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31)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31)
“……그런, 가.”
하루도 안 지나서 재방문한 레너드를 마주한 검공 데클렌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말을 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존재한계를 맞이하게 된 시조의 잔혼도 충분히 대형사고에 해당하는데다 소모품의 신세를 벗어나서 무력집단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 황금룡기사단까지.
한 가지만 들려왔어도 골머리를 앓아야할 소식이 두 가지나 겹쳐왔으니, 데클렌이라도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자네, 황금룡기사단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겠나?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력은 강대하지만, 스스로의 노력으로 쟁취한 경지가 아니다보니 많이 불안정해. [용머리]에 그들을 구속한 것은 강신체로서의 역할 때문이기도 했으나, 전선에서 어떻게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어.”
만에 하나라도 황금기사들이 폭주한다면, 단장급의 눈이 안 닿는 상황에서는 제압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황금룡기사단은 대외적으로 가문 최고의 기사단이지. 무력 하나만큼은 그 말대로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일족들은 모두 황금룡에 입단하기만을 꿈꾸고 노력한다네. 비밀이 아주 조금이라도 새어나간다면, 풍파가 적지 않을 것이야.”
레너드는 그 말에 떠오르는 기억이 몇 개 있었다.
갈라파고스 섬에서 수련하는 동안, 그와 교류했던 견습기사 3인조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도 하루하루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실력을 높이며, 황금룡기사단에 들어가고 싶다면서 제 포부를 머쓱하게 털어놓았다.
황금룡은 사실 ‘의식’이 실패하고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소모품에 불과한 신세였는데 말이다.
중대한 기밀을 은폐하느라 황금룡의 평판을 올려놓은 탓에, 그 폭주는 단순히 사상자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서 가문의 명예와 긍지마저도 실추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레너드는 그 위협처럼 들리는 말에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시조님께서 남기고 간 안배도 존재하고, 그들도 제 인생을 되찾아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배?”
“황금기사들은 한없이 드래곤에 가까운 존재라서, [용언]의 사용자에게 거스를 수 없다더군요. 그 본능에서부터 작용하는 서열관계랑 비슷한 겁니다.”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거린 데클렌이 말했다.
“그렇게까지 깊게 확신하고 있다면, 내가 더 의심하는 것도 실례겠지. 이것은 가주로서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너무 불쾌해하진 말아주게.”
“물론입니다.”
카르데나스에게 있어서, 황금룡은 이제 계륵(鷄肋)과도 같은 존재였다. 반신급 존재에게도 대응가능한 수준의 무력은 아주 매력적이지만,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면 7대 기사단의 반 이상을 투입해야만 억누르는 게 가능하다.
양날의 검.
문자 그대로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보니 데클렌조차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용인하지. 현 시간부로 자네를 황금룡기사단의 수장으로서 공표하고, 그들 전원의 통솔권한을 인정해주겠네. 타 기사단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작전행동이 가능하나 기밀의 단속만큼은 철저하게 부탁해야겠군.”
“시조님에 대한 부분만큼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요. 아, 그리고 시조님과 관련되어있는 일입니다만.”
“…무엇이 또 있나?”
안 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던 데클렌은 지친 얼굴로 그가 할 말을 기다렸다.
아니나다를까.
“시조님이 지금 자네의 심상세계에 머물러있다고?!”
“예, 당분간은 버틸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레너드의 심상세계가 시조 카르데나스에 적합한 특이점으로 구축되었기에, 성공할 수 없어야할 일이 성공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한계를 맞이한 영혼은 계속 마모를 거듭하고 있어서, 레너드가 그녀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10년 내외로 소멸하게 될 터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데클렌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쁜 소식은 아니니까 좀 다행이네만…진신급 존재가 다시 개입한다면 1번밖에 막을 수 없겠군. 위클라인과 제하이어 두 가문도 한 번 정도라면 대응할 수 있을테니, 세 번인가.”
스프리건 전선에서 진신급 존재, [수르트]의 편린을 경험한 레너드는 그 말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 수 있었다.
형태만 어설프게 구현되었던 불카누스가 대충 내지른 검이, 반신경의 강자 두 명을 압도했다. 제대로 강림했더라면 3초도 못 버티고 잿더미가 되었으리라.
그걸 온전히 강림시켜도 세 번이나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은, 아르카디아의 무궁무진한 저력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날 찾아온 용건은 그게 전부인가?”
간절하기까지 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데클렌에게, 레너드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마저 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마지막입니다. 황금룡기사단이 제대로 움직일 만한 임무가 필요합니다. 그들의 힘은 틀림없이 대단하지만, 타 기사단원과 비교하면 실전경험이 부족하고 수십 년에서 백 년 가까이 [용머리]에서 썩어왔지요. 투쟁심과 긍지를 되찾으려면 그들에게 걸맞는 전장으로 담금질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식주의 욕구가 충족되어있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생의 값어치를 증명할 수 있는 자아의 실현이었다.
어릴 적부터 카르데나스의 일원으로서 긍지를 배워왔고, 이 세상의 위태로움을 알게 된 황금기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이 가문에 필요하다는 증명이다.
전장이야말로 그 증명에 가장 적합한 상황이며, 장소였다.
“반박할 수 없군. 검집에서 뽑혀나오지 않는 검보다 무가치, 무의미한 것도 없겠지. 그렇지 않아도 영룡기사단에서 수상한 움직임에 대한 보고가 들어왔던 참이라네.”
“수상한 움직임이라고 하신다면?”
“두 곳으로 압축하자면, 대륙 극동부와 남부해역일세.”
아르카디아 제국에서도 상세하게 관측할 수 없는 초원거리, 천계가 경고했던 내용과 관련되어있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데클렌은 그 정탐부문을 전담하고 있는 영룡기사단, 단장 코빈까지 포함된 대인원을 온 세상으로 내보내서 정보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외신교단이나 악마숭배자, 제국에서 금기(禁忌)로 한 것들을 주워섬기는 놈들을 전부 말살하기 위해서였다.
“극동부에선 악마숭배자가, 남부해역에선 외신교단이 몇 놈 발견되었다고 하더군. 내버려두면 바퀴벌레처럼 수를 불릴 수 있는 놈들이니, 본거지를 찾아내는대로 격멸해야겠지.”
마족들은 이 세상에 직접 강림하려면 [지옥문]을 통과하는 수밖에 없지만, 숭배자들의 의식과 인신공양으로 분체 따위를 만들어내거나 힘의 일부를 투사하는 것은 가능했다.
신비협회에서 금지한 흑마법의 사용자, 대륙 단위로 수배된 흑마법사들도 크게 보자면 악마숭배자에 해당했다.
외신교단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그가 아틀란티스에서 직접 경험했던 것처럼, 외신의 힘을 받아들여서 이종족으로 변이하거나 대규모 의식을 실행해서 〈마경〉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방치한다면 그 시간에 정비례하는 수준의 위협이 태어나고 만다.
제6해역에서 미지수로 남아있는 〈마경〉만 해도 위험수준을 측정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남부해역으로 가게 된다면, 아쿠아마린 사람들과 재회할 수 있겠군. 프란시스와 마리안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떠올려보는 레너드 앞에서, 데클렌이 잠시 생각해보다가 제 결정을 알려주었다.
“어느 쪽으로 출정해야할지, 그 상세에 대해서는 보고가 더 들어오면 내가 직접 알려주겠네. 그때까지는 황금룡의 기강을 잘 다듬어주게나.”
“알겠습니다, 가주님.”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회담이 가까스로 끝을 맞이했다.
* * *
저벅, 저벅.
데클렌의 처소에서 빠져나온 레너드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용머리]를 향해서 날아오르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1분도 안 지나서 당도하겠으나, 제 지시에 따라서 섬을 정리하고 있는 황금기사들과 마주하기 전에 앞서 생각해야할 문제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꿈을 되찾아주었으니, 레너드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조가 한 말대로 그 성장이 멈춰버린 황금기사들의 의욕을 돋게 할 무공이었다.
수십 명을 한꺼번에 다 가르쳐야하는데다, 그들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무공전수가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드래고니안의 신체능력을 감안하면, 외공수련은 시간낭비에 불과하지. 천의무봉에 닿아있는 검술도 더 가르쳐봤자 기교의 수만 늘어나지, 제대로 된 실력상승은 없을 터다.’
흑룡기사단처럼 마족 하나만 겨냥하는 방식을 가르쳐줘봤자 별 의미도 없고, 외공이나 내공을 더 수련해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건하고 기가 넘쳐흐르는 자들이었다.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능력만 완벽하게 다루더라도 몇 배나 강해질 수 있었다. 통상적인 무인이라면 한 번 시전하는 걸로 근골이 산산조각날 무공도, 황금기사라면 몇 번이고 남발해도 큰 무리가 없을 가능성이 컸다.
제 한계를 넘어서는 무공이나 이쪽 세상에서 비교적 미흡한 집단전술을 가르친다면?
“십팔나한진(十八羅漢陣)이나 천강북두진(天?北斗陣) 같은 걸로 두들겨패면 반신급 존재라도 잡을 수 있겠군. 상성이 안 좋은 계통이라면 그래도 좀 불리하겠지만.”
다대일로 상위경지를 대적하는 방법에 있어, 무림의 방식은 이쪽 세상보다 몇 수 위였다.
그 이유는 바로 중원무림의 역사에서 나타났다.
대기만성에 해당하는 정파무공으로 급진적인 성장세를 지닌 사파와 마도의 무공에 대적하려면, 최소 절정급은 되어야지만 무공의 안정성과 전투지속력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이전까지는 정파가 불리하며, 동년배의 사마외도와 일대일로 맞붙으면 거의 무조건 패배한다.
‘그래서 구파일방와 오대세가를 비롯한 정도문파들은 협력, 합격진으로 불리함을 타파했지. 200년 전의 백팔나한진이 그 당시의 중원을 제패했던 사파연맹, 흑사련의 무인 3천을 모두 도륙내버린 것처럼.’
수적 우위와 성장세에만 의존했던 사파인들은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고, 종교적인 단합력을 지니고 있었던 마도인들은 그 수의 불리함을 넘어서지 못하고 새외로 쫓겨나야했다.
중과부적(衆寡不敵)도, 군경절축(群輕折軸)도 맞는 말이다.
사파와 마도는 둘 중 하나만을 추구했기에, 두 가지를 손에 쥔 정파무림에게 격퇴당했던 것이다.
‘황금기사 전원에게 전수해줄 만한 무공이라면…제왕검형을 기반으로 한 무공이 좋으려나? 혼원벽력도를 섞는다면 부담은 더 커지겠지만, 위력은 배로 오르겠지.’
남궁세가와 하북팽가의 비전절학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론한 레너드가 제 머릿속에서 무공을 조합했다.
‘예상보다 두 무공의 상성이 좋다. 〈천뢰제왕신공〉의 기가, 〈혼원벽력도〉에 적합한 호환성이 있기 때문인가?’
반신경에 도달하면서 대종사의 재능까지 얻게 된 상태라서, 구결의 진체(眞體)를 어림짐작하던 시절과 달리 신공절학마저 분해하고 재창조하는 것이 가능했다.
〈제왕검형〉.
〈혼원벽력도〉.
남궁세가의 가주만이 전수받을 수 있는 무공과, 하북팽가를 대표하는 〈오호단문도〉와 동격의 신공절학이다. 그 구결만 몇 줄 유출되어도 강호에 피바람이 불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검제 연무혁도 무공구결을 직접 들여다본 것은 아니다.
우내십존에 속해있는 남궁세가주와 팽가주, 두 사람과 모두 겨뤄봤기에 그 무공의 이치와 원리를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스쳐지나갔을 뿐이다. 지난 기억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두 무공의 핵심구결까지 모두 재구성할 수 있었다.
“뭐, 오래 걸리진 않겠군.”
두 가문의 무인들이 보고 들었더라면 칠공으로 피를 토해낼 소리를 한 레너드가 몸을 띄웠다.
파아앙!
허공답보로 몇 걸음 내딛어서 가속한 몸이 고속으로 쏘아져 [용머리]를 향한다. 아직 정리가 다 끝났을 리도 없었지만, 이 소식을 전해준다면 작업속도에도 유의미한 영향이 있을 터.
황금룡이 제 값을 증명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