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30)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30)
황금룡기사단의 주둔지, [용머리]는 작은 섬 형태의 땅이다. 가주 저택에서 가장 인접한 구역이기도 했으며, 황금기사들을 제외하면 단장급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시조 카르데나스의 잔혼(殘魂)이 보관되어있는 곳이라서다. 신좌가 비어있는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진신급의 위험요소와 대적할 수 있는 존재였다. 기밀등급이 낮을 리가 없었다.
의식의 실패작으로 만들어진 부산물, 황금기사도 그 취급이 전략자원에 가깝다보니 조직 전체가 폐쇄적이면서 신비주의로 일관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혈족들은 그저 황금룡기사단을 동경하거나 숭상하고, 7대 기사단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것도 모자라 가주 직속으로 운용된다는 말에 환상마저 품는다.
그러나 그 실상은 냉혹하다못해 비정하기 그지없었다.
“어이, 트레스.”
시조의 거주공간으로 레너드를 안내해준 황금기사 트레스가 제 이름에 반응해서 고개를 들어올렸다.
“우나 경, 오셨습니까.”
황금룡에서도 그 상급자를 찾기 어려운 트레스가 존대를 할 정도의 실력자이면서, 유명무실한 단장직을 맡고 있는 시조를 대신해서 기사단을 총괄하고 있는 황금기사였다.
타 기사단의 부단장과 비슷한 위치라고 말할 수 있겠다.
반신경 미만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승리할 수 있는 초월경의 용인, 우나가 픽 실소했다.
“도련님께서는 벌써 안으로 들어가셨나보네?”
비아냥인지 아닌지 모를 소리를 중얼거린 그녀가 제 투구를 벗었다. 사금과도 같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똑같은 색채의 눈동자가 드러나면서 홍채로 들어오는 빛을 튕겨냈다.
금발금안.
직계가 아니었어도 ‘의식’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직계와 같은 외형을 보유하게 된다. 천 년 가까이 세대교체를 반복해, 원초로부터 크게 멀어진 혈족들과 달리 시조를 재현하고자 한 의식의 피험체가 된 자들이었다. 실패작이라고 해도 인간보다 골드드래곤에 더 가까운 것이다.
“말을 조심하십시오. 반신경에 도달한 이상, 우리들이 감히 거론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십니다.”
“아, 나도 알거든? 바로 눈앞에서 툴툴거리거나 할 생각은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들끼리 있을 때는 좀 편하게 이야기해도 되는 거잖아?”
“…그렇다면 저까지 휘말려들게 하진 말아주십시오.”
레너드를 직면했기에 그 격차를 실감한 트레스다. 언제나와 같이 그녀에게 어울려주는 대신에 몇 걸음 물러섰다.
그의 태도변화를 알아차린 우나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응, 도련님이 그렇게 대단했어? 네가 쫄아버릴 정도로?”
그러자 트레스는 순순하게 제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기존의 단장님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겠더군요.”
“설마.”
“우리들의 감각을 알고 계시잖습니까. 본능적으로 헤아려본 역량의 차가 그 정도였습니다. 레너드 경보다 확실하게 몇 수 위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은 적룡기사단장과 흑룡기사단장 두 명밖에 없습니다.”
시조의 표현대로라면 드래고니안, 이미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된 황금기사의 감각은 자신보다 격상의 존재라도 제법 눈대중하는 게 가능했다.
정확하게 그 힘과 경지를 추산해내진 못해도, 비교대상과의 격차를 서로 비교해볼 수는 있었다.
단호하기까지 한 목소리에, 우나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최근에 반신경을 돌파했는데 그 정도라고…? 차기 가주니, 시조의 재림이니하던 소문이 다 사실이었다는 건가?”
초월경에 막 도달한 자와 극한에 선 자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듯이, 반신경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수십 년에서 백 년 이상을 수련하고 투쟁해온 단장들과 그 인생사가 20년도 안 되는 레너드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룡기사단장과 흑룡기사단장, 두 명만이 레너드보다 윗줄에 해당한다니?
성장속도부터 시작해서 잠재력, 운의 크기에 이르기까지 그 요소 하나하나가 비현실적이다. 현실의 이야기라기보단 동화, 영웅담의 주인공처럼 순풍만범하는 존재로 느껴졌다.
“하, 질투나는걸.”
황금룡의 일원이라면 그 모두가 뿌리 깊은 열등감과 시기심 따위를 품고 있기 마련이었다.
현 세대의 카르데나스조차 초월한 무언가가 된 대가로 격의 성장이 불가능해진, 초월경도 아니고 반신경도 아닌 수준으로 박제되어버린 자들은 하루하루 심신이 썩어들어갔다.
강해졌다고 해봤자 반신급 이상을 대적한다면 시간벌이용의 고기방패 이상 이하도 아니었고, 언젠가는 시조의 강림체로서 소모당할 운명이라는 것이 그 허무감을 더욱 키웠다.
그런데 황금룡에 입단하는 것을 거부한 꼬맹이가 그들이 할 수 없는 경지돌파를 성공하고, 가문의 영광으로 떠받들어지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오장육부가 다 부글거릴 수밖에.
‘나도, 저렇게 되고 싶었는데.’
과거로 돌아간다면 황금룡기사단에서 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터였다. 반신경에 다다르지 못할지언정, 그 삶을 실패의 부산물로 만드는 것보다는 발버둥치다가 죽고 싶었다.
후회한다.
체념한다.
번민한다.
황금기사들의 머릿속은 항상 제 선택에 대한 후회와 체념이 공존했고, 정신력을 갉아먹으면서 부담을 누적시켰다.
“윽.”
드래고니안의 육체로도 정신적 부하까지 다 감당할 순 없는 노릇인지라, 미약하게 두통이 올 때도 있었다.
터무니없이 강인한 몸 때문에 두통으로 끝난 거다. 그 몸이 평범하게 초월경 수준이었다면, 주화입마로 피를 토하고 뇌의 일부분이 괴사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래도 이 데미지가 축적된다면 크게 폭발하는 날이 온다.
알게 모르게 스스로의 결말을 예감하면서도, 황금기사들은 그 운명에 저항할 힘도 없어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엇?!”
“무슨!?”
트레스와 우나가 거의 동시에 한 방향을 돌아보았다.
황금기사만이 느낄 수 있는 존재감, 시조의 잔혼이 그 힘을 발산하던 느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의식이 활성화되고 말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강신체로서 그들을 묶고 있었던 제약마저 풀려나가는 것이 느껴져서, 황금기사들은 아주 드물게 혼비백산했다.
“설마?! 시조님께서!”
트레스가 한 말에 경악한 우나가 내달리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그 목적지는 시조의 공간, 지하실이었다. 황금룡 최강자의 이동속도는 단연 무시무시했다. 두 걸음에 소리마저 따돌려버린 속도로 충격파가 만들어져, 애꿎은 건물 지붕이나 외벽 따위가 부스러지면서 흙먼지를 흩날렸다.
그리고.
“…….”
텅 빈 지하실에서 혼자 고요하게 서있는 레너드를 본 그녀, 우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레너드 경?”
“아니.”
그녀의 부름에 도리질을 친 레너드가 눈을 떴다.
횃불 몇 개로 일렁거리는 어둠을 도려내듯이, 한 쌍의 금색 안광이 뿜어져나와서 우나를 압도했다.
황금룡에서 가장 강해봤자 그 격의 차이는 절대적이었다.
“단장님이라고 부르도록.”
시조에게서 그 직함을 넘겨받은 이상, 황금기사들은 레너드 자신의 하급자가 된 거나 다름없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하대(下待)한 레너드의 앞에서, 우나가 무의식적으로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본능적인 영역에서부터 그를 상급자로 인정해버린 것이다.
레너드가 말했다.
“오늘부터 나, 레너드가 시조님으로부터 황금룡의 지휘권을 모두 승계받았다. 네 이름과 지위는?”
“우나입니다. 황금룡엔 별도의 직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부단장과 같은 취급입니다. 평소엔 시조님께서 잠들어계시니, 기사단의 업무는 거의 다 제가 처리했습니다.”
“그런가.”
그녀의 인적사항을 정리해본 레너드가 다시 명령했다.
“황금기사 전원을 소집해라. 너희들 전원에게 고지해야하는 내용이 발생했으니, 열외는 용납하지 않겠다.”
“예, 단장님.”
갑작스러운 상황인데도 우나는 아주 신속하게 명을 받아서, 올 때보다 더 빠르게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그녀 자신은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겠지만, 레너드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시조가 전수해준 [용언]의 응용 중 하나였다.
심상공간에서 한 달 가까이를 지냈던 레너드가 제 가슴팍에 손을 올려놓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도박수가 어떻게 맞아떨어진 모양이었다.
‘들리십니까?’
그의 표층의식이 흘려보낸 의지에, 그녀가 화답했다.
-그래, 잘 들린다.
레너드를 가르치다가 힘을 다 소모해버린 잔혼을 받아들여, 제 심상세계로 들여놓은 것이다.
몸 바깥으로 내보낸다면 곧바로 끝을 맞이하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전에는 상당히 길게 버틸 수 있었다. 일시적으로 레너드의 몸을 빌려서, 회광반조(回光返照)의 일격을 동원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본의 아니게 진신급의 구명절초를 하나 만들어버렸다.
-네 심상세계가 골드드래곤에 적합한 형태라서 성공하게 된 것 같구나. 황룡(黃龍)이라니, 네가 온 세상에도 우리 일족이 남아있었더냐?
‘그쪽의 용과 이쪽의 드래곤은 좀 많이 다릅니다. 나중에 다 설명해드리지요.’
-오냐.
이심일체가 된 레너드와 시조의 잡담 내용을 알 리도 없이, 황금룡기사단은 때 아닌 소집령으로 섬 전체가 뒤집혔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우나 덕분에 황금기사 전원은 한 명의 열외자도 없이 레너드에게 모여들었다. 불과 3분도 안 지나서 이룩해버린 쾌거였다.
상황파악이 안 되는 놈한테는 주먹을 좀 썼는지, 얼굴에 그 멍자국이 선명한 놈들도 한두 명이 아니었다.
“다 모였나?”
“총원 36인, 열외없이 집합했습니다.”
우나의 거침없는 대답에, 레너드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36명이라? 이걸 많다고 해야할지. 적다고 해야할지.’
황금기사 개개인의 전력이 무시무시한 수준이라지만 숫자가 너무 적었다. 아무래도 ‘의식’으로부터 살아남는 확률 자체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은 듯했다.
그의 용안으로 본 정보에 따르자면, 드래고니안은 반신경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수명을 지닌 존재였다.
[용언] 때문에 깍듯해진 우나조차도 웨이드, 오드리와 거의 연령차가 없었다. 수백 년에 걸쳐서 황금기사를 모아왔는데도 이 숫자라면, 그런 식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다.-강신으로 죽어나간 인원도 몇몇 있긴 하다만, 그 인원까지 포함하더라도 50은 안 넘을 거다.
카르데나스의 말에 속으로 납득하면서, 레너드는 제 얼굴만 바라보는 황금기사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쳤다.
혼란, 경악, 공포, 의문, 공황에 이르기까지 그 감정이 훤히 드러나있는 시선과 표정들을 보았다. 얼마 안 되지만 기대감, 안도감 같은 감정을 드러내는 자도 있었다.
시조의 소실을 알게 된 것으로 소모품의 신세를 벗어났다고 추측하기라도 한 걸까.
“우나에게 몇 마디 들었을테니, 즉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아주 희미하지만 [용언]이 담겨있는 말에, 황금기사들은 그 자신도 모르는 새에 집중도를 올렸다.
레너드가 왁! 하고 소리지른다면, 경기라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네가 왜 단장이냐고 따지거나 할 일은 없어보였다.
“시조님의 뜻에 따라서 황금룡기사단은 오늘부로 내 휘하에 들어온다. 강신체로 소모되는 일도 더 없을 것이고, 자원으로 취급당해서 전선으로 나오지 못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한 마디 한 마디 이어질 때마다, 황금기사들의 공허한 낯에 알게 모르게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강해질 수 없다는 이유 하나로 망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통상전선에서 활약하지 못하는 것, 떳떳하게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제 얼굴이나 이름을 감춰야하는 것, 가문 안에서도 섬 따위에 격리당한 처지로 살아왔던 것 등등.
복합적으로 그들을 몰아붙인 이유가 존재했다. 레너드는 그 부분을 하나하나 해결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수십 년만에, 누군가는 백 년도 더 되어서 빛이 바랬을지도 모르는 청사진을 보여준 레너드가 곧 결정타를 날렸다.
“시조님께서 보증해주신 부분이다만, 너희들도 경지를 높일 수 있는 수련방법이 존재한다. 돌파가능성은 희박하지만, 0은 아니라더군. 기사단의 정비가 끝나는대로 내가 그 수련방법을 전수할 생각이다.”
“…….”
“…….”
“…….”
“……예?”
황금기사 전원이 가지각색의 표정으로 얼어붙었다가, 몇 초 지나서 해동되더니 제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가 하면서 말도 못 꺼내고 어물거렸다.
시조의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그들에게 사기를 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레너드의 [용언]은, 그 의지를 아주 명확하게 전달했다. 시조가 보증했다는 것도, 무공으로 경지돌파를 노릴 수 있다는 것도 다 진실이었다.
설득과정을 생략하고 그들 전원의 마음속에 꺼져있던 심지, 그 끄트머리를 발화시켜버린 레너드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더 이상 소모품이 아니다. 카르데나스의 기사 한 명으로 돌아가서, 스스로의 검과 능력으로 세상을 지켜라. 날 따라오겠다면 어느 곳보다도 화려한 무훈만큼은 약속하겠다.”
절망과 체념으로 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명감이, 명예욕이, 긍지가 불타오르면서 금색 안광이 수십 쌍 번뜩였다.
그걸 본 레너드는 더 연설해야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용머리]의 주둔시설과 개인용품을 정리하고 있어라. 나는 가주님과 이야기하고 오겠다.”
그 자리에서 돌아선 레너드의 등 뒤로, 차갑게 식어있던 섬 공기가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카르데나스의 최종병기.
7대 기사단의 정점이면서 최강.
황금룡기사단이 진정한 의미에서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