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68)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68)
‘마법사보다 기사에게 더 막강한 타입이로군.’
레너드는 그렇게 평가하면서 제 검신을 타고 올라오던 주먹 하나를 시원스럽게 떨쳐냈다.
심장의 마족, [벨리알].
태생적으로 반신급의 개체인 것도 모자라서 오랜 세월로 그 전투경험과 기술을 축적하여, [네임드] 중에서도 등급이 높은 특수위험군으로 지정된 놈이었다.
전대 흑룡기사단장 중 하나가 패사(敗死)한 적도 있는 만큼, 레너드라고 해도 필승을 장담해선 안 되는 적수다.
북신류(北神流)
사면팔방제압기(四面八方制壓技)
동한백설래(冬寒白雪來)
거침없이 심상무예를 동원한 레너드의 검신으로부터 자잘한 강기파편이 흘러넘쳤다.
초고속으로 검격과 권격을 주고받던 중에 갑자기 그 일대를 휩쓸어버리는 범위공격.
…쩌적…쩌저적….
한 걸음으로 수백 미터를 물러나는 각력으로도 다 피해내지 못한 〈동한백설래〉가 겉가죽에 달라붙는다.
[벨리알]의 몸뚱이는 분명 액체질소를 쏟아붓더라도 동상을 입지 않겠지만, 개념영역에 간섭하는 심상무예의 영향은 막을 수 없다. ‘뇌’와 달리 ‘심장’의 마족들은 순수하게 육체가 강한 것이었기에 더 그러했다.표피층을 넘어서 근육층까지 얼린다면, 저 완력과 순발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파아아아앙?!
어처구니없게도 [벨리알]은 온몸 근육을 한 번 팽창시켜서, 겉가죽에 붙었던 강기파편을 전부 튕겨내버렸다.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기백으로 세상을 덮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완력만큼은 산을 뽑아버릴 수 있을 것 같은 놈이었다. 어설픈 수법으로는 전투력을 조금 깎아내는 것조차 불가능해보인다.
‘온다!’
체감시간이 번개의 영역으로 진입했는데도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벨리알]의 잔상이 수백 개나 겹쳐지듯이 늘어진다.
놈의 움직임은 이미 동작의 최적화가 다 끝나있었다.
천의무봉급의 무경(武境).
종족이나 인품에 관계없이 무신의 품은 관대하다는 것일까? 무공구결 한 줄도 읽어보지 못한 [벨리알]은 전생의 누구보다 더 유려하게 보법을 밟아가면서 정권을 내질러왔다.
남신류(南神流)
‘심장’의 특징 중 하나는 무궁무진한 체력이다. 기와 마력을 소모하지 않고, 터무니없는 신체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놈들에게 기세를 한 번 내어준다면 뒤집기가 어렵다.
그래서 레너드는 그 일격에 맞받아치기를 선택했다.
일점돌파맥진기(一點突破驀進技)
혁작일점홍(赫灼一點紅)
베기로는 안 된다.
본능적으로 점과 점의 대결로 찌르기를 펼쳐낸다.
???????!!
[벨리알]의 굳게 쥔 주먹과 레너드의 검극이 미묘한 간격을 두고 정지하여, 서로를 밀어내고자 부르르 경련했다.두 방향에서 나아간 힘이 중간지점에서 상쇄당하며,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충돌의 여파가 흘러넘치면서 둘 주변의 지반을 갈아엎듯이 몇 번이고 크게 폭발한다.
변변찮은 놈이 그 주변에 다가갔다간 뼛조각도 남기지 못할 수준의 위력이었다.
그리고.
꾸구구구국.
놀랍게도 〈혁작일점홍〉이 조금씩 밀려나갔다.
검과 주먹이라면 그 면적에서 검극이 유리할텐데도, 가해진 힘의 크기가 [벨리알]이 더 압도적이었단 뜻이었다.
하지만 [벨리알]의 주먹이라고 해서 무사한 건 아니었다.
주작지기의 열로 그 표면이 녹아내리고, 뼈마디가 드러나게 될 정도로 깊게 패였음에도 내지르는 힘을 거두지 않는다. 이 자세야말로 전사의, 무인의 소양이다. 이해득실과 무관하게 제 의지와 힘을 관철시키려는 아집(我執).
“큿!”
손등을 넘어서 팔뚝까지 쩍 갈라질 정도의 데미지를 감수한 일권이, 결국 〈혁작일점홍〉을 부수면서 검을 튕겨버렸다.
어지간히 잘 만든 검이었어도 즉시 부러졌을 타격이었으나, 신검에 근접하게 된 묵검은 버텨냈다. 그래, 버텨내버렸다. 그 검신이 부러졌다면 힘의 대부분을 해소했을 텐데, 부러지지가 않았기에 그걸 붙잡은 레너드의 양팔까지 튕겨져나갔다.
오싹.
그 빈틈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직감하게 된 레너드의 등골이 얼어붙었다.
“■■■.”
발음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음에도, 알았다.
놈은 틀림없이 말했다.
끝이다, 라고.
반신급의 영역에서도 백전노장,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놈의 확신은 이미 필사(必死)의 예고장과도 같았다.
그러나.
“?누구, 마음대로!?”
레너드는 그 예고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갈아붙이면서 하반신을 움직였다. 검법 이외의 무술기법이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한 기사들과 다르게 레너드의 각법(脚法)은 [벨리알]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군다리명왕각〉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다시 한 번 각법을 정돈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금강승무(金剛乘武)
비전(?傳) 오대명왕법(五大明王法)
군다리명왕각(軍茶利冥王脚)
권장법이나 무기술에 비해서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것이 각법이었으나, 한 가지 장점만큼은 분명했다.
완력보다 각력이 몇 배나 강력하기에, 파괴력이 크다.
팔보다 길고 무겁기에 원심력으로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렇다고 강격 하나만 노리다가는 상대방도 바보가 아닌 이상은 다 피하고, 막고, 반격당하게 된다.
중원무림에서도 각법으로 이름을 떨친 고수들은 그 위력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속도를 더해가면서 수싸움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냈다.
꽈앙?!
상류로 거슬러오르는 연어처럼, 아래쪽에서 위로 툭 솟구친 발앞꿈치가 [벨리알]의 손목을 후려갈겼다.
안 그래도 〈혁작일점홍〉을 파괴하느라 오른팔이 쪼개져서, 왼팔로 반 박자 늦게 후속타를 내보낸 놈이었다. 정확하게 그 힘의 흐름이 끊겨버리니, 필살의 타이밍이 크게 어긋났다.
그럼에도 레너드의 형세는 아직 불리하기 그지없었다.
공격타이밍을 조금 지연시킨 것만으로는, 궁지를 벗어날 수 없다. 제대로 때려넣은 발차기라도 [벨리알]의 육체강도에 큰 흔들림을 만들어내진 못한다.
한 방으로는, 말이다.
꽈앙! 꽝! 꽈아앙! 꽈앙!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발차기 수십 발이 [벨리알]의 몸 위에 작렬했다. 본래대로라면 심장의 마족에게 없어야할 약점, 너무 인간을 따라해버린 탓에 그 신체구조의 허점이 반영된 부위를 남김없이 찌르고 쑤셔박아댄다.
인대와 힘줄, 신경을 정교하게 타격당한 [벨리알]의 주먹이 한 발 늦어지면서 레너드의 자세가 거의 회복되었다.
“후우우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간신히 탈출한 레너드는 바로 긴 숨을 내뱉으면서 호흡을 정돈했다.
[벨리알]은 그동안 많은 기사들을 상대해왔지만, 제대로 된 발차기를 경험해본 적은 없었다. 그 맹점을 찔렀기에 한 번의 궁지로부터 무탈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두 번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건 [벨리알]만이 아니라, 레너드도 마찬가지였다.
‘〈혁작일점홍〉의 상처가 벌써 아물어간다…심상무예로도 저 회복력을 완전히 저해하진 못하나본데. 큰 기술로 승부하려면 일격필살, 아니면 자잘하게 갉아먹다가 그 각을 봐야겠어.’
어줍잖게 큰 기술로 맞붙었다간 제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는 광격(狂擊)으로 밀려버린다. 레너드 역시 부상이나 선천진기의 소모마저 각오한다면 놈과 어울려줄 수 있겠으나,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
황금룡기사단이 거점 내부의 마족병단을 순조롭게 도살하고 있으니, 시간문제도 [벨리알]의 편이 아니었다.
투쟁의 천칭은 점점 레너드에게 기울어져갔다.
쩌어어엉?!
몇 분만에 수천 합을 교환하면서 다시 거리를 벌린 레너드, [벨리알]의 몸 상태는 여러모로 대조적이었다.
빗방울에 긁히기라도 한 것처럼 너덜너덜해진 [벨리알]과는 달리 레너드는 생채기 하나도 늘어나지 않았다. 단순무식하게 데미지 교환을 시도하는 게 [벨리알]의 전술이라면, 레너드는 그걸 받아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잘한 이득을 취해갔다.
가죽을 찢고, 근섬유를 끊고, 뼈마디를 두드려, 힘과 속도를 미세하게 깎아내려가는 작업의 반복이었다.
‘얼마 안 남았군.’
힘대결에서 밀리면서 받게 된 타격도 거의 다 회복했고, 몸 안에서 순환하고 있는 현무지기와 주작지기도 잠잠해졌다.
[벨리알]의 움직임이 아주 조금만 더 허술해진다면, 이전에 한 번 성공시켰던 〈태극무상참〉으로 끝장낼 수 있었다.승기가 넘어온다.
그 초근거리의 미래를 확신한 레너드가 검을 들어올리고, ?????두근.
전투상황에 한정된 미래예지로는 읽어내지 못한, 그 변수에 두 눈을 부릅뜨는 수밖에 없었다.
왕족급의 마족이 탄생해버렸다.
바로 이 순간에, 이 장소에서.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높다고는 할 수 없는 확률이었지만 불운(不運)이 겹친다면 한 번 정도는 경험하리라 상정했던 사태이기도 했다.
‘일정한 장소에서 천 단위, 만 단위의 마족들이 단기적으로 죽어나간다면 [하데스]가 다 거둬들이지 못한 영향력으로부터 마족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들었지만…!’
하필이면 강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다니, 이건 누군가의 억지스러운 개입이 다 의심될 정도였다.
황금룡기사단도 곧바로 〈십팔나한진〉을 움직였고, 존재감이 분출된 곳을 포위하려고 하는 중이었지만 좀 늦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늦지 않을 수 있는 건 레너드 하나뿐이었다.
마족에게는 그 유년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태어나서 불과 몇 분에서 몇 초만에 완성되어, 태생 등급에 상응하는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괴물종족.
동신류(東神流)
그래서 레너드는 제 눈앞의 적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도 던져버리고, 수백 미터 밖에서 부풀어오르기 시작한 존재감을 향하여 그 검극을 치켜세웠다.
힘과 속도.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심상무예가 발현된다.
파산중적심판기(破山中敵審判技)
신뢰풍렬참(迅雷風烈斬)
검신을 타고 흘러넘쳐서 검극으로 모여,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하는 강기의 구슬이 곧 번개줄기를 뿜어냈다.
[스킬라]에게 쓸 때는 확산형의 참격으로 가죽을 벗겨낼 수 있었지만, 이번엔 강환 형태로 압축시켜서 확실하게 죽인다는 목적을 달성하리라.주작지기와 현무지기의 신격화로 균형이 무너져있어서 오행 전부가 화합해야하는 〈용신류〉는 쓸 수 없었다.
‘가라.’
레너드의 의지를 전달받은 〈신뢰풍렬참〉이 발사되었다.
키이이이이이잉?!!
온 세상을 갈아버릴 기세로 회전하는 강환이 날아가서 땅을 파고들어, 그 밑에서 기어올라오던 마족에게 내리꽂힌다.
탄생의 울음소리 한 번 내질러보지 못한 놈에겐 불운하게도 치명적인 타이밍이었다. 감각기관도, 신체의 완성도도 미숙한 상태에서 정수리 한복판으로 강환을 얻어맞았으니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두개골을 단숨에 깨부수고 들어간 〈신뢰풍렬참〉은 그 육체 내부에서 폭발해, 신체 말단부까지 갈가리 찢어발기고 나서야 다 사그라졌다.
“아직이다! 아직 숨통이 붙어있어!”
“단장님께서 무리해서 손을 써주신 거다! 제대로 마무리해!”
“반신급이라도 다 죽어가는 놈이다! 별 것도 아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통이 붙어있던 건, 놈이 ‘뇌’가 아니라 ‘심장’이기 때문이었다. 전설에 등장하는 트롤킹보다 재생력이 뛰어난 왕족급의 마족, 그 몸뚱이가 걸레짝처럼 찢어졌는데도 살아남아서 황금기사들의 협공에 반응한다.
빈사 상태인데도 5분 정도는 저렇게 발악할 수 있을 거다.
‘온전히 태어났더라도 〈십팔나한진〉을 파훼하진 못했겠지만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벨리알]에게 가세할 수도 있고, 이곳에서 도망칠 수도 있었으니까.’
레너드는 그 선택지를 고른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친.”
곧바로 [벨리알]과의 대치상황으로 돌아갔을 때, 그는 잠시 못 본 사이에 팔이 4개로 늘어나있는 놈과 마주해야했다.
육체변형.
권법가에게 있어서 두 개의 팔은 방패이며, 창이며, 검이며,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도구였다. 그걸 4개로 늘렸다는 말은,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로 최소 2배 이상의 수싸움이 가능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임기응변으로 그렇게 한 게 아니라는 것은, [벨리알]의 몸 주변에 뻗쳐나오는 살기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 주변으로 넘쳐흐르던 영향력을 상당히 흡수했군. 존재의 규모 자체가 확장되어있다. 팔 개수만 늘린 게 아냐!’
마계에서 이렇게 싸워본 적이 전혀 없다보니, 흑룡기사단도 신비협회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인간으로부터 아수라의 형상에 가까워진 [벨리알]에게 검을 들이밀면서, 레너드는 천천히 의식을 집중시켰다. 잔챙이들은 거의 다 정리됐고, 사방팔방으로 흘러넘쳤던 영향력도 대부분 수습되었으니 변수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2라운드다.”
“■■.”
이 승부의 막이 내려가야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