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15)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15)
네 명의 기사단장이 그렇게 분투하고 있을 때, 레너드는 제 내면세계에 침잠해서 외부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오행일원(五行一元)〉.
검제 연무혁으로 살아갔던 전생에서부터 막연하게 직감하고 있었던 경지. 그 실마리가 난데없이 풀려나오면서, 사지백해로 내공을 순환시키고 영육 전부를 격상시키고 있었다.
사신지기가 풀려나오면서 백회혈을 열자, 천문(天門)이라도 개방한 것처럼 세계법칙과 혼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콰오오오오오오??!!
심상세계에서 뇌, 상단전으로 뛰쳐나온 청룡이 먼저 뇌간의 신경줄기를 타고 몸 전체로 흘러내려간다.
오행에서 나무(木)와 봄(春)을 담당하는 청색의 신수.
비와 구름, 바람과 천둥번개마저 다스리기에 신선의 힘으로 알려져있는 호풍환우도 그 권능에 속해있다.
안 그래도 필멸자의 경계에 걸쳐져있던 반사신경이 몇 단계 강화되면서 번개에 다가선다. 무학의 개념으로는 마음과 몸이 혼연일체를 완성한, 심즉동(心卽動)에 해당하는 경지였다.
보레아스의 저격처럼 속도 하나에 특화해있는 기술은 이제 레너드를 위협할 수 없었다. 절대경지에서 극쾌의 신공절학이 실전성을 잃어버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키에에에에에에??!!
청룡지기의 다음으로 심상을 벗어난 것은, 날갯짓으로 혈관 내부를 질주하면서 심장까지 도달한 주작지기였다.
오행에서 불(火)과 여름(夏)을 관장하는 적색의 신수.
당연하게도 음양에선 양기를 품은 존재의 극치로 묘사되며, 불사조로 가끔 오인되기도 할 정도로 생명력의 화신으로서 긴 세월을 숭상받아왔다. 그와 같은 신수가 평범한 심장도 아닌, 드래곤하트와 일체화하니 과연 상승작용이 무시무시했다.
심장이 한 번 박동할 때마다 활화산이 분화하듯이 생명력을 뿜어내니, 몸 전체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작열하면서 피부색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무아지경에 들어선 레너드의 얼굴도 조금 일그러졌다.
이 상태로 1분만 경과하더라도 금강불괴에 도달한 내구력이 녹아내리고, 오장육부가 모두 죽처럼 흐물흐물해질 터.
구우우우우우우??.
그래서였을까.
주작 다음으로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낮게 울리는 소리로 스스로의 존재를 알린 현무지기였다.
오행에서 물(水)과 겨울(冬)을 담당하는 흑색의 신수.
주작지기의 정반대로 음기를 품은 존재의 극치이며, 죽음의 화신으로서 온 세상의 귀신들을 압도한다. 만약 현무지기부터 나왔더라면 레너드의 생명활동이 그대로 정지해, 다음 사신이 나오기도 전에 명줄이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처럼, 상단전에서 아래로 흐르기 시작한 현무지기는 그 이전에 지나갔던 주작지기가 남긴 열을 중화시키면서 레너드의 내공균형을 조율했다.
너무 과하게 흘러넘치던 생명력이 적절한 양으로 줄어들고, 달궈졌다가 식혀진 몸은 더 강인하게 굳어서 격을 높인다.
크허어어어어엉??!!
음양의 균형이 바로잡히는 것과 동시에 백호지기가 거칠게 포효하면서 제 등장을 알렸다.
오행에서 쇠(金)와 가을(秋)을 관장하는 백색의 신수.
한 걸음으로 천리를 뛰어넘는 축지능력도 소유하고 있으며, 지상과 지하의 단단한 물질들을 총괄한다는 존재였다. 사악을 물리치는 수호신으로서 강함을 상징하는 짐승이기도 했다.
백호지기는 날파람과 같이 몸 내외를 돌아다니면서 앞서 두 기운이 충돌했던 흔적을 진정시키고, 골수부터 살가죽까지 다 재구성하면서 금강불괴를 더욱 강하게 연단했다.
연혼금신(鍊魂金身).
몸 자체가 개념영역에 들어선 수준으로 강화된 레너드의 뼈 일부분이 반투명하게 변했다. 심장을 보호하는 늑골이나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 등이었다. 반신급 존재의 필살기에도 즉사를 피할 수 있는 방어력이 만들어진 것이다.
‘아직이다.’
무아지경에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한 의식으로, 그 마지막 순서를 직감하게 된 레너드의 눈이 부릅떠졌다.
선기, 아니 황룡지기(黃龍之氣)의 차례였다.
이것만큼은 제 심상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여야했다.
파아앗!
사신지기의 네 가지 색상으로 물들어있는 영육에, 황금빛이 한 줄기 태어나면서 그 외곽을 배회했다. 백호지기로 한층 더 강건해진 피부의 아래에서부터 살을 채워나가며, 근육과 힘줄 따위를 조립하면서 몸 안쪽으로 스며들어간다.
…꾸드득…꾸득…꾸드드득….
일반적인 경우의 환골탈태(換骨奪胎)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이 현상이야말로 어원에 가장 근접해있는 형태였다. 본래대로라면 환골탈태는 무림인이 내공과 외공을 갈고닦아서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옛 도교의 연단술에서 선골(仙骨)을 만들어내기 위한 의식과도 같았다.
사신지기와 황룡지기를 이용해서 제 몸을 재구성한 방식은, 무림인보다 선인에 더욱 가까운 것이었다.
심상세계에서 오행의 일원화를 완성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오행일원〉으로 재구축해서 승격한다. 일시적으로 격을 상승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영육 자체가 특이점화한 상태이니, 필멸자에서 몇 걸음 멀어졌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법칙과 충돌하는 특이점은 몸 밖으로 나온 시점에서 그 힘을 소모한다. 설령 반신경이라도 그 법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지만, 레너드는 제 몸을 경계선으로 삼아서 특이점을 상시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살가죽 한 장이 문자 그대로 별세계(別世界)를 나누는 경계, 레너드는 이제 걸어다니는 소우주가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
내면세계에서 완전히 빠져나와서 눈을 뜬 순간, 세계법칙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멸신전쟁 이후로 크게 약화되었어도 이 세상을 계속 지키고 유지해온 법칙. 그 절대성과 마주한 레너드는 아직 신화경의 테두리조차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제 영육이 이미 필멸자의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경지를 돌파하기 전이었다면 저 시선을 인지하는 순간에 곧 의식이 끊어졌으리라. 안 그러면 뇌가 타버렸을테니,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영육의 본능이나 다름없었다.
―반신경부터는 저 시선을 마주해도 상관없다는 건가.
반신급 존재들이 제 특이점이나 권능을 무제한으로 다룰 수 없게 제약한, 억지력의 흐름이 너를 지켜보겠다고 경고하듯이 몇 번인가 꿈틀거리다가 멀어져간다.
청룡지기에 담겨있는 ‘순리’ 덕분인지 그 시선에서는 희미한 호의가 느껴졌다. 〈동신류〉만큼은 사용한도가 더 많을 거라는 예감마저 들게 만드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레너드는 저 하늘을 올려다보던 눈을 돌려서, 거의 눈앞까지 다가온 손바닥을 돌아보았다.
―…아슬아슬했군.
경지돌파의 순간에는 그 한계를 초월하기에, 심즉동의 영역 이상으로 체감시간이 가속되어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해도 이 상태가 영구적으로 유지되거나 하는 것도 아니라서, 흘러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레너드가 완전히 벽을 돌파했을 때부터였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그 주변을 둘러보니, 그레이스의 방해를 돌파해낸 불카누스의 손이 수 미터 앞까지 도달해있는 상태였다. 나머지 요령왕들은 철저하게 발이 묶여있는지, 그를 노려보면서도 더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킹, 하고 묵검이 날카롭게 울었다. 검명(劍鳴). 주인의 뜻에 호응하듯이 검신이 진동하며 그 예기를 끌어올린다.
북신류(北神流)
현천상제의 검, 칠성검이 묵검 위로 덧씌워지면서 서늘하기 그지없는 기운을 흩뿌렸다. 죽음과 태음. 어느 쪽이든지 양에 속하는 불카누스에게 극상성으로 통하는 기운이었다.
레너드는 더 이상 단장들에게 보호받아야할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그 증명과도 같은 일섬이었다.
일격일살절명기(一擊一殺絶命技)
사생유명검(死生有命劍)
일시적으로 발현할 수 있었던 때와 다르게 칠성검의 크기가 거대해진다. 열 장(30m)이 넘어가는 크기로 늘어난 검신이 그 궤적대로 뻗어나가서 용암거인의 손바닥을 베었다.
아니, 손바닥을 지나서 팔뚝 너머의 어깻죽지까지 도려내는 것이 보였다. 부족했던 격이 동등해진 것도 모자라서 극상성, 다급하게 시도한 공격을 크게 되돌려받은 대가였다.
그 일격을 완수하는 것과 동시에 체감시간이 돌아왔다.
쿠워어어억?!?
갑자기 팔 하나가 동강나버린 불카누스의 기색이 흔들리자, 그 뒤를 추격하던 그레이스가 주저없이 오의를 쏟아냈다.
수십 자루가 아니라 한 자루.
초대형의 얼음검이 생성되면서 불카누스의 뒤통수부터 허리 부근까지 베어가른다. 팔의 데미지를 아득히 넘어서는 타격에, 몇 배로 강화된 요령왕조차 절규하면서 몸을 비틀거렸다.
당연하기까지 한 반응이었다.
특정한 속성력의 화신이기에, 격만 동등하다면 상극의 힘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아버린다.
“레너드!”
그 사이에 레너드에게 접근한 그레이스가 그의 위아래를 몇 번이고 훑어보면서 입만 딱 벌렸다.
“진짜? 진짜로? 이게 진짜라고?”
반신경을 돌파한다면 그 경우가 최선이겠지만, 레너드가 한 번에 돌파하지 못하고 되돌아올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단숨에 돌파해버리다니?
부담스럽기까지 한 시선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던 레너드가 먼저 목례했다. 위급상황에서 경지돌파를 시도한 후배를 계속 지켜냈던 것에 대해서였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단장님.”
“응? 아아, 선배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야. 결과적으로 반신경이 한 명 늘었으니 아주 올바른 선택이었고.”
레너드의 감사에 손사래까지 친 그레이스가 몸을 돌렸다.
두 명의 반신경을 마주한 불카누스는 놈이 불리해진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칼자국을 복원하다가 말고 뒷걸음질쳤다.
“일단 저 덩어리부터 처리할까, 후배님?”
“그럴까요, 선배님.”
불카누스의 입장에서 이 구도는 단연 최악이었다.
영체에게 잘 통하는 ‘멸절’이나 ‘멸혼’이라도, 불카누스처럼 거대한 껍데기를 쓴 상태여서는 본체에 닿기 어려워서 효율이 안 나온다. 레너드가 아니라 오드리, 우루카의 합류였다면 별 위기감을 느끼지도 않았을 터다.
그런데 그레이스와 레너드는 둘 다 상극 속성의 대화력까지 발휘할 수 있는 강자들이었다.
북신류(北神流)
사면팔방제압기(四面八方制壓技)
동한백설래(冬寒白雪來)
상대방에게 더 고민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묵검을 든 레너드가 돌진하면서 수만 조각의 검강파편을 흩뿌렸다.
진눈깨비처럼 휘몰아치는 강기의 영역에선 만물이 느려지고 정체되면서, 불카누스가 뿜어내고 있었던 ‘열’마저 식는다. 그 몸뚱이의 표면에 질질 흘러내리던 용암이 굳자, 구멍투성이의 현무암이 만들어져서 암석거인처럼 변모해간다.
‘이전에 썼을 때와는 그 위력부터가 달라졌군.’
키벨레와 불카누스의 속성 차이가 있다지만, 움직임이나 좀 느려지게 하던 수준에서 200미터가 넘는 용암거인을 다 얼릴 정도로 강력해졌다는 것은 분명했다.
물론 불카누스도 그 구속력에 저항하는지 현무암으로 변한 표면이 빠직빠직 부서지면서 용암을 흘려댔지만, 이 자리에는 레너드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레이스가 들뜬 목소리로 웃어젖히면서 손을 흔들었다.
“아하하! 손발이 너무 잘 맞으니까 괜히 미안해지네?”
1대1의 구도로 싸울 때에는 도망다니면서 한 번씩 반격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는데, 1대2가 되자마자 일방적으로 족칠 수 있는 상황이 나와버린다.
레너드가 아닌 반신경이라면 이렇게까지 극적인 상승효과가 나오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초대형 서리검(Supersized Frost-Blade)
어느새 백 미터 가까이로 늘어난 얼음검이 떨어져내렸다.
콰과과과과과가가가가??!!
용암거인의 정수리로 수직낙하한 거검(巨劍)이 그대로 머리 안쪽으로 파고들더니, 사타구니까지 단숨에 쪼개버리면서 그 하반신이 딛고 선 지표면에 깊숙이 박혀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카누스의 본체에 닿진 않았는지, 놈은 몸부림치면서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동한백설래〉와 〈초대형 서리검〉의 냉기 때문에 몸 표면이 굳어졌지만, 출력만을 따지고 보면 레너드와 그레이스를 합친 것보다 열 배 이상 막대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서신류(西神流) 이검(二劍)
예비용의 검을 왼손에, 묵검을 오른손에 쥔 레너드가 놈을 가로막듯이 그 배후에 떠올라있었다.
보레아스와 키벨레의 합동공격을 상대로 펼쳐냈던,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튕겨나왔던 오의. 반신경에 다다르지도 못한 상태에선 완전한 형태로 쓸 수 없었던 기술이었다.
지금은, 가능하다.
만휘군상절단기(萬彙群象切斷技)
참천절운(斬天截雲)
십자열공참(十字裂空斬)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우상단에서 좌하단으로.
반토막이 난 용암거인을 대상으로 조준된 십자베기가 크게 쏟아져나왔다. 공간마저 찢어버리는 참격파. 〈참천절운〉이 두 번 동시에 펼쳐지면서 진로상의 공간을 산산조각낸다. 일전에 불완전한 상태로도 두 요령왕의 합동기술에 흠을 낸 공격력이 드디어 진면목을 드러냈다.
도망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불카누스의 주먹이 참격파에 대항하듯이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어마어마한 질량을 이용하는 타격.
좌반신과 우반신이 거의 동시에 주먹을 내리꽂는다.
그리고.
“?하, 저잣거리의 왈패만도 못한 주먹질이구나!”
레너드의 냉소와 함께 〈십자열공참〉이 작렬해, 두 주먹부터 쪼개버리고 그 뒤의 몸뚱이를 베어갈랐다.
살아움직이는 산처럼 큰 덩치가 6조각이 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