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76)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76)
“웨, 웨이드 경…?!”
“어째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황금기사들이 뒷걸음질쳤다.
예외적으로 취급되는 황금룡의 단장을 제외한다면, 이 가문 내에서 2인자를 자처해도 될 인물이 바로 웨이드였다.
몸 주위로 일렁거리는 기세가 금발금안을 노을처럼 불태워,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반신경에 가까운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지만, 도달한 자와 도달하지 못한 자의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반신경의 극에 도달한 웨이드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어째서, 라고 지껄였나.”
황금기사가 한 말에 미간을 좁히면서, 웨이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레너드와 트레스의 간격에 걸어들어갔다.
만에 하나라도 벌어질 리 없는 일이겠지만, 두 사람이 그를 협공한다면 극도의 불리함을 감수해야할 위치였다. 적아를 다 떠나서 무인이라면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경로다.
“단장의 결재도 안 받고, 타 기사단에 소속되어있는 인원을 억압하고자 한 주제에 내게 물었는가? 진심으로?”
하지만 웨이드의 걸음걸이에서 느껴지는 것은, 압도적인 힘. 어떠한 상황과 변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신의 무력으로 다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뿐이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레너드가 그 이전의 삶에 마주했던 절대자, 천마 단목진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면 그가 카르데나스의 가주를 자칭하더라도 의심할 수 없었을 정도로, 웨이드의 위풍은 실로 대단했다.
“화, 황금룡기사단의 차출요청은 웨이드 경이라도 거부하실 수 없습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사사롭다못해 하찮기까지 한 악의로 들이댄 것이었지만, 그 앞에서 물러서지 않은 트레스는 칭찬받을 만했다.
물론 그 평가는 레너드의 입장이었고, 웨이드의 입장에서는 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독보적인 지위를 지닌 황금룡이라도, 가문의 기둥이나 마찬가지인 기사단장보다 더 위는 아니다.
트레스의 발언은 하극상이나 다름없었다.
“황금룡의 단장이 직접 나섰더라도 내 양해를 구했을 텐데, 네까짓 놈이 날 겁박한다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웨이드조차 제 얼굴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기색이 떠올랐다. 황금룡기사단의 실체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건만, 이렇게 얼빠진 놈들이 자기 마음대로 설치고 있을 줄이야.
아무래도 내부정리를 좀 해야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그 만용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라, 실패작들아.”
웨이드의 기세가 한층 더 거대해지면서 하늘과 땅마저 숨을 죽이게 만들었지만, ‘실패작’이라는 말에 황금기사들은 일순간 겁을 잊어버렸다.
그걸 상회하는 분노와 증오가 몸을 지배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들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카르데나스를 위해서 제 꿈과 미래를 바쳤건만!”
“웨이드 단장이라도 그 발언은 선을 넘으셨습니다!”
웨이드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네놈들이 한 선택 아닌가?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우연히 손에 들어올지 모르는 영광에 눈이 멀어서 황금룡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걸로 아는데.”
“그, 그건…!”
“하잘것없는 변명에 불과하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지를 꺾어놓을테니 병상 위에서 자아성찰이나 해보도록.”
그 직후였다.
자신의 검을 뽑아야하는 상대도 아니라는 것처럼, 웨이드는 적수공권(赤手空拳)의 태세로 두 걸음 전진했다. 미끄러지듯이 땅을 밀어낸 적룡기사단장이 순식간에 틈을 좁힌다.
완벽하게 허를 찔렸음에도 불구하고 황금기사들이 반응하는 속도는 무시무시했다. 인간보다 용에 가까워진 육체의 강함은 이미 그 자체로 초월적이었다.
그러나.
“크아아아악!”
웨이드의 주먹을 제 검면으로 받아낸 황금기사가 피를 왈칵 토해내면서 몇 미터나 튕겨져나갔다.
검이 아니라 몸으로 받았더라면 내장까지 뭉개졌으리라.
‘터무니없는 위력이다.’
레너드가 그에 감탄하면서 두 눈을 빠르게 움직였다.
순수하기까지 한 출력차이.
용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개입했는지, 웨이드가 발휘한 힘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다다라있었다. 신체능력부터 몸 안을 순환하는 내공의 밀도에 이르기까지, 무림의 지식으로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트레스가 그 광경에 이를 악물면서 소리질렀다.
“정면에서 맞서지 마! 검과 함께 으스러진다!”
“호오, 잘 아는군.”
웨이드는 그 말에 냉소하면서 말했다.
“정면이 아니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와 동시에 웨이드의 몸이 소실되더니, 트레스의 배후에서 다시 출현하면서 발차기를 날렸다.
정강이, 허벅지, 옆구리, 관자놀이.
황금기사의 감각조차 인지할 수 없는 4연격.
“끄윽…!”
네 곳을 동시에 가격당한 트레스의 풀플레이트 메일이 잘게 부서지며,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인형처럼 무너져내렸다.
오리하르콘 합금으로 된 갑옷이 살얼음처럼 부서졌다.
트레스를 제압하는 사이에 앞서 피를 토하고 날아갔던 자가 복귀했으나, 3대1의 구도에서도 승산은 전혀 없었다. 한 마디 조롱을 땔감으로 한 분노는 쉽게 진압당했다.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전개에 흥이 식었는지, 웨이드는 자기 발치에 쓰러진 트레스를 차날리면서 말했다.
“시시하군. 내가 너희들을 실패작이라고 부르는 것은, 의식 자체의 성패와는 별 관계가 없다. 황금룡의 숙원이니 뭐니 다 떠나서 네놈들은 자신의 삶을 내던져버렸기 때문이다.”
황금룡기사단이 단장들 사이에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대외적으로 최강의 지위를 누려봤자, 단원 하나하나가 전략병기 수준으로 강력해봤자 그 깊이가 얕다. 황금기사들은 제 무예를 갈고 닦아서 저 정도로 강력해진 것이 아니다. 의식이 실패하게 된 부작용으로 변질되어버린 존재에 불과했다.
콰아아앙?!
트레스를 일으켜세우려던 황금기사의 투구가 산산조각나고, 그 너머에서 드러난 이목구비가 피를 뿜는다.
“꺽!?”
반응할 수 없는 일격에 경악하면서도 검을 내지르던 기사의 팔이 부러지고,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걷어차여서 두 다리가 으스러진 채로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순격(瞬擊).
물 흐르듯이 황금기사를 박살낸 웨이드의 권각은 이내 둘을 추가로 마무리했다. 트레스의 위로 겹겹이 쌓인 황금기사들은 그 갑옷의 광채 때문에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처음부터 결사의 각오로 맞섰더라면 300초는 버텼겠지만…후배나 겁박하려고 온 자들에게 그럴 마음은 없었겠지.’
레너드는 그 일련의 과정에 조금 아쉬워했다.
황금기사들이 어버버하다가 박살나버린 탓에, 보고 배울 게 얼마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물로 만나보는 것은 처음이던가.”
웨이드의 말에 반응한 레너드가 수긍했다.
“예, 그렇습니다.”
“[용들의 전당]에선 내가 한 번 실수했었지. 선물은 제대로 전해받았는지 궁금하군.”
“[미뭉]이라면 잘 쓰고 있습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음, 하고 고개를 끄덕거린 웨이드가 뒤를 바라보았다.
황금기사들의 출현과 함께 이도저도 못하게 된 백룡기사들, 그리고 부외자나 다름없는 칼란타까지. 그의 시선이 닿자마자 앗 뜨거라하고 몸을 움츠린 면면이었다.
그래도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아이작이 앞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웨이드 단장님. 백룡기사단의 3번대를 맡고 있는 아이작입니다.”
“…이전에 >가시덩굴의 무도회>를 봉합할 때에 파견되었던 인원이군. 반갑네.”
통성명으로 짧게 인사치레를 끝마친 웨이드가 말했다.
“아직 복귀신고도 하지 못했을 테지만, 레너드는 내 쪽에서 데려가도록 하지. 이대로 내버려두면 황금룡에서 다시 수작을 부릴 수 있으니까 말일세.”
“레너드의 신병에 관한 내용이라면, 제 권한 밖입니다.”
“물론 그 부분은 숙지하고 있다네. 데미안과도 이야기가 된 사안이니, 내가 전하는 통보라고 생각해주게.”
그 말대로라면 아이작이 명분상으로도 제지할 이유가 없다. 백룡기사들에게 눈인사를 한 웨이드는 이윽고 칼란타에게 한 번 손짓해서 그를 불러들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칼란타가 말까지 더듬거리면서 대답했다.
“저, 웨이드 단장님, 무,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적룡기사단의 주둔지로 보내줄 수 있겠나? 중요 거점들의 좌표는 모두 외우고 있을테지.”
강압적인 분위기도 아니고, 명령형으로 한 말도 아니었지만 누가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안 그래도 심약하기로 유명했던 칼란타로서는 불가능했다.
인생에서 가장 빠른 속도와 손놀림으로 마법진을 그려내자, 웨이드와 함께 그 위에 올라선 레너드가 작별인사를 했다.
“본의 아니게 여러분께 폐를 끼쳤습니다. 갑자기 떠나게 된 거다보니 저도 얼떨떨하지만, 머지않아 다시 볼 수 있을테니 거창한 인사치레는 하지 않겠습니다. 무운을 빌지요.”
언제나와 같은 태도에 침착해진 백룡기사들이 미소지었다.
“우리야말로 네 덕분에 몇 번이나 살아남았지. 어디를 가든, 레너드 너라면 잘할 거다.”
“다음에는 너 혼자 활약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적룡기사단에는 거친 놈들이 많으니까 조심해라. 실력으로 한 번 눌러버리면 바로 조용해지겠지만.”
단장급 이외에는 감히 대적할 수 없다는 황금기사마저 크게 한 방 먹여버린 레너드였다.
적룡기사단의 텃세 따위에 휘둘리거나 할 리가 없었다.
그것을 모를 리 없으면서도 입에 올리게 되는 마음이야말로 정(情)이라고 하는 거겠지. 두 번의 허신토벌에 동행한 일행을 남겨놓은 채로, 레너드와 웨이드를 대상으로 한 공간이동진이 발동했다.
파아아앗?!
때 아닌 소란으로 웅성거리던 [검의 숲]이 언제나처럼 다시 고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명의 백룡기사들은 누구나 폭풍전야를 예감했다.
카르데나스 가문에 좋은 영향일지, 나쁜 영향일지는 몰라도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중심축이 될 만한 존재는 틀림없이 레너드라는 것.
* * *
적룡기사단은 7대 기사단 중에서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집단이었다. 가문 내부에 주둔하고 있는 인원 이외에도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봉합을 진행하는 분대가 두 자릿수나 될 정도였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총인원을 집합시키면 7대 기사단의 과반수까진 아니어도 그 언저리가 될 만한 인원수.
따라서 그 인원을 총괄하는 적룡기사단장의 힘이 강해지는 것은, 당연하기까지 한 귀결이었다.
“앉게.”
적룡기사단의 주둔지로 이동하자마자 그 집무실까지 안내된 레너드가 맞은편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 건너편에서 커피 한 잔을 따라낸 웨이드가 물었다.
“궁금한 것이 많아보이는군.”
아닌 게 아니라 그 말대로였다.
황금기사 트레스와 수를 주고받으면서 짐작하게 된 것들도 있고, 카르데나스의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황금룡이 저렇게 폭주하고 있다는 것도 좀 의문스러웠다.
웨이드는 그 눈빛으로부터 긍정의 색을 읽어냈는지, 좌석에 몸을 가라앉히면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오드리와 데미안으로부터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알게 되었다고 들었다. 시조 카르데나스의 정체라든가. 황금룡에서 자네를 차출하려는 것을 왜 막으려고 하는가에 관련해서도.”
“상세한 내용까지 알고 있진 못합니다만.”
“그 상세를 지금 가르쳐주려고 한다.”
본래대로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하고 몇 마디를 덧붙인 웨이드가 두 눈을 천천히 깜빡거렸다.
“황금룡에서 급진파를 제대로 통제하지도 않고, 그 실책에 휘말리기까지 한 상황이라면 예외적인 허가가 가능하겠지. 내 이야기를 들어볼텐가?”
레너드가 할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경청하겠습니다.”
조금의 동요도 없는 기색에 내심 칭찬하면서, 웨이드는 제 안에 쌓여있는 기억을 정리해서 말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아르카디아 제국을 수호하는 검, 카르데나스 가문의 심부에 한 걸음 접근하는 순간이었다.
시조 카르데나스와 황금룡기사단의 숙원.
7대 기사단의 우두머리들과 현 대공, 황제밖에 알지 못하는 대외비였다. 놀랍게도 그 이야기의 시작은, 레너드가 짐작하게 된 황금기사의 결점부터였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설명하자면, 황금룡의 급진파들이 자네 같은 인재들을 강권하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네. 시기, 질투심이라고 부르는 감정 때문이지.”
“……그건.”
레너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황금기사들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존재라서입니까?”
스스로가 할 말을 빼앗긴 웨이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