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88)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88)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이 세상에 오직 나만이 존귀하고, 삼계가 고통 속에 있으니 내가 마땅히 평안케 하리라).
세존(世尊), 석가모니가 그 탄생과 함께 북쪽으로 일곱 걸음 나아가면서 한 걸로 전해지는 말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며, 가장 위대하며, 가장 존귀하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태어남이며, 다시 태어남은 없다’고 선언했다던가.
1차원적으로 해석하자면 스스로의 신분과 능력을 자랑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진의는 완전히 다른 뜻이었다. 오히려 신분이나 능력 따위와 관계없이 자기자신을 대우주의 중심이자, 세계의 관측자로서 파악하는 인식론(認識論)에 더욱 가까운 표현이었다.
현상세계에서 받아들이는 고통 전부가 스스로의 인지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안다면 그 누구라도 부처나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불성을 모르는 어리석음, 무명(無明)을 계몽시키는 것이야말로 불도이며 석가모니의 가르침인 것이다.
불성(佛性)은 중요하지 않다.
관점(觀點)의 문제였다.
‘웨이드 단장님의 특이점도, 나의 〈황룡〉도 마찬가지다.’
레너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눈을 반개한 채, 두 마리의 사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웨이드를 주시했다.
시공간마저 일그러트리는 권능의 영역.
세계가 아닌 스스로를 중심축으로 한 개변(改變). 그 자신만 가속하면서 물리법칙조차 벗어난 힘을 행사하고, 반신급 괴수 두 마리를 짓눌러버리는 신위를 선보인다. 누구보다 신화경에 근접해있는 무인이라고 할 만한 전투력이었다.
반신경의 극한에 도달해있는 자의 답이라면, 아직 반신경에 입문하지도 못한 레너드가 참고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오행에서 그 중앙의 토(土)를 담당하는 신수는 황룡이지만, 사신수와 다르게 중앙의 신수만큼은 몇 번이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변경되는 일이 많았다지.’
누군가는 황룡이라고 했으며, 누군가는 기린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황룡이 곧 상고시대의 황제, 공손헌원(公孫軒轅)의 화신이라고 주장하는 자도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 속해있었던 레너드는 깨달았다.
‘오행의 중심에 놓여야할 것은, 인간(人間)이구나…!’
멀리 갈 것까지도 없이 삼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천지인(天地人)으로 구성되어있는 삼재론은, 사실 그 개념을 깊게 파고들어보면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천지만물을 창조하고 운행하는 주체로서의 하늘과 땅, 그걸 인간과 대등하게 놓았다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다. 인간이 사라진다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 리 있겠는가? 그런데 왜 삼재론은 인간을 세 가지 구성요소의 하나로 삼았을까.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삼재(三才)도, 오행(五行)도 결국 세상을 이해하려는 관점에 불과하며, 그 관점의 담당자가 바로 인간이기에.’
무당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태극(太極)도 그러했다.
천지만물을 창조하는 힘의 상반된 성질, 음양의 두 속성을 설명하다가 그 갈래로서 파생된 개념 아니겠는가.
그늘과 서늘함을 의미하는 음(陰).
햇빛과 따뜻함을 의미하는 양(陽).
그 기준도 세상 본연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에서 나온 것이었으니, 무학의 이치에서 사람(人)을 떼어놓고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전무하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쿠구구구구궁….
어느샌가 수 킬로미터 밖으로 멀어져버린 웨이드의 검격이 두 마리 사도를 힘껏 내리꽂아, 독기와 장기(?氣)로 질척대는 땅을 모조리 용암으로 바꿔버리면서 놈들을 불태웠다.
인간의 형상을 한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었다.
그 위용을 바라보면서도 레너드는 아주 침착하게, 스스로의 생사현관(生死玄關)이 태동하는 것을 느꼈다. 황룡이라고 하는 허상을 무너트리고 레너드 자신이 상단전에 올라서며, 진정한 의미에서 신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원오행신공〉과 나 자신을 분리한 것부터가 실책이었군. 완벽한 일원화를 달성하려면, 결국 그 주재자로서의 수련자도 오행 내부에 속해있어야하거늘.’
상생상극의 이치로 맞물려있는 오행 안에서도 흙, 토(土)는 특별했다. 나무는 땅에 뿌리내리고 자라나며, 그 안에 도사린 불꽃은 용암으로 뿜어져나오고, 수맥(水脈)을 따라서 지하수가 흘러다니며, 광물 역시 땅속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나머지 오행 전부를 포용하는 속성이 바로 땅이며, 이 세상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으로서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근.
그의 깨달음에 공명하듯이, 레너드의 드래곤하트가 한 차례 박동하면서 〈마경〉과 관계없이 격을 올렸다.
심상세계가 확장된다.
소우주의 영역이 몇 배로 넓어지면서 사신수가 위치한 곳의 정중앙에서 핵(核)이 태어난다. 자신들의 우두머리로 군림하게 될 존재를 직감했는지, 사신수 전부가 몸을 일으켜세우고 그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게 느껴졌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간다면 반신경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면서도, 레너드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거지로 경지를 도약해봤자 그 다음 단계에서 정체될 뿐이었으니까.
“…오는군.”
깨달음을 갈무리하고 눈을 뜬 레너드가 지평선 너머에서 그 크기를 부풀려가는 점을 노려보았다.
당연하게도 그 점은 오프니르와 스바프니르의 결합체였다.
날개도 없이 비행하고 있는 뱀의 몸뚱아리에서 뿜어져나온 악의가 수 킬로미터 밖에서 레너드를 내리누른다. 초월경에서 저항하고 말고 할 수 있는 수준의 위압감이 아니었다.
“하, 내가 그렇게 만만해보였나?”
그러나 레너드는 그 위압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웃음에 가까운 냉소를 머금으면서 검을 들어올렸다.
수 킬로미터의 거리는 용안 앞에서 큰 의미도 없다.
오프니르와 스바프니르의 결합체.
반신급 괴수 두 마리가 뭉쳐있는 놈들의 꼴은, 문자 그대로 걸레짝이나 마찬가지였다. 웨이드의 검권을 이탈하기 위해서 제법 무리했는지, 산맥처럼 거대해진 몸 전체가 숯덩어리와도 같이 그을려서는 피와 진액을 흩뿌리고 있었다.
카르데나스의 2인자, 적룡기사단장은 그 스스로가 한 말을 증명하듯이 사도 두 마리를 압도했던 것이다.
{레너드.}
평상시보다 조금 빨라진 웨이드의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아주 잠깐이라도 상관없다. 놈들을 저지해라. 내가 당도할 때까지만 버텨낸다면, 그대로 끝장내겠다.}
‘알겠습니다.’
레너드는 그 심어(心語)에 대답하면서 내공을 움직였다.
〈마경〉에 대한 적대감으로 활성화된 드래곤하트가 몇 배의 속도로 기를 순환시키자, 오색빛의 검강이 언제나보다 찬란한 빛을 뿜어내면서 검 주변의 대기마저 일그러트렸다.
[폴룩스]의 무쇠주먹으로 만들어진 검이라서 버틴 것이지, 안 그랬으면 검이 녹아내렸을지도 모를 위력이었다.“…아슬아슬하겠군.”
웨이드에게 만신창이가 된 놈들이라지만, 레너드가 혼자서 감당하려면 한 마리도 벅찬 괴물들이었다. 이전에 오프니르와 스바프니르가 불러냈던 언데드들만 하더라도 1000초 안에 벨 수 있을지를 장담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레너드가 겨냥해야할 것은, 놈들의 방심이었다.
몇 초만 붙잡히더라도 웨이드에게 불태워질테니, 놈들은 그 따위를 상대하면서 진심으로 싸울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순식간에 그의 사정거리로 들어온 오프니르와 스바프니르를 관측하면서, 레너드는 등 뒤로 거인의 상을 만들어냈다.
〈북신류〉의 상징으로서 만들어진 신격의 투영체.
진무현천상제(眞武玄天上帝)
위신상(威神像) 현현(顯現)
한쪽 다리는 뱀, 한쪽 다리는 거북으로 된 거인의 손아귀에 붙잡혀있는 검신으로부터 일곱 별이 번뜩인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존재감에 놀란 사도들이 저도 모르게 그 속도를 늦춰버린 순간, 현천상제의 거상이 움직였다.
놈들을 그 자리에 붙잡아놓기 위한 구속기가 펼쳐진다.
북신류(北神流)
사면팔방제압기(四面八方制壓技)
동한백설래(冬寒白雪來)
한 번의 검격에서 쏟아져나온 강기의 파편 전부가 진눈깨비 같은 형상으로 놈들을 후려갈겼다.
몸뚱이가 너무 거대하다보니 막지도 피하지도 못한다.
쩌저적, 하고 무엇이든지 얼어붙는 소리가 났다.
비늘 표면을 두드리는 〈동한백설래〉의 기운이 곧 사도들을 뒤덮으면서 그 일대의 모든 것을 정지시킨다. 심상 내부에서 쓴 것보다도 더욱 강력해졌다. 웨이드라고 해도 이전처럼 한 번에 무너트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
버러지라고 생각했던 것에게 한 방 먹어버린 사도들이 크게 당황하면서 분노와 경악에 찬 반격을 실행했다.
〈동한백설래〉로 얼어붙은 몸이 꿈틀거리자, 현실과 공상의 경계면이 무너지면서 옛 시대에 존재했던 괴물들의 허상마저 불러들인다. 실존할 수 있는 시간은 수십 초밖에 안 되겠지만, 레너드는 그 잠깐조차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놈들의 권능이 다 완성되기 전에 멈춰세운다.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현천상제의 상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서 튀어나온 청룡이 제 눈알을 부라렸다. 용족 중에서도 황룡을 제외하면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존재로서 사악한 뱀은 용납할 수 없는 존재였다.
또한 악신의 사도로 난동하는 것도 모자라서 진실과 거짓을 섞는 힘을 부린다니? 순리(順理)의 화신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콰오오오오오오오???!!
레너드의 검이 허공을 힘차게 내리긋는 것과 동시에 청룡이 맹렬하게 울부짖었다.
동신류(東神流)
권능무력제압기(權能無力制壓技)
사필귀정검(事必歸正劍)
〈마경〉에 침식당한 세계법칙이 그 포효에 응답해서 일순간 힘을 되찾는다. 나스트론드의 영향력까지 무효화한 검은 바로 공상의 경계면을 베어가르면서 무(無)로 돌려버렸다.
제 권능을 무력화당한 오프니르와 스바프니르가 순간적으로 경직했다. 힘으로 깨진 것이라면 모를까, 발동을 무효화당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레너드가 온전히 반신경에 올라있었다면 그 빈틈을 더 파고들어서 숨통까지 끊어놓았을 터다.
“?잘했다.”
그 직후였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온 웨이드가, 나스트론드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등뼈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뒤늦게 그의 존재감을 알아차린 오프니르가 발버둥쳤지만.
베이야드(Bayard)
웨이드의 등으로부터 한 쌍의 광익(光翼)이 출현했다.
어마어마한 열기가 응축되어있는 날개는 한 차례 펄럭이는 것으로 그를 가속시켰다. 안 그래도 〈플람베르크〉로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은 속도가 다시 한 번 빨라지며, 반신의 영역을 벗어나버린 수준까지 올라가버렸다.
문자 그대로의 초가속!
그 움직임은 앞서 〈플람베르크〉를 상대로 목숨만은 지켰던 사도들조차 쫓아가지 못했다. 레너드의 용안마저도 궤적을 다 읽지 못하고 과열되어서 눈 안쪽이 타들어가는 통증을 느꼈을 지경이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마리 사도는 굴복하는 대신에 최후의 발악을 선택했다. 〈동신류〉로 한 번 무력화당한 권능이 다시 전개되면서 옛 시대의 괴물들을 불러일으킨다.
아홉 머리로 포효하는 뱀, 열 쌍의 팔다리로 심연을 올라온 짐승,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생김새의 곤충형 괴물까지.
권능의 남용으로 그 몸뚱이까지 조금 투명해질 정도였다.
‘외신에게 종속되어있는 괴물 따위가 이 정도라니…!’
오프니르와 스바프니르가 사용한 권능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레너드는 그 우열을 확신할 수 있었다.
웨이드가 이긴다.
그의 확신에 대답하듯이 먼 하늘로부터 빛이 추락했다. 옛 시대에 악을 심판했다던 광명신의 투창과 유사한 형상이었다. 뒤이어 소리보다 빛에 더 근접한 웨이드가 신검합일의 형태로 떨어져내렸다.
아라드와르(Areadbhar)
그 광휘에 맞서서 괴물들의 형상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그야말로 천상을 무너트리려는 악의 군세와도 다름없었다.
아홉 머리의 뱀이 뿜어내는 독안개가 소용돌이로 치솟으며, 열 쌍의 팔다리에서 쏘아낸 광선은 닿는 것 전부를 부패하게 만들었고, 곤충형 마물은 제 몸뚱아리를 수억 마리의 군체로 분할해서 스웜(Swarm)이라고 불리는 재앙으로 변했다.
하나하나가 세계의 절반을 붕괴시킬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 한 줄기의 섬광은 너무나도 미약하게만 보였다.
그리고.
키이이잉.
자욱한 독안개를 뿌려대던 뱀의 머리가 하나도 남김없이 두 조각으로 쪼개지고, 짐승의 팔다리 열 쌍이 잘려나가면서 그 몸뚱이는 다시 심연으로 추락해버렸다.
수억 마리로 분리되어있던 벌레들도 다를 것 없었다.
〈아라드와르〉의 범위 내부에 존재하던 개체 전부가 까맣게 탄 쌀알처럼 쏟아져내린다. 한 마리만 생존하더라도 원상태로 부활하는 재해급 마물의 허망하기까지 한 죽음이었다.
신화적인 마물 몇 마리를 고블린처럼 절단내버린 빛은 이내 오프니르와 스바프니르에게 도달했다.
푸확!
그걸로 끝이었다.
두 마리의 사도는 결합하고 있었던 몸을 풀 틈도 없이 잘게 쪼개지고 끊어져, 한 조각의 크기가 사람 손가락 한 마디만도 못한 수준까지 산산조각나면서 무너져내렸다.
‘조소하는 학살자’의 사도들을 분쇄한 빛이 다시 웨이드로서 형상을 되찾기까지는, 찰나(刹那).
“후우, 오랜만에 몸을 좀 풀었군.”
등 뒤로 솟아났던 빛의 날개를 거두어들인 웨이드가 천천히 납검하면서 사도들의 잔해를 내려다보았다. 레너드는 두 눈에 경의마저 담아서 그 등을 바라보았다.
카르데나스 7대 기사단의 정점에 선 강자.
당대의 검공만을 제 위로 둔 검존(劍尊)이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