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71)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71)
“너무 아쉬워할 것 없다. 작전목표의 대부분은 이미 달성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웨이드가 크루엘라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인명피해도 없이 [헬게이트]의 진입에 성공해, 네임드급을 몇 마리나 처리하고 대량의 영향력을 확보한데다가 이 기지의 전략적인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마족들이 군세를 일으켜봤자 그 교환비가 어마어마할 것이고, 이곳에서 죽어나가는 놈들은 마족으로 재탄생하지도 못할테니.”
“아하, 무의미한 소모전이 아니게 되었다는 거네. 오히려 그 교환비만 적절하다면 우리가 소모전을 유도하면서 볼 수 있는 이득도 상당해보이는데?”
“그렇다. 너무 수월하게 대승을 거두었기에 그 초심을 잊은 자들이 늘어났다만, 우리들의 목적은 그런 게 아니었잖나.”
마계정벌군을 자칭하는 것도 그 연막에 지나지 않는다.
수천 년에 걸쳐서 머릿수를 늘려온 마족들을 다 쓸어버리긴 어렵고, [하데스]의 권한으로도 마계 전체를 장악하긴 힘들다.
―내 신기를 모두 되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질테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데스]가 괜히 불퉁한 어조로 끼어들면서, 소형견 크기로 구현해낸 케르베로스의 머리 셋을 차례대로 쓰다듬었다. 겉모습은 귀여워보여도 신역에서 본 것 이상의 힘을 품은, 반신급의 신역수호자였다.
옛 시대의 이야기라면 빠질 수 없는 데미안이 말했다.
“퀴네에, 바이던트, 코르누코피아 말입니까?”
―그래.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퀴네에지만, 그 투구는 나 자신에게만 간섭하니 큰 의미가 없지. 명왕의 권위를 담은 창, 지하세계의 소유권을 뜻하는 뿔이 더 효과적이야.
[하데스]와 함께 올림포스 3주신으로 군림하는 [제우스]가 번개의 창 아스트라페를 상징으로 하고, [포세이돈]이 삼지창 트리아이나를 제 상징으로 했듯이.끝부분이 두 갈래로 갈라져있는 창, 바이던트야말로 명왕의 권위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는 신기였다.
지저의 소유권을 구현한 뿔, 코르누코피아 역시 지하세계의 영향력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터였다. 착용자를 감춰버리는 게 전부인 투구와는 다른 것이다.
“전투능력에 있어서만큼은 퀴네에가 최강 아닙니까?”
―으음, 그 부분만은 부정할 수 없군. 퀴네에를 쓰고 있으면 [제우스]라도 날 찾을 수 없었으니. 기습이나 암살에 쓸 때는 절대적이고, 정면대결에서 사용하더라도 아주 강력해.
“주신급이라도 볼 수 없는 겁니까? 확실히 대단하군요.”
레너드도 크게 감탄했다. 진신급 최상위권에 있는 주신급도 찾아낼 수 없는 은형술과 잠행술을 투구 하나로 발현시킨다면 틀림없이 신기라고 할 만한 물건이었다.
정도문파의 무림인들은 대부분 은신이나 잠행 따위를 별 것 아닌 재주로 멸시하거나, 비겁한 술수라고 매도하지만 전략적 효용성에서 그 이상의 무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살수(殺手)들은 기본적으로 한 수 위의 무인을 죽일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류라면 일류를, 일류라면 절정을, 절정 수준이라면 초절정에게도 그 칼끝이 닿는다.
격의 차이가 벌어지는 화경급부턴 좀 말이 달라진다지만.
“결점이나 약점이 없으면 그냥 무적처럼 들립니다만.”
―무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제우스]의 아스트라페는 한 번 던지면 표적에게 필중하는데다, 광범위로 전개하면 거의 대륙 규모의 번개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제우스] 이외에라면 다 붙어볼 만하다고, 자신만만하게 발언한 [하데스]가 다시 심드렁해졌다.
―그래봤자 다 옛날 이야기로군. 너희들은 나 이외의 신격을 또 살리거나 지원할 이유가 없고, 바이던트나 코르누코피아도 멀쩡하게 남아있을 것 같진 않으니.
“어느 쪽이든지 찾아낸다면 곧바로 가져다드리지요.”
―기대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마.
그때였다.
“?잠깐만.”
신과 인간의 대화가 마무리되는 것과 동시에 크루엘라가 두 눈을 내리감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하면서 마법식의 틀에 해당하는 수인(手印)을 맺었다.
아무래도 정찰임무를 보내둔 언데드로부터 즉시 전달해야할 상황을 알게 된 모양이었다.
수인만으로 수천 킬로미터 너머의 광경을 전달하는, 광학계 공간마법이 펼쳐진 것은 그 직후였다.
파앗!
회의실에 모여있었던 인원 모두가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고, 정물화로 그려내기라도 한 것처럼 선명하게 나타난 화면이 몇 번 깜빡거리다가 안정화된다.
그 표면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안색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종말의 군세.
그런 식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마족의 군대가, 그 본능과 충동을 억눌려서 질서정연하게 행군하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 저 광경을 직시한다면 얼마 후 제정신을 잃고 이 세상의 끝이 찾아왔노라고 소리쳐댈 게 틀림없었다.
“적어도 30만…아니, 비행하고 있는 놈들까지 포함해야하니 50만 이상일지도 몰라.”
“머릿수 채우기로 동원되는 노예급은 얼마 안 보이고, 최소 평민급의 마족들이군. 귀족급도 심심치 않게 뒤섞여있어.”
“광역마법으로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놈들이 아니야. 세 번 이상, 부하들을 방패삼는다면 다섯 번 이상 소모해도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반신들은 그 절망에 아랑곳하지 않고 분석했다.
“[헬게이트] 주변에 설치해놓은 진을 이동시키는 건? 그거, 제대로 걸려들기만 하면 10만이나 20만이라면 갈아죽이는 게 어렵지도 않잖아.”
“총력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문 주변에 병력을 남길 여유가 없어. 골렘들에게 수비를 일임하는 쪽이 더 낫다.”
“우리가 먼저 나아가서 요격해야할 필요는 없네. 이 신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지속적으로 유리해지지. 놈들은 그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영향력을 쓸 줄 모르니까.”
제아무리 마족들이 그 수와 질을 올렸더라도 삼공 가문에서 그동안 준비해온 것에 비하면 별 거 아니었다. 설령 100만이 넘어가는 숫자로 몰려오더라도 정면승부로 때려잡을 수 있다. 따라서 마계정벌군이 진정으로 경계해야할 것은, 언제든지 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비대칭전력의 존재였다.
신화경으로 나아가고 있는 레너드마저 등골을 서늘하게 한, [크롬두브]의 파편 중에서도 핵심에 해당하는 개체들.
왕족급 마족.
능력치만 높은 게 아니라 전투경험과 세월을 쌓으면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온 괴물들.
“…찾았다.”
크루엘라가 직접 조종해서 정찰병으로 쓴 언데드, 스켈레톤 와이번의 눈이 마침내 ‘놈들’을 찾아냈다.
네임드(Named).
삼공 가문에서 그 이름과 생김새를 기록하면서 따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던, 단장급이나 대마도사급의 전력이 쓰러트릴 수 없었거나 역으로 쓰러지게 된 강적의 등장이었다.
“살아있었군, [아스모데우스(Asmodeus)].”
“[바포메트(Baphomet)]도 있습니다.”
“시체성채로 유명한 [사브나크(Sabnak)]를 확인.”
기록상으로는 남아있지만 그 실존이나 생존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던 놈들이 우글우글 집결해있었다.
[아스모데우스], 염동력으로 만들어낸 거검을 다루는 ‘뇌’의 마족. 시공간마저 베어가르는 참격을 사용하는 괴물. [바포메트], 재질을 알 수 없는 대형도끼로 무장한 ‘심장’의 마족. 염소 머리와 뿔, 근육질의 인간 상체, 산양의 하반신을 보유한 괴물. 기술적으로 특이점은 보고된 것이 없으나, 한 번 내리친 도끼질로 산을 쪼개버렸다는 기록이 남아있었다. [사브나크], 사령술과 비슷한 초능력을 다루는 ‘뇌’의 마족. 적아를 가리지 않고 그 시체로 성을 쌓아올리는 놈이었다.“앗.”
바로 그 순간이었다.
네임드급 마족들의 면면을 확인하고서, 반신들이 제 투지와 고양감을 가라앉히려고 할 때였다.
크루엘라가 만들어낸 화면을 향해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쩍.
콩알만한 투사체였으나 그 위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스켈레톤이 된 와이번의 두개골과 함께 크루엘라의 마법이, 마족군세를 엿보고 있었던 ‘눈’이 산산조각난다.
염탐을 알아차린 것도 모자라 수 킬로미터 상공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언데드를 파괴한 거다. 크루엘라가 은폐와 차단을 소홀하게 할 리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아얏…! [바알제붑(Ba?alZebuwb)], 이 더러운 파리새끼!”
아무래도 놈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크루엘라가 마법파괴의 반동으로 난 코피를 닦아내면서 신경질을 부렸다.
시몬 마구스도 두 눈썹을 꿈틀거리게 한 이름이었다.
“[바알제붑], 놈이 확실한가?”
“분명해. 파리 따위에 뇌 조각을 심어넣어서 사역마로 쓰는, 악취미적인 마족은 놈 하나밖에 없을테니까.”
“귀찮아지겠군. 인류의 마법을 훔쳐배워간 놈이 끼어들다니, 어지간한 수는 다 읽히겠구먼.”
네임드 중에서도 [바알제붑]은 아주 특수한 개체였다.
레너드가 앞서 토벌한 [벨리알]처럼, 놈은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해서 마법지식을 훔치고 습득하는데 성공했다. 제 두뇌의 일부분을 심어넣어서 사역마가 된 파리군체의 주인, 마법사를 최우선으로 사냥하고 그 뇌와 지식을 먹어치우는 마족.
시몬 마구스가 전승받아온 기억대로라면 천 년 가까이 삶을 지속해온 괴물이니만큼, 그 이외의 마법사가 상대하긴 어렵다.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지식의 아귀를 매장할 수 있는 마법사는 오직 시몬뿐이었다.
“주의해야할 네임드만 무려 네 마리에, 미확인 개체까지 다 헤아리면 열 마리가 넘어가는군. 힘들겠어.”
“신역 내부에서라면 최악의 경우에는 [하데스]가 응전할 수 있으니, 전력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벌어져있지 않다.”
“문제는 그 경계에서 교착상태로 시간만 끌리는 경우군요.”
마족들은 결코 어리석지 않았고, 바보도 아니었다.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노예급은 몰라도, 평민급 이상부터는 그 지능이 인간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철저하게 악성(惡性)에 치우쳐있기에 행동원리를 읽기 쉬운 것이며, 교활함의 깊이는 악당 나부랭이와 비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신역의 위험성과 마계정벌군의 의도를 깨닫자마자 다가오던 것을 멈추고, 지지부진한 대치를 시작하게 될 수도 있었다.
“레너드 단장의 지침대로 가능한 조심했는데도, 거점전투를 치르면서 왕족급 마족이 몇 마리나 나왔습니다. 신역 밖에서 대회전이 일어났다가는, 두 자릿수의 반신급 개체가 즉석에서 가세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예요!”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놈들이 지금 우리들의 공세에 수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지만, 전력을 확실하게 묶어놓았다고 판단한다면 곧 남은 8개의 지옥문으로 별동대를 파견할지도 모른다.”
“부전(不戰)이야말로 패전(敗戰), 이라는 뜻이군요.”
마족군세를 모조리 섬멸할 수 있다면야 그게 최선이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최대한의 피해를 주고 이쪽의 전력을 온존시킨다면 결과적으로 승리한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마족들도 그걸 깨닫는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필승공식을 무너트릴 수 있는 방법은, 싸워주지 않는 것.
신역 내부에서의 전투가 아니라면 마계정벌군의 환경조건은 크게 불리해져, 10이나 20 정도로 억제할 수 있는 인명피해가 거의 60에서 70까지 늘어나게 될 터였다.
외신침공까지 최대한 힘을 모아둬야하는 입장에서, 그 앞의 승리만 바라보는 것은 우책(愚策)이었다.
그런데.
“…신역 내부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되는 겁니까?”
“오?”
“방법이 있나.”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레너드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며, 제 안에 남아있는 지식을 탈탈 털어놓았다.
기사단장들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으나, 마법사들의 반응은 달랐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쑥덕거리던 시몬이 확답했다.
“내 생각에는 가능할 것 같군. 시도해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