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47)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47)
?????????.
소리가 사라진다.
음속 따위가 쫓아오고 말고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등 뒤에서 뿜어져나오는 화염만이 길게 늘어지면서 그 빛의 궤적을 그려낸다. 같은 반신급이라고 해도 신체능력이 부족한 대마도사들은 실시간으로 눈이 따라가질 못한다. 이 자리에서 그의 가동속도를 인지할 수 있는 실력자는, 오직 데미안과 몇 세기만에 눈을 뜬 기사단장의 유해(遺骸)들뿐이었다.
그들조차도 눈동자만 굴려서 그 빛의 꽁무니를 따라가는 게 한계였으며, 레너드는 이미 [스킬라]의 눈앞에 도달해있었다.
1초.
체감시간을 가속할 수 있는 초인들의 세상에서는 1분, 10분 이상일지도 모르는 시간이었지만, 그 인지속도와 몸의 반응은 동일하지 않다. 설령 1초를 1분으로 인식한다고 해서 1분처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느릿느릿해진 움직임에 맞춰서 제 기술을 최적화하고, 경로를 조금 수정하는 정도가 한계였다.
레너드는 지금 그 영역마저도 넘어서고 있었다.
???키잉.
정신적으로 공명하고 있는 묵검으로부터 맑은 검명(劍鳴)이 들려와, 레너드는 저도 모르게 한 줄기 미소를 머금으면서 제 칼날이 원하는대로 길을 열었다.
그의 심상세계에서 불려나온 주작이 내려앉기라도 한 걸까. 거무튀튀한 검신은 어느샌가 진홍색으로 물들어, 주변 대기를 불태우는 열기와 함께 섬광처럼 뻗어나갔다.
쾌검수(快劍手)를 자칭하는 무림인들이 그걸 본다면, 자신의 별호에 쾌 자가 들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할 터였다.
문자 그대로 빛이 된 참격의 궤적이 일순간에 수십, 수백의 호를 그리면서 [스킬라]의 마지막 대가리를 감싸안았다.
푸화아아아아악??!
손가락 한 마디보다 더 작은 조각으로 토막나, 살점과 피를 흩뿌려대는 [스킬라]가 비명도 못 지르고 몸부림쳤다.
[히드라]를 모방한 놈의 대가리는 불사성(不死性)을 가졌지, 불가침(不可侵)이나 무적성(無敵性)을 가진 게 아니었다.베면 잘려나가고, 때리면 부서진다.
그 다음에 재생하고, 되살아나는 것에 불과했다.
?하■■, 것…! ■드시, 너■큼■…■여버■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재생속도는 과연 무시무시했다.
산산조각나는 것과 동시에 수복이 시작되어, 작은 언덕보다 큰 부피의 대가리가 원상복구된다. 파괴하는 것보다 재생하는 것이 더 비효율적이며, 힘의 소모량과 속도에 수십 배 차이가 발생할텐데도 그 정도였다.
세계법칙과 다른 영역에서 고정되어있는 섭리(攝理), 진신급 존재들의 특권이나 마찬가지인 능력의 발로였다.
하지만.
‘[히드라]의 권능을 모방했다지만 그 수육체의 본질은 결국 [스킬라]인데다, 본체도 아닌 분체가 진신급의 힘을 완전하게 담아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천인합일의 경지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력과 용안이 합쳐진 결과이기도 했다. 본래대로라면 알 수 없어야할, 놈의 형태에 새겨져있는 결점과 부족함이 손에 잡힐 것처럼 선명했다.
외신 [히드라]의 본체였다면 수십 번, 수백 번 박살내도 별 의미가 없었겠지만 저건 아니었다.
불사성이 다 소모될 때까지 갈아버리면 죽일 수 있었다.
‘9초.’
근거도, 예지도 없이 레너드는 확신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죽■■아■■아■??!!!
[스킬라]의 포효와 함께 온 사방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권능이 작렬했다. 브레스 형태로 쏘아내던 것보다 더욱 즉각적이고, 근접하는 대상 전부를 표적으로 한 광범위공격.분노로 미쳐버린 것처럼 보이면서도, 레너드의 강화가 오래 지속되지 않으리라고 판단한 놈의 시간벌기였다.
뱀 형태의 괴수신이 괜히 사악함과 교활함의 상징으로 기록되어있는 게 아니다. [스킬라]가 내놓은 답은, 이 상황에 가장 적절하고 치명적인 선택이라고 할 만했다.
2초.
살얼음처럼 균열이 잘게 일어나는 공간을 바라보면서, 그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모를 리 없는 레너드는 직감했다.
한 걸음이라도 뒤로 물러서면 진다고.
파사삭!
공간파열로 돌진한 레너드의 몸이 그 즉시 산산조각났다.
〈주작도래〉의 영향으로 불꽃에 가까웠던 육신은 마치 땅에 도달하기 직전의 별똥별처럼 흩어졌다. 누가 보더라도 즉사한 거나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시간벌기로 한 공격에 적이 휘말리는 것을 본 [스킬라]마저 진심으로 폭소를 터트리려고 할 때.
????화륵.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자잘하게 흩어졌던 레너드의 불꽃이 다시 하나로 모이더니, 공간파열의 영역을 넘어서 [스킬라]의 지근거리에서 다시 나타났다. 〈주작도래〉로 부여된 능력 중에 하나가 발동했던 것이다.
신수 주작과 불사조는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아보이지만, 그 차이점도 몇 가지 존재했다. 불사조가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살아나는’ 존재라면, 주작은 ‘죽지 않는’ 존재다.
그 신수의 힘을 빌려온 레너드는, [히드라]를 모방한 놈과 마찬가지로 소모재에 가까운 불사성을 지녔다.
다수의 반신급을 상대하는데 특화한 놈은, 지금의 레너드를 결코 즉사시킬 수 없었다.
‘서로의 패가 다 드러났군.’
이제 누구의 불사성이 먼저 바닥나느냐의 승부가 된다.
경악으로 두 눈을 부릅뜬 [스킬라]의 대가리가 다시 폭발에 터져나가고, 폭음이 다 걷히기도 전에 수복되면서 흉신악살의 기세로 레너드를 노려보는 안광이 드러났다.
놈도 이 상황을 이해했다.
상대방보다 한 번이라도 많이 서로를 죽여야하는 살육전.
3초.
푸화아아아악?!
공간파열의 파동이 방출되는 것보다 한 박자 빠르게 나아간 검이 대가리를 쪼개고, 재생속도를 웃도는 참격을 수백 차례 퍼부어대면서 놈의 불사성을 소모시켰다.
너무나도 빠르고 강한 공격이 중첩되면서 주변 대기가 모두 증발해, 진공상태가 된 공간에서 흘러넘친 피가 다 말라붙고 살점은 석탄처럼 검게 졸아들다가 곧 잿가루로 변한다.
4초.
레너드의 검격은 멈출 줄 모르고 쏟아져내려, 대가리보다도 더 아래로 내려가서 몸뚱이까지 잘게 토막치고 불태웠다.
킬로미터 단위로 헤아려야할 괴수가, 인간 크기의 생물에게 도축당하고 있다. 그 광경이야말로 옛 시대에 군림했던 신과 괴물의 싸움을 재현하는 것만 같았다.
?■등■■?따■가!
5초.
검격과 검격 사이에 필연적으로 발생한, 미세하다못해 그걸 틈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를 정도로 찰나였던 순간.
[스킬라]는 그 찰나를 관통하듯이 데미지를 회복하고, 다시 미간부터 쪼개버리려던 레너드에게 포효를 쏟아냈다.격이 대등해졌어도 출력만큼은 놈이 압도한다. 피하거나 할 틈도 없이 직격당한 레너드가 불티로 변해서 흩어졌다가 놈의 사각에서 재구성되었다.
‘욕심이 너무 과했나.’
주도권을 쥔 틈에 가능한 크게 이득보려다가 한 방 먹었다. 그래도 2초 가까이 일방적으로 타격했던 우위는 여전해서, 이 승부의 천칭은 아직 레너드에게 기울어있었다.
[스킬라]도 그걸 모르지 않았기에 제 대가리를 움직여서 이 흐름을 만회하고자 했다.검격과 포효.
두 종류의 필살기가 교차하면서, 상대를 박살내버린다.
‘이건…인간의 전투방식이 아니로군.’
레너드는 제 몸이 박살났다가 다시 조립되는 것을 느끼면서 쓰게 웃었다. 무림인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상식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몸뚱이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는 필멸자의 틀을 넘어서버린 전투에 점점 익숙해져간다.
머리가 날아갔는데도 생각이 끊어지지 않는다.
팔다리가 찢어졌는데도 손아귀에 검이 잡혀있는 것 같다.
6초.
사지육신을 완벽하게 되돌린 레너드의 머릿속에서 번갯불이 한 차례 번뜩였다. 지금과 같은 경지에서 인간의 형상을 계속 유지해야할 필요성이 있는가?
천둔검법(天遁劍法)
법문(法文) 제삼절(第三節)
검신일도(劍身一途)
거기까지 생각한 레너드의 몸이 신검합일을 이루자, 묵검에 〈주작도래〉가 임하면서 그 검신 주변으로 진홍색 아지랑이를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검 하나만 다루는 쪽이 더 효율적이고, 빠르고, 자유롭다.
?????투콰아아앙!!
[스킬라]의 반응속도조차 초월한 검이 대가리를 뚫고 빠져나오면서 충격파로 골통 내부를 산산조각냈다.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다시 돌아와서 막 재생하려던 단면을 불태우고, 베어가르고, 뭉개버리면서 팽이처럼 거칠게 회전한다. 〈신뢰풍렬참〉보다도 더욱 난폭하고 날카롭게, 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검 자체가 되어버렸기에 가능한 움직임이다.
7초.
마침내 [스킬라]의 불사성이 그 한계에 거의 가까워졌는지, 재생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건 레너드의 〈주작도래〉도 마찬가지라서, 몸 주변에서 일렁거리던 불꽃의 색과 강렬함이 좀 옅어져있었다.
〈검신일도〉를 해제한 레너드와 대가리를 수복한 [스킬라], 두 존재가 거의 동시에 호흡을 정돈하듯이 멈춰섰다.
이 다음부터는 둘 중 하나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는, 예지와도 같은 확신을 공유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8초.
‘??지금.’
레너드와 [스킬라]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출력을 올리면서 생사결전에 돌입했다. 이 전투의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바로 눈앞만 바라보고 그 전심전력을 모조리 투입한다.
〈신진화멸겁〉과 〈혁작일점홍〉이 연계되면서 [스킬라]의 눈 하나를 날려버리고, 그에 질세라 쏟아져나온 공간파열의 힘이 레너드의 팔 하나를 찢어발겼다.
일진일퇴(一進一退). 아니, 양쪽 다 나아가기만 하고 물러날 줄 모르니 그 비유는 적절하지 않겠다. 제 몸을 건사하기보다 상대방을 깎아버리는 일에 전념하는, 검객과 괴수의 공방전은 이제 기사단장들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9초.
서로에게 누적된 데미지의 총량만 따져보자면, 레너드가 세 배 가까이 상회하고 있었다지만 그 출력과 존재규모의 차이로 명확하게 우위에 선 것은 아니었다.
결정타가 필요하다.
[스킬라]의 얼마 안 남은 불사성과 함께 수육체를 날려버릴 수 있는, 최종최후의 일격이.그에 호응하듯이 묵검이 찬란하게 불타오르면서 날갯짓처럼 그 강기를 너울거리게 했다.
‘…마지막이다. 끝장내자, 주작.’
레너드에게 강신했던 주작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서, 검극을 타고 올라선 채로 두 날개를 크게 펼쳐보였다.
맹금류의 가장 위험하고 강력한 공격방식은 바로 상공에서 내리꽂히면서 그 먹잇감을 강습하는 것이다. 신수, 주작이라도 그것만은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뱀은 맹금류에게 있어서 가장 흔하고 만만한 사냥감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神劍)
남방(南方) 태양신(太陽神)
결전오의(決戰奧義)
[스킬라]는 그제야 그의 건곤일척을 알아차리고, 제 권능을 끌어모아서 아가리로 토해내려했지만.주작이 내리꽂히는 속도는 그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낙일(落日)
아틀란티스 제6해역의 바다 한복판에, 태양이 떨어졌다.
* * *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언제나처럼 제4해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모험가들은 볼 수 있었다. 제5해역, 아니 그 너머에 위치한 제6해역으로부터 때 아닌 일출(日出)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광경을.
수십 킬로미터, 백 킬로미터 이상일지도 모르는 거리에서도 바람이 잠시 뜨거워질 정도의 열기도 퍼져나왔다.
자연재해와도 다를 게 없어보이는 현상을, 검객 한 사람이 불러일으켰다고 한다면 믿는 척이라도 할까?
그러나 목격자들의 태도와 무관하게 사실은 변함없었다.
“…후우…후우우…후우….”
〈일원오행신검〉의 결전오의를 시전한 레너드는 제 몸을 다 가누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리해서 다음 경지에 발돋움하는 것도 모자라 오의 중에서 결전기라고 할 만한 기술까지 썼으니, 주화입마로 오장육부가 다 뒤틀려버려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겼다.’
레너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폭심지를 내려다보았다.
‘멸신전쟁으로 세상이 멸망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더니,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 것도 같군.’
그의 결전오의, 〈낙일〉이 내리꽂혔던 지점에서 [스킬라]의 형상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대가리부터 몸통까지, 뼈와 살점 한 조각도 남김없이 소각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외신의 수육체를 불태우고도 그 여력이 남아서,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낙일〉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초고열의 막대한 에너지에 증발해버린 물이 수증기폭발까지 일으켜, 몇 초 남짓이었지만 심해 밑바닥의 해구까지 다 보일 정도로 바닷물이 날아가버렸다. 그로 인해서 해일처럼 파도가 높게 일어나, 황금룡기사탄이 탑승한 자라탄은 수평선 너머로 떠내렸다가 겨우 돌아왔을 정도였다.
진신급 존재들만 수십, 수백이 격돌했던 시대라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천재지변이 발생했으리라.
―바다만 쳐다보지 말고, 네 검이나 한 번 살펴보거라.
시조의 말에 반응한 레너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묵검.
[폴룩스]의 무쇠주먹으로 만들어서 거무튀튀한 색깔을 지닌 검이, 좀 불그스름하게 변해있었다.‘…왜 이렇게 변한 겁니까?’
―분체라고 해도 외신을 물리쳤다는 업과 신수를 담아냈다는 위업이 쌓이면서 검 자체의 격이 올라간 거다. 전설에 나오는 신검, 마검들도 후천적으로 완성된 경우가 많지. 이대로 계속 사용한다면 널 상징하는 검으로 거듭날지도 모르지?
‘나쁜 일은 아니로군요. 그걸로 됐습니다.’
레너드의 담백한 평가에 킥 웃어버린 시조는 길게 하품하며 그 의식을 천천히 가라앉혔다.
―뭐, 그렇지. 나는 또 잠들어야겠다. 다음에도 일이 생기면 바로 깨어날테니 잘 지내고 있거라.
‘알겠습니다.’
그녀의 의식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을 확인하고서, 레너드는 제 몸을 하강시켜서 자라탄의 갑판에 착지했다.
“…….”
“…….”
“…….”
“…….”
자라탄의 승무원들도, 졸지에 배를 옮겨타게 된 드레이크도, 데미안과 두 대마도사들도, 황금룡기사단도 먼저 소리를 내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암묵적으로 그의 선언을 기대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 기색을 읽지 못할 리 없는 레너드가 아직도 손아귀에 쥔 검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원정대의 작전목표, 외신 [스킬라]의 토벌은 완료됐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그래.”
기진맥진한 몸으로 겨우 목소리를 짜내서, 그들이 기대하고 있는 말을 들려주었다.
“우리들의 승리다!”
“““????!!!”””
다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난잡하고 요란스러운 환호성이 터져나오자, 자라탄 근처로 스쳐지나가던 바람이 깜짝 놀라서 도망쳐버렸다.
해상연합에서 생환불가의 금지로 지정했던, 제6해역의 바다 한복판에서 산 자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마경 특유의 불길함과 먹구름으로 가득했던 하늘이 맑게 갠 얼굴을 슬쩍 내보이면서, 제6해역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바다가 햇빛으로 반짝거렸다. 외신의 힘이 모조리 걷혀나가면서 자연환경도 정상화된 것이다.
[카리브디스]. [스킬라]. [히드라].3체의 외신이 복합적으로 관여했던 사태가 마무리되었다는, 그 증명과도 같은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