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40)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40)
제6해역, 이름 없는 바다는 그 악명과 달리 제5해역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경계선을 넘어서자마자 온 세상이 적대해오는 것만 같았던 〈마경〉, 나스트론드와는 영 딴판이었다. 파도의 높낮이, 바람,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의 형상마저도 평상시와 다를 게 없어서 위화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세 척에서 두 척으로 줄어든 선단을 가로막거나 방해하려는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자라탄과 아쿠아마린은 아주 순조롭게 제6해역의 중심부로 접근해가고 있었다.
원거리에서의 통신상태가 원활하지 않아서 골든하인드는 잘 모르겠지만, 그쪽도 별 차이는 없을 터였다.
‘반신급의 힘이 제대로 격돌했다면 〈마경〉이라도 그 여파가 바로 여기까지 전달되었겠지. 본격적인 교전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판단해야한다.’
레너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지점으로 전력을 분산시킨 결정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았다.
실착(失着)일지도 모르는 수를 둔 이유는 간단했다.
‘제6해역은 아주 먼 옛날부터 금지(禁地)로 전해져왔다. 그 이유가 마경화를 불러일으킨 교단 때문이라면, 놈들의 수작은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에 걸쳐서 누적되어온 거다. 모비딕 일당의 폭주 정도라면 조족지혈에 불과한 수준이겠지.’
무엇보다도 모비딕의 단장, 파블로가 한 짓들이 결과적으로 [카리브디스]와 외신교단에 도움을 준 것도 수상했다.
파블로는 [카리브디스]가 아닌 [스킬라]의 사도였다.
외신을 연구하는 제국학자들의 말대로라면, 두 외신은 서로 영역다툼으로 으르렁대는 관계였을 터다. 하지만 그 관계성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일시적으로 손을 잡고 큰 먹이를 노린다거나, 상대를 미끼삼아서 제 이득을 탐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앞서 골든하인드가 탐지했던 장소 중에서 위험요소는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일 가능성이 높았다. 5할의 확률만 믿고 위험하게 도박하느니, 합리적인 결론을 따르는 게 맞다.
“레너드 단장.”
그때, 자라탄의 선내를 둘러보고 온 니콜라스가 말했다.
“골든하인드, 아니 ‘와일드헌트’를 단독으로 진행시킨 것은 그들을 다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었소?”
“예, 그렇습니다.”
레너드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격전 도중에 뒤통수를 맞는 것보단 안 보이는 곳으로 멀리 떨어트리는 쪽이 더 대응하기 쉽고, 코빈 단장은 언제든지 제 목숨 하나만큼은 건사할 수 있는 실력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은밀기동에 특화한 영룡기사단 중에서도 정점의 실력자, 코빈은 〈마경〉 내부에서도 들킬지언정 붙잡히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는 인물이었다.
정면승부라면 레너드도 그를 상대로 이길 자신이 있었으나, 대적하지 않고 도망친다면 그 종적을 쫓을 자신은 없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선내에 은신하기만 하더라도 찾아내기가 어렵다. 용안마저도 속일 수 있는 심상무예의 보유자, 코빈은 그 생존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카르데나스 최고였다.
‘신뢰도가 높은 아쿠아마린이나 몇 초만에 제압할 수 있는 자라탄과 달리 와일드헌트는 그 저력이 너무 미지수였다.’
코빈이 단독으로 드레이크를 포함한 선원 전부를 제압할 수 있느냐 없느냐부터가 제법 불투명했다. 바다신의 힘을 얻어서 제한적으로 반신급이 된 드레이크 하나만 하더라도, 해상에선 절대로 얕볼 수 없는 대상이었다.
와일드헌트의 행동범위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면 반신급이 두 명은 탔어야했는데, 그런 식이라면 전력의 배치가 비효율적이 될 뿐더러 상대방에게 너희들을 의심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니콜라스도 그 설명에 납득했는지 턱을 만지작거렸다.
“이해했소. 그들이 결백하다면 큰 문제가 없겠구려. 설령 그 손바닥을 뒤집더라도 이쪽에선 전력손실이 없을 것이고.”
노련하다못해 음험하게도 보일 수 있는 술수에, 니콜라스는 알게 모르게 레너드의 풍모를 살펴보았다.
스무살도 안 되어서 반신경을 돌파한, 무예에 전념했더라도 그 시간이 부족했어야할 청년의 머릿속에서 나올 만한 생각이 아니었다. 카르데나스의 검공은 왜 굳이 레너드를 지휘관으로 임명한 건지 궁금했었는데, 의문이 절로 해소되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오싹.
레너드의 머리카락이 날카롭게 곤두서면서 원정대를 노리고 다가오는 위협을 경고했다.
두근! 두근! 두근!
아직 그 형상조차 파악하지 못했는데도 드래곤하트가 크게 박동한다. 〈마경〉에서도 다 끊어지지 않은 세계법칙의 가호가 레너드를 한층 더 높은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용의 눈동자 한 쌍이 천리안에 가까운 범위를 획득하면서 적을 포착했다.
5000미터도 더 내려가야하는 해저(海底)의 세계, 그 심해를 벼락처럼 내달리고 있는 괴물의 형체가 스쳐지나간다.
뱀인가? 용인가?
그걸 도대체 무엇이라고 형용해야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만큼은 바로 알겠군. 엄청나게 위험하다.’
스프리건 전선에서 조우했었던 외신 [수르트]의 모방체보다 더 섬뜩했다. 위그드라실의 발악이 우연히 외차원과 맞물렸던 것에 불과한 놈과 다르게, 저 괴생명체는 틀림없이 제대로 된 공양의식으로 탄생한 존재였다.
“새뮤얼 단장! 자라탄의 천장을 열고, 방어기능을 최대치로 활성화시켜라! 황금룡기사단은 상부 갑판으로 올라가라! 적이 다가오고 있다! 진의 구축을 서둘러라!”
레너드의 고함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자라탄 내부의 인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마스터피스급 함선, 자라탄의 등껍질이 두 개로 분리되면서 좌우로 수납된다.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갑판을 드러낸,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약점이 아니게 된 부위에 황금룡기사단 36인이 신속하게 제 위치를 찾아들어갔다.
십팔나한진(十八羅漢陣).
두 개의 최상승진법이 전개되는 것과 동시에 자라탄의 상부 갑판은 이세계라도 된 것처럼 공간마저 굳어졌다. 니콜라스는 학구심과 호기심으로 입을 열려다가, 긴급상황임을 알고서 제 목구멍까지 올라온 질문들을 집어삼켰다.
‘아쿠아마린은…대응하고 있군. 데미안 단장님도 본 건가?’
그와 마찬가지로 용안의 소유자, 데미안이 탑승하고 있으니 반응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아쿠아마린의 날렵한 동체가 임전태세로 돌입하면서 몇 개의 마법진을 빛냈다.
그리고.
쿠구구구구구구구.
심해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치솟아오르는 놈의 기척이, 두 척의 함선에 탑승하고 있었던 인원 전부를 위압하듯이 거세게 부풀어올랐다. 마법과 오러의 저항을 무시하는, 근원적인 격의 차이에서 발생한 공포감이 몸을 굳혀버린다.
반신급 실력자들은 잠시 경직되는 것으로 끝났고, 초월경의 범주를 벗어나있는 황금기사들도 곧 힘이 돌아왔다. 새뮤얼과 같은 실력자들은 그것보다 좀 더 걸렸지만, 어떻게든 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그 아래, 초월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단원들이었다.
‘아쿠아마린은 괜찮다. 놈의 살의는 1차적으로 이 자라탄을 향하고 있고, 자율기동이 가능한 아쿠아마린은 프란시스가 몇 분간 멈춰있어도 큰 문제가 없어.’
하지만 자라탄은 그 규모만큼이나 많은 운용인력이 필요한 선박이었고, 이대로면 기능의 반 이상을 쓰지 못하는 상태로 [카리브디스]의 괴물과 충돌하게 될 위기였다.
선원들이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한다.
그걸 직감한 레너드가 해수면으로 휙 뛰어내렸다.
‘존재규모가 심상치 않은 놈이다. 일격으로 무력화하거나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은 희박하니, 저지력(沮止力)을 극대화해서 상승속도를 줄이거나 표적을 나로 바꿔봐야겠군.’
허리춤에서 뽑혀나온 묵검이 기와 심상을 담아냈다. 어느새 폭풍우라도 온 것처럼 거칠어진 바람이 소용돌이치더니, 검을 구심점으로 삼아서 실타래와 같이 휘감겨들었다.
시조 카르데나스가 전수해준 심상의 단순화를 응용한다.
〈참천절운〉으로는 안 된다.
수 킬로미터에 다다르는 해수가 방패막이처럼 작용하는데다 놈의 방어력도 미지수였다. 예리함이 아니라 묵직함으로, 선이 아닌 면으로 짓눌러버리는 공격이 몇 배나 유효하리라.
서신류(西神流)
백호지기가 뿜어져나오면서 레너드의 기세를 더욱 웅혼하게 바꾼다. 〈참천절운〉이 크게 한 번 베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오의라면, 이건 무겁게 한 번 후려치는 기술이었다.
오상류 백호16식의 〈파천강마〉와도 같이.
고정되어있는 자세에서 그저 파괴력만을 증폭시켜, 한 방에 무엇이든지 때려부수고도 남는 철퇴를 내리치는 것.
석파천경압쇄기(石破天驚壓碎技)
수월도천파(水月到穿波)
두 다리로 반듯하게 선 자세에서 수직베기를 발한다.
기수식은 태산압정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으나, 반신경의 무인이 전심전력으로 내리치는 참격은 문자 그대로 세상을 두 동강내고도 여력이 남는 것이었다.
묵검으로부터 순백색의 강기가 크게 쏟아져나와, 그 깊이도 감히 짐작하기 어려운 바닷속으로 밀려들어갔다.
별(?)이 떨어져내린다.
바다가 쩍 갈라지면서 암청색의 속살이 드러나고, 수면에서 침강하는 일격과 심해에서 치솟아오르던 괴수가 이미 음속을 까마득하게 초월한 속도로 가까워졌다. 〈수월도천파〉는 그리 빠르다고 할 만한 기술이 아니었으나, 괴수의 상승속도가 그 완만함을 보충하고도 남았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카운터가 된 〈수월도천파〉가 음속의 열 배 가까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던 괴수와 맞부딪혔다.
??????????!!!
충돌의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충격파가 수면을 밀어올린다.
“뭣…?!”
“배가, 떠올랐…!?”
아슬아슬하게 신체의 통제능력을 회복한 자라탄의 선원들이 질겁하고, 초대형함선 자라탄이 수 미터나 허공을 부유하다가 다시 수면으로 내려앉았다.
그 직후였다.
〈수월도천파〉에 얻어맞으면서 속도가 크게 줄어, 자라탄을 단숨에 집어삼키려던 주둥이가 빗나간 심해괴수의 형상이 그 지근거리에서 튀어나왔다.
■■■■■■■■■??!!!!
고막을 찢어발기는 듯한, 귀머거리라도 그 머릿속에 새겨질 정도로 흉물스러운 울음소리가 터져나온다.
마스터피스급 함선의 외벽으로 감경당하지 않았다면 선원의 반수 이상이 발광했을지도 모르겠다. 레너드는 놈의 주둥이에 비늘 몇 개가 뭉개져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카운터로 작렬한 〈수월도천파〉조차 유효타로 한참 부족했다는 걸 이해했다.
그러나 불리함만을 인지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수르트]의 모방체와 달리 부피가 크고, 지성이 얄팍하다.’
힘의 총량에 있어서는 그 불카누스마저 웃돌지언정, 밀도는 반의 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무예의 소양에 있어서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마어마한 질량과 출력, 권능으로 싸우는 타입의 괴수임이 틀림없었다.
[수르트]보다는 상성이 좋고, 그 당시와 비교한다면 아군의 전력이 몇 배나 풍부하다는 점도 훌륭했다.“?혼자서만 너무 즐기지 말아달라고, 레너드!”
어느샌가 아쿠아마린에서 빠져나온 백룡기사단장, 데미안이 괴수의 머리통처럼 보이는 부분을 가격하고 있었다.
천 자루의 검이 압축되면서 일격의 파괴력을 올린다.
태산이라도 두 동강으로 베어낼 수 있는 중첩참격이다.
평행무한절명기(平行無限絶命技)
원 오브 사우전드(One of Thousand)
귀가 멀 것 같은 굉음과 함께 거대괴수의 머리통이 크게 튕겨나가, 바닷물로 처박히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기사단장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더럽게 단단하군. 네가 부숴놓은 비늘을 노렸는데, 근육과 뼈는 물론이고 피륙조차도 다 베어내지 못했다.”
“급소가 따로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몸 전체의 방어력이 저 정도라면 며칠을 계속 싸우더라도 답이 안 나옵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걸 알아보려면 놈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이나 미끼가 필요해. 크루엘라와 니콜라스의 활약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나.”
해수면을 뛰어다니면서 의견을 주고받은 레너드와 데미안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가 희귀하기 그지없는 용안의 소유자다보니 물 아래에서 고속기동하는 괴수조차도 놓치지 않는다. 좌우로 한 번 도약하기가 무섭게 그들을 표적으로 한 괴수의 주둥아리가 허공을 씹어뭉갰다.
단순하면서도 무시무시한 공격방식, 세계법칙도 볼 수 있는 안력이 놈의 아가리에 잠시 씹혔던 공간이 너덜너덜해진 것을 간파하고 휘둥그레졌다.
데미안의 경악성이 저 멀리서 크게 울려퍼졌다.
“미친?! 공간을 씹어먹을 수 있다고!?”
아쿠아마린은 물론이고, 자라탄의 방어력이라도 안심해서는 안 될 공격이다. 몸통박치기나 꼬리치기라면 모를까, 주둥이에 들어가는 것만큼은 반드시 피해야했다.
그런데.
{레너드! 데미안 단장님!}
거대괴수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파도 위쪽에 올라탄 함선, 아쿠아마린에서 프란시스의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괴물, 레비아탄이에요! ‘해룡왕’이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