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41)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41)
씨 서펜트(Sea Serpent).
태생등급이 S랭크부터 시작되는 해양몬스터의 정점,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는다면 반드시 그 해역의 우두머리가 된다고 알려져있는 마물이다.
그중에서도 ‘해룡왕’은 무려 혼마경에 도달한 개체로서 해역 전체를 공포스럽게 한 존재였다. 어지간한 S랭크의 마물은 다 사냥할 수 있는 A등급의 모험단조차 공략을 포기한, 교활하고 막강한 괴물이 왜 흉물스러운 외신의 앞잡이가 되었는가?
원정대의 입장에서는 그걸 고민하고 있을 수 없었다. 바로 눈앞에서 몸 길이부터가 킬로미터 단위로 헤아려야할 괴물이, 광폭하게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북신류(北神流)
자라탄으로 달려들던 놈의 면전에 떨어져내린 레너드가, 제 검신으로부터 먹물처럼 새카만 강기를 쏟아냈다.
심상무예.
개념영역에서 현실을 변혁시키는 무예자의 극치.
후발선제반격기(後發先制反擊技)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
반격을 포기하고 그 힘의 전부를 방어력에 쏟아넣는 것으로 한층 더 강고하게 빚어낸 방어막.
밤하늘처럼 검고, 금강석처럼 단단한 벽이 레비아탄의 앞을 가로막았다. 설령 데미안의 〈원 오브 사우전드〉라도 부술 순 있을지언정, 돌파하진 못할 정도의 방어력이었다.
하지만.
꽈아아아아아앙??!!
폭음과도 같은 굉음이 울려퍼지면서 그 충격파로 몇 겹이나 되는 파도가 일으켜세워진다.
단숨에 〈이상견빙지〉의 벽을 부숴버린 레비아탄은 반 박자 느려진 속도로 자라탄을 들이받았다. 의도대로라면 저 흉측한 아가리로 씹어버리고자 한 짓이었으나, 타이밍을 놓쳐서 몸을 부딪히는 정도로 끝난 것이다.
그럼에도 외부에서 온 충격을 막아주는 방어기관, 등껍질이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는 타격이었다.
그 상부갑판에 황금룡기사단이 없었다면, 말이다.
―개진(開陣)!
중원무림의 태산북두, 소림사 역사에서도 그 전력이 발휘된 것은 드물다못해 거의 없었다. 하물며 36명의 초월경급, 아니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강해진 존재들이 일심동체의 영역에서 진을 펼쳐낸 것부터가 터무니없었다.
십팔나한진.
전설적인 고수라고 한다면 혈혈단신으로 그 진을 돌파할 수 있어야한다는 소리마저 돌아다니는, 중원의 절진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문둔갑(奇門遁甲).
다대일을 주목적으로 한 진법답게 근본은 차륜진에 속하나, 진법의 변화무쌍함이 감히 천지조화에 비견된다.
18의 약수에 해당하는 구성원으로 심신을 공유하고, 공격과 수비를 병행하며, 진법 외부에서 들어오는 힘을 약화시키면서 진법 내부에서 방출되는 힘을 증폭시킨다.
두 개의 조로 나누어진 황금룡기사단이 펼친 십팔나한진은, 레비아탄에 맞서서 구궁(九宮)의 힘을 발현시켰다.
구우우우우우웅??…!
레비아탄의 몸통이 자라탄과 충돌하는 순간, 범종이라도 친 것처럼 웅혼하기까지 한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큿!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야! 괴물놈이!”
“팔다리가 다 욱신거리는군. 단장님의 오의마저도 상처없이 받아낼 수 있었는데…!?”
“그래도 우리들은 버틸 수 있다! 그래, 우리들이라면!”
절정고수로 36명을 모았다면 그 즉시 증발했으리라.
초절정고수로 36명을 모았더라도 곧 터져죽었으리라.
초월경의 강자만 36명을 모았어도 반 이상이 즉사하고, 그 나머지가 전투불능에 빠졌을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황금기사들의 신체강도와 오러출력은 격이 달랐다.
‘근육통과 관절의 부하, 경증의 내상 정도인가. 이 정도라면 10초 내외로 회복한다. 얼마든지 할 수 있겠어.’
‘단장님이 직접 전수해준 기술과 진형이라면, 반신급의 괴물 상대로도 싸움이 성립한다는 건가…!’
‘카르데나스의 기사로서 삶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다!’
두 개의 십팔나한진이 어지럽게 회전하면서 막대한 힘을 다 흘리거나 빨아들이고, 자라탄의 선체에 가해지는 부담을 거의 0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걸 본 데미안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경악에 물들었다.
“…카르데나스의 비전에 저딴 건 없었는데? 레너드, 저것도 설마 네 작품이냐?”
“황금기사들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엄청나게 강해진 겁니다. 본래대로라면 저 정도의 성능은 안 나와요.”
레너드가 한 말대로였다.
황금룡기사단의 진법숙련도는 이미 레너드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의식의 실패작으로서 무의식을 공유한, 금강불괴와 공령지체를 합쳐놓은 것 같은 육체의 황금기사가 완벽하게 손발을 맞춘 결과물은 무시무시했다.
한 명도 아니고 17명의 타인과 공조해야하는 진법의 성능은 그 불협화음이 적을수록 크게 상승하게 된다.
수십 년이나 침식(寢食)을 같이 한 혈육이라도 심신의 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일은 없는데, 황금기사는 그게 후천적으로 가능해진 존재들이었다.
“우리들이 묶는다! 너희들이 찔러라!”
황금룡의 1조장, 우나가 그렇게 외치면서 1조원들의 진형을 세 개로 분리해서 육합(六合)과 삼재(三才)를 혼합시켰다.
강적 하나를 구속하기 위한 진형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18명의 검극으로부터 뿜어져나온 강기가 찬란하게 쏘아져서 레비아탄의 몸통을 몇 번이나 휘감았다.
제아무리 검강의 장력이 대단하더라도 저 무게와 힘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18배의 증폭과 18배의 약화가 동시에 작용하면 순간적으로 324배의 효율이 성립된다. 공방일체마저 다 포기하고 적을 붙잡아놓는데 전력을 쏟아붓는다.
레비아탄조차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져, 자라탄을 몇 번이나 뒤흔들면서 강기의 올가미를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그렇게 황금기사 18인이 324배의 효율로 놈을 구속한 시간은, 3초.
절대로 길다고는 말할 수 없는 시간으로, 2조는 한계점까지 증폭시킨 힘을 한 가닥의 광선으로서 발사했다.
격(擊)
하나하나가 초월경을 크게 초월한 황금기사 18인이 제 힘을 아낌없이 쏟아내, 324배의 효율로 작렬시켰던 것이다.
그 출력만큼은 이미 반신경의 기사단장조차 몇 배나 넘어선 영역이었다. 공간이 뒤틀리고, 시간이 느려지며, 세계법칙마저 술렁거리게 한 강기의 빛줄기가 레비아탄을 꿰뚫었다.
■■■■■■■■■??!?!
레너드와 데미안의 공격조차도 생채기로 취급한, 그 내구와 생명력의 끝을 알 수 없는 괴물이 발광하면서 포효했다.
치명상이라고 할 만한 상처는 아니었으나, 확실한 유효타다. 구역질나는 색채의 피가 뿜어져나오면서 소나기처럼 쏟아져서 그 일대의 수면을 더럽혔다. [카리브디스]의 힘이 묻어있으니 정상적인 생명체에겐 맹독보다 더 지독한 물질이었다.
뒤이어 레비아탄을 묶고 있었던 강기가 툭툭 끊어져나가고, 자유를 되찾은 놈이 격노하려던 찰나였다.
“어딜!”
어느샌가 빗자루에 탄 채로 날아오른 대마도사, 크루엘라가 잔혹한 미소를 보이면서 제 검지를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레비아탄의 몸통 주변에서 반투명한 배가 수십 척이나 출현하더니, 그대로 놈을 들이받았다. 한 척의 질량은 볼품없다. 열 척의 질량으로도 부족했다. 그래도 스무 척이나 서른 척까지 쌓여버리면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령선(Phantom Ship).
일전에 피쿼드호로 한 차례 경험해본 현상이었다.
‘아니, 피쿼드와는 좀 다르군. 제6해역에 수장되어있는 배와 원령들을 강제로 격상시켜서 유령선으로 재구성한 건가? 얼마 못 가서 자괴하겠지만…임시방편으로는 상당히 유용하다.’
유령선단의 충각으로 휘청거리던 것도 잠시, 레비아탄은 곧 샌드웜과 비슷한 주둥이로 세 척의 유령선을 단숨에 흡입해서 지워버렸다. 물리공격이 통하지 않아야할 유령선이지만, 저건 개념영역까지 간섭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 정체를 알아낸 데미안이 바로 레너드에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외신 [카리브디스]가 보유하고 있는 권능이 놈의 주둥이에도 적용된 모양이다. 무엇이든지 먹고, 지울 수 있는 포식의 권능일테지. 공간마저 찢어버리는 이빨은 둘째치고, 목 뒤로 넘어가면 허수차원으로 떨어져서 즉사당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삼켜지지 마.”
“명심하겠습니다.”
크루엘라가 잘 해주고 있는 동안에 재정비를 끝마친 자들이 다시 공격대형으로 몰려들었다.
레너드와 데미안이 크게 한 방씩 날리면, 자라탄의 위에 선 황금룡기사단도 그 빈틈을 메꾸듯이 힘을 쏘아올린다.
“새벽을 불러오는 여명, 야천을 종결시키는 빛, 어둠의 피를 흩뿌리고 떨어트리는 화살, 불길한 달을 떨어트리고 늑대신의 울음소리를 지워내는 태양의 장창.”
9위계 대마도사가 주문영창까지 더해서 그 위력을 극대화한 대마법, ‘도서관장’ 니콜라스도 제 힘을 드러냈다.
옛 시대에서도 주신급, 광명신의 일격을 만들어낸다.
어마어마한 열기와 빛을 내포하고 있는 구체가 떠오르더니, 이내 한 자루의 장창으로 압축되면서 레비아탄에게 그 창날을 겨누면서 조준되었다.
“쏘아죽여라, [루 라와더(Lugh Lamhfhata)]!”
규격 외의 내구력에도 불구하고 그 외피만큼은 걸레짝이 된 레비아탄에게 9위계의 광창이 쏘아졌다.
〈수월도천파〉와 〈원 오브 사우전드〉를 상회하는 출력의 한 방. 사전준비가 많이 필요하고, 소모가 더 크다는 점만 뺀다면 심상무예보다 위력적인 것이 대마법이다.
세계법칙으로 신의 위광을 재현했기에, 바깥에서 온 존재와 상성적으로 대극점에 위치한 능력이기도 했다.
키이이이이이잉??!!
놀랍게도 [루 라와더]는 레비아탄의 외피를 뚫고, 내장으로 파고든 것도 모자라서 몸통 반대쪽까지 관통해버렸다.
대마법의 위력 자체도 굉장했지만, 원정대가 누적한 타격이 상당했다는 의미였다. 외신교단이 아무리 제물과 시간을 오래 쌓아왔더라도 그 격을 온전하게 재현할 수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차라리 [수르트]처럼 격을 잘 다룰 수 있는 숙주를 골랐다면 모를까, 이대로라면 토벌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레비아탄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던 외신, [카리브디스]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씨 서펜트의 네임드로서 바다에 군림했던 존재, 레비아탄은 강함 이상으로 교활한 부분이 컸다. 그래서 [카리브디스]에게 침식당하고 난 다음에도 자아가 살아있어, 그걸 억눌러두느라 힘의 일부를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
[카리브디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구속을 해제했다.제 손바닥을 벗어나더라도 놈의 몸뚱이는 이미 세계의 적이 된 상태였으니, 원정대와 싸우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없다.
실제로도 그 예상대로였다.
“……뭐지?”
누구보다도 먼저 변화를 알아차린 것은, 심상무예로 가죽을 벗겨내고 있었던 레너드였다.
원류, 드래곤의 영역에 도달해있는 지각력이 레비아탄의 몸 안에서 미증유의 변화가 일어났음을 간파했다. 그 상세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으나, 전투의 주도권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만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일행에게 그것을 경고하기도 전에, ‘놈’이 선수를 쳤다.
쿠릉…! 쿠르르릉…!
전투의 흥분으로 그 눈이 레비아탄에게 붙잡혀있었던 탓에, 먹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을 알아차리는 게 늦어졌다.
뇌성벽력(雷聲霹靂).
누가 보더라도 벼락을 내리치겠다고 성을 낸 하늘이 매섭게 울부짖었다. 속도와 위력 둘 다 자연계에서 최상위권에 들 수 있는 천재지변, 번개가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렸다.
쿠과과과과과과과과???!!!!
고막이 터져나갈 것 같은 굉음으로 청각은 마비당하고 시각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밤중에 떨어지더라도 온 세상이 환해질 정도로 밝은 게 벼락이었다.
그걸 한순간도 안 쉬고 떨어트리니 눈앞이 하얗게 타오르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때였다.
레너드의 머릿속으로 한 줄기 의념이 흘러들어왔다.
{레너드, 이건 [카리브디스]의 권능이 아니다! 놈에게 천둥, 번개를 조종하거나 기상에 관여하는 능력은 없어! 레비아탄이 원래 가지고 있었거나, [카리브디스]의 영향으로 각성하게 된 능력이라고 봐야한다!}
거대괴수로서 그 신체능력에 의존한 육탄전만 밀어붙여오던 놈은 쓸 수 없어야할 능력이었다. 재생이나 강체와 같이 몸에 내장되어있는 권능과 달리 발동형의 권능은 무지성으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놈은.
‘지성을, 되찾았다―!?’
레너드가 상황을 알아차리는 것과 동시에 눈을 뜬 해룡왕의 분노가 격렬하게 터져나왔다.
제 몸을 마음대로 개조해버린 외신과 그를 고통스럽게 했던 인간들에 대한 증오가 뒤섞이면서 폭풍우를 불러들인다. 번개, 폭풍, 해류마저도 조종하기 시작한 레비아탄의 힘은 그 전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출력의 변화는 1할에서 2할 정도였으나 그걸 다루는 능력이 소름끼치게 증가했다. 무작위로 내리꽂히던 뇌우는 어느새 두 척의 함선과 반신들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콰오오오오오오오오???!!!
우렁차게 포효하는 레비아탄의 주둥이 안으로 주변 공간이 빨려들어가고, 그 흡입력에 저항한 레너드와 데미안이 굳어진 얼굴로 검을 치켜세웠다.
크루엘라와 니콜라스도 그들 주변으로 다가와, 후방에 몸을 둔 상태로 대마법의 주문영창을 개시했다. 지금 레비아탄에게 빈틈을 보였다가는 위험하리라고 직감했던 것이다.
2차전의 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