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19)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19)
레너드가 전개한 〈동한백설래〉에 맞서, 불카누스가 제 검을 내지르고 있을 무렵이었다.
독수의 요령왕, 테티스를 구심점으로 한 외신모방체는 문자 그대로 사냥당하고 있었다. [카리브디스]를 모방하면서 그 몸 전체가 반신급조차 파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단단해지고, 힘과 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지만 3대1은 역시 어려웠다.
카르데나스의 2인자, 적룡기사단장 웨이드.
스프리건의 천적, 녹룡기사단장 우루카.
전투지속력과 화력의 정점, 청룡기사단장 그레이스.
기사단장 세 명의 파상공세가 끝없이 계속되면서 나무로 된 비늘에 금이 벌어지고, 그 사이로 흘러넘친 영체가 피와 같이 허공으로 뿜어져나오기 시작한다.
―결합상태가 어설프고 그 완성도가 낮다.
웨이드가 앞서 한 말대로였다.
불카누스와 달리 스프리건과 트렌트로 그 몸을 치장한 꼴에 불과했기에, 갑피가 벗겨지는 것과 동시에 속살이나 다름없는 영혼의 군집체가 흐트러지고 만 것이다.
멸혼검(Soul-Breaker)
그 상처부위를 포착한 우루카가 검을 들어올리자, 검극에서 솟구친 오러드래곤이 살의 어린 눈빛을 뿜어냈다.
주인의 의지와 공명하는 심상무예다보니, 결사의 각오를 한 우루카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리라. 청백색 오러드래곤이 제 아가리를 벌려서 한 가닥으로 압축된 불을 쏘아보낸다.
유상무상필멸기(有想無想必滅技)
스피릿 버스트(Spirit Burst)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와 달리 확산형이 아니라 일점집중형 광선포가 정확히 그 틈을 파고들었다.
[카리브디스]의 모방체답게 몸뚱이가 워낙 크다보니 바늘로 한 번 찌른 수준이었지만, 피가 흘러나오고 통증은 느껴지니 아예 무시할 수도 없었다.나무껍질로 뒤덮여있는 거대뱀, 목피룡(木皮龍) 테티스가 그 몸을 뒤틀어가면서 분노와 살의를 표출했다.
쿠과과과과과과과과??!!!
압도적인 질량은 그 자체로 필살기나 마찬가지다.
기동요새조차 휘감아서 으스러트릴 수 있게 된 테티스는 곧 질량병기의 정점과도 같았다. 유연하면서도 신속한 뱀의 몸을 한 덕분인지, 무게에 안 맞을 정도로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그러나 초음속은커녕 음속이나 좀 넘는 수준이라서, 광속도 대응하는 반신경에게 통할 정도는 아니었다.
“단순하군.”
몇 번이나 수월하게 공격을 성공시켰음에도, 웨이드는 자기 눈썹을 찌푸려가면서 의문점을 부각시켰다.
그레이스 또한 그 의견에 동감하면서 말했다.
“테티스 단독이었을 때보다 더 멍청해진 것 같네요. 영체를 짜깁기한 부작용으로 지성이 혼탁해진 거 아닐까요?”
“그 부분도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만, 아직 자신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시간을 줄 이유가 없지. 공세로 돌아간다.”
두 사람의 말을 경청하던 웨이드가 다시 가속해, 수백 미터 너머에서 다시 나타나면서 테티스의 미간을 후려갈겼다.
〈베이야드〉의 가속력이 더해진 일검.
꽈아아아아앙??!!
충격파가 몇 박자 늦게 발생하면서 대기를 밀어내고, 그걸 발판으로 삼듯이 두 기사단장이 후속타를 가했다.
일순간이라도 반격하거나 대응할 틈을 내어주면 그 출력에 압도당한다. 지금까지 그들이 몇 번 성공시켰던 공격은, 아직 중상은커녕 경상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미약했다.
초대형으로 분류된 마물조차도 압도하는 거체.
그 덩치 때문에 반신경을 따라잡기에는 속도가 부족하지만, 내구력과 생명력은 이미 진신급에 근접해있는 상태다.
‘…시간끌기라도 할 셈인가?’
위그드라실에게 비장의 수가 남아있다면, 요령왕 두 마리를 버림패로 삼아서 시간벌이를 할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웨이드는 1초 남짓한 시간에 백 번 이상의 참격을 쏟아내서 나무껍질만 몇 미터 도려내버리고, 반격으로 날아온 테티스의 꼬리까지 간단히 흘려넘겼다.
전투 자체는 난해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길게 잡아도 10분, 짧게 잡으면 8분 내외로 이 나무뱀은 도살당하게 될 터였다.
폭풍검(Tempest Blade)
웨이드가 도려낸 곳을 향해서, 바람으로 된 대검 몇 자루가 박혀들어가서 크게 폭발했다. 한 번 벗겨내기가 어렵지, 속이 드러나면 상처를 벌려놓는 것 정도는 쉬운 작업이었다.
그레이스는 그 공격으로 제대로 열이 뻗친 테티스의 입김을 피해내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예상과 달리 〈초열검〉이나 〈사석검〉보다 〈폭풍검〉이 잘 먹혔던 탓이다.
만약 레너드가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그녀에게 설명해줄 수 있었으리라.
근본적으로 수(水)에 기반을 둔 요령왕, 테티스는 그 상극에 해당하는 토(木)와 상반에 해당하는 화(火)에 큰 영향을 받는 게 맞았다. 그런데 스프리건과 트렌트와 융합하면서 모방체가 된 테티스는 목기(木氣)가 뒤섞여있는 상태라서 둘 중에 어느 쪽도 약점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폭풍검〉처럼 금(金)에 해당하는 능력은 나무껍질을 쉽게 벨 수 있고, 내면의 수기도 자극하면서 불안정한 결합을 더 크게 붕괴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뭐, 상관없나!”
오행의 상생상극을 모르는 그레이스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폭풍검〉을 쏟아냈다.
걸레짝이 된 갑피 안에서 스프리건의 영체가 선혈처럼 줄줄 흘러나온다. 10만, 아니 100만 단위일지도 모르는 군집체에겐 큰 피해가 아닐지라도 계속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다.
〈멸혼검〉으로 영체가 계속 소각당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 그러했다. 위그드라실이 아무리 힘을 쏟아부어도 그 주춧돌과 기둥이 사라져버리면 흙더미밖에 안 남는다.
?■■■■■■■■!!!
그때였다.
제 움직임으로 단장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았는지, 테티스의 단순무식하던 움직임이 변했다.
놈은 세 사람이 아니라 기동요새 방향으로 머리를 틀고.
??????????!!!
‘독수’의 브레스를 몇 킬로미터나 뿜어내서 방호결계의 표층 부분에 작렬시켰다. 물리적인 위력 자체는 별 것도 아니지만, 진신급을 넘보고 있는 격의 권능행사가 치명적이었다.
그에 우루카가 제 낯을 사납게 일그러트렸다.
“이런!”
기동요새를 보호하던 결계가 파직파직하고 깜빡거렸다.
안 그래도 위그드라실의 영향력을 상쇄하느라 동력부에 큰 부하가 걸려있는 상황에, 테티스의 독까지 첨가되었다.
게다가 방호결계에 가로막힌 독은 그 표면을 타고 흐르다가 슬라임처럼 뭉쳐지고, 브레스에 첨가된 스프리건의 영혼을 핵 삼아서 마물화해버렸다. ‘공격’이 아닌 ‘침입’이라면 결계도 다 막아내지 못한다. 아니, 막아내려고 했다간 소모값이 막대해서 그냥 통과시키고 기사들이 처리했던 것이다.
본의 아니게 그 부분을 역이용당한 셈이었다.
“요령왕의 독에서 태어난 괴물이다! 접촉에 주의해라!”
“닿지 않아도 감염되거나 중독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체내 오러를 운용해서 호흡기와 순환계를 강화해!”
“원거리 공격을 우선시해서 시도하고, 그 다음에 근접한다!”
녹룡기사단과 청룡기사단의 베테랑들이 조심스럽게 진녹색 슬라임을 경계하고, 한 치의 방심도 없이 오러블레이드를 몇 가닥 뿜어내면서 타격을 시도했다.
정석적이고 효율적인 집단전술답게 빈틈이 전혀 없었다.
퓩! 퓨퓩! 퓩!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녹색 슬라임에게 일격을 허용한 것은, 그 공격속도가 터무니없이 빨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체적을 소모해서 초고압으로 독액을 쏘아내는 것.
초월경조차 반응할 수 없는 속도와 관통력을 지닌 슬라임의 파편은 그대로 호신기를 찢고, 그 살갗과 뼈를 녹여버리면서 오장육부를 죽처럼 뒤섞어버렸다. 오러로 보호하고 있었지만, 격의 차이에서 온 결과는 지독하게도 잔혹했다.
생지옥을 몇 번이나 뛰어넘어온 기사들이 허수아비처럼 푹 쓰러지면서 절명한다. 현실감이 없는 광경에 두 눈을 부릅뜬 기사들은 그 빈자리를 채우면서 앞으로 전진했다.
“반응속도에 전력을 집중시켜! 이건 못 막는다!”
“스치기만 해도 즉사라, 불합리하군.”
“언제는 괴물 상대하는 게 합리적인 적이 있었나?”
동료들의 죽음을 한 가닥 애도와 쓴웃음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들이 남기고 간 교훈을 곱씹으면서 대응한다.
초견살(初見殺)에 가까운 공격방식은 두 번째부터 약화되고, 횟수가 거듭될수록 위력이 떨어지는 법이었다.
퓻! 퓨퓨퓻! 퓨퓻! 퓻!
진녹색 슬라임의 몸이 갑자기 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독액을 여덟 방울이나 쏘았다. 호신강기조차 관통하는 위력에, 잠시도 못 버티고 내장까지 녹아버리는 ‘독수’의 탄환.
그에 맞서서 카르데나스들의 기사들이 몸을 날렸다.
카아앙! 카앙! 캉! 카앙!
정면에서 막아내려고 하면 검째로 꿰뚫린다. 그 무시무시한 위력을 직감한 기사들은 제 반사신경만 극도로 강화해, 잘 보이지도 않는 물방울에 검면을 가져다댔다.
직선운동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 측면에서의 간섭이 강하게 작용하는 법. 나뭇잎 따위에 스친 화살의 궤적이 90도 가까이 틀어지는 일도 벌어질 정도였다.
따라서 그 이상의 속도로 날아온 물방울은, 땅바닥이나 먼 하늘로 튕겨지면서 잘게 흩어져버렸다.
불운하게도 도탄에 스친 기사 하나를 제외하면, 직격탄으로 숨이 끊어진 기사는 한 명도 없었다.
“?죽어라.”
서늘하게 가라앉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검강 몇 줄기가 놈을 산산조각낸다. 진녹색 슬라임의 잔해가 요새 바닥을 녹이면서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 섬뜩했으나, 동료를 잃어버린 기사들의 분노는 그 이상으로 가열찼다.
그들은 또다시 저 멀리서 날아오는 테티스의 맹독브레스를 바라보면서, 전투대형으로 돌아갔다.
기사단장들이 모두 요새의 바깥으로 출격해버린 이상, 여길 지켜낼 수 있는 방위전력은 그들뿐이었다.
“카르데나스를 위하여.”
누군가가 한 말에 고양된 기사들이 다함께 고함질렀다.
“““카르데나스를 위하여!!”””
기동요새의 안쪽으로 떨어져내리는 슬라임에 맞서서, 두 개 기사단의 정예가 달려들어갔다.
그중에는 늑대를 탄 소녀, 헤더의 모습도 섞여있었다.
“시답잖은 수작을 부려대다니!”
지각력으로 요새의 상황을 들여다본 우루카가 내장의 피를 토해내듯이 고함쳤다.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우루카의 예상대로였다.
테티스는 멍청해졌던 게 아니라 적응하고 있었던 거다.
대량의 스프리건과 융합하면서 혼탁해진 지성은, 몇 번이고 상처입으면서 영체를 손실당하는 것으로 더 빠르게 돌아왔다. 기사단장들이 준 데미지가 놈의 이성을 되찾아준 것이다.
?■■■■■. ■■■.
그 통곡에 환희하듯이 놈이 비웃는다.
테티스의 거체에서 흘러넘친 조소는, 이내 독안개가 되어서 수 킬로미터를 휘감아버리는 운해(雲海)를 형성했다.
심상무예의 구현화가 가능한 경지.
내면의 소우주로 외부법칙에 저항할 수 있는 반신경들조차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은, 그 독의 수준이 반신급도 침범할 수 있는 영역에 다다랐다는 증명이다.
‘이곳에서 쓸 수밖에 없나?’
〈베이야드〉의 열기로 독을 증발시키면서, 테티스의 거체를 내려다보던 웨이드가 침중한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보레아스를 역소환할 때에 쓴 것으로 〈아라드와르〉는 이제 세 번이면 고갈된다. 위그드라실이 남겨놓았을 수단을 모르는 상황에서 낭비하고 싶진 않건만.’
확실하다.
외신의 모방체까지 되었음에도 저 나무뱀, 테티스는 그들을 붙잡으면서 전투력을 소모시키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 뒤에 마주해야할 상대가 얼마나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최강의 패를 다 써버렸다가는 승산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안 쓰고 버티다가 더 크게 손해를 보느니, 변수를 기대하고 이 상황을 종결시키는 수밖에 없다.
키이이이잉.
그 각오를 결정하고 〈아라드와르〉를 발동하려는데.
“제가 할게요.”
웨이드를 가로막듯이 그의 앞으로 날아오른, 그레이스의 몸 주위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몰아치는 게 보였다.
그걸 본 웨이드는 드물게 경탄하듯이 말했다.
“굉장하군. 몇 번이나 쓸 수 있지?”
“한 번이요. 최근에 겨우 도달하게 된 영역이라서.”
그마저도 레너드 덕분이라고 설명할 시간은 없어서, 입가에 쓴웃음을 매달아버린 그레이스가 두 눈을 감았다.
〈오대혼원(五大混元)〉.
레너드의 〈오행일원〉과 다른 방향성으로 나아간 힘이 겨우 극성에 도달했다. 이론적인 부분을 도외시하고 감에 치중해서 수련해왔다보니, 그 부족함이 채워지자마자 수십 년의 수련에 버금가는 성취를 얻게 된 것이었다.
고오오오오오오??!!!
지수화풍공(地水火風空)의 다섯 원소가 풀려나와서 한 줄기 흐름으로 묶이자, 반신경에서도 격을 달리하는 힘으로 변해서 사용자의 통제를 벗어나려고 한다.
몇 초에 불과한 시간으로 내상까지 입은 그레이스가 간신히 힘의 방향성을 결정해, 테티스를 조준하고 손을 놓았다.
반신경의 능력으로도 가공할 수 없는 힘이었다.
혼원검(Cosmic Blade)
밤하늘처럼 검게 칠해졌으면서도, 그 내부에서 영롱한 빛을 볼 수 있다. 우주의 구성요소를 검 형태로 빚어내고서 쏘아낸 대가로 반발력을 받게 된 그레이스가 크게 휘청거렸다.
하지만.
?■■■■■■?!!
〈혼원검〉의 위력만큼은 더없이 확실했다.
허공에 붓질이라도 한 것처럼 일직선으로 궤적을 남기면서, 테티스의 아가리에서 쏟아지는 독안개마저 물처럼 베어가르고 그 입속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놈의 움직임이 갑자기 멎어버렸다.
쩌적.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수십 킬로미터,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나무뱀의 동체 정중앙에 한 줄기 균열이 일어났다.
외신의 모방체가 아니었다면 두 동강났을 터였다.
지지부진하게 계속되었을 전투의맥이 뚝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