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06)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06)
사이클롭스의 하나밖에 없는 안구가 명멸하는 순간, 그것을 본 레너드가 먼저 움직였다.
‘온다.’
파괴광선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 파괴력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광속(光速)이 얼마나 불합리하게 빠른지, 그걸 인지할 수 없는 존재들은 잘 모르기 마련이었다.
고속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 음속(音速)조차도 광속 앞에선 굼벵이만도 못한 수준이다. 초월경은 그 전조를 읽고, 반신경은 한 수 앞의 미래를 읽어내서 막아내거나 피해내거나 하는 것이다. ‘반응’으로 대처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다.
초월경에서 몇 걸음 벗어난 레너드가, 용안까지 사용하면서 두 박자를 앞섰다.
오상류(五象流)
현무구식(玄武九式)
유려하기까지 한 검의 궤적이, 칠흑의 보름달을 띄운다.
태월반음경(太月反陰鏡)
정확하게 만월의 형상이 채워지는 것과 동시에 파괴광선이 들이닥쳤다. 아무래도 사이클롭스의 몸에 빙의해있는 개체는 얼음이나 물 속성의 스프리건인지, 광선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열기가 아닌 냉기가 휘몰아친다.
한 방에 방벽열차를 무너트릴 순 없어도, 방호결계에 제법 큰 데미지를 남기게 될 공격이다.
레너드가 회피 대신에 방어하기를 선택한 이유였다.
피이이이이이이??!!
〈태월반음경〉에 부딪히면서 그 궤적이 어지럽게 꼬인 빛은 난반사하면서 방벽열차 아래로 쏟아졌다.
상급 스프리건과 S랭크의 재해급 마물.
두 종류의 힘이 섞이면서 몇 배나 강력해진 파괴광선, 아니 냉동광선이 수백 마리의 스프리건들을 얼음상으로 만든다. 그 광경이야말로 위클라인이 담당했던 영역, 광역마법의 힘을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아쉽군.’
위그드라실의 지배력 때문에 가세하지 못한, 그들의 공백이 다시 한 번 느껴진 순간이기도 했다.
레너드는 그 씁쓸한 입맛을 털어내면서, 파괴광선과 순번을 교대하듯이 빠르게 강습해오는 드레이크를 직시했다.
초음속으로 낙하하는 대질량.
순수한 위력만 놓고 평가하자면, 사이클롭스의 광선보다 더 위험한 수법이었다. 에너지 형태의 공격이라면 열차 동력부에 축적해놓은 마력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실체를 지닌 충격은 방호결계를 돌파해서 열차를 손상시킨다.
“대응할 수밖에 없나.”
요령왕에 대비해서 최대한 힘을 남겨놓고 싶었지만, 단장급 두 명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열차가 손상되어선 안 된다.
키벨레와의 접전 이후로 다 회복되지 않은 선기가 피어올라 몸 전체를 감쌌다. 스스로의 격이 상승하는 것을 느끼며, 검을 상단으로 치켜든 레너드가 두 눈을 부릅떴다.
심상세계에서 불려나온 백호가 그 발톱을 치켜세우고,
서신류(西神流)
무시무시한 기세로 내려오고 있는 드레이크를 정중앙에 둔 상태로, 공간마저 찢는 수직베기를 날렸다.
만휘군상절단기(萬彙群象切斷技)
참천절운(斬天截雲)
제아무리 상급 스프리건과 재해급 마물의 조합이라도, 격이 부족하다면 반신경의 일격에 대응할 수 없다.
자살특공에 가까운 기세로 내려오던 드레이크는 그 일섬을 빗겨맞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레너드의 칼날에서 쏟아져나온 폭풍이 그대로 드레이크를 들이받아, 미간 안으로 파고들면서 비늘로 덮여있던 살점과 뼈를 쪼개버린다.
그게 전부도 아니었다.
쿠과과과과과과과???!!!
지면을 향해서 수직으로 내리쳤으니, 그 참격은 드레이크의 그림자 아래에서 돌진하던 사이클롭스까지 후려갈겼다.
반사적으로 두 팔을 들어올린 사이클롭스의 두터운 팔뚝이 찢어지고, 왕궁의 기둥보다 더 크고 단단한 뼈가 조각나면서 두개골로 들어간 칼바람이 일직선으로 내달린다.
정수리에서부터 사타구니까지.
푸화아악!
덩치가 거대하다보니 그 파육음(破肉音)도 소름끼치게 컸다. 몸 안에서 흐르지도 않고 담겨있었던 체액이 쏟아져나오면서, 사이클롭스 주변에 때 아닌 소나기가 내렸다.
개념영역까지 베어가르는 공격에 당했으니, 당연히 그 몸에 빙의했던 스프리건들도 무사할 리 없었다. 좌우로 동강나버린 몸뚱이가 추락하는 것과 동시에 몸 밖으로 빠져나온 영혼체가 발작하다가 소멸해버린다.
레너드의 활약상을 본 열차의 상층부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기당천이 당연시되는 단장급과 달리 레너드는 그 나이와 불분명한 소문 때문에 경원시되는 경향도 있었다.
“초월경, 맞지···?”
“아직까진 그렇다던데.”
“차기 가주니 뭐니하더니,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었나.”
“가주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기사단장이 될 사람이 누군지는 알겠군.”
녹룡기사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제 검을 움켜쥐었다.
불리한 전황으로 눌려있었던 사기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군단 단위의 회전(會戰)에서도, 장수들의 일기토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게 군중이었다. 눈에 보이는 활약상이야말로 그 전장에서의 승리를 확신하게 해주는 법이다.
지금까지 기사단장들이 맡고 있었던 역할을, 레너드가 본의 아니게 수행해버린 셈이었다.
오싹.
그러나 두 마리의 상급 스프리건을 처치한 것에 기뻐하거나 들뜨거나 할 틈도 없이, 레너드는 얼음굴에 빠지기라도 한 것 같은 오한을 느껴야했다.
위험하다.
몸 전체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위험한지를 모르겠다. 순식간에 체감시간이 극대화된 상태로, 레너드의 두 눈이 어지럽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지? 어디에서, 어떻게 공격해오려는 거냐?’
그의 지각범위에 포착되는 징후는 없었다.
수 킬로미터를 빠짐없이 뒤졌음에도 그 수법은커녕 방향도 읽을 수 없어서, 레너드는 반 박자 늦었다.
????????.
광속까진 아니었으나 음속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반응할 수 없는 영역에서 날아온 기습이었다.
압축공기로 만들어진 포탄.
단순히 힘의 덩어리가 아니라 반신급의 격을 보유한 개체가 진심 어린 살의로 구현해낸 파괴력. 금강불괴급의 신체강도를 보유한 레너드라도 한 방에 죽음이나 치명상을 각오해야한다.
북신류(北神流)
반 박자 늦어서라도 반응하는 것에 성공한 레너드가 검신을 들어올렸다. 반신급의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은, 동격의 오의를 시전해서 맞받아치는 것밖에 없다.
필사적으로 그 궤적에 스스로의 검을 끼워넣는다.
후발선제반격기(後發先制反擊技)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
묵색 검신이 압축공기의 포탄과 격돌하면서 그 충격파가 몸 안을 내달려, 목구멍까지 넘어온 피가 알싸하게 번졌다.
‘큭···!’
뿌득뿌득, 하고 손목과 팔꿈치가 꺾이려는 것을 저지하면서 열차로 내려선다. 아니, 내려섰다기보단 때려박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레너드의 두 다리가 무릎 언저리까지 파묻히면서 기분 나쁜 감각이 돌아온다. 외공까지 체계적으로 수련한 몸이었기에 잘 버틴 것이다. 안 그랬으면 슬개골부터 고관절까지 으스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충격량이었다.
“크, 하아아아아압?!!”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단숨에 검을 떨쳐내자, 검신을 누르던 압력이 크게 튕겨나가면서 지표면으로 떨어졌다.
투콰아아아아앙!
지면에 떨어지자마자 그 내부에 압축되어있던 공기 전부가 터져나오고, 반신급의 공격에 휘말리게 된 스프리건들이 피와 살점만을 남기고 산산조각났다.
레너드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저 폭풍에 휘말렸으리라.
“쿨럭! 쿨럭!”
열차 바닥에 처박혔던 다리를 끄집어내면서, 레너드는 계속 치밀어오르는 피를 거칠게 토해냈다.
본래대로라면 〈이상견빙지〉는 투사체 공격이라도 막아내고, 역습할 수 있는 기술이었으나 반 박자의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그래서 반격기로 작용해야하는 기술이 방어로 끝나버린 거다.
선기를 운용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면 한 박자가 늦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 정도로 막아내지도 못했을 터였다.
“레너드 경!”
누군가가 다가오려는 것을, 레너드는 말 대신에 한쪽 손을 내밀어서 가로막았다.
방금 전 같은 공격이 반복된다면 타인까지 보호해줄 여유가 안 남는다. 지각범위를 한참 벗어난 곳에서 날아오는 저격. 그 사수(射手)라고 한다면, 역시.
‘···삭풍의 요령왕, 보레아스인가.’
요령왕 중에서도 사정거리가 가장 멀고, 신속한 놈이었다.
‘[아이올로스]와는 비교가 안 되는군. 위그드라실에 더 접근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일전에 몇 수 교환했던 키벨레보다 더욱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어.’
입속에 남아있는 피를 마저 다 뱉어버리고, 열차 난간에 선 레너드가 저격이 날아왔던 방향을 노려보았다.
용안으로도 내다볼 수 없는 거리였다.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한 명을 정확하게 쏘아죽이는 기술은 이미 필중의 영역에 도달해있다. 레너드 이외의 초월경이 저 수법으로 노려졌다면, 생존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레너드는 그 위협에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한 발만 더 쏴갈겼어도 치명상을 입었을 텐데….”
보레아스도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추가타가 없다는 것은, 연사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거라는 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몇 번의 심호흡으로 내상을 진정시킨 레너드가 여분의 검을 끄집어냈다. 보레아스의 공격 앞에서 어검술로 대응해봤자 큰 의미는 없겠지만, 반 박자만 벌어줄 수 있다면 충분했다.
…쿠구구구구구….
그때였다.
지면이 잘게 진동하면서 그 위에서 내달리던 스프리건들을 넘어트리고, 방벽열차까지 멈춰세웠다.
상급 스프리건 따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 진원지를 알아차린 레너드의 얼굴이 굳었다.
‘아니, 한 마리가 아니라고?’
아래쪽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은, 얼마 전에 한 번 짧게 맞부딪혔던 키벨레의 존재감이었다.
아니, 그녀만이 아니다.
오행의 흐름이 점점 화(火)로 치우치는 것이, 불카누스까지 접근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먼 거리에서 저격하고 있는 보레아스까지 포함한다면 3체의 요령왕이 레너드가 맡은 구역으로 집중된 것이다.
레너드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팔찌를 발동시켰다.
1대1로 교전하더라도 승산은커녕 버티기에 급급해야하는데, 3대1로 싸운다? 자살행위도 그 정도면 웃음거리였다.
파앗!
한 줄기의 빛이 허공으로 솟아오르고, 레너드와 같은 것을 찬 단장들이 거의 동시에 긴급호출을 인식했다.
그중에서도 소환에 응답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하나.
누구보다 먼저 팔찌의 소환마법을 받아들인 기사단장이 그 간격을 뛰어넘어, 레너드의 지근거리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현 상황을 파악하고 미소지었다.
“?세 마리가 한꺼번에 등장한 건가. 키벨레를 상대로 먼저 덤벼들었다던 자네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잘 판단했다.”
녹룡기사단장, 우루카.
스프리건 전선을 수십 년이나 멈춰세워온, 그 역사를 등에 짊어진 사내가 검을 뽑아들면서 안광을 뿜어냈다.
“나머지 단장들이 올 때까지 같이 어울려보세.”
“좋습니다.”
반신급 개체 세 마리와 공투하자는, 터무니없는 제안에 씩 미소지은 레너드가 그 옆으로 다가섰다.
누가 봐도 불리하기 그지없는 형국이었다.
‘수적으로 한 명 부족한 것도 모자라서 내 기량이 반신경에 미치지 못한다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지.’
녹룡기사단에 소속된 반신경은 단장 한 명뿐이며, 스프리건 종족이 보유한 반신급은 요령왕 4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선이 교착된 것은, 기사단장 하나가 넷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지속하면서 교착상태로 유지해온 강자가 바로 녹룡기사단장이었다.
레너드와 달리 보레아스의 위치까지 파악했는지, 그 시선이 정확하게 세 군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왔군.”
우루카가 나직히 중얼거리는 순간, 코 점막이 마비되어버릴 정도의 악취와 함께 유황냄새가 터져나왔다.
■■■■■■■■??!!
부패의 요령왕, 키벨레.
쿠구구구구구…!
용융의 요령왕, 불카누스.
두 마리의 반신급 개체가 지면으로부터 솟아오른 것이다.
너무 붙어있으면 서로에게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둘은 상당히 떨어져있는 지점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불카누스는 이전과는 다르게 몸 크기가 10미터 남짓으로 줄어들어있었고, 키벨레는 여전히 늪 가운데에 빚어진 여인의 형상이었다.
불카누스를 중심으로 한 지면이 흐물흐물하게 녹아서 용암지대를 형성하고, 키벨레를 중심으로 한 지면은 늪이 되어서 방벽열차의 바퀴마저 붙잡아버린다.
“[정지].”
열차의 통제권한을 지닌 우루카의 명령어가, 백 킬로미터도 넘어가는 방벽의 전진을 멈춰세운다.
눈앞에서 나타난 불카누스와 키벨레,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 숨어서 저격태세에 들어간 보레아스까지.
3체의 요령왕과 두 명의 기사가 그렇게 마주했다.
“자, 시작해볼까.”
우루카의 검 위로 청백색 오러블레이드가 피어올랐다.
“그러고보니 자네는 아직 잘 모르겠군. 내가 왜 녹룡기사단 단장을 맡게 되었는지라던가.”
레너드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허공으로 한 걸음, 두 걸음을 올라선 우루카가 검을 치켜세웠다.
키이이이이이.
그러자 귀곡성과도 같은 검명(劍鳴)이 울려퍼지면서 마나의 흐름마저 얼어붙게 했다. 요령왕들도 그 예외는 아닌지, 당장 덤벼올 것 같던 기세가 미미하게 움츠러들었다.
우루카의 노림수 또한 그것이었다.
멸혼검(Soul-Breaker)
검극으로부터 피어오르던 청백색의 기운이 일순간 드래곤을 닮은 형상으로 구축되더니, 그 자체로 살아있는 것처럼 눈을 번뜩이면서 으르렁거렸다.
강기공과는 또 다르다.
레너드는 그 기의 종류부터가 선기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계통에 속한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영기(靈氣)…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겠군.’
영체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힘이 틀림없었다.
제아무리 강기의 격을 높이고, 특이점으로 개념에 간섭해도 물질계에서 기반하는 힘은 다 영체 상대로 반감된다.
격 자체가 크게 떨어지는 스프리건이면 모를까, 요령왕급을 상대할 때에 그 부분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저 힘을 보유하고 있는 우루카만은 한없이 예외적인 존재였다.
“놓치지 말고 잘 따라오게. 세 마리나 상대하면서 자네까지 챙길 여유는 없을테니.”
“제 앞가림은 알아서 하겠습니다.”
“믿어보겠네, 그럼!”
레너드의 말에 흡족한 표정이 된 우루카가 날아올랐다.
그리고.
유상무상필멸기(有想無想必滅技)
스피릿 버스트(Spirit Burst)
우루카의 검이 지휘봉처럼 한 번 휘둘러지자, 그 검극에서 태어난 오러드래곤이 주둥이를 크게 벌렸다.
목구멍 안쪽에서 푸른 불꽃이 쏟아져나올 것처럼 일렁대자, 요령왕들은 보기 드물게 몸서리치면서 그 궤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꿈틀거렸다.
그러나 오러드래곤의 브레스가 한 박자 빨랐다.
?????????!!!
오직 영혼을 불태우려는 목적으로 정제된 빛.
사이클롭스의 파괴광선과 마찬가지로 광속으로 쏘아진 힘이 불카누스와 키벨레를 매섭게 후려갈겼다.
개전(開戰)을 선고하는 일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