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59)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59)
마법의 극치, 9위계에 도달한 대마도사와 반신경의 무인은 동일하게 ‘반신급’으로 취급되지만 그 상세는 많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기동력이었다.
반신경의 무인은 한 걸음으로 음속을 뛰어넘고, 번개마저도 따돌릴 수 있는 수준까지 가속하지만 그 특이점과 심상무예가 공간 관련이 아니라면 공간이동은 불가능했다. 축지(縮地)처럼 수백 미터에서 수 킬로미터는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어도, 천 킬로미터 단위로 날아다니는 마법사만큼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 격차는 무(武)와 마법의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세계법칙의 식(式)을 이용하는 마법사는 제 능력 하나로 수천 킬로미터를 뛰어넘는 게 아니다. 누구나 볼 수도, 진입할 수도 없는 지름길을 이용하는 권한을 얻은 것이다.
그와 반대로 무인들은 철저하게 제 몸뚱이 하나로 장거리를 주파하는 것이었으니,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드래곤하트의 영향으로 마법이해도가 높은 레너드도 그것을 모를 리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마법의 편리함을 실감하게 되는 건 처음이로군. 주문도, 마법진도 없이 세상의 반대편까지 날아오다니.’
허신 [하데스]와 협상해보기로 결정했을 때, 시몬 마구스는 그저 지팡이로 공방의 바닥을 한 차례 내리찍었다.
쿡, 하고 말이다.
그게 전부였는데 세 사람은 어느샌가 데미안이 말한 신역의 지근거리에 도착해있었다. 남부해역보다도 더 멀리 떨어진, 구 형태로 넓게 펼쳐져있는 세계의 반대편에. 공간마법을 통하지 않고 경공이나 오러운용으로 이곳에 도달하고자 했다면, 최소 몇 시간을 소요해야할 거리였다.
‘청룡지기의 신격화로 완전한 뇌화(雷化)를 이룬다면 세계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몇 초로 충분하겠지만…마법의 효율이 무예보다 크게 뛰어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어.’
데미안도 그와 비슷한 기분이었는지, 낯설기 그지없는 땅을 두리번거리다가 시선을 마주치고는 픽 웃어버렸다.
어마어마한 거리를 이동하고도 별 피로감이 없는지, 주변을 한 번 둘러본 시몬이 그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신역〉은 저쪽인가보군. 세계의 일그러짐이 짙게 느껴지네. 〈마경〉처럼 이질적이진 않지만, 독자적인 규칙으로 분리되어있는 공간. 주신급의 신역은 나도 처음이구먼.”
마법의 상휘호환에 해당하는 권능을 선천적으로 쓸 수 있는 신족과 마법사의 궁합은 문자 그대로 최악이기에, 대마도사도 직접 신역에 찾아가거나 허신과 접촉하는 일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몬 마구스에겐 그 경험이 존재했는데, 9위계에서 10위계로 나아가기 위한 실마리를 찾는 여정에 몇 번인가 경험했던 시행착오의 하나였다.
“오? 계단처럼 입구가 있군.”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통로를 구현화한 건가? 한 번 아래로 내려가면 살아돌아갈 수 없다던가, 계단을 올라가다가 뒤쪽을 돌아보면 안 된다거나 하는 규칙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오르페우스(Orpheus)의 고사, 유명한 이야기지.”
올림포스의 3주신에 속하는 [하데스]라면, 반신급의 강자도 생환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존재.
하지만 세 명의 불청객에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반신급의 시야에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으로 주저없이 걸어들어가니, 누가 보기에도 부자연스러운 어둠이 온 사방을 뒤덮으면서 세 명을 지하로 끌어당겼다.
물론 그 인력에 맞설 수도 있었지만, 협상하러온 입장에서 영역의 규칙을 부순다는 것은 적대의사밖에 안 된다.
“음.”
그때, 레너드는 제 안에서 꿈틀거리는 신성에 움찔했다.
‘…현무가 반응한다.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신격, [하데스]는 죽음의 신이기도 한 존재. 그 영역법칙에 공명하는 건가?’
태음신(太陰神)으로서 죽음을 다스리는 신수, 현무는 수많은 귀신들의 우두머리로 묘사되는 일도 많았다.
사후세계의 왕으로 군림하는 [하데스]와 공통분모가 적다고 말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의 권능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레너드의 심상세계에서 현무의 신격이 한층 더 견고해진다.
신격화로 인해서 그 눈높이가 같아졌기에, 허신의 권능에서 참고할 만한 부분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도착했군.”
데미안의 말대로 그들 앞에 펼쳐진 광경은, 옛 시대에 정말 기능했던 사후세계의 모습이었다.
다섯 줄기의 강 너머로 펼쳐져있는 벌판과 들판.
“[하데스]의 궁전은 전혀 안 보이는군. 중심부까지 더 깊게 들어가봐야할 모양이네.”
“지저로 내려왔는데도 별로 어둡지가 않군요. 광원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진 않은데?잠시만.”
시몬의 말에 대답해주던 레너드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그와 똑같은 광경을, 천장에서 어른거리는 푸른빛을 목도한 대마도사가 그 정체를 설명해주었다.
“저건 영혼석(Soul Stone)이라네. 지옥으로 갈 정도의 죄는 아니지만, 간단히 용서받지 못할 정도의 죄를 쌓아온 자들의 혼을 등불삼아서 천정에 매달아놓은 것이지.”
“저 형벌을 얼마나 오랫동안 감내해야합니까?”
“죄질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고 들었다네. 몇 년으로 끝날 때가 있는가하면, 백 년 단위로 매달려있는 영혼도 있다던가? 뭐, 우리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지만 말일세. 신역은 결국 옛 시대의 망향(望鄕)을 구현해놓은 공간이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박혀있는 영혼석의 천장은, 그 광경이 허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몽환적이었다.
부자연스럽기 그지없었던, 이전의 신역과는 격이 다르다.
“아무래도 비행능력이나 공간전이는 안 되는 것 같네. 강을 넘어가려면 이 신역의 규칙을 따라야할지도 모르겠어.”
바위산에서 내려와서 첫 번째 강물을 마주한 데미안이 말을 꺼내자, 시몬은 맞장구치듯이 제 고개를 까딱거렸다.
올림포스 신족의 사후세계는 제법 잘 기록되어있는 편이라, 레너드도 누가 설명해주기 전에 대답할 수 있었다.
“비통의 강, 아케론(Acheron)이군요. 뱃사공, 카론의 인도를 받아야지만 이 다음으로 지나갈 수 있다는.”
“그래. 카론의 뱃삯으로 동전 한 닢을 건네줘야했기 때문에 고대 장의사들은 시신의 입, 눈꺼풀에 동전을 넣어주었다지.”
“그 전승은 죽은 자들에게 적용되는 거잖습니까. 산 자들도 동전 한 닢으로 건널 수 있습니까?”
“아니, [하데스]의 허락을 받아내거나 뱃사공을 설득해야해. 오르페우스처럼 감동시키는 것도 그 방법의 하나겠고, 영웅신 헤라클레스처럼 무력으로 돌파할 수도 있겠지.”
레너드 일행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정해져있었다.
옛 시대에 존재했던 본체도 아니고, [하데스]의 부속으로서 구현화된 카론이라면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촤아악…촤아악….
호랑이도 제 말하면 찾아온다고, 물안개 너머에서 노질하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뱃사공 카론.
올림포스 신화에서도 그 이름이 자주 등장하는, 사후세계의 안내자가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길고 두터운 로브로 몸을 다 가리고 있었던 탓에, 구부정하고 큰 체격과 억센 손아귀를 제외하면 외모를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세 사람이 그가 무엇을 요구해올지, 어떻게 굴복시켜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타십시오.
동전 한 닢을 건네거나 무력행사를 할 필요도 없이, 카론이 먼저 강변에 제 나룻배를 가져다대고 그들을 권유했다.
데미안과 시몬, 레너드는 그 상황에 두 눈만 껌뻑거렸다.
그렇게 멈춰있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뱃삯은 필요없나?”
―주인님께서 여러분을 초대하셨으니, 필요없습니다.
카론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제 노를 물속에서 꺼내며 아케론 너머에서 흐르는 강을 가리켜보였다.
―그러나 강을 건너면서 여러분에게 닥쳐오는 시련은 스스로 극복해야할 것이며, 주인님께 당도하기까지 그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모두 돌파해야합니다. 살아있는 몸으로 감히 명부를 방문하게 된 자의 자격시험과도 같은 일이지요.
“아하, 헤라클레스처럼?”
―…솔직히 그분은 좀 예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으로 거듭나기 전에도 몽둥이질 한 방으로 저승의 강물을 엎어버리고, 히드라의 독화살로 태양신 [헬리오스]와 해양신 [포세이돈]까지 위협했던 대영웅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 앞을 가로막았던 카론은 이러다가 진짜 죽겠다 싶을 정도로 두들겨맞았고, 뱃삯도 안 받고 강 너머로 태워줬다가 쇠사슬에 1년간 묶이는 형벌까지 받아야했다.
중간관리인의 비애(悲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출발하겠습니다.
옛 기억으로 잠시 침울해졌던 카론은 세 사람이 올라타기가 무섭게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큼지막한 노를 몇 번 젓자, 아케론의 강변을 떠난 나룻배가 빠르게 그 다음으로 거슬러오르기 시작했다.
비애를 품은 강, 코퀴토스(Cocytus).
수면으로 제 과거의 쓰라림을 돌아보면서 시름에 젖게 되는 영역이었다. 저도 모르게 강물에 손을 집어넣었다간 영혼째로 얼어붙어서 난간 너머로 굴러떨어지게 된다던가.
‘…음? 그렇다면 극음(極陰)의 힘이 머무른다는 뜻인가?’
거기까지 생각한 레너드가 코퀴토스의 강물에 손을 뻗어내, 그 손끝으로 물살을 건드려보았다.
아니나다를까.
무시무시한 냉기가 치밀어서 그의 몸 안으로 침투한다.
반신급 존재라도 그 기운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몸과 영혼이 얼어붙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허어.
레너드의 만행을 지켜보던 카론이 제 혀를 내둘렀다.
―코퀴토스의 강물에서 신위를 얻어내시다니, 이쪽에 속하신 분이셨군요. 이 카론의 눈이 부족하여 몰라뵈었습니다.
그가 한 말대로였다.
심상세계에서 잠들어있던 현무가 눈을 부릅뜨더니, 이 강의 냉기가 감로수(甘露水)라도 되는 것처럼 들이마셨던 것이다.
거무튀튀한 등껍질의 색이 더 짙어지고, 신격화의 진행도가 높아지면서 태극의 완성도가 상승한다. 편법에 가까운 술수로 강림시켰던 현무인지라, 주작보다 아주 조금이나마 그 신위가 모자랐던 부분이 방금 채워졌다.
데미안과 시몬도 그걸 구경하려고 수면을 딱히 들여다보지 않으니, 코퀴토스는 금방 지나가버렸다.
―여기서부터가 세 번째, 불길의 강입니다.
플레게톤(Phlegethon).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불길이 강물처럼 흐르면서 혼에 묻어있는 죄악과 오물을 태워버린다. 육체를 지닌 자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으나, 레너드만은 이번에도 좀 달랐다.
앞서 코퀴토스에서 현무가 포식했다면, 이번에는 주작이 그 별미를 맛볼 차례였다.
―플뤼게톤의 불길까지…!
로브 아래에서 카론의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영혼을 정화하기 위한 불꽃은, 그 힘을 품고 싶다면 특별한 신성을 보유해야했다. 올림포스의 수많은 신들 중에서도 그게 가능한 존재라면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손가락이 남는다.
레너드의 심상세계에서 제 날개를 펼친 주작의 덩치가 한층 더 거대해지고, 불꽃의 색도 영롱하게 반짝거리면서 부정하고 더러운 것을 태워버리는 능력을 곁들였다.
[하데스]의 협조를 구하고자 온 신역에서 레너드가 급격한 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기묘한 광경이었다.“강물을 들이마셨다고 [하데스]가 뭐라고 하진 않겠지?”
―주인님께선 관대하십니다. 이 저승 전부가 그분의 것이나 다름없을진대, 강물을 좀 들이켰다고 책하시진 않겠지요.
“허허, 신역으로 구현화된 공간이라지만 영역법칙의 특성상 이 강물들은 매우 위험할 텐데….”
넉살좋게 카론 상대로 농담따먹기를 하는 데미안과 두 눈의 광채가 강렬해진 시몬의 시선이 레너드의 등을 쫓았다.
그 당사자는 주작을 진정시키느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벌써 레테(Lethe)까지 왔군요. 이렇게까지 빠르게 온 것은, 제 일생에 두세 번밖에 없었는데 말입니다.
세 사람의 손님을 태운 나룻배는 어느새 네 번째 강물 앞에 당도해있는 상태였다.
저승의 다섯 강물 중에서 지명도가 두 번째에 해당하는 강, 망각이었다. 이곳에서 기억을 다 지운 자들은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준비한다거나, 저승에서 새로운 삶을 부여받는 경우로 나뉘어지게 된다.
둘 중에서 어느 쪽에도 해당사항이 없는 레너드와 일행들은 잔잔한 풍경을 구경하면서 그 구역을 통과했다.
이제 마지막이었다.
“이건…!”
“음.”
“이곳만큼은 실제와 별 차이점이 없어보이는군.”
올림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강력한 힘을 품고 있는 강, 스틱스(Στ?ξ)가 세 사람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