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75)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75)
파아아아앗??!
[아담카드몬]이 실체화하면서 두 주먹을 힘껏 내지르자, 그 범위에 들어가있던 [바알제붑]의 군체 일부가 증발한다. 열과 충격파로 공격하는 게 아니다.시몬 마구스가 10위계에 도전하는 마법식, [아담카드몬].
그 진면목은 실재할 리 없는 ‘완전’이라는 개념을, 인간으로 구현화하는 마법식. 본래대로라면 시전자 자신에게 투영하여 한 차원 높은 상위존재로 거듭나려는 마법이었지만, 완성도가 너무 부족해서 사역마처럼 부리는 게 한계였다.
불완전하다고 해도 ‘완전’에 근접하는 마법, [아담카드몬]과 접촉해버린 것들은 그 존재가 근원부터 깎여나간다.
방어력이나 불사성 따위가 아예 무의미해지는 공격방식.
이전에 케르베로스가 몇 차례나 타격당하고도 생존했던 건, 실체가 아닌 가상체였기 때문이다. 소환물의 주체에 해당하는 [하데스]가 지닌 격과 완전성의 드높음 때문이기도 했다.
“파리의 왕, [바알제붑]. 수많은 사역마로 제 존재를 분할한 네놈이라면, 스치기만 해도 증발하는 수밖에 없지.”
놈의 존재방식을 알고 있었던 시몬의 눈동자가 드물게 날이 선 분노와 살의로 이글거렸다.
“여태까지 네놈이 먹어치워온 동도들의 지식을 탈환하는 게 신비협회장의 역할이리라. [아담카드몬]에 깎여서 탐욕스럽게 쌓아왔던 지식을 모두 잊고, 티끌로 돌아가도록 하게나.”
기본적으로 마족들은 [나인헬] 내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중간계에 진입하려면 카르데나스의 흑룡기사단과, 위클라인의 대마도사들이 진심으로 구축한 킬링필드를 돌파해야했다.
왕족급 마족이라도 그 환경에서 두들겨맞으면, 수적 우위를 살리지도 못하고 도살당한다.
네임드급 마족들도 함부로 [헬게이트]를 넘는 일이 없었고, 방위선을 돌파당하는 일은 더 드물었으니. 중간계에서 마족과 조우하는 것 자체가 매우 예외적인 경우였다.
바로 악마숭배자들의 공양의식을 통과한 소환이었다.
마법사포식자(Predator of Wizard).
[바알제붑]이 그 악명을 널리 퍼트리게 된 것은, 제 계급과 소모를 막론하고 악마숭배자의 소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오직 마법을 탐식하기 위해서, 마법사의 뇌를 먹고 지식이나 기억을 음미하기 위해서였다.“가져가지마라가져가지마라내것이다내지식이다내마법이다내힘이다벌레처럼태어나서벌레처럼죽는네놈들에겐과분한것이다모두나에게바쳐야한다영원불멸하게내안에서숨쉬어야한다?!”
[아담카드몬]에게 깎여나가, 그 세월로 축적해온 힘과 지식 절반 가까이를 잃어버린 [바알제붑]이 발광했다.그럴 수밖에 없었다.
계급을 불문하고 마족 전부가 태어날 때부터 그 내면세계에 뚫려있던 공허, [크롬두브]의 파편으로서 지각하게 된 불완전, 완전해지고자 동족마저도 잡아먹던 충동의 심연을 메꿔줄 수 있었던 것이 마법이었다.
그 뚜껑을 치워버렸으니 천 년 단위로 억눌러왔던 본능이나 충동이 발작하게 된다.
“내놔내놔내놔내놔돌려줘돌려줘전부돌려줘어어어어?!!!!”
생존본능마저 잊어버린 [바알제붑]이 정면에서 빛의 거인을 겨냥하고 쏘아져나갔다. 대량의 마법식을 잃었음에도 결국 그 본질은 뇌의 마족이다. 본능적으로 구사한 초능력이, 파리군체 전부를 극초음속의 탄환처럼 바꿔버린다.
현경급 고수의 만천화우(滿天花雨)보다 위협적인 특공.
“네놈에겐 자격이 없다. 새로운 지식을 낳지 못하고, 타인의 연구를 도둑질하는 재주밖에 없으니까.”
세계 최강의 대마도사가 [바알제붑]에게 파문을 선고했다.
“지워버려라, [아담카드몬].”
시전자의 명령에 반응한 [아담카드몬]이 정권을 내질렀다.
치이이이이이익??!
극초음속의 탄환? 염동력으로 강화된 몸?
그런 건 ‘완전함’의 개념 앞에선 무의미했다. 약 1초 남짓한 시간으로 존재규모가 모두 깎여나간 [바알제붑]이 휘몰아치는 빛 속에서 티끌처럼 바스라졌다. 마법사들의 악몽으로 기록된 악마, ‘마법사포식자’의 추악한 결말이었다.
정벌군 수뇌부와 네임드급의 첫 번째 전투는, 신비협회장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을 맞이했다.
* * *
“……꼴이 사납군. 이렇게까지 소모하게 될 줄이야.”
네임드 마족, [아스모데우스]와의 승부를 끝낸 웨이드가 제 우반신을 붙잡으면서 몇 모금의 피를 토해냈다.
쿨럭, 쿨럭.
〈아라드와르〉의 가속으로부터 제 몸을 보호해야할 오러, 그 절반을 공격력에 투자한 대가였다. 검게 탄화된 것도 모자라, 뼈마디까지 타들어간 수준의 데미지를 각오한 결과물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12자루의 염동검을 모조리 지워없애고 그 너머로 돌진하여, 연속베기와 연속찌르기로 만들어낸 벽을 때려박았다. 말도 안 되는 파괴력과 밀도가 염동방어째로 놈을 소멸시킨 것이다.
[아스모데우스]가 있었던 자리에는, 수백 미터의 깊이로 큰 구멍만 황량하게 뚫려있었다.“목숨의 반을 걸었는데도 좀 아슬아슬했나.”
웨이드는 직감했다.
만약 그가 제 목숨을 태우지 않았더라면, [아스모데우스]의 반격으로 인해서 공멸하고 말았으리란 것을. 네임드급 마족의 무서움은 그 전투능력과 노련함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목숨을 미끼삼아서 길동무로 끌고 가려하는 악의에 있었다.
“…다른 사람을 지원하러가는 건 무리로군. 쉬어야겠어.”
세월을 못 이기겠다면서 황무지 한복판에 주저앉은 노익장, 적룡기사단장의 눈동자에 짙은 피로감이 담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홍채는 전혀 어두워지지 않았다.
제 공백을 대신하고도 남을 후배들이 자라고 있었으니까.
그가 쓰러진다고 해도 카르데나스와 아르카디아의 존망에는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굳게 신뢰할 수 있었으니까.
웨이드의 신뢰에 보답하듯이, 세 번째 전장도 판가름났다.
■■■■■■■??!!!
세 명의 반신들이 지속적으로 협공과 이탈을 반복하면서 그 상반신만, 그것도 절반밖에 안 남은 〈바포메트〉가 외팔로 든 도끼를 맹렬하게 집어던졌다.
공성병기보다 더 크고 무거운 쇳덩어리가 고속으로 회전해, 공간전이로 회피할 새도 없이 니콜라스에게 작렬했다.
오드리나 데미안이라도 그 목숨을 위협당했을 공격.
“크윽!? 다 죽어가는 놈이, 최후의 발악이라니…!”
하지만 대마도사의 준비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근접전에서 상대적인 열세를 취할 수밖에 없기에, 치명타를 받았을 때에 나타나는 방어체계만 두 자릿수였다. 도서관장의 이명에 걸맞게 수백 장의 스크롤이 펼쳐진다.
기본기에 충실한 방어막부터 시작해서 공간격리, 충격 감소, 반중력, 국소시간정지의 대마법까지 다 발동되었다.
[메테오 스트라이크]에 제대로 직격당해도 먼지와 그을음만 털어내면서 걸어나올 수 있는 방어력.그러나.
“?뭣?!”
수십 종류의 마법진이 겹쳐져있는 벽을, 〈바포메트〉가 던진 도끼는 간단하게 짓뭉개면서 날을 들이밀었다.
대마법 앞에서는 그 회전도끼의 위력도 많이 줄어들었으나, 마지막까지 정지하는 일은 없었다. 니콜라스의 옆구리를 깊게 쪼개버린 도끼가 겨우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굉음을 냈다.
꽈아아아아앙?!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도끼를 내던졌던 〈바포메트〉, 네임드 마족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니콜라스! 괜찮나!”
데미안이 황급히 니콜라스의 곁으로 달려가서 포션을 붓고, 상처 주변을 압박하면서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다행히 상체와 하체가 분리당하는 일은 없었다.
[바포메트]의 시체를 다시 한 번 공격해본 오드리가 그제야 숨이 끊어졌음을 확신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터무니없는 놈이로군. 문자 그대로 한 호흡도 남기지 않고,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으며 맞서싸우다니. 마족이라지만 놈이 보여준 투혼(鬪魂)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뇌의 마족과 달리 심장의 마족들은 그 신체능력에 리소스를 투자하지만, 그렇다고 이성과 지성이 모자란 것은 아니었다.
[벨리알]처럼 상대방의 장점을 흡수하거나, 적의 약점에 잘 맞아떨어지는 형상으로 변형하기도 한다.그런데 [바포메트]는 시종일관 그 형태와 전법을 유지했다. 압도적으로 강력한 육체능력, 치명상에도 멈추지 않는 투지와 움직임은 제 한계 너머에 도달해있었다.
최종적인 결착이 난 곳은 [사브나크]의 전장이었다.
“후, 지친다. 위험하지도 않았는데 진이 쭉 빠지네.”
“도대체 몇 마리나 저장해두고 있었는지 감도 안 잡혀요.”
크루엘라와 그레이스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탈진에 가까운 상태로 투덜거렸다. [사브나크]와의 상성은 거의 최고였으나, 그 상성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교전시간은 가장 길었다.
수백 년이나 시체들을 저장해온 마족, [사브나크]의 용량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다.
사령마법으로 시체군대를 상쇄하고, 광역공격으로 교환비를 앞서나가는 것도 그 소모는 피할 수 없다. 무식하기 그지없는 수법이었다. 힘의 교환비가 10대1에 다다른다면, 11배 이상의 물량으로 압살해버리면 된다고.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두 사람의 승리조건은 아슬아슬하게 달성된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
“■■■! ■■■■, ■!?”
“■■■■■■?!!”
지휘관들이 모두 죽어나간 마족군세는 그 통제를 상실했다. 수적 우위는 여전했으나, 질적 저하가 급속하게 이루어진다.
“…뭐야?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했는데?”
“우리들을 끌어들이려는 작전, 같아보이진 않다만.”
“의도는 모르겠지만 빈틈투성이인데? 일단 쳐죽이자고!”
마계정벌군은 갑자기 오합지졸이 된 마족들을 보고, 당황한 기색까지 보이면서도 검을 멈추지 않았다.
마족들은 도망치면서 서로 떠밀고, 짓밟고, 죽여대면서 자기 목숨만을 최우선으로 미쳐날뛰었다. 기사단이나 마법병단에게 토벌당한 것보다 더 많은 숫자가 동족상잔으로 죽어나간다.
도합 60만의 마족군단이 허무하게 붕괴한 순간이었다.
귀족급 마족이라면 수백에서 천 마리 정도는 어떻게든 다룰 수 있었지만, 만 단위로 넘어가버린 시점부터는 무리였다.
시산혈해(屍山血海).
평민급 마족들의 시체가 언덕처럼 쌓여올라가고, 귀족급 마족들도 적잖이 죽어나가서 피를 쏟아낸다. ‘혀’의 마족이 혀를 빼물고 죽어있는 꼴은, 흑룡기사단의 기사들이 보기엔 더없이 통쾌하고 유쾌한 광경이었다.
대규모 전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순간이 바로 퇴각하다가 추격당할 때였다. 후속부대로 잘 막아내지도 않고, 질서정연하게 행군한 것도 아니었으니 대참사가 날 수밖에.
―흐하하하하하! 잡종신의 찌꺼기답게 덜떨어진 놈들밖에 안 보이는구나! 이 몸이 직접 나서야할 필요도 없었어!
신역의 주인에게 있어서 그 내부공간은 손바닥과 다를 것이 없었다. 전장 곳곳을 주시하던 [하데스]가 홍소하면서 마족이 패퇴하는 모습을 크게 비웃어댔다.
네임드급 마족들은 제법 위협적이었으나, 놈들이 한 마리도 남김없이 쓸려나갔으니 그 외엔 잔챙이였다.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흡수하게 된 [하데스]의 격이 몇 단계 치솟아오른다. 신역의 범위가 수십 킬로미터가 넓어지면서 그 내부에서 발휘할 수 있는 권능도 증가했다. 힘의 용량으로 제 신격을 다 복구하진 못하겠지만, 왕족급 따위에게 위협받거나 할 수준은 아니게 되었다.
[하데스]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할 대상이 아니었다.반신급 개체 넷, 다섯 정도는 혼자서라도 때려잡을 수 있는 존재로 도약해버렸다.
―하!
그때였다.
진신에 한없이 가까워진 [하데스]의 감각이, 차원 너머에서 끓어오르는 격노를 감지하고 픽 코웃음쳤다.
―멸신전쟁으로 태어났다는 잡것답게 철이 없구나. 네놈에게 지하세계의 권리를 주장할 자격은 없다. 애새끼처럼 떼쓰기나 할 거라면, 직접 나타나보거라!
명왕의 불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것’은 반응했다.
[크롬두브(Crom Dubh)].고대어로 감히 ‘피투성이의 뒤틀린 존재’, ‘뒤틀린 어둠’으로 경외받았던 괴물. 외차원으로 쫓겨난 대악종(大惡終)의 영혼이 제 것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미쳐서 손을 뻗어냈다.
차원장벽을 돌파하느라 막대한 힘을 소모하고, 아직 제대로 무르익지 않은 신성을 손상시키면서.
쩌저적.
[크롬두브]의 손 하나가, 차원장벽을 뚫고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