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01)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01)
“온다?!”
키벨레의 발치에서 쏟아져나온 진흙병사들을 본 녹룡기사가 그렇게 소리치면서 그 주변에 명령했다.
수 킬로미터의 거리 정도는 몇 분으로 좁힐 수 있는 괴물과 대적하는 것이다. 1분 1초라도 아끼지 않으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만다.
“방호결계를 작동시켜! 타이탄 사수들, 전부 탑승해서 포격 준비에 들어가도록! 장전이 끝나는대로 보고해!”
“돌진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이대로라면 세 번째 일제사격 전에 방벽까지 도달해버린다!”
“키벨레만큼은 열차에 접촉하게 내버려둬선 안 돼!”
“각인된 마법진도, 방벽의 내구력도 모두 열화해버린다!”
어마어마한 질량과 열로 밀어붙이려고 한 불카누스나 다른 요령왕들의 능력도 강력했지만, 키벨레 이상으로 위협적인 건 없었다. 승패와 무관하게 방벽열차에 닿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레너드는 저 멀리서 자신만 노려보고 있는 키벨레의 살의를 받아넘기면서 생각했다.
‘살아움직이는 특이점, 그 이상이라고 봐야겠군.’
요령왕의 힘은 그 자체로 개념영역에 간섭한다.
예를 들어서 불카누스의 ‘용융’은, 그저 열기를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지 녹인다’란 개념이 구현화되면서 열기 따위가 부차적으로 따라붙는 현상에 불과했다.
키벨레가 다루는 ‘부패’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이든지 다 썩어문드러지게’ 하는 개념이기에, 유기물이 아닌 무기물이나 물질조차 아닌 마법진마저 망가트릴 수 있었다. 열, 바람, 독 따위보다 방벽열차에 크게 유효한 능력이기도 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생명체가 아닌 진흙병사들은 호흡할 필요도, 휴식할 필요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질주로 일관하는 놈들의 움직임은, 열차 위에서 관측하는 사람에게도 턱없이 빠른 수준이었다.
그러나 방벽열차에 탄 사람들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준마(駿馬)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달려오는 진흙병사를 그 나름대로 요격해버리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발포! 모조리 날려버려라!”
지휘관의 명에 따라서 타이탄들이 일제사격을 개시했다.
높이만 5미터에, 수십 톤의 중량을 지닌 병기들이 짊어지고 있는 대포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포신 내부에 각인되어있는 마법진까지 발동하니 그 힘과 속도가 화약으로만 포격할 때의 몇 배로 치솟아버린다.
통상적이라면 제자리에서 수십 번을 포격할 수 있는 강철의 거인들이 겨우 한 번에 뒷걸음질을 쳐야했다.
하지만.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앙!
포물선보다 직선에 더 가까운 궤적으로 떨어진 포탄들이 그 낙하지점에 있는 진흙병사들을 산산조각냈다.
요령왕의 힘으로 만들어진 놈들인지라, 어지간한 공격은 안 통하는데도 포격이 먹힌 것이다. 직격탄을 회피한 놈들조차도 충격파에 떠밀려, 전력질주로 내달리던 발이 멈추고 그 다음 일제사격으로 박살나면서 속도가 늦춰진다.
정밀하면서도 위력적인 파상공세에, 무질서하게 달려들기만 하던 놈들이 더 나아가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아니, 그래도 점점 가까워진다.’
레너드의 용안은 그 미세한 흐름조차도 간과하지 않았다.
방벽열차에서 쏟아져나온 화력은 과연 대단했지만, 몇 번을 밀어내더라도 진흙병사의 파도는 계속된다.
포격은 결국 장전하고, 조준하고, 발사해야한다.
그 과정을 아무리 최적화하고 효율적인 체계를 갖추더라도, 불가피한 시간의 틈이 생겨버린다. 그와 반대로 진흙병사들은 한순간도 쉴 새 없이 재생성되고 있었다.
“젠장! 충격파 마법진을 발동시켜라!”
포격부대를 지휘하던 기사 역시도 레너드와 같은 결론을 낸 것인지, 새빨갛게 달아오른 포신을 잠깐이라도 식히기 위해서 마법공격을 지시했다.
그리고 그 명령을 전달받은 마법사들이 열차 내부에서 관련 회로를 건드리자, 열차 외벽에 푸르스름한 마법광이 떠오르며 [임펄스 웨이브]가 발동되었다. 6위계의 물리마법, 이 구역에 한정시켜서 발동했음에도 마력 소모량이 무지막지했다.
쿠구구구구구궁……!
열차에서부터 방출된 파동이 정면으로 뿜어져나와, 그 앞에 존재하는 진흙병사 전부를 날려버리면서 흙먼지로 된 파도를 불러일으켰다.
순간적으로 수백 미터의 공백지대가 생길 정도였다.
문제라고 한다면 그 공백지대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는 점이었다. 조준사격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변수였다. 재정비를 마무리하고 다시 포대가 일제사격을 재개하기까지 5초 남짓하던 시간이 10초로 늘어난다.
군대와 군대 사이의 전투에서 5초는 큰 의미가 없는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 상대가 반신급의 괴물이라면?
??■■, ■■■■.
원정대의 어리석음을 조소하듯이, 흙먼지 너머에서 그 낯을 드러낸 키벨레가 어느새 방벽열차의 1킬로미터 앞까지 다가와있었다. 권속, 진흙병사 따위를 투입하는 대신에 그녀 스스로 접근한다는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그와 동시에 레너드가 방벽열차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오행육신법(五行六神法)
적오태양(赤烏太陽)
그대로 지면에 내려서지 않고, 허공을 한 번 박차듯이 발을 후려치기가 무섭게 폭발음이 터져나온다.
열화보신경(熱火步身輕)
폭(爆)
석화광음(石火光陰)
쾅! 하고 소리와 함께 레너드의 신형이 쏘아져나갔다.
일순간에 음속돌파를 넘어서 1킬로미터의 거리를 뛰어넘자, 공기마저 ‘부패’하면서 호흡이 불가능한 공간에 들어섰다.
선기로 몸을 감싸놓지 않았더라면 눈과 피부를 통해서 살이 썩어들어갔을 터. 부패의 요령왕, 키벨레와 지근거리에서 싸운다는 것은 이 불리한 조건을 전제해야했다. 상대방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도 이쪽은 실시간으로 힘이 깎여나간다.
‘특이점을 광범위하게 상시유지하고 있는 셈인가? 귀찮군.’
키벨레 입장에서도 제 영역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레너드의 존재에 화가 치밀었는지, 그 안광이 조금 더 강렬해지면서 발 아래의 늪지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정체불명의 공격이 온다.
북신류(北神流)
현천상제의 심상을 투영하거나 할 틈도 없었다.
선기 덕분에 그 시간차를 줄일 수 있었던 레너드의 검이 몇 미터 길이로 늘어나듯이, 흑색 강기를 흩뿌리면서 키벨레에게 쏟아져내렸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던가? 상대방의 수단을 알 수 없으니, 억지로라도 패를 내보이게 할 셈이었다.
사면팔방제압기(四面八方制壓技)
동한백설래(冬寒白雪來)
‘정지’의 특이점을 품게 된 강기조각이 잘게 흩날리면서 그 주변의 온도를 떨어트려, 대기중의 수분이 몽땅 얼어붙으면서 눈보라를 휘몰아치게 한다. 수천, 수만 개의 알갱이로 분화된 검강이 스쳐지나가는 범위 전체가 동결당했다.
키벨레의 늪에서 기어나오던 진흙병사들도 제 몸의 표면이 굳어지고, 이내 그 안까지 굳어버리면서 유동성을 잃었다.
■■■■■…!
오직 키벨레만이 >동한백설래>에 구속되지 않고 있었다.
‘>북신류>가 통하지 않았다고?! 아니, 얼어붙었다가 다시금 썩어문드러지길 반복하고 있는 건가!’
자세히 살펴보니, 키벨레의 몸 표면이 살얼음에 뒤덮였다가 곧 진흙 상태로 돌아오는 게 보였다. >동한백설래>의 구속과 ‘부패’의 권능이 계속 충돌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 때문인지 키벨레는 조금 전보다 뻣뻣해진 움직임으로 제 팔을 들어올려, 검지로 레너드를 삿대질했다.
오싹.
직감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레너드는 제 검을 되돌리면서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동한백설래>의 위력이 생각보다 덜 나온 상황이었기에, 교착상태를 풀어야할 필요도 있었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구!!
방금 전까지 레너드가 서있던 곳 주변에서 땅이 흔들리고, 그 표면이 뒤집히더니 거대한 기둥과도 같은 무언가가 지면을 깨부수면서 치솟아올랐다. 사막에서 마물을 좀 잡아본 모험가 나부랭이라면 모를 수 없는 괴물의 형상이었다.
‘샌드웜(Sandworm)!?’
모래색의 점액질이 아닌, 거무죽죽한 진흙으로 된 몸뚱이만 다를 뿐이지 그 외형은 틀림없이 샌드웜이었다.
아주 조금만 망설였어도 샌드웜의 입속에 들어갔을 판이라, 레너드의 등줄기로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진흙병사와는 그 격이 다르다. 반신경급의 싸움에서 패로 써먹을 수 있는 병기와도 같은 존재다.
척 보기에도 방벽열차와 높이가 비슷해보이는, 거대형 벌레 마물의 대가리에서 보라색 안광이 흘러넘쳤다.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샌드웜처럼 생겼지만 그 능력이나 전투방식까지 같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해서 미지의 적과 싸운다? 악수라고 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였다.
약자로서 강자를 타도하려면, 강자가 진심으로 나오기 전에 그 방심을 꿰뚫어야한다.
레너드의 몸 위로 일렁거리던 선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남신류(南神流)
일휘소탕섬멸기(一揮掃蕩殲滅技)
묵색 검신의 끄트머리에서 한 줄기 화염이 솟아올랐다.
손톱처럼 작고 연약해보이는 불꽃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힘을 읽어낸 키벨레가 질겁하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녀의 다급한 명령을 받아들인 샌드웜이 제 대가리로 레너드를 내려찍으려고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신진화멸겁(薪盡火滅劫)
레너드가 내지르는 검극이 먼저 샌드웜의 거대한 몸통을 푹 찔러들어갔다. ‘부패’의 힘과 요령왕의 권속으로서 지닌 힘을 모조리 관통하며, 그 안으로 파고들어간 >신진화멸겁>은 이내 부정한 것을 장작삼아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만상(萬象)을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파괴. 거대한 몸도, 그걸 지탱해주는 생명력과 재생력도 전부 무의미하다.
괴수 모비딕조차 일격으로 쓰러트렸던, 필멸의 화염.
콰아아아?! 콰아아아아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임에도 존재 자체를 불사르는 고통은 전해졌는지 샌드웜이 크게 몸부림쳤다.
체내에서 타오르고 있는 불을 꺼트려보고자 그 대가리를 땅 여기저기에 처박고, 몸뚱이가 뒤틀리다가 끊어질 정도로 세게 비틀어보지만 별 의미는 없었다. 키벨레라면 모를까, 근본적인 격이 부족한 놈에게 생존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키벨레가 한 명령도 잊어버리고 발광하던 샌드웜은 곧 크게 부풀어오르더니, 썩은 토마토처럼 폭발했다.
퍼어어어어엉?!
그 직후에 레너드는 제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치명적이고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신진화멸겁>에 적중당한 대상은 재가 될 때까지 타들어갈 뿐이지, 지금처럼 폭발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샌드웜의 폭발은 그가 한 공격이 아니라?.
■■■.
어째서일까. 레너드는 그 잡음과도 닮은 소리에서 키벨레가 내뱉은 말이 무엇이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놈은 말했다.
‘…잡았, 다?’
레너드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샌드웜의 파편 수백 개가 녹아내렸다. 한 덩어리마다 반경 수 미터를 썩은 늪으로 침식시키니, 순식간에 그 주변지대가 모두 키벨레의 영역으로 변화해버렸다.
쿵! 쿵! 쿵!
드래곤하트가 전례 없는 속도로 박동하면서 경고했다.
당장 이 자리를 빠져나가지 못하면 죽는다고, 네 수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고 고함쳐댄다.
>북신류>와 >남신류>의 오의를 연발하면서 힘이 좀 빠지긴 했으나, 선기 덕분에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급히 그 몸을 허공으로 날린 레너드가 다시 한 번 가속하고자 기를 운용하려는데,
■■■■■■!!
찢어지는 것 같은 웃음소리를 토해낸 키벨레가 양팔을 모두 들어올리면서 레너드에게 선고했다.
■■!
죽어! 라고 한 게 분명한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사방팔방을 장악한 늪지대가 일제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거무죽죽한 보자기를 위로 들어올린 것처럼.
아래에서부터 레너드와 키벨레를 통째로 집어삼키듯이.
전후좌우와 아래까지 포함해서 다섯 방위를 점거당하니 온 사방이 별빛 하나 없는 밤하늘처럼 어두워진다. 나갈 수 있는 방향이라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위(上). 그런데 레너드보다 키벨레의 권능이 덮쳐오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은…없나.’
최대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레너드와 그 뒤를 쫓아가는 늪의 추격전은 너무나도 빨라서, 천 배 이상의 체감속도조차 여유롭다고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가망성이 안 보이는 선택지, 도주를 포기한 레너드가 검을 다잡으면서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심연의 아가리처럼 그를 덮쳐오는 ‘부패’의 늪.
저 안에 빨려들어가면 틀림없이 끝장이었다.
‘지금 팔찌를 사용해야하나?’
절체절명의 위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단장급을 하나만 불러들여도 간단히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웨이드는 저 늪을 따돌리거나 압도할 수 있을테고, 오드리 같은 경우에는 정면돌파로 때려부수리라. 우루카는 아직 힘을 본 적이 없었으니 모르겠지만, 그레이스라면 늪 전체를 혼자 쓸어버리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레너드는 한 판 붙어보기로 했다.
이 국면에서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는다면, 경지돌파에 나름유의미한 경험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기회는 한 번, 키벨레의 광역공격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적의 대응책을 선택해야한다.’
>북신류>로 막아냈다간, 그 방어째로 집어삼켜져서 천천히 썩어문드러지는 결말밖에 안 보인다.
>남신류>도 마찬가지였다. 힘의 출력에서 상대가 더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일시적으로 압도하더라도 범위를 탈출하기 전에 붙잡혀서 죽게 될 터였다.
>서신류>로 베어가르고 탈출하는 방법은 좀 그럴 듯했지만, 늪의 수복능력을 모르는 상황에선 도박수였다.
“후, 결국에는 목극토(木剋土)인가.”
허공에 선 채로 덮쳐오는 늪을 노려보면서, 상단세로 검을 든 레너드가 청룡지기를 운용했다.
심상세계에서 불려나온 청룡이 그 몸에 일렁거리는 선기를 들이마시면서 기세를 부풀렸다. 일격에 한해서라면, 기사단장 수준에서도 방심해선 안 되는 위력이 된다.
평상시보다 더 거대하게 나타난 청룡의 환상이 레너드를 제 여의주처럼 휘감았다.
동신류(東神流)
권능무력제압기(權能無力制壓技)
[니드호그]의 독으로 왜곡되었어도 그 본연의 속성력은 흙, 목기(木氣)의 화신으로서 현현한 청룡에게 상성적으로 열세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키벨레였다.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늪을 향하여, 청룡지기의 푸른빛으로 명멸하고 있는 칼날이 떨어져내렸다.
사필귀정검(事必歸正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