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73)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73)
검신에 내재되어있는 신격을 읽어냈기 때문이었다.
―설마?! 디오스쿠로이, 그 [폴룩스]의 무쇠주먹을 절단해서 검으로 만들었다고?
레너드는 그 질문에 대답해주지 않고 칼날을 들이밀었다.
[아이올로스]처럼 교활한 상대에게 정보를 내어주는 것보다 멍청한 짓도 없었다.그가 대답하거나 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위험했다. 그의 무쇠손을 베어낼 수 있었다면 나의 바람도 예외라고 할 순 없겠지. 그대가 이 토벌대의 핵심이로군.
[아이올로스]가 다시 두 기의 거신병을 만들어냈다. 신력의 소모가 상당했지만, 그렇다고 두 기만 남겨놓는다면 순식간에 돌파당할 게 뻔했다.그는 왕이었지, 전사가 아니었다.
직접적인 전투는 제 권속들에게 다 맡겨놓은 채로, 전장을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그 본연의 역할에 가까웠다.
‘빈틈이 안 보이는군. 용병술(用兵術)도 의외로 제법이다.’
아주 조금의 빈틈이라도 노출되었다면, 레너드는 곧바로 네 기의 거신병을 돌파하고서 [아이올로스]의 목을 쳤으리라.
혼잣말에 가까운 장광설을 다 들어준 것도 그래서였다.
네 기의 거신병들 사이에 미세한 틈이 존재하긴 했으나, 그 틈을 파고드는 사이에 [아이올로스]의 권능이 발동하게 된다. 찰나의 영역을 제압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대와 정면승부를 해선 안 되겠구나.
[아이올로스]의 두 눈이 레너드를 바라보았다.유리구슬처럼 투명하게 그 속이 들여다보이는, 안구라고 할 수 있는지도 상당히 의문스러운 눈동자였다.
백룡기사 네 명을 도외시한 시선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나를 상징하는 권능은 네 가지 바람이지만, 이타카의 왕을 방황하게 만들었던 것도 내 바람일지니! 옛 시대의 대영웅도 거스르지 못한 바람을 맞이하거라!
[아이올로스]가 관장하는 영역, 계절풍을 벗어난 바람이 한 줄기 뻗어나오면서 레너드의 주변에 휘몰아쳤다. 바람으로 된 벽이 구축되면서 날개가 달려있어도 빠져나갈 수 없는 와류를 형성해버린다.빠르고 느리고를 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발현하는 것과 동시에 그 대상을 구속하는 능력.
지금과 같은 수법에 올바르게 대응하려면 몇 초 앞을 넘볼 수 있는 예지능력이 필요했다.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오상류(五象流)
결전오의(決戰奧義)
레너드가 한 박자 늦은 검격으로 그 바람벽을 내리그었다.
청룡(靑龍)의 섬(閃)
칼날로부터 태어난 번개가 몰아치는 바람의 결을 끊는다.
하지만.
“…쯧.”
소용돌이를 다 베어내긴커녕 몇 줄기의 바람만 끊어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회복되는 것을 본 레너드가 혀를 찼다. 이걸로 벨 수 없는 수준이라면 반신경의 격이 필요했다.
범상치 않은 권능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결전오의까지 쓴 것이었는데도 안 통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옛 시대에 존재했던 대영웅의 하나, 오디세우스가 보름밖에 안 걸리는 목적지까지 10년 이상을 허비하게 한 저주. 그중에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 [아이올로스]의 방황풍이었다. 순풍을 조종하는 신격이기에 그 반대편의 권능도 다룰 수 있었다.
‘[폴룩스]의 검으로 벨 수 없는 권능이라면, 놈에게도 제법 큰 소모였을 텐데. 나를 그 정도로 위험시했다는 건가?’
레너드를 이 소용돌이에 구속해놓고, 나머지 토벌대를 먼저 해치우겠다는 속셈이겠지.
거신병과의 싸움에서 알게 된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아이올로스]도 알았다.신의 권능을 벨 수 있는 검을 제외한다면, 그들과 거신병의 상성은 안 좋은 편이었다. 개념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 검은 근본적으로 바람을 벨 수 없다. 아이작의 심검이라면 몇 할의 가능성은 있겠으나, 앞서 한 것처럼 피해버리면 무용지물.
“최대한 빨리 돌파해야겠군.”
소용돌이의 벽을 마주한 레너드가 검을 들어올렸다.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수비적인 성향이 강한 〈북신류〉는 물론이고, 〈동신류〉로는 이걸 제대로 무력화할 수 없다고. 틈새만 벌려놓고 나와봤자, [아이올로스]는 다시 한 번 방황풍을 움직여서 그를 구속하면 그만이었다.
이 감옥과도 같은 소용돌이를 완전히 부숴버려야한다.
‘〈남신류〉의 화력을 광범위하게 전개한다면 가능성은 있다. 그 다음에 내가 탈진해버리는 게 문제겠지만.’
반신경의 격을 동원하는 오의 중에서도, 〈남신류〉는 최악의 효율을 자랑했다. 세계법칙의 조력을 받는 〈동신류〉,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거나 끊어버리는 계열의 〈북신류〉와 다르게 제 스스로의 출력에 기대야하는 탓이었다.
〈서신류〉도 마찬가지였지만, 화력 그 자체보단 개념의 힘을 동원하기에 내공보단 심력의 소모가 컸다. 심마와 백 번 이상 생사결을 주고받으면서 심력이 엄청나게 늘어난 레너드에게는 큰 부담이 아니었다.
“스으으?….”
두 눈을 반개(半開)하고, 검을 중단으로 쥔 레너드의 정신이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듯이 몰입해간다.
무아의 영역.
스스로의 잠재력까지 총동원하지 않으면 반신경의 영역에서 머무를 수 없다. 드래곤하트로 내공을 감당하고, 용안으로 그 법칙을 꿰뚫어보고 있어서 겨우 가능해진 반칙.
그의 심상세계 어딘가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던 호랑이가, 아주 천천히 눈꺼풀을 뜨기 시작했다.
* * *
불과 10여분만에 피투성이가 된 아이작이 크게 물러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흩어지지 마라! 일대일로 맞서싸우면 죽는다!”
토벌대의 최대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레너드가 소용돌이에 갇히고, 백룡기사 네 명은 속절없이 거신병들에게 밀려나가고 있었다. 아직 죽거나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방황풍이라니…! 저 권능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인데!’
여름의 거신병이 내지르는 검을 빗겨내면서, 그 칼날로부터 뿜어지는 열기에 눈썹 몇 올이 타들어간 아이작은 제 이빨을 세게 악물어야했다.
[아이올로스]가 레너드에게 쓴 권능, 〈방황풍〉은 이전에 한 번도 보고되지 않은 능력이었다.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던 아이작은 얼마 안 가서 합리적인 추측을 떠올렸다.‘그런가. 쓸 필요가 없었겠군. 단장급이라면 통하지도 않고, 그 아래의 실력자들만 모아놓은 토벌대에선 레너드처럼 혼자 돋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방황풍〉은 전략적으로 상당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그 자체로 적을 쓰러트리거나 하진 못한다. 그러면서도 소모하는 힘은 상당할 것이 분명했는데, 레너드를 가두고 나서 네 기의 거신병들이 제법 약화된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안 그랬으면 백룡기사들은 진작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아아아압!”
가까스로 반격의 틈을 찾아낸 자네트가 몸을 회전시켰다.
노래하는 검(Song Blade)
강철의 소나타(Sonata of Steel)
프레스티시모(Prestissimo)
백 번 이상의 참격으로 산산조각내는 절명기였다.
레너드와의 대련에선 무력화당했지만, 그 패배조차도 검과 검을 맞부딪힌 것은 아니었다.
관성의 법칙에서 벗어나있는 연속공격.
정면에서 받아내려면 참격을 다 감당할 수 있는 방어력이나 자네트 이상의 속도가 필요해진다. 겨울의 거신병에겐 그중에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퍼어어어어엉?!
당연하게도 음속을 뛰어넘은 검격이었기에, 그 칼날로부터 발생한 충격파가 바람의 몸을 찢어발겼다.
생물이었다면 전신 관절이 깔끔하게 토막났으리라.
그러나.
휘오오오오오.
자네트의 쌍검에 산산조각났던 거신병이 다시 구축되는데는 3초 남짓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한 번 펼쳐내면 기력의 3할 이상을 소모하는 절명기로 거둔 성과가 3초라니.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도 허탈해질 수밖에 없는 결과에, 자네트가 물러나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아악! 저 망할 놈들은 어떻게 죽여야하는 거야!”
“못 죽인다. 애초에 살아있는 것도 아니니까. 허신을 죽이지 못한다면 계속 재생성될 거다.”
쿨럭, 하고 입술 밖으로 흘러넘친 피를 닦아낸 휴고가 중간 부분에서 토막이 난 그레이트소드를 들어올렸다.
“그래도 놈을 소모시킬 순 있겠지. 레너드가 저 소용돌이를 부수고 나올 때까지 버틴다. 그게 최선이다.”
“선배로서 면이 안 살지 않아?”
“하! 4대1로 덤볐다가 박살났는데 체면은 무슨.”
어느샌가 두 사람의 곁으로 온 그레디가, 만만치 않게 꼴이 사나워진 모습으로 틱틱거렸다. 배에 난 자상(刺傷)은 조금만 더 깊었어도 내장이 튀어나왔을 정도로 깊었다.
“저놈도 그렇게까지 여유로운 건 아니야. 저 바람의 감옥을 만들어내니까 존재감이 크게 줄었어. 한 번 전개한다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힘을 소모하는 능력일 거다.”
“시간벌기로 말려죽일 수 있을까?”
“설마. 허신이라고 해도 제 권능으로 자멸하는 바보가 있을 것 같냐? 일단 살아남는 걸 최우선으로 해야지.”
아이작도 그에 동감하듯이 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디가 한 말대로다. 승산이 없는 상황이면 모를까, 레너드라는 변수가 존재하는 이상 도박수를 쓸 이유도 없지.”
[아이올로스]의 옥좌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아이작의 심검이라면 네 기의 거신병 전부를 타격할 수 있어서, [아이올로스]는 순간적으로 거신병의 존재를 해제했다가 다시 소환하는 방식으로 대응해냈다.그렇다면 그 해제를 유도해서 재생성되는 순간까지의 틈을 노리는 것도 가능할 터.
성공가능성은 2할 미만이지만 최후의 수로 부족함은 없다.
‘[아이올로스]의 본체가 얼마나 강력한지가 변수겠군.’
권속을 조종하는 계열의 신격이라면 그 본연의 전투력은 낮은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그저 스스로가 나서기 귀찮아서 제 부하들만 내세운 경우도 드물게 존재했다.
옛 시대의 문헌에서도 [아이올로스]의 무력이 강조된 일은 없었기에, 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후자의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것도 아니라는 게 문제다.
아르카디아 제국이 수 세기에 걸쳐서 발굴해온 역사조차도, 옛 시대의 자그마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쩌적.
바로 그 순간이었다.
태연한 기색이지만 힘의 대부분을 소모한 [아이올로스], 그 기색을 관찰하면서 재정비하고 있었던 백룡기사 네 명.
긴장감으로 팽팽해진 분위기가 제3의 소음으로 깨졌다.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여야했다. 허신 [아이올로스]의 존재감을 아득히 넘는 수준의 위압감이 온 사방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발톱?”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였다.
〈방황풍〉, 소용돌이의 벽에 큼지막한 구멍을 낸 것은 흰색 털로 덮여있는 짐승의 발톱이었다. 심상으로 구현된 환상체에 불과했음에도 모두를 침묵하게 한 신수, 백호의 발톱은 이내 사선으로 그어지면서 바람의 벽을 찢어냈다.
서신류(西神流)
만휘군상절단기(萬彙群象切斷技)
참천절운(斬天截雲)
하늘을 베어내고 구름을 끊어버린다.
광오하기까지 한 초식명의 일격이, [아이올로스]가 제 힘의 절반을 넘게 털어넣은 〈방황풍〉마저 파괴하고 뛰쳐나와서 그 너머로 분출되었다.
순간적으로 공간의 면이 일그러질 정도의 파괴현상.
쿠과과과과과과과???!!!
막을 수 없다.
[아이올로스]는 그 사실을 확신하고서 회피를 시도했다.―무시무시하군…!
바람을 조종하는 권능이 괜히 범용성이 좋다는 평가를 듣던 게 아니다. 제자리에서 쏘아진 포탄과도 같이 [아이올로스]의 몸뚱이가 수백 미터 옆으로 물러섰다.
정직하게 뒤로 물러서봤자 저 참격으로부터 결코 도망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 나이에 벌써 반신의 영역에 다다랐는가, 소년이여!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아이올로스]가 그렇게 경악하는데,
“?도주 자체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만, 거신병을 두고 온 것은 실책이었군.”
―뭣이?!
기척도 없이 [아이올로스]의 배후에서 나타난 레너드가 제 검을 내질러왔다. 〈참천절운〉의 위력이 너무나도 거대했기에, 그의 은신술이 절묘하게 허를 찔렀던 것이다.
[아이올로스]는 다시 회피기동을 시도하려했으나,“늦었다.”
레너드는 무덤덤하게 그의 죽음을 선고했다.
승룡관천(昇龍貫天)
하단세에서 솟구친 검이 거꾸로 치는 벼락처럼 튀어오르며, 허신 [아이올로스]의 턱 아래를 뚫고 정수리로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