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61)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61)
꽈아아아앙?!
케르베로스의 머리 두 개가 허공을 물어뜯는 순간, 반 박자 빠르게 몸을 뺀 [아담카드몬]의 발차기가 놈을 날려버렸다.
수백 톤 단위로 헤아려야할 삼두견의 몸이 조약돌처럼 멀리 날아가서 거칠게 처박혔다. 신화시대의 마수답게 별 데미지는 없어보였으나, 충돌하면서 뇌가 흔들렸는지 여섯 개의 눈알에 박혀있던 초점이 잠시 흐려졌다가 원상태로 돌아온다.
‘무(武)라고 말할 순 없겠군. 외법(外法)에 더 가깝다.’
레너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두 존재의 싸움을 관찰했다.
광휘의 거인, [아담카드몬]은 그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아주 민첩하면서 유연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주먹질이나 발길질 한 번에 굉음과 충격파가 동반되는 것을 보아하니 질량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물리법칙에서 일탈하고 있는 것처럼 그 무게중심과 관성이 자유롭게 변화한다.
오러도, 마법도 아니다. 존재 자체가 고차원적인 영역법칙에 올라타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움직임이 아니라, 그 순간만 물질세계에 간섭하고 있다?”
“허어!”
레너드의 독백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시몬이 진심으로 놀란 얼굴을 숨기지도 않고 감탄했다.
“불완전하고 결함투성이인 마법이라지만 10위계에 걸쳐있는 식인데, 그걸 원격으로 간파할 수 있단 말인가? 드래곤하트와 용안의 상승작용이 그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구만.”
“용안 때문에 알아차린 것은 아닙니다. 저나 데미안 단장님, 가주님이 아니라도 단장급이면 다 알아볼 겁니다.”
“그런가? 마법사와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게로군.”
예, 하고 수긍하는 레너드의 의견에 맞장구치듯이 데미안도 입을 열었다.
“확실히. 레너드가 한 말대로 움직임에 위화감이 너무 심해. 저 덩치가 높이 도약했다가 착지하는데도 충격파는 물론이고, 먼지구름도 안 일어나네. 작용과 반작용을 무시해버리는 것도 좀 노골적이고.”
[아담카드몬]의 격투기술을 보고 무예가 아니라고 평가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체계가 없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동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발경(發勁)이나 무게중심을 다루는 기술이 전혀 깃들어있지 않다.주문과 마법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법사들은 모른다.
단순무식한 주먹질과 발길질에 얼마나 많은 이치와 원리를 더할 수 있으며, 그걸 주고받는 방식을 수로 헤아려서 무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반신경의 경지에 다다른다면 심상 하나로 그 힘의 대부분을 내보이겠지만, 그곳까지 올라오기 위해서 사용한 계단은 아주 기본적인 동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주먹을 움켜쥐는 법, 걸음을 내딛는 법, 허리를 회전시키는 법. 인간의 몸뚱이는 그 자잘한 동작 수백, 수천 개가 모여서 ‘행위’로 성립하지. 저 거인의 움직임은 인간을 모방하고 있는 무언가에 지나지 않아. 아니, 반대로 물어봐야겠군.”
대마도사를 돌아본 데미안이 불쾌해하는 얼굴로 질문했다.
“시몬, 왜 저걸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어낸 겁니까?”
“[아담카드몬]은 ‘완전한 인간’을 추구하는 마법이니까.”
시몬 마구스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자네들이 말하는 동작이나 행위는 결국 육체의 굴레로부터 탈피하지 못한 생물의 한계일세. 의지가 곧 행위로 직결될 수 있다면, 근육이나 관절 같은 신체기관을 이용해서 행동해야할 필요도 사라지는 법이지. 심상무예와 다를 거 없네. 생각하는 일과 움직이는 일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야.”
오러블레이드를 감당할 수 있는 내구력도, 번개의 빠르기에 반응할 수 있는 신경계를 가졌더라도 ‘불완전’하다고.
신비협회의 정점에 선 마법사는 감히 단언했다.
“신의 영역에 도달한 존재들이 모두 육체에 구애되지 않듯, 난 생각했다네. ‘육체에 구애되지 않는 초월체’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신의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 연구의 결실이 바로 저 거인, [아담카드몬]입니까.”
“빛을 매개체로 한 의지의 실체화, 신성의 무한함을 유한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온 존재지. 육박전밖에 못하는 형태로 소환했음에도 9개의 서클이 제법 부담스러울 정도니, 완성도를 더 높여야겠어. 외신침공 이전에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겠군.”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이에 두 존재의 경천동지할 싸움은 그 끝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케르베로스는 몇 번이나 두들겨맞고 땅에 처박혔음에도 세 쌍의 안광을 번뜩였지만, [아담카드몬]의 기묘한 움직임에 한 번도 유효타를 적중시키지 못했다. 진짜 케르베로스였다면 이 정도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겠으나, 신역에 가상으로 구현된 수준으로는 힘이 부족했다.
세 개의 아가리에서 뿜어져나온 지옥불이 [아담카드몬]에게 쏟아졌지만, 빛의 속도로 그 궤적에서 빠져나온 거인은 즉시 케르베로스의 배후를 잡아버렸다.
그리고.
꾸구구구구국??….
헤라클레스의 고사를 재현하듯이 세 개의 목을 한꺼번에 그 팔뚝으로 감아버리더니, 두터운 경추를 모두 부러트릴 기세로 조르기 시작했다.
케르베로스 역시 그 구속을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고, 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아담카드몬]의 팔을 긁어댔지만 유의미한 수단은 되지 못했다. 빛으로 구성된 [아담카드몬]의 몸뚱이엔 기이하게도 실체가 없어, 물리력에 의존한 공격으로는 제대로 타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보이는군.”
시몬이 한 말에 수긍한 데미안이 제 나름대로 케르베로스의 분전(奮戰)을 칭찬하듯이 말했다.
“육체능력보다 지옥불의 위력을 더 크게 재현했다면 싸움이 됐을 텐데, 여러모로 상성이 안 좋았구만.”
“[아담카드몬]이 반칙적인 능력을 지닌 거지, 케르베로스가 그렇게 약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레너드의 평가대로였다.
위상적으로 하위에 존재하는 힘을 무효화하거나 반감시키는 [아담카드몬]은 거의 진신급에 도달한 존재였다. 진정한 힘의 1할도 재현하지 못한 케르베로스의 구현체는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을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만.
케르베로스가 가로막고 있었던 협곡 안쪽에서부터 절대자의 위엄이 서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너희들의 자격을 인정하겠다. 그 아이를 놓아주고, 궁전의 안쪽으로 들어오도록 해라.
올림포스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대한 3주신 중에서도 명계의 군주로서 경외받아온 죽음 그 자체.
[하데스]의 음성이었다.“…현현종료.”
그 말과 동시에 시몬이 지팡이를 까딱거리자, 케르베로스의 목을 조르던 [아담카드몬]이 잘게 부스러지면서 곧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세계 최강의 대마도사에게도 그걸 소환하고, 계속 유지하는 일은 힘겨웠는지 좀 지친 기색이었다.
갑자기 목을 졸라대는 거인에게서 해방된 케르베로스는 좀 멍해졌다가, 세 사람에게 들어가도 좋다는 듯이 고갯짓하고서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고대신화의 내용대로라면 이 다음부터는 그들에게 장애물로 작용하거나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저벅, 저벅, 저벅.
케르베로스가 수호하는 문을 지나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복도의 양옆으로 매달려있는 영혼등잔이 도깨비불처럼 푸르스름한 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밝다고 하긴 힘들었지만 어둡지도 않은, 어슴푸레한 조명이 궁전 내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명부(Haid?s).
적막하다못해 스산함마저 느껴지는, 산 자가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옛 시대에서부터 헤아려도 규칙을 깬 자는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그 얼마 안 되는 인원에서도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한 자는 헤라클레스 정도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 공허함은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조용하군요. 아무래도 [하데스] 외의 존재는 구현되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데미안 단장님, 뭔가 짐작되는 건?”
레너드와 같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데미안이 화답했다.
“[포세이돈]이나 [제우스]의 경우와는 많이 다른데? 시종은 물론이고, 병사 한 명도 만들어놓지 않다니. 신위를 키우거나, 신역을 확장시킬 마음이 전혀 없어보인다고.”
옛 시대와 달리 신성과 존재기반을 잃어버린 허신들은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필멸자들의 경외를 받아야만 제 권능와 격을 빠르게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데스]는 케르베로스와 카론만 구현해놓고, 나머지 구성요소를 전부 방치하고 있었다.
신력을 소모하지 않고 축적해놓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나, 지금으로서는 그 의도가 짐작되지 않는다.
“허신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존재합니까?”
“상당히 드물지만 좀 있긴 해. 스스로가 잔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던가, 그런 경우지.”
“옛 시대로의 회귀를 목적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습니다만…이래서야 [나인헬]에 대한 제안에도 무관심할 것 같군요.”
무력으로 윽박지르는 것도 [하데스] 본인에게 삶의 의욕이 남아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좋으니 그냥 소멸하겠다, 하고 드러눕는다면 일행에게 가능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크롬두브]의 영역에서 주도권싸움을 시작하려면 그 자신의 의욕이 가장 중요했으니까.거짓된 신으로 영락하게 된 것도 모자라서 필멸자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전장으로 나서는 거다. 오만하거나 자존심이 강한 신격이라면 이 제안을 모욕으로 받아들일지도 몰랐다.
“??음.”
그로부터 얼마 후였다.
궁전의 중심부까지 걸어들어간 레너드 일행은 마침내 옥좌 한복판에 걸터앉아있는 [하데스]를 마주했다.
별빛 하나도 없는 밤하늘처럼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
그 검은색에 대조적으로 하얀색의 창백한 피부.
나른해보이는 기색 너머에서 흘러넘치는 존재감은 틀림없이 대신(大神), 영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반신들을 압박할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명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필멸자들아.
생기는커녕 의욕 한 점도 내보이지 않고, [하데스]는 그저 시선만 움직여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내 아내도 없고, 신하들도 없다보니 손님대접이 부실하군. 너희들이 양해하거라. 어차피 지하세계의 규칙들을 모르는 것 같지도 않으니, 식사대접도 안 받을 것 아니냐?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는다면 지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는 규칙이라면 들어보았지요.”
시몬이 먼저 한 걸음 다가서면서 공손하게 대답했다.
“올림포스의 명왕, 지하세계의 정당한 군주시여. 손님으로서 이 궁전에 들여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흠, 고리타분한 늙은이로다. 신대에도 너 같은 너구리들은 수없이 만나봤다.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다. 옆으로 물러나서 젊은이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거라.
“…그리 하겠습니다.”
[하데스]의 퉁명스러운 말에 난처한 기색이 된 시몬이 즉시 비켜서면서 레너드와 데미안에게 손짓했다.예상 이상으로 허신이 된 [하데스]의 격은 높았고, 제 기분 하나로 무엇이든지 결정할 수 있는 상태임을 안 것이다. 괜히 불평하거나 따졌다간 신역 밖으로 추방당해서 다시 들어올 수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비위만 잘 맞춘다면, 싸우거나 할 것도 없이 방문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를 토벌하려고 온 것도 아니고, 나를 섬기려고 온 것도 아닌가본데. 너희들의 용건이 궁금해지는구나. 둘 중에 아무나 설명해보거라. 거짓부렁을 섞는다면 그 즉시 추방하겠다.
[하데스]의 명령 아닌 명령에 데미안과 레너드가 서로를 한 번 마주보고는, 데미안이 먼저 앞으로 걸어나갔다.신족을 맞상대하는 일에 있어서 그 이상으로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데미안은 제 눈앞의 허신이 요구하는 답을 돌려주는 대신에 더 자극적이고 위험한 말을 끄집어냈다.
“지하세계의 주인이자 화신, [하데스]여. 그 이야기에 앞서 말씀드리고 싶은 제안이 있습니다.”
―건방지구나. 대답보다 먼저 제 용건을 늘어놓겠다고?
무미건조하던 [하데스]의 두 눈썹이 꿈틀거리는 순간,
“당신의 아내, [페르세포네]를 이 신역으로 데려오겠습니다. 그 일의 대가로 저희들과 협력해주십시오.”
데미안의 폭탄발언이 그 눈동자에 담긴 분노를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