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91)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191)
검공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크루엘라가 말했다.
“드래곤하트를 가지고 있는 것부터가 좀 의문스러웠는데…, 정말로 후계자로 삼을 생각이었어요?”
“뭐,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 직접 본 적도 없었으니 어디까지나 말에 불과하네만.”
데클렌은 별 거 아니라는 얼굴로 대답하면서, 아직 얼굴 한 번 마주보지 못한 혈족을 되돌이켜보았다.
레너드.
카르데나스의 혈통을 물려받은 자 모두가 공유하는 [용혈], 그중에서도 가주의 자격으로 취급되는 드래곤하트를 각성하게 된 아이의 이름이었다. 방계 출신이 ‘눈’을 각성한 것만으로도 예외적인 상황이었는데, ‘심장’까지 일깨운 것은 이 가문 역사 전체를 뒤적거려봐도 한 건의 전례조차 없을 정도였다.
갈라파고스 섬에 침입했던 그림자기사단의 격퇴를 주도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기사단장의 과반수를 제 편으로 만들어버린 역량과 재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데미안이나 그레이스는 제 기분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짙은 편이었으니 그럴 만하지만, 웨이드와 오드리까지 동참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7대 기사단 내부에서도 그 경력과 실력으로 비교대상이 몇 없는 자들이었다. 현 시대의 검공이자 카르데나스의 우두머리, 데클렌이라고 해도 사석에서 그들을 하대하지는 못한다.
무인으로서의 역량차를 헤아려봐도 반 수 이상은 아니리라. 전력으로 맞붙는다면 최소 3할의 패산을 전제해야했다.
동격(同格)이라고 할 만한 강자들이 다함께 입을 모아서 그 소년을 칭찬했다면, 데클렌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터.
“…일단 본론으로 돌아가보지. 우리 카르데나스의 보고부터 시작하겠네. 코빈?”
“예, 가주님.”
제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코빈이 다크서클로 짙게 물든 눈을 깜빡거렸다. 무인답지 않게 그 체구는 마른 편이었고, 청년과 소년의 경계선에 있는 것 같은 외모가 인상적이었다.
초월경을 넘어서부터 노화가 지체되기 시작해, 반신경부터 완전히 정지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재능과 성장속도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카르데나스의 정보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영룡기사단장, 코빈입니다. 보름 전에 공략이 완료된 〈마경〉, 나스트론드에서 외신 ‘조소하는 학살자’가 이상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다 전달받아서 알고 계실 겁니다.”
음, 하고 크루엘라의 옆자리에 앉은 대마도사가 수긍했다.
눈썹 근처까지 푹 눌러쓴 모자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기색만큼은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데미안 역시 평상시처럼 경박해보이는 태도가 아니었다.
“사도 두 마리를 제물삼아서 강림했던 주제에, 아무것도 안 하고 비웃으면서 사라졌다? 이거, 감이 안 좋은데.”
그 말에 동의하듯이, 데클렌도 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명(異名)은 괜히 붙여지는 게 아니야. 외신 [니드호그]가 ‘조소하는 학살자’로 불렸던 건, 놈이 비웃으면 반드시 학살도 일어났기 때문이었지.”
“그래서 영룡기사단의 총인원을 투입하여 제국령 전체를 한 곳도 빠짐없이 수색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카르데나스의 정보력이 마비 상태에 가까워지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최상위 외신이 개입할지도 모르는 사태를 예방하는 쪽이 더 중요도가 높았다.
무려 보름간의 총동원령에 혹사된 끝에, 영룡기사단이 거둔 성과는 단순하고도 허탈했다.
“아르카디아 내부에선 그 전조를 찾지 못했습니다. 몇 가구 상주하지도 않는 촌구석 마을부터 후작령까지 탈탈 털었는데, 외신숭배자나 흑마법사는커녕 도적떼만 몇 놈 잡히더군요.”
“조사가 미흡하거나 진척도가 덜 나간 구역은 없나?”
“삼공 가문과 황실직할령만 남았습니다. 어느 곳이든지 제 권한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카르데나스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영룡기사단도, 나머지 두 가문을 침범했다간 그 우의(友誼)를 깨트리는 일이 된다.
황실직할령의 경우에는 더 설명할 것도 없었다.
황제가 허가하지도 않았는데, 황실직할령을 침범한다? 그건 반역이었다. 건국공신이자 제국의 수호자로서 그 명예를 높인 카르데나스라도 용서받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제하이어의 영역은 절대로 침범되지 않소.}
코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하이어의 통신기가 몇 차례 진동하면서 묵직한 음성을 출력했다.
고대종족 드베르그의 후손, 제하이어는 제 선조의 체제마저 물려받았다. 열 명의 장로가 다수결로 통치해온 일족, 통신기 너머에서 자리하고 있는 드워프 역시 장로들 중 하나였다.
개인으로서의 무력은 감히 카르데나스나 위클라인에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하나, 그들이 공급하는 물건은 각 전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했다. 청룡기사단이 천문 너머에서 온 천족들과 공중전을 벌일 수 있는 기반, 비공선의 제작 및 수리도 제하이어가 담당하고 있었다.
{그대들도 잘 알고 있을테지. 우리들의 영역에 숨어드는 건 불가능하오. 침입자가 나타난다면 흙과 바위가 속삭이고, 땅의 형상이나 흐름을 건드린다면 탐지기에 걸릴 수밖에 없어.}
카르데나스와 위클라인의 영역도 그 접근성이 좋다고 하긴 어려웠으나, 수백 미터나 파고들어가서 지저도시(地底都市)를 만들어버린 제하이어와 비교할 순 없었다.
선조 드베르그의 능력 일부분을 계승한 제하이어의 일족은, 지상이 아닌 지하에서 몇 배로 강력해진다. 지맥(地脈)을 읽고 광물들과 소통하는 재주는 그 기초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위클라인도 마찬가지야. 9위계의 결계만 몇 겹이 깔렸는데 그걸 어떻게 통과하겠어? 만약 내통자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펜타곤에서 두 명은 나와야할걸?”
크루엘라의 시큰둥한 표정에 호응하듯이 두 눈썹을 꿈틀댄, 모자 때문에 입술밖에 안 보이는 대마도사가 말했다.
“과격한 발언이지만, 저 말에 동의하오. 위클라인에 수작을 부려두었다면 이미 2명 이상이 넘어갔다고 봐야겠지.”
“그 가능성은?”
“없소. 적어도 내 생각에는.”
펜타곤의 5위, 니콜라스가 앞서 한 말과 반대로 단언했다.
“근본적으로 외신과 마법사는 결이 안 맞소. 그들의 총애를 얻어봤자 일평생 쌓아올린 힘과 지식을 부정당하고, 마법사가 아닌 외법사로 전락하게 될 뿐이오. 제 삶의 값어치를 똥통에 처박아버리는 짓이나 다름없겠지.”
{영생(永生)이나 신격화(神格化)를 노릴 수도 있잖나.}
“죽음을 미루거나 피하는 방법은 그 외에도 많소. 신격화도 제 기억과 자아가 침범당하면 그냥 괴물로 전락하는 것이고.”
제하이어의 의견을 바로 일축해버린 니콜라스가 이내 검공, 데클렌이 앉아있는 상석을 돌아보았다.
“카르데나스도 마찬가지. 태생적으로 드래곤의 인자를 품고 있으니, 외차원의 존재를 용납하기가 어렵지 않소? 놈들 역시 아르카디아 내부에서 흉계를 꾸며야할 이유가 없지. 우리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준비하고 있으리라 판단해야하오.”
“음, 합리적인 의견이로군.”
데클렌이 그에 수긍하면서 제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렸다.
외신 입장에서도 몇 세기에 걸쳐서 수성전에 성공한 제국과 정면승부를 할 이유가 없다. 아르카디아에 비하면 이 세상의 나머지 왕국들은 모두 낡아빠진 판잣집만도 못했다. 〈균열〉의 봉합조차 제때제때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었으니, 〈마경〉으로 악화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최근에 나타났던 〈마경〉, 나스트론드처럼 그 난이도가 높은 외차원의 침식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다면 제국의 힘으로도 다 감당하기가 어려울 터였다.
“…그게 전부라고 한다면 너무 막막해지는군. 아르카디아가 총력전으로 나서기엔 그 방향성이나 목표가 얄팍해.”
데클렌의 말에 공감한 강자들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지(無知)로 유지해온 평화가 다시 한 번 흔들리는군.”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냥 처음부터…아니, 그쪽이 더 불안정한가.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으니.”
“100년, 아니 50년만 더 있었어도 불협화음 없이 전세계를 아르카디아로 통합할 수 있었을 텐데.”
외신으로부터 세계를 지키겠다는 명목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그 이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리 없었다.
아르카디아 제국이 마침내 야욕을 드러냈다며, 그 진면목의 1할조차도 모르는 멍청이들은 합심해서 전쟁을 일으키고자 할 것이 분명했다. 카르데나스의 기사단 하나만 움직여도 모조리 갈아버릴 수 있겠지만, 패전의 충격으로 혼란기를 맞이해야할 나라들은 한층 더 취약해지리라.
질서와 평온 속에서 살아가지 못하는 외신숭배자와 악마의 추종자들이 득세하고, 제국이 상대해야할 적은 곧 개미떼처럼 불어나서 국력을 말려버리려고 할 터다.
“일점타격으로 신속하게 제압할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그게 최선일텐데, 적의 본거지를 알아낼 방법이 없군.”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머금은 데클렌이 말했다.
“이중택일인가. 어느 쪽이든지 느낌이 안 좋아.”
가주직에 오르고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해왔지만, 지금 이 상황은 여러모로 진퇴양난이었다.
아르카디아가 제대로 움직여서 적을 탐색한다면, 안 그래도 제국을 경원시하던 나라들이 뭉쳐서 대항하리라. 그들을 꺾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 뒤의 혼란까지 완전히 잠재우진 못한다.
지금과 같이 물밑에서 움직인다면 아르카디아와 군소왕국들 사이의 전쟁은 피할 수 있을지라도, [니드호그]가 비웃음으로 경고했던 일에 대비하거나 막아낼 때를 놓칠지도 모른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결국 데클렌이 할 선택은 정해져있었다.
‘…전쟁인가.’
메리트와 리스크를 놓고 저울질했을 때, 후자는 감수해야할 리스크가 너무 막대했다. 전자의 리스크라면 혼란기에 접어든 왕국들이 외신과 악마의 주구로 타락하는 정도겠지만, 후자의 리스크는 그 결과가 확정되어버린 세계멸망의 시작이었다.
“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참석자가 더 예정되어있지 않던 [용들의 전당]이 개방되고,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는 게 느껴졌다.
기척이 다 드러나있었기에 정체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청룡기사단장, 그레이스다.
오드리와 마찬가지로 상시 전선을 유지해야할 책임이 있어, 이번 회의에 결석하기로 되어있던 인원이었다. 자기 마음대로 일정을 변경하거나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기척은…그레이스? 뭐야, 갑자기?”
“돌발사태라도 터졌나보군.”
“천문이 개방됐다면 그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을 리도 없고, 그레이스 본인이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본인에게 듣자고.”
반신급 존재만 일곱 명 모여있던 회의실의 관심이 한곳으로 쏠리자, 의식영역이 대규모로 요동치면서 입구 부근의 공간이 잘게 떨렸다. 심경의 변화만 일어나도 기상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일곱이었으니, 반신 미만의 존재라면 그대로 심정지가 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어,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급한 표정으로 나타난 그레이스가 그 이목을 받고 멍청한 표정으로 제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데클렌이 큭큭거리면서 웃자, 웨이드는 두 눈을 부릅뜨면서 용건부터 털어놓으라고 압박했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자리를 벗어나진 않았겠으나, 이유의 중차대함을 판단하는 것은 그들 스르로가 할 일이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레이스는 그 정도로 눈치없진 않았다.
“청룡기사단장, 그레이스가 가주님을 뵙습니다. 천족 관련의 부문에서 특이사항이 발생하여 임시로 복귀했습니다.”
“기밀등급은?”
“제 기준으로 판단하자면, 확실한 1급입니다.”
주저하지 않고 한 말에 참석자들의 의식이 술렁거렸다.
반신급 존재의 돌발적인 출현마저도 2급 정도에 그치는데, 1급이라면 전선 전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데클렌도 제 얼굴의 웃음기를 빼고 그레이스를 마주보았다.
“…상세하게 보고하도록.”
예, 하고 고개를 숙였다가 든 그레이스가 말했다.
“천족의 지도자급 개체 중 하나로서 기록된 [시그드리바]가 단독으로 협정을 요청해왔습니다.”
[시그드리바]라면 발키리의 여왕, 브륀힐드(Brynhildr)가 제 격을 드높이면서 승리의 권능으로 무장한 칭호였다. 신족들을 수행했던 종족, 발키리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자.그녀가 단독으로 카르데나스에 접촉했다면, 목숨을 내버릴 생각이 아닌 이상은 진심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협정이라고? 휴전을 목적으로 한 것인가?”
“아닙니다.”
“그럼?”
그 직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폭탄발언이 떨어졌다.
“천족들은 근시일내로 이 세상으로부터 천계의 영역을 격리하여, 타차원으로 대이주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오해하거나 이주 도중에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그와 관련된 불가침을 협정하고자 온 사자(使者)로 대우받고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