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49)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49)
“……지금, 뭐라고?”
“제6해역에 숨어있었던 외신교단이 섬멸되었다고 합니다!”
“아니, 그 다음에 보고했던 내용 말일세!”
“아! 해역 전체에 퍼져있었던 외신의 영향력이 전부 제물로 소모되어, 별도의 정화작업이 필요없다는 것 말씀이십니까?”
“……내가 잘못 들었던 게 아니라, 사실이었다고?!”
공교롭게도 그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레너드와 웨이드가 거의 비슷한 감상을 공유하고 있을 때, 아틀란티스는 때 아닌 경사에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재앙이라고 생각했던 현상이 해결된 것도 모자라서 제6해역이 정화되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전대 아쿠아마린의 단장, 뇨르드가 겨우 봉합에 성공했었던 〈대균열〉만 하더라도 그 공략난이도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따라서 수십 년, 아니 그 이상의 세월이 경과해서 마경화한 제6해역 전체를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A등급 이상으로 분류되어있는 모험단 전부를 동원해도, 개죽음이나 당하지 않고 도망쳐나오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제4해역과 제5해역에서 발생하는 수익만으로도 해상연합을 먹여살리고 제법 남는데, 제6해역이라면…?’
아르카디아의 원정대가 그걸 해결해버리면서, 한 세기도 더 방치되었던 해역이 온전하게 개방되었다.
제1해역보다 제2해역이, 제2해역보다 제3해역이 더 풍부한 자원과 마나밀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제6해역에 매장되어있는 천연자원은 어느 정도일까?
게다가 위험도가 높은 마물들이 득실거리는 제5해역과 달리 제6해역은 이제 막 마경의 영향력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해양 마물들이 대규모로 서식하거나 할 리도 없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Low Risk, High Return).
위험부담은 적으면서 이득을 크게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뭐, 바보들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연합의회〉의 수장, 고든만큼은 좀 달랐지만 말이다.
정치가이면서 8위계의 마법사이기도 한 그였기에, 진정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존재들을 잊어버리지 않았다. 제6해역의 탐사권을 획득한 것은 〈연합의회〉도, 〈버뮤다〉도 아니다.
“카르데나스. 아니, 제국이다. 반신급의 강자를 다섯 명이나 초장거리로 파견할 수 있는 국가야. 세계정복은 하지 못한 게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해야겠군. 세상을 지배해봤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다고 본 건가.”
고든 헤이우드의 두뇌가 오랜만에 전속력으로 회전했다.
‘노인의 지혜’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허상에 불과하다.
젊은이들이 겪어보지 못한 경험과 그 세월로 쌓아온 지식은 결국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전성기의 학습속도와 손을 갖다대면 그대로 베일 것처럼 날카로웠던 직감은, 두 번 다시 되찾을 수 없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노년기의 고위 마법사라면 또 이야기가 달랐다.
“원정대로 그 정도의 전력을 투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방의 〈균열〉이나 〈마경〉에는 무관심하던 아르카디아가 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거지? 제6해역이 갑자기 범람한 것도 그렇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세상이 움직이고 있나?”
고위계의 마법사들은 그 뇌의 기능성이 죽을 때까지 퇴화하지 않는데다가, 마법식의 연구 자체가 암기능력과 연산능력을 극도로 개발하는 훈련방법이나 다를 게 없었다.
무엇보다도 고든은 그 마법사로서의 경험과 지식에 덧붙여, 정치인으로서 쌓아올린 경험과 수집해온 정보량도 어마어마한 인물이다보니 상승효과가 날 수밖에 없었다.
제국 내부에서도 다 예상하기는커녕 감도 못 잡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터무니없는 사실에 손가락이 닿을 정도였다.
그 추측에 도달해버린 고든의 등줄기가 축축해졌다.
“…설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아르카디아 제국의 총전력을 동원해야하는 상황에 대비해서 골칫거리가 될 만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것 말고는 그 이유를 떠올리기가 어려웠다. 세계정복마저 간단하게 성취할 수 있는 제국이, 최소한의 여유도 없이 전력을 집결시켜야하는 상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내용일지 짐작도 안 된다.
적어도 세계멸망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점쳐야하는, 제 명줄 하나만 지킨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틀림없었다.
그래서였다.
고든 헤이우드는 바로 그 다음날에 아르카디아 제국에서 온 원정대를 방문해서 제 생각을 털어놓았다.
“호오.”
영룡기사단장, 코빈은 그 추론을 듣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렸다.
단서라고 할 만한 정보도 없이 대국적인 흐름을 읽어내면서 감과 추리로 거기까지 짚어내다니, 정보부의 수장으로서 높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적성세력에 소속된 자였다면 이 자리에서 목을 쳐냈겠지만, 아군으로 기울어져있는 중립세력의 거물인데다가 직접 포섭할 만한 값어치가 보인다. 그래서 검 자루가 아니라 턱을 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10점 만점에 9점 정도는 줄 수 있겠군요. 훌륭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든은 제 몸값을 높였다는 사실에 환희하면서도 그 제국이 대비하고 있는 위기의 실존을 확인하고서 공포했다.
반신급의 강자만 두 자릿수로 보유하고 있는 아르카디아가 패망한다면, 대륙의 나머지 국가들이 연합해봤자 의미가 없다. 오우거에게 달려드는 고블린처럼 제 분수를 모르는 짓거리에 불과했다. 유일한 상책(上策)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제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해서 그 위기의 극복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변방이라고 해서 인재가 없는 건 아닌가보군요. 고든 의장, 아틀란티스와 제국의 중간다리가 될 생각이 있습니까?”
아니나다를까.
해상연합의 대표자로서 그 가치를 입증한 고든에게, 코빈은 아르카디아의 협력자가 될 자격을 건네주었다.
정치가로서 세계 최강국의 밧줄을 잡게 된 고든 헤이우드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가, 곧 잠잠하게 가라앉았다.
“물론입니다. 제 일생의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이걸 영광이라고 할 것까지야. 상세한 내용은 지금부터 더 논의해봅시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제법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 * *
중심도시 아틀란티스로 귀항한 원정대는, 두 번의 대전투로 너덜너덜해진 심신을 추스리고자 계속 휴식하고 있었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운기조식으로 보내는 레너드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팔을 절단당했던 데미안도 마찬가지였다.
“쯧, 반응이 조금 늦어졌군.”
[스킬라]의 권능에 팔 하나를 잘라냈었던 데미안이, 자신의 왼팔을 이리저리 휘둘러보면서 그 상태를 점검했다.단순히 팔이 잘려나간 것이었다면 재생마법으로 완치해버릴 수 있었지만, 진신급의 권능공격은 육체를 넘어서 영혼까지도 손상시켰다. 분체가 퇴거당하면서 [히드라]의 독도 다 사라졌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영혼에 달라붙은 독을 제거하기 위해서 영적(靈的)인 절제수술이 필요해졌을 터였다.
천만다행으로 데미안의 왼팔은 좀 다친 정도로 마무리되어, 영혼이 자연치유를 끝마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듯했다.
“그나저나 레너드, 그 영감탱이를 코빈한테 넘긴 이유가 뭐냐? 내가 좀 알아보니까 아틀란티스의 가치는 상당해. 우리가 정리해준 제6해역의 값까지 포함한다면 대영지 3, 4개 규모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텐데.”
“제 영향력은 황금룡기사단 하나로 충분합니다. 부귀영화에 별 관심도 없는데다, 외신들이 떼를 지어서 쳐들어올 것 같은 상황에 정치공작이나 신경쓰고 싶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하고 눈을 뜬 레너드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킬라]와의 싸움에서 잠시 손에 닿았던 경지와 깨달음에 쓸 시간도 부족합니다.”
데미안은 그 말에 낄낄거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 같은 재능으로 수련광이라니, 왜 그렇게 성장속도가 빠른지도 좀 알겠구만. 네 덕분에 살아놓고 할 소리는 아니다만, 친구들이랑 인사라도 좀 나누고 해라. 아틀란티스에 다시 올 수 있을 날이 언제일지는 모른다?”
“안 그래도 오늘 저녁약속이 있습니다.”
“괜한 충고였구만? 나는 그 드레이크인가 드렁크인가 하는 놈하고 약속한대로 축복의 통제법이나 가르치고 오마. 며칠은 안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긴급한 일이 생기면 호출해라.”
와일드헌트 모험단을 고용하는 대가로 한 약속을 거론한 데미안은 그 걸음으로 숙소를 떠났다.
오른팔과 달리 왼팔의 움직임이 좀 부자연스러웠지만, 전투 직후보다는 많이 나아져있었다. 적어도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지난다면 다 나을 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럽게 그의 몸 상태를 진단한 레너드가 뒤늦게 용안의 욱신거림을 느끼고서 눈 주변을 문질렀다.
‘…〈주작도래〉를 쓴 다음부터 용안의 힘이 완전히 통제되질 않는군. 기능이 강화되었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가, 내가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시험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데미안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그 손상의 회복정도를 짐작한 것도 좀 이상했다. 평소의 레너드라면 가능할 리 없는 일들이, 용안의 과부하가 일어날 때마다 잠시 가능해진다.
과부하(過負荷)보다는 과도기(過渡期)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주작도래〉로 잠시 엿보았던 경지에 적응하기 위해서, 육체와 정신이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기라도 한 걸까?
운기조식과 명상으로 심신은 갈수록 안정되고 있었지만, 이 현상만큼은 더욱 강렬해지기만 했다.
‘바닷바람이라도 좀 쐬어야겠군.’
방구석에서 이렇게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도 아닌지라, 숙소를 빠져나온 레너드는 그 걸음으로 부둣가를 향했다.
얼마 안 지나서 파도소리가 들려오고, 저 너머에서 정박한 배와 모험가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길 맞은편에서 레너드를 발견한 니니안과 비비안 자매가 그를 향해서 접근해왔다.
“니니안과 비비안? 아쿠아마린에 있었던 건가?”
레너드의 말에 서로를 한 번 마주본 엘프자매가 대답했다.
“음. 비비안이 숙소에 머무르는 것보다 배에 있는 쪽을 더 좋아하니까. 지금은 상점가를 둘러보러가는 도중이었다.”
“헤헤, 중심도시에 그렇게 좋은 기억들만 있진 않아서요. 절 환대해준 아쿠아마린이 더 편하고 익숙하기도 해서. 은인께선 어디로 걸음하시고 계셨나요?”
“목적지를 정하고 나온 게 아니라서 딱히.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져서 좀 걷고 싶었거든.”
비비안의 질문에 대답해준 레너드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머금으면서, 옛날의 자신을 회상했다.
무인으로서 첫 걸음을 내딛었던 연무혁의 기억.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더 자유로워지고, 더 번민하지도 않게 되리라는 예상과 다르게 현실은 점점 복잡해졌다. 강해진다는 것은 제 주먹질이나 칼질에 힘을 더해주는 걸로 끝나지 않아, 시야와 사고를 넓혀놓으면서 모르고 있었던 것과 알고 싶지도 않았던 것을 알아차리게 만들었으니까.
신의 영역을 들여다본 경지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라? 은인?”
그때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비비안이 제 눈을 비비적대더니, 지척에 다가와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레너드를 살펴보았다.
니니안도, 레너드도 그 영문을 몰라서 눈만 깜빡거렸다.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데요?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해야하나…설명을 잘 못하겠어요.”
{거기서부터는 내가 말해주도록 하지.}
비비안의 애매모호한 설명을 보충하듯 한 줄기 바람과 함께 보레아스가 나타났다. 정령왕급의 힘을 지니고 나타나지 않은 탓인지, 하급 정령처럼 반투명하고 자그만 형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정령왕답게 제 위엄을 한껏 내보인 보레아스는, 레너드를 직시하면서 말을 전했다.
{신격화(Deification)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