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78)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78)
레너드는 그 사실에 경악하면서도 내심 납득하고 있었다.
‘황금룡을 왜 7대 기사단의 으뜸으로 대우하는지 알겠다.’
시조 카르데나스의 잔혼이 머무르는 곳, 그것만으로도 모든 혈족들이 공경해야할 만한 이유였다.
7대 기사단의 우두머리들이 괜히 황금룡의 지위를 노리거나 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제국과 가문을 수호하고자 제 영혼을 남겨놓은 시조에게 한 판 붙어보자고 덤빈다? 그 자리에서 천 조각으로 토막나더라도 변명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카르데나스의 서열을 거론하는 이야기에서 황금룡은 언제나 규격 외로 취급되었고, 웨이드가 암묵적으로 2인자나 다름없는 지위에 있는 것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조금 전에 웨이드가 한 설명대로라면,
“?짐작했나보군.”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웨이드의 시선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황금룡기사단이 대외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시조께서는 그 힘을 행사하기 위해서 혈족을 계속 희생해야하고, 황금기사들은 ‘그릇’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보니 전사(戰死)의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신급 존재가 아니라면 카르데나스의 단장들이나 위클라인의 9위계 마법사들이 감당할 수 있고, 의식의 부작용으로 강해진 황금기사라고 해도 반신에 필적하는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시조를 부활시키진 못했어도 그 의식의 생존자들은 용에 더 가까워진 존재로, 현 세대의 카르데나스 혈족들보다 수십 배 강인한 몸을 소유하고 있었다.
강림체(降臨體)로서 그들 이상의 적합자는 없을 터였다.
‘누군가는 그걸 영광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렵군. 아니, 황금기사들도 대부분 각오하지 않고 있었던 상황이겠지.’
레너드의 생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황금룡기사단에서 차출하는 인원은 그 세대는 물론, 세기에 몇 명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의 천재들이었다.
‘다른 사람이 실패했더라도 난 성공한다는, 무근거한 확신이 넘쳐흐르는 것이 당연한 놈들이란 거다.’
동세대의 누구보다도 빠르게 초월경에 올라서 그 콧대가 더 치솟아있을 놈들에게 슬쩍 접근해서, 시조의 영혼을 계승하고 카르데나스의 두 번째 신화경에 등극해달라고 충동질하면 백 중에 구십구는 그, 그럴까? 하고 넘어가기 마련이었다.
무림에서도 제 천재성만 믿고서 흉악하기 그지없는 기연에 도전했다가 불귀의 객이 된 후기지수만 산더미였다.
제 무덤을 파고 들어가서 흙이불까지 덮어버린 셈이다.
“시조께서는 그놈들을 일일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많으시거나, 시답잖은 일에 관여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롭지 못하신가보군요.”
“그렇다.”
웨이드가 수긍했다.
“영혼밖에 안 남은 상태로 수백 년, 천 년에 가까운 세월을 감당해온 분이시다. 육체를 잃어버린 혼은 결국 열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단하셨던 것이지.”
신화경에 다다랐음에도 제 동족들의 저주와 업에 속박되어, 영생에 도달할 불멸성마저 잃어버린 게 시조 카르데나스다.
시조 위클라인의 도움이 있었다고 해도 영혼만 물질세계에 남은 것도 모자라,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강림해서 외적들과 투쟁한 대가로 혼을 갉아먹혔을 터.
아직도 그 존재가 남아있다는 것이 더 대단할 정도였다.
“황금룡의 단장직을 맡고 계시긴 하지만, 명예직에 가깝지. 평상시엔 의사소통도 거의 안 되실 뿐더러 강림하셨을 때에도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하시다보니 대화할 시간이 없다.”
“황금기사들도 오래 감당하지 못하는 겁니까?”
“한 명을 희생해서 5분밖에 버티지 못한다. 전력이 아닌 상태로도 그러했으니, 신화경의 힘을 온전히 발휘한다면 전부를 소모해도 1시간을 못 넘길 것이다.”
거기까지 듣고 난 다음에서야, 레너드는 이 가문에서 시조 카르데나스가 어떠한 입장인지를 깨달았다.
결전병기(決戰兵器).
7대 기사단의 총전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존재를 상대하기 위한, 아르카디아 제국이 보유하고 있는 패 중에서도 최강의 최종수단이 바로 그녀였다.
“여태까지 급진파의 일탈이라고 하면 그 힘을 과시하거나, 제 입을 단속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웨이드는 시조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그 눈과 얼굴을 조각상처럼 굳히고서 말했다.
“자네를 어거지로 데려가려고 한 것처럼, 제대로 선을 넘는 짓거리를 한 적은 없었다는 말이다.”
“우발적인 폭주가 아니었다는 겁니까?”
“어디까지나 내 추측에 불과하다. 병든 닭처럼 삶에 의욕이 없어보이던 놈들이 갑자기 돌출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생겼다고밖에 볼 수 없으니까.”
그러나 그 다음까지 말해줄 생각은 없었나보다.
레너드를 한 번 살펴본 웨이드가 이내 탁상의 서류로 눈을 돌리더니,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분간은 이 주둔지를 벗어나려고 하지 말도록. 내 입장을 밝혀두었으니 다시 한 번 시도할 것 같진 않다만, 머저리들의 행동양식은 여러모로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많으니.”
그 말에 동감한 레너드가 의자로부터 몸을 일으켜세웠다.
“명심하겠습니다.”
“숙소와 이곳 주둔지의 안내에 관련해서는 견습기사를 하나 붙여주지.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이 더 편할테니.”
“예?”
“나가보도록.”
* * *
적룡기사단장의 집무실에서 빠져나온 레너드는 곧 그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오랜만이다, 레너드. 이젠 25번이라고 못 부르겠군.”
“…윌리엄?”
금발금안.
안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직계를 상징하는 색으로 무장한 청년이 그를 마주했다. 이 세상에서 전생의 기억을 회복하고, 새로운 삶의 기반을 다져나가던 시절의 인연이었다.
훈련소의 정점으로 군림했었던 1번 훈련생, 윌리엄.
그가 아니었다면 동세대의 최강자가 되었을 청년이었다.
‘연체경조차 입문하지 못한 상태에서 염력(念力)을 조종하던 모습이 인상깊었던가.’
카르데나스의 비밀을 알고 난 후에야 그 힘에 납득했다.
‘직계 혈족들은 >성혈식>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도 드래곤 혈통의 힘을 미약하게 끌어낼 수 있는 거다. 2번, 벨리타에게 용안의 자질이 있었다면 윌리엄에겐 용언이나 장악력 계통의 잠재력이 숨겨져있었던 것이겠지.’
가문에서 왜 직계와 방계를 구분하고, 대우를 달리하는지도 알 수밖에 없었다. 직계들은 태생적으로 [용혈각성]에 관련된 특질조차 한 단계 우수한 경향이 존재했다.
동일한 수련자원을 투자해서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니, 그걸 감안하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윌리엄과 손을 맞잡은 레너드가 통찰했다.
‘외력경 10단, 아니 초월경의 문앞에 선 상태인가? 한 가지 깨달음만 찾아온다면 벽을 완전히 무너트리겠군.’
천재(天才)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재능이었다.
‘상승경지가 단순히 늦고 빠르고의 문제가 아니라지만, 무림에서라면 차세대 천하제일인으로 대접했을 수준이다.’
전생의 기억 덕분에 압도적인 성취를 보였던 레너드와 달리 진정으로 16살, 이제 막 17살이 되어가는 나이에 도달할 만한 경지가 아니었다.
제 아버지가 적룡기사단장, 카르데나스의 2인자로서 위명을 떨치다보니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그 부담감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갈 길이 멀군.”
그때, 윌리엄이 긴 한숨과 함께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훈련소에서 처음으로 1위를 빼앗기고, 널 목표로 끊임없이 정진했는데도 그 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난 기분이다. 역대 최연소로 초월경이 된 것도 모자라 아버지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보이다니.”
“드문 일인가?”
“당연하지. 적룡기사단에 소속된 혈족이라면 모두 널 부러워하고 있을 거다.”
카르데나스의 7대 기사단은 기본적으로 적대종족에 특화한 소질을 구분해서 그 인원을 배분한다.
특이점(Singularity).
너무나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세분화조차 어려운, 자기 안에 존재하는 내면세계의 법칙을 구현하는 힘.
적룡기사단은 그중에서 가장 단순한 계열에 속해있었다.
>균열>이나 >마경>은 그 너머에서 무엇이 넘어올지도 알지 못하고, 외신이 한두 마리도 아니다보니 특화전력을 육성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었다. 따라서 적룡기사단에 소속된 기사 전원은 순수하게 ‘힘’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강해져갔다. 속성, 상성 따위에 구애되지 않는 강함이야말로 정석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서 도피심리에 가까운 표현이지.”
레너드보다 몇 걸음 앞서나가던 윌리엄이 냉소했다.
“보유한 특이점의 수준이 높지 않아서, 개념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보니 출력에 집착하게 된 거다. 스스로의 본질을 인정하기보단 외면하려고 한 거나 다름없어.”
“왜 그게 웨이드 단장님의 인기로 연결된 거지?”
“아버지가 싸울 때에 보여주는 능력은 직관적이니까.”
데미안의 ‘거울’과 그레이스의 ‘자연’은 물론이고, 오드리의 ‘멸절’조차도 그 현상에 이질감이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인간이 몸을 단련하고, 검술을 수련한다고 해서 도달하리라 장담하기 어려운 경지. 그 소질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은 그걸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꺾여버린다.
하지만 웨이드가 보여주는 힘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 말대로다. 황금기사들을 제압할 때, 법칙 자체를 개변하는 특이점의 기척이 없었어. 그렇다면 순수하게 힘과 속도로 황금기사를 압도하고, 오리하르콘 갑옷을 간단히 박살냈다고?’
그제서야 위화감을 느낀 레너드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아직 반신경의 영역을 모르는 사람들과 레너드의 시선엔 큰 차이가 존재했다. 용안까지 지니고 있었기에, 웨이드가 보여준 움직임이 비정상적으로 강력했다는 것을 알았다.
외공만 수련해서 반신경에 다다랐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면 불가능한 위력이었다.
‘세계법칙을 건드리지 않는 특이점은 나 역시도 >동신류>로 구현해냈지만, 웨이드 단장처럼 움직일 수는 없었는데.’
레너드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원리가 존재한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아.”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직감이 일순간 예지력과도 같은 힘을 발휘하여, 내면세계에 부족한 점을 짚어낸다.
본래대로라면 몇 년을 성찰하고 번민해야만 그 단서를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돈오(頓悟)의 환희가 차올라서 저도 모르게 입가에 연한 미소까지 번질 지경이었다.
오행일원의 중심.
>황룡>에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는 실마리였다.
“레너드? 이봐, 레너드!”
“아, 미안하다. 생각보다 좀 피로가 쌓여있었나봐.”
어느샌가 제 걸음이 멈춰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윌리엄을 안심시켰다.
레너드는 한 귀로 적룡기사단의 내부지리에 관련된 설명을 경청하면서, 조금 전의 기연에 흡족하게 미소지었다.
‘운이 좋았다.’
황금기사들이 제멋대로 그를 잡으러왔다가 웨이드에게 된통 박살났던 것도, 윌리엄과의 재회에서 듣게 된 이야기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위화감을 떠오르게 한 것도.
한 가닥의 인연만 부족했어도 지금 같은 깨달음은 찾아오지 않았으리라.
적룡기사단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