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20)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20)
찰나(刹那)였다.
‘?이 흐름은, 설마.’
불카누스에게 쏠려있었던 의식이 한순간 끌려들어갈 정도로 익숙하고 장대한 힘이었다. 레너드는 저도 모르게 그레이스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가려던 고개를 겨우 붙잡았다.
안 그랬으면 불카누스의 대검에 목이 날아갔을 터였다.
청룡지기의 가속력 덕분에 번개처럼 뒤로 물러나, 머리카락 몇 올이 증발하는 것으로 끝난 레너드가 심호흡했다.
“후우우.”
〈오행일원〉으로 테두리를 친 심상이 형제라도 만난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레이스가 새로운 경지에 올라선 모양이었는데, 〈오대혼원〉의 파동이 그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내면을 자극하고 만 것이다.
고의로 노린 짓이라면 두렵기까지 한 암살시도였다.
오드리도 그 파동을 감지했는지 가볍게 혀를 찼다.
“그레이스, 그 아이가 비장의 수를 꺼냈나보구나. 웨이드를 대신하려고 한 걸지도 모르겠어.”
“〈아라드와르〉 말입니까?”
“그래. 그 오의는 강력하지만, 반신경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소모가 많고 반동도 크거든. 위그드라실을 마주해보기도 전에 다 써버리긴 아까웠겠지.”
몇 마디의 잡담을 주고받는 사이에 불카누스도 힘을 회복한 모양인지, 상단세로 들어올린 검의 불길이 더 강렬해졌다.
잔열(殘熱)만으로도 반신경을 몰아붙이는 열기.
공기는 증발시키지 않고, 사람과 오러만을 태우는 것이 그 이질성을 증명한다. 오드리의 ‘멸절’조차도 놈의 불꽃을 전부 지워버리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특이점의 힘은 결국 격에서 비롯되는 것. 상대방의 격이 더 우월하다면, ‘멸절’의 파괴력 역시 절대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
지면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등 뒤로 발화하면서 준비동작 없이 최대속도까지 급가속한다.
몸 전체가 화염으로 구성되어있는 괴물의 전법.
북신류(北神流)
일격일살절명기(一擊一殺絶命技)
사생유명검(死生有命劍)
그에 대응해서 레너드는 현무지기로 된 검을 형성했다.
〈사생유명검〉은 본래 일격으로 끝나는 오의였지만, 그 힘을 모조리 쏟아내지 않고 유지한다면 검강처럼 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과 힘겨루기를 할 마음은 없었다.
‘정면승부로 맞붙으면 몇 초만에 찌부러져서 죽는다.’
극상성의 힘에 기반하는 특이점으로도 다 지워버릴 수 없는 열기다.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칼날을 흘려넘겨, 연혼금신이 된 몸으로도 삐걱거리는 수준의 압력을 버텨낸다.
오드리까지 가세해서 합을 나누니 그 일순간에 수백 차례의 공방이 교환되면서 발 아래가 거미줄처럼 갈라진다.
충격파는 없었다.
셋 모두가 완벽하게 무기에 실려있는 힘을 통제했기에 여파 따위로 낭비되는 힘이 없었다. 지면의 붕괴는 화경(化勁)으로 데미지를 흘려넘겼기 때문이고, 진각이나 보법으로 그 내부의 흐름이 뒤틀렸기 때문이었다.
멸절(Extermination)
글레이브의 날 부분에서 뿜어져나온 어둠이 대검의 날을 몇 치인가 파고들자, 불카누스도 바로 대검으로 불을 뿜어내면서 그 어둠을 살라버린다.
특이점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학습했다는 증거였다.
파괴력만큼은 그 상위격에도 통하는 ‘멸절’이니 상쇄로 끝난 것이지, 다른 사람이면 역으로 글레이브가 녹아내렸을 터.
“성가시구나.”
?■■■.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오드리와 불카누스는 한 마디의 공감대를 형성하더니 몇 걸음 물러섰다.
용암거인 형태보다 많이 작아졌어도 10미터에 가까운 덩치, 몇 걸음으로 만들어지는 거리가 인간보다 훨씬 멀었다.
교착상태가 반복된다.
레너드와 오드리 입장에서는 괜히 무리했다간 크게 당할 수 있다보니 전력을 내지 못했고, 불카누스 입장에서는 수적으로 불리한데다가 어느 쪽이든지 치명타를 만들 수 있는 특이점의 보유자다보니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서신류(西神流)
전투지속력이 더 우월한 상대에게 주도권을 주면 안 된다.
그래서 레너드는 중원거리에 적합한 〈서신류〉로 그 다음의 합을 시작했다. 묵검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바람, 공간마저 찢을 수 있는 참격파가 거리를 뛰어넘는다.
만휘군상절단기(萬彙群象切斷技)
참천절운(斬天截雲)
〈십자열공참〉까지 나아가봤자 그 위력으로 압도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한 방에 성채도 양단하는 게 가능한 오의지만, 저 괴물을 상대한다면 견제기에 불과했다.
아니나다를까.
불카누스는 정확하게 그 참격에 대칭되는 형태의 횡베기를 날려, 〈참천절운〉의 바람을 불태워버렸다. 뒤로 밀리기는커녕 서있던 자리에서 한 걸음 걸어나오면서!
?■■■, ■■.
콰직, 하고 지면을 가라앉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보법을 쓰기 시작했군요.”
“학습능력이 좋구나. 수를 아끼기도 어려운 상대인데.”
처음에는 칼만 잘 휘두르던 수준이었으나, 그들과 겨루면서 무예를 훔쳐배우고 있었다. 아니, 학습속도만 보자면 그 안에 가라앉아있던 실력이 떠오르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외신 [수르트]의 모방체로서 동화율이 높아졌던 것이다.
요령왕으로서의 정체성보다 외신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진 대가로, 놈의 전투력은 상정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불카누스를 강화한 위그드라실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였다.
?■■■■.
그 순간이었다.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거품방울처럼 떠오르는 지식을 실현한 불카누스가 오드리의 눈앞에 나타났다.
레너드도, 오드리도 반 박자 늦었다.
벼락이라도 맞받아칠 수 있는 반신경을 따돌린 속도는 이미 경계마저 한 걸음 벗어나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불카누스도 그 상황에 놀랐는지, 대검을 내지르는 타이밍이 반 박자 늦어서 오드리가 겨우 비껴낼 수 있었다.
콰르르르르릉…!
서로가 완벽하지 못한 일격을 내질렀기에, 검과 글레이브가 만들어낸 충격파와 굉음이 크게 울려퍼졌다.
두 사람과 한 마리의 희비(喜悲)가 교차하는 소리였다.
2대1의 수적우위로 유지하던 균형이 기울어졌다. 그 변화를 알아차린 레너드의 검 위로 칠성검이 덧씌워졌다.
북신류(北神流)
하지만 불카누스도 이제 문외한이 아니었다.
전투의 흐름이 제게 넘어왔음을 안 순간, 거침없이 앞으로 질주하면서 수십 번의 참격을 쏟아내는 것으로 밀어붙인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만들어진 방어막이 산산조각났다.
“크읍!?”
다 완성되지 않은 〈북신류〉의 방어가 무너지면서, 반발력에 튕겨나간 레너드의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넘쳤다. 9할 가까운 파괴력을 흩어냈음에도 내상을 입고 만 것이다.
오드리가 그걸 보완하듯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멸절(Extermination)
제 신장보다 더 길고 무거운 글레이브를 손아귀로 빙글빙글 돌려, 날 부분을 수십 번이나 회전시키자 ‘멸절’의 특이점으로 만들어진 초승달이 수십 개 흩뿌려진다.
일격필살을 시도해봤자 격 차이로 무력화당할 것이 뻔하니, 진로라도 방해하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쩌억.
불카누스의 일검이 초승달을 모조리 태워없애고, 그 너머에 물러서있던 오드리의 왼팔을 끊어버렸다.
공간을 뛰어넘는 참격.
권능사용도 없이 시공간에 간섭하는, 개념영역의 힘.
요령왕 불카누스에게 존재하지 않아야할, 진신급에 한층 더 근접해있는 능력의 개화였다. 시간이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레너드의 체감시간이 가속된다. 팔을 잃어버린 오드리는 아주 잠깐이지만 무력화된 상태나 다름없어서, 그가 늦는다면 목이 떨어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생각해라.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불카누스가 왜 저렇게까지 강할 수 있지? 아까부터 계속 날 자극하는 느낌은 어디서부터 온 거지?’
무턱대고 달려들어봤자 오드리와 함께 타죽고 끝난다.
생사지간의 극한에 선 레너드가 천재적이었던 오성을 더욱 높은 영역으로 끌어올려, 평상시라면 볼 수 없었을 것과 보지 못했을 것마저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얻는다.
제 한계를 뛰어넘은 용안이 파열하면서 피눈물을 흘렸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일시적으로 터진 것이니 수십 분만 내버려둬도 알아서 재생한다.
그리고 레너드는 얼마 안 지나서 깨달음을 얻었다.
‘…이놈, 요령왕이라고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군.’
위그드라실도 상정하지 못한 사태일 거라고, 레너드는 감히 확신할 수 있었다. [니드호그]의 독에 찌들어서도 세계수로서 타고난 방위본능, 외차원의 침식을 막아내는 기능은 아직까지 건재하다고 들었으니까.
이 영역 내부에 〈균열〉이나 〈마경〉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저 불카누스의 상태도, 놈이 의도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어보였다.
두근.
그의 추측을 긍정하듯이 드래곤하트가 한 번 박동했다.
세계의 적.
카르데나스 혈통에 존재하는 드래곤의 피가, 마침내 숙적을 인지하고서 세계법칙에게 요청했다. [니드호그]에게 오염당한 상태였어도 이 세계는 요령왕을 ‘적’으로 보지 않았으나, 선을 넘어가버린 불카누스는 이제 요령왕도 아니었다.
더 진행된다면 외신 [수르트]가 강림할 수 있는 그릇으로서 완성된 놈은, 위그드라실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네가 토벌하라.
언어화된 것은 아니었으나, 레너드는 저 하늘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던 눈동자가 그렇게 속삭였던 것만 같았다.
세계법칙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방어막의 파괴로 망가졌던 혈도 몇 가닥이 복구되고, 소모한 내공보다 몇 배나 정순하고 막대한 기운이 흘러들어와서 레너드를 가득 채웠다.
그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눈동자부터 피부에 이르기까지 몸 전체가 황금빛으로 일렁대고 있었다.
{……시조님?}
치명상을 입고서 그 눈이 흐릿해졌던 오드리가 저도 모르게 심어(心語)를 중얼거렸다.
레너드에게서 시조의 무엇을 본 것일지는 모를 일이었다.
카르네다스 가문의 금발금안.
그 직계에 유전되는 특징은 모두 카르데나스의 시조가 골드드래곤이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레너드가 제 심상의 틀로 만들어낸 신수는 바로 황룡(黃龍)이었다. 세계법칙의 대행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을 모두 보유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일시정지에 가까웠던 시간이 다시 빨라지기 시작한다.
어느새 오드리의 앞에 나타난 레너드를 본 불카누스가 저도 모르게 대검을 내리찍었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탓이며, 무예를 떠올리게 된 탓에 내보인 반응이었다.
‘외신의 힘을 받아들였으니 〈동신류〉도 통하겠지만…, 상극 속성에서 비롯된 놈이니만큼 그 효과가 반감되겠지.’
레너드는 제 정수리로 내려오는 화염검을 바라보면서, 심상 내부에서 용틀임하던 황룡과 두 눈을 마주쳤다.
나를 불러라, 하고 주장하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용신류(龍神流)
그 요구에 화답하듯이 레너드의 묵검을 물들인 황금빛이 더 강렬해졌다. 오행을 상징하는 신수 정중앙에 놓인, 인간이면서 황룡에 해당하는 힘이 치솟아오른다.
청룡지기가, 백호지기가, 현무지기가, 주작지기가.
사신지기 전부가 우두머리를 칭송하듯이 한 차례 울부짖자, 그제서야 제 품위에 걸맞다는 것처럼 황룡지기가 완성되면서 고고하게 그 머리를 치켜들었다.
역천자망징벌기(逆天者亡懲罰技)
천지척사검(天地斥邪劍)
하늘에 순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그 신상필벌의 이치에서 ‘벌’을 구현한 오의였다.
외신 [수르트]와 연결되면서 역천자가 된 불카누스를 심판하기 위하여, 검극에서 흘러나온 〈천지척사검〉의 기운이 그걸 방해하려고 한 화염검을 들이받았다.
쩌저적.
압도적인 출력으로 몇 초인가 버텨낸 화염검에 금이 가더니 곧 산산조각난다. 갑작스럽게 무기를 잃어버린 불카누스는 그 상황을 인지하는 것보다 먼저 공격을 받아야했다.
하늘을 거스르는 자를 멸망시키는 힘, 〈천지척사검〉이 놈의 정중선을 따라서 그 몸뚱이를 베어갈랐다.
물리적으로 절단하는 것이 아니라 외차원의 힘에 오염당한, 불카누스의 본질에 다다르는 참격이었다.
?…■■■? ■■.
그 데미지를 실감하지 못한 불카누스가 잠시 의문스러워한 순간에, 놈의 내면에서 돌이킬 수 없는 붕괴가 발생했다.
?■■■!? ■■?!! ■■■■!!?!
뒤이어 외신 [수르트]를 모방했던 화염거인의 형태가 마구 일그러지면서 몸 안의 불안정한 상태를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으면서도 폭발하진 않는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와는 좀 다른가?”
놈의 발버둥을 본 레너드의 독백이 바로 핵심이었다.
위그드라실의 힘.
외신 [수르트]의 힘.
〈천지척사검〉이 주입한 세계법칙의 힘.
지금 불카누스의 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 기운의 삼파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