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4)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4)
음속돌파.
무시무시한 완력으로 그 속도를 올린 도끼가 순식간에 소리 이상으로 가속한다. 연체경 10단의 무인이라도 나올 수 없는 근력은 놈이 몬스터로서 타고난 특권이다.
펑 하고 터져나오는 충격파보다 먼저 레너드의 머리가 터질 것처럼 긴박해진 순간에.
터어어엉!
—하고, 맥빠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히익?
피분수를 기대하고 있던 아드놀도 마찬가지였다.
기이하게도 레너드의 검을 후려친 도끼가 미끄러져, 엉뚱한 방향으로 튄 것이다.
뒤늦게 충격파가 몰아치면서 그 주변의 수풀을 흔들었지만, 레너드는 머리카락도 한 올 상하지 않았다.
“검면으로 그냥 막아냈으면 두 조각이 났겠군.”
그는 여전히 태연하기만 한 기색으로, 그러나 제 손목뼈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말했다.
인간과 몬스터는 그 신체능력의 격이 다르다.
오우거까지 갈 것도 없이 놀이나 오크만 하더라도 인간쯤은 간단히 찢어죽인다.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실감하지 못했던 레너드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그래봤자 금수에 불과하리라고 생각했건만, 이건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닌가?’
겨우 2단계, 성마경을 돌파한 놀 따위가 연체경 10단보다도 강하다. 그렇다면 그 위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은, 더 강력하고 위험한 종족의 상위개체들은 검제 시절의 자신이라도 충분히 목숨을 걸 만한 수준이겠지.
레너드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끌어당겨졌다.
“흐.”
참지 못하고 새어나온 웃음에, 아드놀은 순간 등골이 오싹 얼어붙는 것 같은 공포를 느껴야했다.
이히이익?!
본능적으로 크게 물러나서 20미터의 간격을 두고, 스스로가 왜 물러났는지 의문을 품는다.
아드놀 치프틴은 아직 성마경이지만, 조금만 더 성장한다면 진마경에 닿을 수 있는 존재였다. 짐승의 충동으로 억누를 수 없는 본능이 적을 두려워하라 경고한다.
>찌꺼기의 숲>에 머무르는 몬스터 따위가 얕봐서는 안 될, 진정한 포식자가 너의 눈앞에 서있노라고.
키햐아아아악—!
하지만 놈의 미개하기까지 한 성질은 그 경고에 잊어버렸던 열등감을 자극당하고 말았다.
섬 안쪽의 생존경쟁을 감당하지 못해, 동족과 함께 이 숲에 정착했던 날의 기억이. 너덜너덜해진 몸뚱이로 약해빠진 놈들 위에 군림하면서 자존심을 되찾아갔던 기억이.
다시 한 번 떠올린, ‘도망쳐라’라는 본능을 씹어삼켰다.
“내면의 공포로부터 눈을 돌렸는가.”
아드놀의 심리변화를 다 간파한 레너드가 말했다.
“누군가는 그걸 어리석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기꺼이 칭찬해주마.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을 눌러, 강자에게 맞설 줄 안다면 과연 존중해줄 만하다.”
당랑거철(螳螂車轍)에는 사실 두 가지의 뜻이 존재한다.
하나는 다들 알고 있듯이 제 분수를 모르고 강자에게 덤벼, 최후를 맞이하는 어리석음을 비웃는 것.
다른 하나는 제 힘을 압도하는 상대로부터 도망치지 않고서 덤빌 정도로 용맹함을 존경하는 말이다.
“덤벼봐라. 나 역시 제대로 상대해주마.”
레너드의 검이 자연스럽게 기수식을 취한다.
검극으로부터 뻗어나간 예기가 아드놀의 코를 건드려, 놈은 으르렁대면서 제 도끼를 사선으로 들어올렸다.
팔상세(八相勢).
알고 한 것인지는 몰라도, 전력으로 휘두르는데 모든 것을 내던지는 자세다. 무술이나 기술 따위는 모르기에, 그저 힘을 모조리 쏟아내는데 전념한다.
그게 어설프게 기술을 시도하는 것보다 더 까다로웠다.
사아아아아—….
둘 사이로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숲을 흔들어, 나뭇잎과 그 가지들이 부딪히면서 요란하게 춤춘다.
뒤이어 나뭇잎이 한 장 떨어져내렸다.
지그재그로 춤추는 나뭇잎이 두 존재의 시야로부터 서로를 완벽하게 가린 순간,
투확!
아드놀의 발 아래에서 흙더미가 폭발해, 레너드를 덮치듯이 거세게 밀어닥쳤다.
놈은 교활하게도 그 찰나에 흙을 걷어차, 상대방의 시야를 가리려고 한 것이다.
짐승보다는 인간에 더욱 가까운 수작질이었다.
하지만.
“—집중하거라.”
레너드는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고서 흙을 뒤집어썼다.
제대로 상대해주겠다, 고 말했으니까.
“간다.”
한 마디의 여운이 다 사라지기도 전에, 레너드가 번개 같은 기세로 달려들었다.
연체경 3단의 힘, 신경가속까지 동원한 움직임은 그 본래의 신체능력을 몇 배나 초월하고 있었다. 얼마 안 되는 내공으로 추진력을 더하고, 그에 따라붙는 압력을 2단에서 강화된 뼈로 버텨내면서 돌진한다.
한순간이라면 절정고수도 뛰어넘을 수 있는 급가속.
키햐아아아아아——!!
그러나 아드놀 치프틴은 그 속도에 당연하다는 듯이,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했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과 몬스터의 신체능력은 격이 다르다.
반사신경과 동체시력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번개처럼 휘둘러진 도끼가 다시 한 번 소리를 찢어낸다. 첫 공격처럼 쉽사리 받아넘길 만한 게 아니다. 무의 이치가 뛰어나도 그걸 펼쳐내는 몸뚱이는 너무나 미숙했으니.
‘검객으로서 대처하는 방법은 단 하나.’
1번의 필살을 받아쳤을 때와 마찬가지다.
막지 않는다.
피하지 않는다.
그저.
‘벤다.’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도끼가 눈앞으로 다가왔을 때,
오상류(五象流)
주작십이식(朱雀十二式)
작란염봉(灼爛炎鋒)
레너드의 검극이 한 줄기 봉화처럼 쏘아져나갔다.
베기와 찌르기의 경계에 선 일검.
노려야하는 지점은 도끼날이 아니라 그 아랫부분, 내리치는 힘이 다 실리지 못한 자루였다.
키잉!
나무도 아닌 금속으로 된 자루가 매끈하게 잘려, 도끼의 날 부분이 허망하게 날아가버린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도낏자루를 벤 검은 그대로 나아가, 아드놀 치프틴의 목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런데.
카가가각!
금속도 쉽게 끊어버린 검극이, 아드놀의 누리끼리한 체모에 가로막히면서 요란하게 불티를 흩날렸다.
“허?”
이번에야말로 레너드가 놀랄 차례였다.
한 번 충돌하면서 위력을 조금 잃었지만, 경추까지 간단히 끊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 일격이었다.
그걸 생채기도 안 나면서 버텨내다니?
도검불침(刀劍不侵)이나 마찬가지다.
키히이익!
도낏자루만 남은 도끼, 이제 봉이라고 불러야할 무기를 쥔 아드놀은 그의 생각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훙! 후웅! 훙! 훙!
무게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날 부분이 떨어져나간 탓에, 더 빠르고 예리해진 횡격이 계속 날아들었다.
위력이 조금 떨어졌다지만 바위쯤은 박살내리라.
그럼에도 그 기술만큼은 허접해, 동작을 다 읽히다보니 별 위협은 아니었다. 수십 번의 연속공격을 간단히 피해버린 후, 레너드는 놈의 방어력을 꿰뚫어보았다.
‘금(金)의 기운이 몸 전체를 강화하고 있군. 카르데나스에서 싱글코어로 태어난 것과 비슷한가?’
선천적으로 몸 안의 마나가 금속성에 치우쳐있어, 성마경을 돌파하면서 그 체질이 한층 더 강화된 듯했다.
금속성은 뼈에 깃들기 쉬운 편이지만, 남는 기운이 몸 밖에 흘러나와서 체모를 강철처럼 바꾼 것이다. 한두 개도 아니고 수백, 수천 가닥의 털이 검격을 저지하는 셈이었으니 위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레너드는 그 답을 떠올리자마자 앞으로 뛰어들었다.
이힉?!
그의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한 아드놀이 허공을 후려갈기고, 단숨에 품속으로 들어간 레너드가 검을 치켜세웠다.
검기를 쓸 수 없는 상태로는 저 체모를 베어넘기기 어렵다.
그렇다면 찌른다.
체모가 강철 수준이라면 뼈의 내구도는 그 이상일 터.
그렇다면 뼈가 비어있는 급소를 노려야한다.
오상류(五象流)
청룡이식(靑龍二式)
한쪽 무릎을 땅에 댄 채로 전개되는 초식. 그 검극이 위로 향하면서 정확히 아드놀의 턱 아랫부분을 겨냥한다.
인간이든지 짐승이든지 하악골의 안쪽, 턱 아래쪽엔 그곳을 지켜주는 뼈가 없었다.
그곳에 검을 찔러넣으면 잇몸 천장을 관통하고 뇌를 단숨에 파괴할 수 있었다. 무림에서는 철강시를 쓰러트릴 때에 자주 애용한 급소였다.
승룡관천(昇龍貫天)
한 마리 용처럼 꿈틀거리는 검극이 아드놀의 턱 아래쪽으로 치솟아오른다.
빠르면서도 그 궤적이 기이하게 휜다.
청룡의 식은 빠르기만 한 게 아니다. 제아무리 빨라도 맞지 않는다면 느린 것만도 못한 법. 필중하기 위해선 속도와 변화 둘 다 모자람이 없어야한다.
키히이이이이—!!
제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사신의 낫을 느끼면서, 아드놀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레너드의 검을 읽어낼 수 없으니, 막기도 피하기도 불가능.
최후의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동귀어진(同歸於盡).
방어와 회피 전부를 내려놓고 봉을 내리꽂는다. 제 머리가 날아가버려도 그 관성으로 몸은 움직일테니!
그리고.
한 자루의 검과 한 자루의 봉이 교차했다.
“…….”
…….
숨이 끊어진 아드놀은 잠시 그대로 멈춰서있더니, 이내 그 균형을 잃어버리고 지면으로 무너져내렸다.
턱 아래쪽에서 들어온 검이 정수리를 뚫고 나와있었다.
진마경에 근접했었던 아드놀 치프틴이 아직 외력경도 안 된 14살 소년에게 죽은 것이다. 연체경도 10단이 아닌 5단, 겨우 초심자 딱지를 뗀 수준이었는데 말이다.
“투지 하나는 훌륭했다, 이름 모를 놀이여.”
레너드는 제 앞에 쓰러진 놈을 칭찬해주며, 마지막에 봉을 흘려냈던 왼팔을 쓰다듬었다.
이곳저곳에 금이 간 뼈마디가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봉이 아니라 도끼였다면 조금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다.
‘경지를 더 올려야겠군. 연체경 5단으로는 너무 부족해.’
이건 무예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도 그 정도가 있지, 만약에 아드놀의 방어력에 허점이 없었더라면 쉽게 처치하진 못했다.
연체경 10단까지는 돌파해야겠다.
가문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비명횡사하는 것도 일어나선 안 될 문제였다.
‘마나량의 증가는 어떻게든 속일 수 있다. 점혈로 기의 양을 눌러두거나, 남들 앞에선 거의 다 써버린 상태로 돌아다니면 된다. 운기조식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 위장을 쉽게 간파하지 못할 테니까.’
무림인들은 운기조식으로 자연기를 끌어들여, 몸 안의 기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상의 수련자들은 영석을 흡수하거나, 자연적인 회복을 기다리는 것 외엔 마나량을 급속도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었다.
마나홀이 일부러 텅 빈 상태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이곳의 상식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셈이었다.
파아앗!
그때, 아드놀 치프틴의 시체 위로 영석이 결정화했다.
하품(下品)이 아니었다.
중품영석을 본 레너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중품? D2등급에서는 거의 안 나온다던데, 3단계를 앞두고 있던 놈인가보군. 안 그래도 너무 강하긴 했다.”
>찌꺼기의 숲>에서 활동할 만한 놈이 아니었다. 그가 앞서 해치웠던 홉고블린이나 코볼트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된다.
브래들리가 준 지도에서도 중품영석이 나오기 시작하는 건, 위험도가 해골 두 개였던 지역부터였다.
“중품영석 한 개가 하품영석 백 개 이상이었던가?”
아드놀 치프틴 한 마리가 다른 몬스터를 백 마리 잡는 것과 벌이가 비슷하거나 더 좋단 뜻이었다.
>찌꺼기의 숲>이 인기가 없을 만했다.
레너드처럼 그 경지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금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위험도가 더 높은 지역에서 사냥하는 게 시간적으로나 효율적으로나 훨씬 짭짤하니까.
‘나도 연체경 10단을 돌파하고 난 후에는 위험도가 더 높은 지역으로 가봐야겠지. 그곳부터는 다른 사람들과 조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찌꺼기의 숲>에서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여길 찾아오는 사람도, 보는 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견습기사들이 없다면 그들을 감독하는 유룡기사단 측도 올 이유가 없다.
그런데 위험도가 두 개 이상인 지역부터는 어느 쪽이든 그 시선을 고려해야했다.
한 번이라도 발각당하고 나면 변명의 여지도 없다.
“…위장해야겠군.”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존재하는데, 발을 멈춘다는 선택지를 고를 리가 없었다.
레너드가 오랜 세월로 터득해온 기술 중에는 역용술과 변장 같은 잡기도 존재했다. 무영신투(無影神偸)나 천변마(千變魔), 하오문주처럼 완전히 타인으로 변할 순 없었으나 제 겉모습만 숨기는 수준으로도 충분했다.
그 다음 문제는 의심받지 않을 만한, 레너드가 위장할 만한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었는데.
“내 거처를 들여다보는 애송이들이 몇 명 있었지. 그놈들의 모습을 빌려야겠다.”
4년차 견습기사들의 앞날에 먹구름이 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