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76)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76)
“??뭣!?”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회복하고 있던 레너드도 그 무저갱의 존재감을 느끼고,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무시무시한 것이 나타났다.
제대로 된 현현(顯現)은 아니었으나, 반신급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있는 존재의 편린이다. 신역 내부를 거침없이 더럽히고 만물을 짓밟으려고 하는, 바닥조차 없는 악의가 느껴졌다.
[크롬두브].직면해본 적도 없는데 그 이름이 절로 떠올랐다. 아직 힘을 얼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놈을 방치하면 마계정벌군의 피해는 거의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늘어날 터.
콰아아아아아?!!
등 뒤에서 뿜어져나온 화염이 날개처럼 몸을 밀어낸다.
웨이드의 〈베이야드〉를 모방한 주작지기의 응용, 몇 초만에 극초음속까지 가속한 레너드는 바로 본대로 되돌아왔다.
나머지 반신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건…[크롬두브]의 손인가?!”
“위험해보이는데.”
“고차원적인 존재건만, 그 구성은 마치 누더기와 같군. 신의 유해에서 태어난, 존재의 근원부터가 짜깁기로 된 괴물이라는 건가? 여러모로 흥미롭구먼.”
“태평히 분석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만? 부분적이지만 진신급의 힘이 느껴진다. 제대로 싸우면 반은 죽을지도.”
중상으로 인해서 합류하지 못한 웨이드, 니콜라스를 제외한 반신 전원이 저마다의 말을 흘려보냈다.
네임드급 마족들과의 전투로 힘을 크게 소모하고 난 다음의 조우였다. 언제나처럼 말하고 있던 사람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마계, [나인헬]의 원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다. 손 하나만으로도 반신 여섯에게 죽음을 각오하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자리에서 목숨을 걸어야할 필요는 없었다.
―너무 염려하지 말거라. 이 몸을 잊어버린게냐?
반신들의 앞에 나타난 [하데스]가 제 영역으로 뛰어들어온, [크롬두브]의 손을 노려보면서 오른손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끝이 두 갈래로 나누어진 창을 만들어냈다.
―실물과 비교하면 영 결함투성이다만…어쩔 수 없겠지.
명왕의 창, 바이던트.
[제우스]의 아스트라페, [포세이돈]의 트리아이나와 동일한 격을 보유하고 있는 신기. 옛 시대에 소실된 것을 찾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고, 어느 정도의 격을 회복한 [하데스]가 다시 만들어낸 모방품이었다.모방이라고 해도 그 소유자가 3주신의 하나인데다, 제 격과 영역을 되찾아버린 신의 무기였다. 지하세계에 한해서라면 옛 시대의 파괴력을 3할 이상 재현가능하다.
―누구 마음대로 내 영역에서 행패부리는게냐, 잡것이!
[하데스]는 그렇게 경고하면서 두 갈래의 창끝을 겨누었다.그 바이던트의 창날에 조준된 시점에서 신역 전체가 적으로 돌아서고, 죽음의 세계법칙이 놈을 갉아먹는다.
[크롬두브]라고 해도 그 예외는 아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전율하는, 대악종의 손 하나가 피부에서부터 괴사하기 한다. 원인이나 과정을 불문하고 죽음이라는 결과로 직결되는, 명계의 심판을 선고하는 법봉(法棒).하지만.
꾸득…! 꾸드드득…!
괴사하는 것과 동시에 그 썩어문드러진 살점이 떨어져나가, 새로운 살이 돋아나면서 죽음을 유예했다.
외차원에서 무리하게 힘을 투사하고 있는 것인데도, 출력과 격의 차이로 버텨낸다. 옛 시대의 [하데스]였다면 [크롬두브], 설령 본체가 튀어나와도 별 문제가 아니었으리라. 올림포스의 대죄인과 강적을 유폐하는 감옥, 타르타로스를 관리하는 신이 바로 [하데스]였다.
만에 하나라도 탈옥에 성공하는 자가 나오더라도, 탈옥수를 제압할 수 있었으니까 그 직책을 보유하게 된 거다.
존재의 완전성이 무너져있는 [크롬두브] 따위에겐 고전하고 말고 할 여지조차 없었다.
―쯧, 이렇게 추방하려면 10분은 더 걸리려나.
초라해진 권능에 혀를 찬 [하데스]가 바이던트를 털어냈다.
모처럼 지하세계의 군주로서 그 좌를 되찾았는데, 애새끼와 힘을 겨루느라 끙끙거리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랴.
마계정벌군 덕분에 힘도 좀 남아돌겠다, 비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한 방에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꺼?져?라!
[제우스]의 아스트라페와 같은 방식으로 내던진 바이던트가 쏜살같이 날아가, [크롬두브]의 손바닥 한복판에 푹 박혔다.이번만큼은 그 손바닥도 버틸 수 없었다.
방어력과 내성을 무시해버리는 죽음.
신기 바이던트에 담겨있었던 권능이 흘러들어가, 차원 안에 집어넣은 손만이 아니라 본체까지 상처입힌다. 염라대왕이 제 생사부에 이름만 적어넣어도 산 자를 죽일 수 있듯이, 명왕이 선고하는 죽음은 그 거리와 장애물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
목구멍은커녕 입술도 달려있지 않은 손바닥인데, 그 표면을 타고 흘러넘치는 진동이 차원 너머의 분노를 전달했다.
악의(惡意).
그 의념을 본능적으로 읽어낸 강자들의 몸이 굳어진다.
죽이겠다고, 찢어버리겠다고, 부숴버리겠다고, 모독하겠다고 끝도 없이 메아리치는 악신의 포효였다. 순수하기까지 한 악, 타협의 여지는커녕 대화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놈을 제거하는 것 외에는, 중간계가 살아남을 길이 없어보였다.
―시끄럽다! 입만 열었다하면 죽인다죽인다 떽떽거리는 꼴이 애새끼가 따로 없군!
놈의 위압 따위에 무신경한 [하데스]가 짜증내면서 제 손을 움켜쥐자, [크롬두브]의 손에 박혀있었던 창이 폭발했다.
그 안에 담겨있었던 신성은 고작 손 하나, 차원장벽의 힘에 상당히 깎여나간 놈을 추방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귀곡성과 같이 악의를 내지르면서, 갈기갈기 찢어진 [크롬두브]의 손이 다시 외차원으로 추방되었다.
거창하게 나온 것치고는 대단할 게 없는 퇴장이었다.
“……아니, 한 방 먹었군.”
그런데 시몬 마구스의 생각은 좀 달랐나보다.
[하데스]와 반신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그는 조심스럽게 제 마법으로 알아낸 것을 설명해주었다.“놈은 처음부터 우리를 죽인다거나, [하데스]와 싸워보려고 온 게 아니었네. 지속적으로 마계의 영향력을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을 교착시키거나 저지하려고 온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 목적은 실패했잖아요?”
그레이스가 한 말에, 시몬은 침중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실패하지 않았으니까 하는 말일세. 놈이 발산한 파동, 그건 마계에 울려퍼지는 명령어와 같은 것이었다네. 내용까지 전부 알아듣는 건 불가능했지만, 맥락만큼은 파악할 수 있었지.”
―그게 무엇이더냐?
“격리입니다. 우리들로부터 마족들을 살아남게 하는 것, 그 숫자와 영향력을 온존시켜서 외신들이 넘어올 수 있는 수준의 차원간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요.”
[하데스]의 질문에 대답해준 시몬이 제 관자놀이를 눌렀다.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막는 게 가능했다면 시도해봤겠으나, [크롬두브]와 9위계 대마도사의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명계의 식을 일부분 허락받은 수준으로는, 그 줄다리기에서 일방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시작되었습니다.”
[크롬두브]가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하면서 이 차원에 손을 집어넣었던 이유가, 정벌군의 눈앞에 드러났다.* * *
쿠구구구구구구구구??.
대격변(大激變).
마계정벌군의 강습으로 밀려나간 구역보다 몇 배 넓은 땅을 제외한, 마계의 4할 가까이 되는 범위가 세계법칙으로 구조를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하데스]의 신격이 그 영향력을 상당히 많이 빼앗았다지만, 지하세계의 지분은 아직 [크롬두브]가 반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
왕족급만 11체, 귀족급과 평민급만 헤아려봐도 그 영향력의 상실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계는 광활했으며, 정벌군을 상대하고자 온 군세도 마족 전체에서 과반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크롬두브]가 명령어를 전달한 것만으로도 구조적인 변화마저 일으켜, [하데스]의 신역을 분단시킬 수 있었다.
―감히 내 왕국을 둘로 쪼개버리다니, 이 시건방진 놈이…!
누구보다도 먼저 그 상황을 알아차린 [하데스]가 진심 어린 분노를 토해내면서 지평선을 노려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했다. 소유권을 이용한 차원격리(次元隔離)는, 내 신격이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절대 해제할 수 없다. 아니, 되찾더라도 선결된 사안이니만큼 그 유예를 기다려야겠지.
차원의 주인으로서 그 일부분을 불가침지대로 설정한 거다.
소유권을 일부 지니고 있는 [하데스]라도, 5할 이상을 지닌 [크롬두브]의 결정을 철회하거나 취소시킬 순 없었다.
명령권자가 다시 외차원으로 쫓겨났으니, 그 명령의 강도는 점점 약해지다가 소멸하게 될 터다. 영구적인 격리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지만, 이제 외신침공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고를 수 없는 선택지였다.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차선이라고 할 수 있겠군.”
걸레짝이 된 몸으로 합류한 웨이드가 상황을 정리했다.
“뭐, 원천봉쇄는 처음부터 못할 것 같았습니다. 저쪽도 아주 바보는 아니니까요.”
“[크롬두브]의 영향력을 제법 깎아낸데다, 차원격리에 쓰인 것까지 포함하면 5할 이상은 소모했겠지. 외신의 힘과 규모를 반 이하로 떨어트렸으니 승전보라고 생각하세.”
나머지 사람들도 그 말에 동조하듯이 이야기를 끝냈다.
[크롬두브]가 제 손해를 감수하고 물러나버린 이상, 그들은 더 추격하거나 몰아붙일 기회가 없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올 재앙에 대비해서 재정비하고, 힘을 비축해야했다.차원격리의 명령을 몇 번 들여다본 [하데스]가 말했다.
―3년이다. 놈 자신도 3년이 경과하기 전에 해제할 수 없고, 외부에서 파괴하거나 해제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설정했군. 그 시간이 만료되는 것과 동시에 침공해온다고 생각하거라.
“오차범위가 있습니까?”
―며칠 정도다. 내가 사전에 알아차릴 수 있으니, 염려할 것 없다. 너희들은 이제 지상에 돌아가서 결전을 대비하도록. 내 신역에 너무 오랫동안 머무르면, 산 자로서의 형태를 잃을 수 있으니까. 너희들이라면 몰라도 부하들은 못 버틸 거다.
아, 하고 충고하던 [하데스]가 돌아보면서 말을 꺼냈다.
―방금 전에 전사(戰死)한 인원이라면, 내 신역에 한해서 그 인격과 혼을 보존하는 것도 가능하다만? 지하세계에서 놈들과 맞서싸울 예정이니, 그들을 내버려둘 이유는 없지 않은가.
[크롬두브]가 오염시킨 마계와 달리 [하데스]의 지하세계는 곧 망자의 영역, 명계(冥界)였다. 죽은 자라면 그 영혼에 몸을 허락하는 것으로, 생전과 같은 모습이나 활동이 가능해진다.만약 스틱스의 맹세를 하지 않았더라면, [하데스]는 그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마계정벌군의 영혼을 부렸으리라.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시몬의 눈매가 잠시 가늘어졌다가, 카르데나스의 지휘관 쪽을 돌아보았다.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데스]는 망자들의 영혼을 모독하거나 장난감으로 쓸 리도 없으니, 지원자에 한해서라면 그 의사를 존중하는 것도 괜찮아보이네만.”
“크루엘라의 마법하고 별 차이도 없지 않나? 그녀에게 먼저 전사자들을 받아들일 권리가 있기도 하고.”
“아, 그건 무리야.”
데미안의 말에 고개를 든 크루엘라가 간단히 부정했다.
신과 마법사는 뒤집을 수 없는 상하관계에 있었으니까.
“[하데스]의 신역에서 죽은 자들은 모두 명계에 소속되니까 내 사령마법도 간섭할 수 없어. 시체만 사용하는 언데드는 쓸 수 있겠지만, 저급한 종류밖에 못 만들테니 의미가 없지.”
“그런가.”
“게다가 [하데스]와 비교하기엔, 내 용량이나 격이 몇 단계 부족하기에 전력상의 차이가 커. 가능하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야. 비효율적이니까.”
크루엘라는 반신경급 강자는 한 번밖에 소환할 수 없는데다 시간제한도 있었지만, [하데스]에게는 그런 게 없었다.
생전의 무위를 재현하는 것도, 대규모의 물량을 유지한다는 부분에서도 다 [하데스]가 앞선다. 똑같은 현상을 일으킨다면, 굳이 크루엘라가 담당해서 무리를 할 이유가 없다.
그 대답에 기사단장들은 잠시 머리를 맞대고, 얼마 안 가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냈다.
“지원자에 한해서라면 괜찮소. 단, 최종결전이 종료되고 난 다음의 사후(死後)만큼은 다시 한 번 결정권을 주시오.”
―감히 죽음의 권리로 나와 흥정하다니, 생전의 나였다면 그 불경을 용서하지 않았을게다.
[하데스]는 결국 못마땅해하는 태도로, 제 맹세의 구속력에 사로잡힌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쯧, 받아들이겠다.
그들의 협상이 타결되기가 무섭게 마계정벌군의 전사자들은 두 번째 존재를 허락받았다.
시신이 크게 손상되었거나 남아있지 않은 자들은 그 육체가 처음부터 재구성되고, 상대적으로 몸이 온전한 자들은 상처만 다시 아물면서 심장박동을 되찾는다. 이 지하세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생전과 마찬가지로 활동할 수 있는 상태였다.
누군가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영면에 들었지만, 대다수는 곧 명계의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였다.
카르데나스의 기사들은 특히 한 사람도 거절하지 않았다.
“전장에서 죽는 건 바라던 바입니다만, 최종결전에 제 검과 이름이 빠진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죽을 때는 죽더라도 더 강한 놈한테 죽어야지요! 외신이나 왕족급 마족도 아니고 잔챙이들에게 제 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권리를 줄 순 없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싸움에서 발을 뺀다니, 있을 수 없습니다. 먼저 간 아버지랑 마주쳤다간 곧바로 맞아죽을 겁니다!”
레너드는 그 이유를 들어보다가 실소하고 말았지만, 그들의 복귀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3년 사이에 그 전력공백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제아무리 마계정벌군이 잘 싸웠다지만, 물량의 차이는 크고 막대했다. 아비규환에 가까웠던 투쟁은 그 교환비에 관계없이 수백 명의 전사자를 만들어냈다. 하나하나가 천금보다 귀중한 전력이었으니, 이 반혼(返魂)의 값어치는 어마어마했다.
3년.
세계멸망에 대비하기 위한 기간으로는 절대로 길다고 할 수 없었다. 막 태어난 아기가 걸음마나 하고 있을 시간에, 초월경 최상위급의 기사들을 수백 명이나 키울 수 있을 리가.
‘…내가 그 3년간에 해야할 일도 정해졌군.’
아무도 듣지 못하는 소리로, 레너드는 제 안의 시조에게 그 의념을 전달했다. 후손들의 분투를 계속 지켜보고 있던 시조, 카르데나스가 흔쾌히 대답했다.
―네 신성의 마지막 조각 말이지? 상관없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마.
‘감사합니다.’
카르데나스의 여명과 황혼에 나타났던 검객 두 명의 의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