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21)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21)
힘의 구도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수르트]를 모방한 탓에 흘러들어온 외신의 영향력이 6, 위그드라실이 공급한 힘이 3, 〈천지척사검〉의 검력이 1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힘의 절대량으로 우열이 결정되진 않았다.
세계법칙에 기반하고 있는 〈천지척사검〉의 위력은 이 세상 바깥에서 온 것에게 2배, 3배의 효율로 작용한다.
‘외신 [수르트]가 상위급 진신이라도, 차원 너머에서 투사한 힘 정도로 세계법칙을 넘어서진 못한다.’
레너드가 개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압도적으로 위그드라실의 영향력을 제압한 불카누스, 아니 [수르트]의 모방체는 갑자기 제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난입자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위그드라실의 상태가 많이 안 좋다지만, 세계법칙은 ‘외적’이 나타나면 무조건적으로 그 섬멸을 우선시한다.
위그드라실이 [니드호그]의 독에 오염되었어도 제 역할만은 잊지 않았기에,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일 또한 가능할 정도의 융통성도 지니고 있었다. 〈천지척사검〉의 난입으로 포위당한 처지가 된 [수르트]의 힘이 발작하듯이 미쳐날뛰었다.
?■■■■■■!!?!
당연히 그 반발력은 모두 불카누스가 감당해야했다.
위그드라실의 권능과 한 번 부딪혔다가, 〈천지척사검〉에 한 번 부딪혔다가 하면서 돌아다니니 몸 여기저기가 울룩불룩 튀어나오면서 겨우 안정되었던 테두리가 망가져간다.
진신급에 반 걸음 올라섰던 것만 하더라도 [수르트]가 직접 개입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옛 시대도 아니고 썩어문드러진 위그드라실 따위가 신격화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 [수르트]의 힘이 불안정해지니, 편법으로 신격에 도달하려고 한 모방체의 상태도 안 좋아질 수밖에.
‘외신의 영향력에 직접적으로 충돌해선 안 된다. 상성적으로 유리하더라도 격 자체가 너무 달라. 위그드라실을 방패삼아서 양쪽 다 최대한 소모시켜야한다.’
극한까지 날카로워진 집중력으로 〈천지척사검〉을 조종하며, 레너드는 두 종류의 힘 사이에 위태롭게 줄타기했다.
위그드라실도, [수르트]도 마찬가지다.
반신경 따위가 힘겨루기를 걸었다간 몇 초, 아니 한순간도 못 버티고 산산조각난다. 고래 사이에 낀 새우의 처지였다.
‘착각하지 마라. 위그드라실이 불카누스를 지배하게 된다면, 조금 전처럼 압도적이진 않더라도 다시 적으로 돌아선다.’
만전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면 모를까, 팔 하나를 잃어버린 오드리와 세계법칙의 가호가 사라지게 될 레너드로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상대였다.
그러니까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했다.
두 존재가 불카누스의 주도권을 놓고 아귀다툼을 벌인다면, 〈천지척사검〉이 판을 엎어버릴 기회가 찾아올테니까.
?■■!
그러나 [수르트]는 위그드라실처럼 광기에 젖지 않았고, 제 목적의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몸의 주도권을 장악한 [수르트]가 불카누스에게 명령해,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대검을 휘두르게 했다. 당연하게도 레너드의 머리를 겨냥해서였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있지 않은, 막는 것도 피하는 것도 쉬운 공격이었으나 레너드는 그럴 수 없었다.
이 공격을 피해내려고 몸을 움직이면, 〈천지척사검〉의 힘도 흩어지면서 외신의 영향력이 승리해버릴 테니까.
그리고.
쩌어어어어엉?!
레너드가 직접 대응해야할 필요도 없었다.
“…팔 하나로 만족하다니, 외신답지 않게 소박하구나.”
왼쪽 어깻죽지가 허전해진 흑룡기사단장, 오드리가 손에 쥔 글레이브를 뻗어서 화염검을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외신의 힘이 절단면으로 침투해, 그걸 완전히 몰아내기 전까진 싸울 수 없었으리라. 그런데 레너드가 한 짓 때문에 불카누스의 주도권을 두고 줄다리기가 벌어지면서, 그 기운을 다스리지 못하게 된 탓에 오드리는 손쉽게 오러운용을 회복하고 가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 혼에 새겨진 상처는 작지 않았다. 외신의 힘에 직격당한 대가로 심상세계마저 불안정해진 상태였다.
멸절(Extermination)
하지만 오드리는 눈썹 한 올도 까딱하지 않고서 심상무예를 발현해, 불카누스의 대검과 오른팔을 분쇄해버렸다.
“큿.”
그 반동으로 뒷걸음질친 것도 모자라서 피를 몇 모금 토해냈지만, 오드리가 한 일은 무의미하지 않았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결정타였다.
[수르트]의 힘이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던 균형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멸절’을 상쇄하느라 힘을 뺀 탓에 줄다리기의 페이스를 놓친 탓이었다. 위그드라실의 힘은 그 기회를 외면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밀려들어갔다.…꾸드득…꾸득…꾸드드득….
조각상처럼 잘 빚어냈던 화염거인의 형상이 일그러져간다.
외신의 모방체로서 존재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서 그 동조가 약해지고, 본연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수르트]가 아니라 불카누스로.외신의 수용체가 아닌 요령왕으로.
두 종류의 영향력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다다랐을 때, 레너드가 그 낭떠러지에서 손을 뻗었다. 위그드라실과 외신을 모두 배제해버릴 셈이었다.
키이이잉.
불카누스의 내부에 희미하게 잔존해있었던 〈천지척사검〉이 응답했다. 위그드라실과 함께 외신의 영향력을 몰아내던 것이 거짓말처럼, 그 검력은 주저없이 불카누스의 핵을 꿰뚫었다.
[수르트]와 대적하느라 한눈을 팔 수 없었던 위그드라실도, 심심풀이로 힘을 투사하던 외신도 그걸 막아내지 못했다.절묘한 타이밍에 판을 다 엎어버린다.
어느 쪽이든지 판돈을 건 놈들은 전부 패가망신하도록.
?■■■! ■■!?
스스로가 반신 나부랭이에게 놀아났음을 안 [수르트]가, 제 자식과도 같은 존재를 상처입은 위그드라실이 그 힘을 분노로 공명시켰다.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취하려고 한 레너드에 대한 보복을 위해서, 일시적인 휴전관계가 성립했다.
이건 레너드도 다 상정할 수 없었던 실착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불카누스의 영핵은 파괴되고, 두 종류의 힘은 상쇄되면서 말끔하게 소멸했을 터.
돌발적인 사태에 레너드의 두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동귀어진인가!’
[수르트]와 위그드라실의 영향력이 핵을 잃어버리고 붕괴가 시작된 불카누스의 몸을 팽창시켰다.10미터 크기에서 20미터, 30미터로 빠르게 부풀어오른다.
체내에서 휘몰아치는 힘은 그렇게 많지 않았으나, 진신급의 간섭이 들어가있는 상태였다. 이 일대를 모조리 날려버리고도 남는 수준의 파괴력은 나올 터였다.
무엇보다도 내상이 악화된 오드리는 피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겠군.’
그래서 레너드는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저 폭발을 막아내고자 각오를 결정했다.
천만다행으로 세계법칙의 가호는 아직 유지되고 있었다.
북신류(北神流)
등 뒤에서 만들어진 현천상제의 상이 칠성검을 들어올리고, 눈앞에서 작렬할 폭발을 억누르고자 힘을 끌어모은다.
그리고.
초대형 서리검(Supersized Frost-Blade)
갑작스럽게 상공에서 떨어져내린 빙하의 검이, 그 폭발력의 구심점을 양단하면서 지면 깊숙이 박혀들어갔다.
난입자의 등장이었다.
‘이건, 그레이스 단장님의…!’
그레이스가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오드리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로 비장해졌던 몸과 마음에 한 줄기 여유가 돌아오고, 묵검을 쥔 손아귀가 유연해지면서 그 움직임에 탄력이 만들어진다.
제 불리함을 깨달아버린 불카누스보다 반 박자 빠르게.
일격일살절명기(一擊一殺絶命技)
사생유명검(死生有命劍)
레너드의 손아귀에 쏘아진 묵광(墨光)이, 그레이스가 한 번 쪼개놓은 힘의 중심을 베어갈랐다.
폭발 직전까지 응축되었던 힘이 그대로 흩어져버린다.
두 존재의 분노가 흘러넘쳐서 반신경 실력자들조차 등골이 잠시 오싹해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외신 [수르트]의 존재감이 먼저 사라지고, 위그드라실의 시선도 멀어지는 게 느껴졌다.
“후우우우….”
레너드가 참고 있었던 숨을 토해내기가 무섭게 기사단장 세 명이 지근거리에 착지했다.
평상시와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 웨이드.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그레이스.
그레이스보다 상태가 더 나빠보이는 우루카까지.
테티스와의 전투에서 다행히 사망자는 안 나온 모양이었다. 그들 역시 오드리가 팔 하나를 잃어버리고, 지면에 주저앉은 것을 보고서 좀 놀란 것 같았다.
“잘 버텼군.”
불카누스와의 전투흔적을 좀 살펴본 웨이드가 그답지 않게 칭찬했다. 외신 [수르트]가 보여준 힘은 미미하면서도 찰나에 불과했지만, 레너드와 오드리는 그 사이에 죽을 고비만 세 번 이상 넘겨야했다.
[카리브디스]를 모방했지만 그 완성도가 부족해, 외신이 개입하기는커녕 허무하게 무너져내린 테티스와는 달랐다.그의 찬사에 목례한 레너드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우루카 단장님께선…?”
만약 용안으로 보지 않았다면 내상이 좀 심한가보다, 하고 말았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었다.
초월경부터 완전한 상태를 유지해야할 정기신의 균형이 다 무너졌고, 심상세계마저 균열이 일어났는지 외부에서 그 힘의 법칙성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의 우루카라면, 레너드가 10초 내외로 제압가능했다.
“심상무예를 너무 과하게 사용했다.”
웨이드는 그 이유를 짧게 설명했다.
안 그래도 사용자의 혼을 불태우면서 시한부로 만드는 힘이 〈멸혼검〉인데, 테티스가 최후의 발악으로 한 짓을 막아내느라 한계를 지나쳐버린 탓이었다.
3대1의 구도에서 도저히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테티스가 자괴(自壞)하면서, 그 안에 묶여있었던 스프리건들이 범람하여 기동요새를 쓸어버리려고 한 것이다.
〈혼원검〉으로 진이 빠져있던 그레이스는 그걸 막아낼 수가 없었고, 웨이드의 〈아라드와르〉도 그 수준의 물량공세엔 그리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괜찮, 습니다. 제가…해야할, 일이었으…니.”
산송장 같은 몰골이었으나, 우루카의 입가에 떠오른 웃음은 결연하기까지 한 각오가 느껴졌다.
녹룡기사단장.
개인적인 원한으로 그 혼을 불태우고, 스프리건과의 싸움에 일평생을 내던졌으나 사명감의 진위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한 놈 남았군.”
웨이드가 무덤덤하게 한 말에,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위그드라실.
남아있던 요령왕마저 다 역소환당하면서 무방비가 된 신목. 녹룡기사단이 타도해야할 거악(巨惡)의 원흉이자, 옛 시대에서 죽지 못하고 살아남아버린 멸신전쟁의 잔해가 남아있었다.
강적과의 연속된 전투로 많이 소모당한 상태였으나, 시간을 더 끌었다간 앞서 토벌한 요령왕들이 재소환될지도 모른다.
“기동요새는…이 자리에 남겨둬야겠군. 동력원에 여유가 안 남았다면 뒤로 물려도 상관없다.”
우루카가 그 말에 수긍하면서 손등의 각인을 활성화했다.
“…[정지]…[방호결계를, 1순위로…동력순환, 대…기.]”
다 죽어가는 소리로 한 명령이었지만, 기동요새는 알아듣고 얼마 안 남은 동력을 방호결계에 집중시켰다.
그대로 유지한다면 한두 시간은 더 버티겠지.
웨이드는 그 상태를 점검하듯이 기동요새의 위아래를 한 번 훑어보더니, 일행에게 눈을 돌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외팔이가 된 오드리를 향해서였다.
“팔, 재생할 수 있나?”
“가문으로 복귀한다면?”
“지금은 안 된다는 소리군. 요새로 돌아가서 대기하도록. 그 상태로는 짐만 될 거다.”
무신경한 소리에도 그 표정을 바꾸지 않은 오드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레너드 덕분에 평생 외팔이가 될 일은 없었으나, 복귀해서도 몇 달 정도는 요양해야할 처지였다.
그레이스는 탈진 상태였지만 회복하는 속도가 빨랐고, 자폭 직전에 구함받은 레너드는 거의 만전에 가까웠다. 우루카만은 오드리 이상으로 짐이 될 수도 있어보였지만.
“가지.”
웨이드는 더 말하지 않고, 위그드라실이 솟아있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기동요새로 돌아선 오드리도, 입술만 괜히 한 번 물었다가 놓은 그레이스도.
그 이유를 모른 척하지 못한 레너드도 마찬가지였다.
우루카에게 지금 물러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감사, 합니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입술 옆으로,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피가 한 가닥 흘러내렸다. 비린내도 없이 향기롭기까지 한 혈액이었다.
선천진기가 누출되고 있었다.
반신경 수준의 고수라도 그 상태에 다다른다면 곧 마주하게 될 죽음을 각오해야한다.
웨이드가 말없이 그를 따라오게 한 것도 그래서였다.
?오늘, 우루카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