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1)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1)
찌지직…찍…찌직….
옷이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레너드의 체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근육 한 가닥 한 가닥이 전부 찢어졌다가 더 질기게, 더 강인하게 재구성되는 순간이었다.
근섬유뿐만 아니라 뼈와 뼈 사이에 존재하는 인대, 힘줄도 그 한계를 돌파한다.
화경에 도달하면 겪게 되는 환골탈태(換骨奪胎)가 지어놓은 집을 무너트리고 성을 축조하는 것과 같다면, 이 변화는 집의 형태를 무너트리지 않는 선에서 그 구성요소를 더 나은 걸로 교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허어, 터무니없구나.”
곧 성취를 체감하게 된 레너드가 혀를 내둘렀다.
연체경이 고작 1단에 도달했을 뿐인데, 신체능력은 그 전에 비해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영석 10개를 흡수하는 것만으로 외공을 몇 년 수련해온 것과 대등해진 셈이다.
‘미미한 수준이지만 단전이나 혈도까지 확장되었다. 이걸 한 번도 아니고 열 번이나 반복한다고? 그것만으로도 환골탈태의 수준을 크게 능가하고 있어.’
환골탈태라고 해서 몸 전체가 만년한철로 변하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몸의 가능성을 최대로 발현하여, 그 상태를 유지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연체경의 돌파는 그 한계치까지 늘려버린다.
후천적으로 근골을 개조하는 비술, 개정대법조차 이 정도로 비상식적인 경우는 보지 못했다.
“좀 더 흡수해봐야겠다.”
무림인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박탈감과는 달리 레너드의 손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거부감은 어디까지나 전생의 것.
여기서 상식으로 통하는 방법을 외면해야할 이유가 없다.
심상으로 몸을 관조한 결과, 부작용이라고 할 만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고 말이다.
레너드는 백 개 가까이 되는 하급영석을 흡수하고 난 후에, 자신의 몸이 두 번째 변화를 맞이하는 것을 느꼈다.
뚜드드득!
연체경 2단이었다.
첫 단계가 근육, 인대, 힘줄을 강화했다면 이번에는 뼈대를 갈아치우는 듯했다. 가부좌를 튼 레너드의 몸에서 뿌득거리는 파열음이 몇 번이나 흘러나왔다.
심장 주변의 늑골부터 시작해서 상반신의 뼈 전부를 부수고 새로 만들어낸다.
신비하게도 고통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뚜두둑! 뚝! 뚜둑!
고관절을 타고 내려가서 대퇴골, 슬개골을 갈아치운 기운은 마침내 발가락의 척골과 지골까지 변화시키고 난 후에 완전히 사그라졌다.
연체경 1단처럼 신체능력이 다시 몇 배나 늘지는 않았으나, 내공으로 몸을 강화했을 때에 버텨낼 수 있는 한계가 몇 배로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변화에서 얻어낸 게 근력이었다면, 두 번째 변화로 획득하게 된 것은 내구력이었다.
“1단에 10개, 2단에 100개라. 설마 3단은 1000개인가?”
레너드는 그 성과에 기뻐하면서도 하품영석의 소모량이 큰 것에 당황해야했다.
브래들리가 한 말에 따르면 펜타코어라도 5단까지는 노려볼 수 있는 양이라고 했는데, 오행기의 형성으로 그 효율이 코어 세 개 수준까지 올라가있는 레너드라면 절반도 안 쓰고 5단을 돌파하는 게 맞았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예상은 곧 빗나갔다.
200개의 하품영석을 흡수했을 때, 레너드의 육체가 다시 한 번 용틀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래도 1단 돌파에 필요한 양이 적었을 뿐, 2단부터는 열 배씩 오르거나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키이이이잉…!
연체경 3단을 돌파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전신의 신경계가 갈아엎어졌다.
오감이 민감해지는 것을 넘어서서, 신경신호의 전달속도가 몇 배 빨라지면서 자신의 의사로 체감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 또한 가능해졌다.
본래대로라면 인지할 수 없어야할 속도를 실시간으로 보고, 그에 대응하기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이 정도면 연노(連弩) 따위에는 스치지도 않는다.’
일류의 영역에서도 눈앞에서 쏜 연노를 감당하기가 힘든데, 이 몸뚱이는 이제 순수한 반사신경으로 그 화살을 막아내거나 피해낼 수 있는 영역에 들어섰다.
레너드는 갑작스럽게 짐승 수준으로 예민해진 감각 때문에 이명까지 들려와, 잠시 스스로를 추슬러야했다.
‘연체경의 돌파속도가 너무 빨랐나? 한 차례만 더 돌파해도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과유불급이라,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두 눈을 반개한 레너드가 욕심을 훌훌 털어버렸다.
‘하루만에 이룬 경지치고는, 지금도 너무 과하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한 일이었다.
영석을 흡수하기만 해도 경지를 올릴 수 있다면, 하루만에 연체경 5단을 돌파하는 것도 가능할 터.
그런데 브래들리는 반 년의 시간을 언급했다.
레너드의 성장속도가 그 정도일 거라 예측했던 것이다.
“…내 성장속도가 이상한 건가?”
실제로 그의 생각대로였다.
연체경에서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 대경계보다 훨씬 더 빠른 건 사실이었으나, 레너드처럼 하루만에 3단계를 넘는 경우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급속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유가술과 오행기의 존재 덕분이었다.
제 몸을 유심히 관조해본 레너드도 그걸 꿰뚫어보았다.
‘연체경의 1단은 근육과 힘줄, 2단은 뼈를, 3단은 신경계를 강화시켰지. 그리고 이 부위들은 토(土), 금(金), 목(木)속성의 기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음양오행을 모르는 자가 알 수 없는 지식이다.
근육과 인대, 힘줄과 같은 부위들은 토양에 해당한다.
그 안쪽에 감춰져있는 뼈대는 광물과도 같았으며, 신경계는 길고 가늘게 뻗어나가는 나무뿌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4단과 5단은 수(水), 화(火)속성에 해당하는 곳을 변하게 할 가능성이 높아.’
오행은 그저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생물과 무생물 전부를 포함하는 진리다.
인간 역시도 오행으로 이루어져있고, 신체를 구성하는 요소 전부가 다섯 속성 중 하나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속성 전부를 몸 안에 담아, 일원화하는데 성공한 레너드는 연체경에서 반드시 감내해야하는 후유증과 안정기를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토속성이 아니라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준의 근육통을 겪어야하고, 금속성이 아니라면 뼈가 다 아물 때까지 시간이 좀 필요해지며, 목속성이 아니라면 신경의 강화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진다.’
후유증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영석흡수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설령 그 속성력을 지녔더라도 며칠에서 몇 주간의 안정기는 필수적이었다.
연체경 3단까지 돌파하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펜타코어라도 나처럼 할 수 있는 수련자는 없겠지.’
레너드는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정기신의 불균형이 오히려 득이 된 거다.’
정(精)은 육체를 말함이고, 기(氣)는 기운을 말함이다.
마지막으로 신(神)은 정신을 가리키는 말인데, 레너드는 이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져있는 상태였다.
육체와 기운에 비해서 정신만이 독보적으로 강력하다.
그래서였을까.
외부에서 풍부한 기가 공급된 순간, 레너드의 몸은 빠르게 그 격을 높여나갈 수 있었다. 규격 외의 성장에는 규격 외의 이유가 존재했었던 셈이다.
“적어도 한 달은 나가보지도 못하겠군.”
혹시라도 브래들리의 눈에 이 성취를 들켰다간 의심을 사고 추궁당할 게 뻔했다.
검의 실력은 천재라고 우길 수라도 있었지만, 수백 년 이상 정립해온 마나연공의 상식을 무너트렸다간 훈련생 수준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될 터였다.
레너드는 긴 한숨을 내쉬면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생각해뒀다. 전생의 무공을 이 신체에 맞게, 가문에 의심당하지 않는 수준으로 다듬어둬야해.’
상승무학을 쓸 수 없다고 해서 무공을 전부 봉인할 생각은 아니었다. 유룡기사단장, 파비안은 이미 그를 불세출의 천재로 생각하는 모양이었으니 그 착각을 이용해주면 된다.
검제 연무혁의 성명절기라고 할 수 있는 >일원오행검결>은 무리다. 그걸 시도하려면 이제 천마가 한 말대로 다섯 자루의 검을 부려야하는데, 연체경을 넘어 외력경에 도달한다고 해도 잘 다루려면 10단 정도는 되어야한다.
“…오상류(五象流)부터인가.”
>일원오행검결>의 기반이 된 가전검법이자, 수십 년이 넘는 강호행으로 그 원형과 동떨어진 무공이었다.
동서남북을 담당하는 신수, 사신(四神)에 정중앙을 차지하는 황룡까지 넣어서 다섯. 누군가는 그 자리에 인간을, 누군가는 그 자리에 기린을 넣었지만, 연무혁의 경우는 황룡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수련한다면 원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44식(式)을 다 뜯어고치려면 한참 걸리겠군.”
공격일변도의 환검이자 강검, 주작36식.
수비일변도의 둔검이자 만검, 현무36식.
천변만화하는 쾌검이자 예검, 청룡36식.
광란성파하는 중검이자 패검, 백호36식.
황룡의 식은 결국 이 초식들을 조합하거나 연계하는 수법의 명칭이었으니, 144식이 오상류의 근본이었다.
‘제대로 검을 휘두를 만한 공간은 아니지만…형(形)을 취할 뿐이라면 가만히 앉아서도 할 수 있지.’
레너드는 자연스럽게 제 허리춤의 목검을 뽑아냈다가, 이내 진검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브래들리는 그가 연체경 5단에 들어선 후에야 검을 줄 생각이리라.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받아오고 싶을 정도였지만, 성장속도를 숨겨야한다는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역량이라면 진검이 아니라 나뭇가지를 쥐더라도 다를 게 없었으니, 어디까지나 기분의 문제였다.
그 손아귀에 잡힌 목검이 부드럽게 호를 그렸다.
화르륵.
기수식을 잡은 레너드의 몸 위로 일순간 상서로운 불꽃으로 휘감긴 새 형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적이 산산조각날 때까지 계속 공격하는 환강검(幻强劍).
주작36식이었다.
* * *
그날로부터 한 달하고도 보름 후였다.
레너드가 처음 갈라파고스에 온 날부터 그를 지켜보고 있던 견습기사들이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연체경부터 돌파해야하는 건 알겠는데. 집 밖으로 한 번도 안 나오는 게 말이 되나?”
그 말에 혹시나, 하고 비웃음을 띤 청년이 말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겁쟁이일 수도 있지 않을까?”
“겁을 먹으려면 뭘 보기라도 했어야지. 아무것도 못 봤는데 집에 틀어박히는 겁쟁이가 여기로 보내달라고 했겠어? 연체경 5단이 될 때까지 수련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
갈라파고스 섬의 활동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소한의 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연체경 5단조차 이 해변가 주변이나 숲 외곽에서나 통하는 수준이다.
그들 세 사람은 이제 4년차가 된 기수에다, 외력경 2단까지 올라간 천재들인데도 섬 중심부로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터무니없는 장소였다.
“오늘도 별 거 없어보이는데 물고기나 잡으러가자. 내일 또 허탕치면 식량을 그 아까운 영석으로 사야된다고.”
리더격으로 보이는 청년의 말에, 나머지 두 명은 쓴웃음을 다 참지 못하고 피식거렸다.
“젠장, 어떻게 이 실력으로 입에 기름칠하기가 힘드냐.”
“갈라파고스가 뭐 그렇지. 여기에서 외력경 2단은 좀 강한 고블린 수준이라고.”
“고블린?! 그건 좀 너무했다. 오크는 되지 않을까?”
“트롤이나 오우거 앞에선 둘 다 먹잇감이지만 말이지.”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시시덕대던 아이들은 이내 레너드의 거주지 주변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그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고 난 후에야,
끼이이익.
윤활유가 말라붙은 문짝을 열고, 한 달하고도 보름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 레너드가 걸어나왔다.
한 달도 넘게 검법만을 연구하면서 먹고 잠들기를 반복했던 그였다. 덥수룩하게 자라난 머리카락, 엉망이 된 옷과 행색의 안쪽에서 두 눈동자만이 형형하게 빛났다.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벨 것 같은 기세가 뿜어져나온다.
레너드의 입에서 잔뜩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브래들리 경에게 검을 받아와야겠군.”
144식을 전부 개량하지는 못했으나, 지금의 실력으로 쓸 수 있는 수준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제 무언가를 베어가면서 확인해봐야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