했다.
정신력을 회복한 레너드가 두 눈을 뜨고, 〈오행십자진〉으로 진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오륜검진〉에 발생한 약점은 안다고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 진을 바꿔버린 것이다.
“다시.”
그의 머릿속에서 재구축된 허상이, 섬뜩하기까지 한 기세로 덤벼들어온다.
천려일실(千慮一失)조차 놓치지 않고 베어넘기는 검귀.
정수리로 내리꽂히는 〈단악〉을 두 자루로 흘려내고, 나머지 세 자루를 찔러넣어서 저지했다. 그걸 한 수 앞에서 간파하고 〈풍비박산〉을 펼쳐, 레너드의 후속공격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물러섰다가 다시 돌진한다.
수 읽기가 초고속으로 교차하면서 다시 뇌가 과열된다.
‘지독하게 까다롭다.’
이걸 몇 번이나 반복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하루이틀로 뭐가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섯 자루의 검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존재하지 않는 적을 찌르고 베어내면서 제 역할을 수행했다.
지금부터다.
10년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고, 하루에 절벽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다. 진정한 의미로 대경계의 벽을 마주한 레너드가 넘어야하는 시련이 시작되었다.
* * *
첫날에는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둘째날에는 두 눈이 혈인(血人)처럼 새빨갛게 변했다.
내공을 과도하게 소모한 것도 아니고, 신체를 혹사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 정도였다. 평균적인 초월경보다 상단전이 크게 발달한 레너드조차 사흘을 못 가서 기진맥진했으니, 수련법의 피로도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본의 아니게 염(念)까지 단련하는 방식이 되어버렸나.’
가부좌를 튼 채로 머릿속을 비워, 바닥이 다 드러날 정도로 소모해버린 정신력을 회복한다.
그걸 비우고 채우는 과정에서 점점 용량이 늘어난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으나, 체력단련과 유사한 식의 정신력단련이 되어버렸다. 본래대로라면 정신력은 이렇게 잘 늘어나는 힘이 아니다. 근섬유처럼 쉽게 성장하는 매커니즘이 아닌데, 레너드가 수련하는 방식 자체가 너무나 혹독하다보니 그 변화가 즉각적으로 드러났다.
‘어검술의 숙련도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금이라면 허먼 수준과 엇비슷한 정도인가.’
문자 그대로 제 뼈를 깎아내는 수준의 수련강도다.
완전하게 미지의 영역이라면 또 모를까, 천의무봉에 도달한 검술을 확장하는 작업에 불과했으니 막힐 이유가 없었다.
백룡기사단으로 돌아와서 한 달만에 이룬 성취였다.
심상무예의 구상이나 반신경의 단서는 얻지 못했으나, 그간 쌓아온 경험치를 소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레이스와의 만남도 어느샌가 머리 한구석으로 밀려나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오? 재미있는 훈련을 하고 있네.”
언제나와 같이 연무장에서 허상을 상대하던 레너드의 귀에, 한 번밖에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하나를 다섯으로 쓰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섯이 하나인 거구나? 왜 다섯 자루만 사용하는가 싶었는데, 그런 거였다면 이상할 게 없지.”
그녀의 등장 자체에는 크게 놀라지 않았던 레너드가 경기를 일으키면서 뒤돌아섰다. 오행(五行)의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보여줄 만한 통찰력이 아니었다.
사실 무림인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삼재(三才)와 양의(兩儀)도 마찬가지였다.
레너드의 시선을 마주한 그녀, 그레이스가 미소지었다.
“놀랐나보네? 미안, 내 일정이 워낙 불규칙하다보니 약속을 잡아놓고 올 수가 없더라구.”
청룡기사단장.
이 전대미문의 가문에서 무려 7위 안에 들어가는 강자를 본 용안이 위화감을 꿰뚫어보았다.
존재감이 너무 투명하다.
‘물이나 바람을 관찰하고 있는 것 같군….’
[자연(自然)]스럽다.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실로 그러했다.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의식하기 어렵다. 살수무공의 궁극경지, 무살(無殺)이라고 저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인사하듯이 몇 걸음 다가와서 칼을 찔러넣어도 신속하게 반응할 자신이 없다.
레너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 줄기 기시감을 느꼈다.
이전에 한 번 경험해본 듯한 느낌이었다.
“아.”
훈련소에서 그의 동기로 수료했던 4번, 딜런이 가진 능력과 유사했다. 자연적인 흐름을 올라타는 수준에 불과했던 딜런과 달리 그레이스는 그 자연과 동화해버린 영역이었지만.
그녀가 목소리를 안 내고 숨어있었다면, 레너드는 진심으로 탐색하더라도 그레이스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리라.
데미안과 오드리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괴물 같았다.
‘이 가문은 아직까지도 밑바닥이 안 보이는구나.’
진면목은커녕 그 윤곽조차 보지 못한 단장급은 아직도 넷이 더 남아있었다.
카르데나스의 무서움을 재차 실감한 레너드가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레이스 단장님.”
[용들의 전당]에서 본 적은 있었으나, 실물로 만나는 것은 이 순간이 처음이었다.그걸 이해한 그레이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아하하! 그래, 만나서 반가워.”
청룡기사단장의 기습적인 방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