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64)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64)
마계, [나인헬]을 정벌하기 위해서 그 이전에 해결해야하는 선행조건은 크게 네 가지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당연하게도 마족들의 물량공세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전투력이었다. 흑룡기사단 하나로는 택도 없었던 것이, 녹룡기와 청룡기가 그 역할을 완수한데다가 황금룡기사단까지 재정비되면서 최소조건을 크게 넘어섰다.
두 번째는 마족들을 쓸어버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영역의 대책이었다. 하위 마족부터 고위 마족까지 100만 단위로 계속 죽여대더라도, [나인헬]이 남아있다면 전부 헛수고였다. 이건 [하데스]가 합류하면서 마계를 다시 지하세계로 정상화한다는 방법으로 충족되었다.
세 번째는 마계 밖에서도 반신급의 능력을 발휘하는 개체가 돌발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었다.네임드(Named)로 분류되는 놈들은 그 태생부터가 뇌와 심장의 마족인데다, 장생종으로서 축적해온 경험과 업이 무시무시했다.
중간계에서 맞서싸울 때도 단장급이 두 명은 붙어야하는데, 마계에서는 또 얼마나 까다로울지 상상도 안 된다. 이 부분은 최대한의 힘을 집중시키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그리고.
“?중간계와 마계를 연결하는 통로, [헬게이트]의 제어권을 가져와야한다는 것. 이쪽이 가장 난해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드리는 조금 허탈해보이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시몬 마구스도 그 말에 공감하듯이 쓴웃음만 흘리면서 자기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난해한 게 맞네. 반신경이나 9위계에 도달해봤자 우리들은 이 세상의 구성원에 불과하니까. 마계를 장악한 [크롬두브]의 일부분으로 취급되는 마족들처럼 차원문의 권한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지하세계를 통치했던 신격이라면 그 권한을 가지고 있을테니, 협력자로 포섭했다는 건가.”
“정확하군. 네임드 수준의 대마족이라도 결국 [크롬두브]의 신체조직에 지나지 않네. 불완전한 상태라도 신의 권한이라면 마족들로부터 우선권을 가져올 수 있어.”
반신급 강자들은 제 나름대로 세계법칙을 다룬다지만, 그건 후천적으로 얻은 강함이며, 선천적으로 허락된 권한이 아니다. 반대로 [크롬두브]의 파편이나 다름없는 마족들은 그 권한을 조금이나마 가졌기에, 차원문의 개폐가 자유로웠던 거다.
“자유롭다고 해도 그 개방과 폐쇄에 지연되는 시간이 생겨, 주둔부대가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지만 말일세. [크롬두브], 놈이 직접 열거나 닫았다면 경보가 울릴 틈도 없었을테니.”
일시적으로 그 권한을 빼앗아온 [하데스]도 마찬가지였다.
[크롬두브]의 영혼이 차원 바깥으로 쫒겨나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하데스]의 간섭을 무효화하고, 역으로 침식하는 일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몸만 덩그라니 남아있어서 권한을 빼앗기는데도 반응하지 못한 것이다.만약 외신들이 저 마계로 넘어오기 시작한다면, [크롬두브] 역시 돌아오면서 문의 통제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았다.
―미물들에게 들키거나 하진 않았다. 차원의 외곽 부근이 좀 불안정하지만, 외차원과 연결되거나 할 정도는 아니다. 시간이 그렇게까지 급박하진 않은 것 같군.
“천족들의 말대로라면 1, 2년은 더 걸릴 겁니다. 그 이전에 [크롬두브]의 영향력을 가능한 깎아둬야겠죠.”
마계에서 [크롬두브]의 힘과 영역이 줄어들수록, 이 세계로 넘어올 수 있는 외신들의 수와 규모가 감소한다. 진신급을 다 막아내진 못하더라도, 서넛 정도라면 어떻게든 해결될 터.
“…가능성을 봤으니, 내가 할 일은 정해졌구나.”
어느샌가 지옥문 근처로 다가가있는 [하데스]로부터 시선을 뗀 오드리가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몬 마구스를 향해서였다.
“카르데나스 본가로 이동하지. 대회의부터 소집해야겠어.”
“흐, 늙은이를 너무 부려먹는구먼.”
시몬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 지팡이를 들어, 카르데나스로 날아가기 위한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그 전조를 읽은 [하데스]가 그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진군의 때를 기다리겠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진 말거라.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레너드가 그렇게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네 명을 전이시키는 마법광이 뿜어져나왔다.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 * *
대회의(Great Council).
삼공 가문의 실무진이 모이는 일 자체는 그렇게까지 드물지 않았으나, ‘대회의’라고 불리는 경우엔 세 가문의 우두머리가 최소 한 명은 참가했다는 뜻이었다.
카르데나스의 검공, 데클렌.
위클라인의 신비협회장, 시몬 마구스.
제하이어의 대장로, 악투르.
세 가문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자들이었으나, 그들이 직접 행차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은 그 실무진에게 일임하고 있다. 7대 기사단의 수장급이나 펜타곤의 일원은 어지간히 큰 사안이 아니라면 작전통제권을 가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계정벌이라, 거하게 나오는구만! 크하하하!”
대장로 악투르가 제 흥을 이겨내지 못하고 웃어젖혔다.
“기사단장 세 명이 건의한 내용인데다, 시몬 자네의 보증이 붙어있다면 가능성은 더 의심할 여지가 없어보이는군.”
검공 데클렌이 사납게 미소지으면서 그 내용에 동의했다.
“청룡기사단은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습니다.”
“적룡기도 문제없습니다.”
“황금룡기사단의 재정비도 모두 완료된 상태입니다.”
“녹룡기사단 역시 우루카 단장님의 유지(遺旨)대로, 그 검과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백룡기사단도 허신토벌을 후순위로 미루고 대기중입니다.”
마계정벌의 주축이 되어야하는 흑룡기를 제외하고도 다섯의 기사단이 출동가능한, 역대 카르데나스 최강의 원정대가 탄생 전야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 여유가 남아도는 것은 카르데나스만이 아니었다.
“나도 참가할게.”
“도서관의 유지관리는 내 조수들로 충분하겠지.”
“황궁관리를 담당하는 안토니우스와 협회 본산을 수비하는 인원 한 명만 남겨놓으면 괜찮겠군.”
엉덩이가 무겁기로 유명한 펜타곤의 대마도사 모두가,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지하세계의 법칙을 탐구하기 위해서 펜을 내려놓고 그 손아귀로 책과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거 참, 친구들이 열내고 있는데 나만 할 일이 없군! 마계는 잘 모르다보니 병기를 만들어보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잔챙이들을 처리하는 병기는 만들 수 있겠지만, 그 정도로 제하이어의 체면을 세우기는 한참 모자라지요!”
악투르와 같이 온 장로, 가르노가 거칠게 맞장구쳤다.
그 하나하나가 생체병기나 다름없는 마족들이다보니 계급이 좀 높다 싶은 놈들은 무인병기로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살점의 마족이나 피의 마족 정도라면 타이탄이나 골렘을 좀 개량하는 것으로 충분했으나, 평민계급 이상부터는 그 특성을 공략해야했다. 스프리건과 천족 상대로 축적해온 노하우가 안 통하는 상대라, 처음부터 연구해야한다는 것도 좀 컸다.
일주일이 넘어가는 회의가 다 끝나갈 때까지도, 제하이어의 참석자들은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우울해져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대장로 악투르에게 독대를 요청한 레너드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네줬던 것은.
“대장로님, 위신(僞神)을 만들어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뭐라고? 그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설명해보게!”
악투르만이 아니라 가르노가 동석한,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만남은 그날밤이 다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레너드가 가져온 이야기는, 마계정벌이라는 대업 앞에서 할 일이 없어져버린 장인들의 혼을 불태우고도 남았다. 인공적인 수단과 방법으로 신의 위조품을 만들겠다니? 옛 시대에 자기 신부를 조각으로 깎아냈다는 피그말리온(Pygmalion)의 고사가 떠오르게 될 정도였다.
사실 레너드가 그 발상을 거론하게 된 것은, 제하이어가 할 일을 만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퇴마용’의 무공을 구상하던 중에 부딪힌 난관 때문이었다.
‘마(魔)를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일에 있어서, 불문의 무공이 도가보다 더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가르침의 결이 너무나 이질적이고 난해해서 〈위타복마검〉을 전수한 건데….’
중간계와 달리 마계에서는 그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도가의 무공은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것’이기에, 마계에서는 마귀가 더 ‘올바른 것’으로 인식될지도 몰랐다. 그래서 불문의 무공으로 답을 궁구해보니, 대안이 하나 떠오르긴 했다.
오대존명왕(五大尊明王)의 무공이 바로 그것이었다.
‘정통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림과는 거리가 멀고, 피와 투쟁에 적극적인 밀교(密敎)의 무공이지만…자비가 아닌 분노와 위세, 무력으로 마귀를 교화한다는 뜻을 담아냈지. 마족이 상대라면 〈달마삼검〉보다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전생의 연무혁이 포달랍궁(布達拉宮)에서 제대로 배운 것은 유가술 정도였으나, 검으로 상대해본 무공은 적지 않았다.
외지인에게 배타적인 풍토 때문인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계속 시비가 걸려왔고, 포달랍궁의 금강승(金剛乘)과 비무하게 된 경우도 최소 두 자릿수는 되었다.
그 와중에 경험하게 된 무공이 오대존명왕의 뜻으로 창제된 것이었는데, 소림의 무공보다 더욱 격렬하면서 동적인 형태에 감탄했던 적이 있었다.
부동명왕신법(不動冥王身法).
항삼세명왕장(降三世冥王掌).
군다리명왕각(軍茶利冥王脚).
대위덕명왕검(大威德冥王劍).
금강명왕신권(金剛冥王神拳).
하나하나가 초일류의 절세무공이면서 그 깊이가 상당해, 몇 번이나 상대하고 복기하면서 깨달았던 게 적지 않았다.
‘악마와 악인을 제압하기 위한 존재다보니 마족에 직접적인 타격도 줄 수 있을 것이고, 무공 자체의 질도 높아서 초월경 이상의 경지에서도 얻어가는 게 있겠군. 괜찮겠어.’
그런데 레너드가 오대존명왕의 무공을 전수하려고 할 때에, 생각지도 못한 존재로부터 조언을 받게 되었다.
7번 주둔지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데스]로부터였다.
―재미있는 무술이로구나. 이계의 신족으로부터 힘과 가호를 빌려오는 것인가? 허나 접점 하나도 없는 세상에서 그 형태를 따라해봤자 제 위력의 1할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해야합니까?’
―힘과 가호를 빌려오는 대상을 재설정해야겠지. 지하세계에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는 존재로, 말이다.
‘…[하데스]님처럼 말입니까?’
―잘 알아들었구나.
[하데스]는 그 반응에 유쾌해하면서 제대로 가르쳐주었다.―네가 말하는 ‘오대명왕’의 조각상을 만들고, 나 [하데스]의 가호를 내리겠노라. 그럼 지하세계에 한해서는 제 힘과 격을 되찾겠지. 감히 내 앞에서 ‘명왕’이라고 부를 순 없겠다만.
올림포스에서 명왕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신은 그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레너드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새로운 이름을 정해주시면,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이미 정했다. [악시오케르소스]라고 부르거라. 지하세계의 규율을 관장하는, 이 하데스의 다섯 장군으로 삼겠다.
‘[악시오케르소스]라, 이름에 담긴 뜻이 있습니까?’
―머리카락이 적은 자라는 뜻이다.
‘…….’
소림사와 포달랍궁의 공통점이라면, 그 소속원 대다수가 한 올의 머리카락도 남기지 않고 밀어버린다는 점이었다.
그걸 떠올리게 된 레너드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서 할 말을 잊어버린 사이에, 결국 오대존명왕의 이름은 ‘머리카락이 적은 자’로 개명당해버렸다.
제하이어의 장인들 앞에서 그 생김새와 멋을 가능한 원본에 가깝도록 묘사해주는 게, 레너드 나름의 최선이었다.
[하데스]의 힘을 빌린다지만 지하세계의 장군으로 활약하게 될 존재의 그릇을 만드는 거다. 오랜만에 창작욕구에 불 붙은 장인들의 손과 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마계정벌의 날까지 레너드가 할 일은 이제 하나뿐이었다.
“오랜만이다?라고 하기엔, 수가 좀 많이 늘어났군. 흑룡기 이외에도 다들 잘 찾아와주었다. 황금룡의 단장, 레너드다.”
단상 위에 올라선 레너드가 제 아래에 늘어서있는 기사들을 내려다보면서 속으로 작게 푸념했다.
‘뭐, 이렇게 될 거라고는 예상했다만.’
비급이나 구결만으로 전수할 수 있는 지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시 교관으로 복귀한 레너드였다. 그 이전과 다르게 황금룡의 기사단장이 되었기에, 감히 그의 자격을 의심하거나 가르침에 소극적인 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십팔나한진〉으로 반신급과 맞상대해본 황금기사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을 셈인지, 살벌하기까지 한 기세로 연병장의 구석을 차지한 그들을 본 레너드가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섯 가지 무공을 가르치는 것도 모자라 진법교육까지 전부 맡아야하니, 오늘부터 그가 쉴 시간은 없다시피 할 터였다.
키이잉.
그럼에도 그 손아귀는 언제나처럼 검 자루를 잡고, 칼날을 뽑아내면서 한 가닥의 섬광으로 바꿨다.
발검(拔劍)만으로 들떠있던 분위기가 단숨에 잘려나간다.
수백 쌍의 눈동자를 마주한 레너드가 말했다.
“검을 뽑아라.”
마계정벌의 진군이 시작되기까지 몇 달은 남아있었으나, 이 자리에 모인 자들은 빠짐없이 느낄 수 있었다.
내일 당장이라도 출격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느샌가 그들 전원이 제 손아귀에 검이 잡혀있음을 깨닫고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용언]을 쓴 것도 아닌데 그 몸이 제멋대로 레너드의 지시를 받아들였다. 오직 레너드만이 전혀 동요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시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