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77)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77)
지하세계에 전우들을 남기고 온 마계정벌군은 돌아오자마자 그 전과와 손실을 헤아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골렘은 쓸 곳이 많아보였기에 내버려두고 왔으나, 타이탄은 그 사수가 반드시 필요한데다가 정비가 필요했기에 공장으로 돌아가야했다.
녹초가 된 상태로도 안색만큼은 밝은 기사들을 둘러보면서, 데미안이 작게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초를 친 놈 때문에 떨떠름한 기분이기는 하다만, 틀림없는 승전보로군.”
그 말대로였다.
[크롬두브]의 개입으로 인해서 외신침공을 봉쇄하는 일까진 실패했다지만, 마계정벌군은 확실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왕족급만 11체, 하나하나가 전설적인 악명을 떨친 네임드도 4체나 쓰러트렸으니 최종결전에 대적해야할 적의 규모와 질이 크게 하락했다고 할 수 있겠다. 레너드에게 쓰러진 [벨리알], 거점전투로 토벌한 왕족급까지 포함하면 20체 이상이었다.
[하데스]가 제 신성을 거의 회복하면서, 지하세계의 권한도 더 되찾았을테니 그 지원도 나름 기대해볼 만했다.“우나, 황금룡에서 사상자는?”
“없습니다. 중상자가 세 명쯤 나오긴 했습니다만, 그 정도의 부상은 자가치유로 고칠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이미 다 낫고 멀쩡해진 상태입니다.”
“뭐, 왕족급이라도 네임드가 아니면 너희들의 진을 깨는 건 어려울테니 당연한 결과겠군. 잘했다.”
“감사합니다!”
36인의 황금기사들은 그 누구보다도 위험하고 힘든 곳에서, 숨돌릴 틈도 없이 연전연투를 반복했지만 사상자가 없었다.
귀족급 마족들의 공격력조차 황금기사들의 내구력을 뚫기엔 좀 부족함이 있었고, 심호흡 한 번으로 수십 분을 전력질주할 수 있는 체력과 회복력을 가졌다보니 피로의 개념도 없다.
시조 카르데나스의 영향으로 천의무봉급 검술을 지니게 된 것도 모자라서, 레너드에게 전수받은 무공을 수련한 황금룡의 전투력은 거의 만부부당(萬夫不當)에 도달해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방점을 찍은 것이 〈십팔나한진〉이었다.
‘네임드급 마족 중에서도 [사브나크] 정도면 상대해볼 만도 했겠지. 나머지는 영 상성이 좋지 않았겠다만.’
네임드급 마족이라면 절대로 만만한 적이 아니었다.
9위계급 대마법을 난사할 수 있는 [바알제붑]은 진법으로도 감당하지 못할 출력의 괴물이었고, 시공간마저 벨 수 있다는 [아스모데우스]의 염동검은 자칫 〈십팔나한진〉의 공명방어도 돌파할 가능성이 있었다.
신체능력 하나로 18인의 황금기사를 압도해버릴지도 모르는 [바포메트]도 위험했고 말이다.
물량공세로 소모전을 벌이는 [사브나크]만은, 전투지속력이 무진장에 가까운 황금룡에서 잡을 수 있는 상대였다.
‘…황금룡의 성장을 확인한 것 이외에도, 실전경험으로 벽을 깬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동일하게 실전이라도 대규모 전장, 소규모 전장의 차이는 있지. 적아를 구분하기도 힘든 난전에, 악귀나찰(?鬼羅刹)의 군세까지 상대했으니 성장할 수밖에.’
살아남지 못하고 지하세계에 남게 된 사람들도 존재했지만, 승리를 밑거름으로 한 기사들은 더욱 강력해졌다. 최종결전의 때가 찾아오기 전까지, 한 사람이라도 반신경을 돌파해준다면 인류의 승산이 1푼이나마 올라가게 될 터였다.
녹룡기사단장 우루카.
그의 빈자리는 아직도 메워져있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우리들은 먼저 돌아가보겠네. 지하세계에 갈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주게.”
카르데나스 본가로 통하는 공간문을 만들어준 시몬이 한 번 눈인사하고서 몸을 돌렸다.
후방에서 지원사격을 담당한 마법병단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하데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인원이 상당수 있었기에 그 공백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신비협회에서 온 인원이 모두 돌아가고, 카르데나스 가문과 제하이어 가문의 인원들도 그 복귀준비를 끝마쳤다.
레너드가 말했다.
“돌아갑시다, 우리들의 집으로.”
그걸로 충분했다.
마계정벌군의 개선(凱旋)이 시작되었다.
* * *
아르카디아 제국은 그 승전보를 접하는 것과 동시에 종말의 유예기간을 알게 되었다.
3년.
유서의 작성에는 긴 시간일지도 모르나, 종말에 대비하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국책사업까지 갈 것도 없이, 조금 큰 규모의 토목공사만 하더라도 3년은 쉽게 넘긴다. 중간계를 노리고 있는 악신이 그 후에 강림한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게 있어선 정신줄을 놓게 만들 정도의 충격이었다.
“에잉, 이 정도로 쓰러지거나 좌절하는 놈은 필요없다! 끌고 나가서 요양시켜라. 입은 제대로 봉해놓고.”
“예, 폐하.”
여황제, 라일라가 못마땅해하는 얼굴로 지시했다.
근위기사의 손에 붙잡힌 대신 하나가 게거품을 물고 혼절한 낯짝으로 끌려나가자, 좌중을 한 번 둘러본 라일라는 두 눈을 치켜뜨면서 매섭게 소리쳤다.
“마계에서 대승을 거두고 온 충신들에게 보여줄 낯이 없군. 싸워보기도 전에 절망부터 한다니? 짐과 제국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보잘것없으면! 저따위로 픽 엎어지느냔 말이다!”
“…….”
“…….”
“…….”
이 자리에 모아놓은 중신들은 모두 제국의 비밀이나 삼공의 역할을 다 숙지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권력다툼은 고사하고, 그 인생을 송두리째 희생해서 세상을 지탱해온 영웅들이라는 것을. 카르데나스에 수백 명이나 있는 초월경급의 기사만 해도, 제국을 벗어나면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인재였다.
경지가 오를수록 그 인간성이 희미해지는 마법사, 위클라인 가문의 후계자들도 건국제와 한 선조의 맹세를 잊지 않으면서 몇 세기나 엄수해오고 있었다.
목숨보다 제 언약을 중시했다는 드베르그의 후예, 제하이어 가문의 이야기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폐하.”
지금 그들이 할 일은 사죄가 아니었고, 변명도 아니었다.
라일라의 면전으로 나선 군무대신이 그 앞에 부복했다.
“총력전(總力戰)을 위해서라면 3년도 짧습니다. 제국의 힘을 남김없이 끌어올리려면, 타 부서의 인력을 군무부와 재무부에 충원해주셔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말해보거라.”
“…제국 외부에 존재하는 무력자원도 다 징병해야합니다.”
오늘날까지 제국은 그 숭고함과 사명을 철저하게 은폐하여, 세계 최강의 대국으로서 질시받고 경계받아왔다. 혹시 모르는 타종족과 외부세력의 결합이나 허신의 승격, 악마숭배자 같은 족속이 폭발적으로 늘어날까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프리건 전선은 위그드라실이 끝을 맞이했고, 천족들은 이 세상을 떠나가기로 마음먹었으며, 마족들은 큰 피해를 입고서 [크롬두브]의 수작으로 3년간 봉인되었다. 중간계에서 놈들을 불러내는 것도, 놈들의 힘을 빌려오는 경로도 끊어졌으리라.
허신만큼은 완전히 다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강대한 허신 하나와 협력관계를 맺었으니 그 관계성을 이용하면 반신 이상의 전력을 더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르카디아 제국은 이제 외부의 눈치를 살펴야할 필요성이 없어졌습니다. 삼공 가문만큼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전대륙의 인재를 끌어모은다면 의미가 없는 수준은 아닐테지요. 그동안 제국에게 지켜져왔으니, 그들도 이제 헌신해야할 때가 찾아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과연. 군무대신의 말이 참으로 합당하도다.”
라일라의 두 눈을 물들였던 분노가 그 방향을 전환했다.
“안 그래도 제국 덕분에 살아남아온 놈들이, 은혜도 모르고 꼴같잖은 개수작만 부려대던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참에 깡그리 쓸어버리고 위아래를 가르치는 것도 좋겠지. 징집령에 불응하는 놈들은 그 사지를 분질러서라도 끌고 오도록.”
아르카디아는 언제라도 세계정복을 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기에 하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할 이유가 생긴다면야 못할 것도 없다는 뜻이었다. 전선 세 개가 종료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으니, 삼공 가문에서 외부로 투사할 수 있는 힘은 어마어마하게 커져있는 상태였다.
신비협회와 대등한 조직으로 알려져있는 마탑도,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섯 배 가까운 체급차이가 존재했다. 대마도사가 5명이나 존재하는 신비협회와 달리 마탑에서는 총괄마탑주 한 사람만이 9위계에 도달해있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날아다니는 시몬과 반대로 그 실존 여부를 의심받는 인물이었으니, 이미 사망했을지도 모른다.
“위클라인에 전달해라. 더 이상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을테니, 전대륙의 마탑을 흡수통합해서 그 자재와 인적 자원을 모조리 뽑아내라고. 6위계 이상의 마법사는 모두 전투교습을 거쳐서, 최종결전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단련시키라고 전해.”
외신침공을 막아내지 못하면, 세상이 다 망할 판이었다.
본인들의 연구만 중요하다면서 방에 처박혀있는 마법사들의 편의를 봐주거나 할 이유가 없다. 마탑의 폐쇄성은 곧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는 무력에서 나오는 법이었는데, 신비협회는 그 방어력을 계란껍질처럼 산산조각낼 수 있었다.
군무대신이 불씨를 내던지고, 라일라의 격노가 다른 쪽으로 옮겨붙어서 온 세상이 혼란스러워질 정책이 완성되었다.
“코빈 단장, 나오거라.”
“…예, 폐하.”
라일라의 그림자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코빈이 아주 떨떠름한 기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영룡기사단장.
정보를 다루고, 인간군상을 파악하는 일에 있어서 최고라고 할 만한 인물이었다. 본인이 지금 호출당한 시점에서 받게 될 명령의 상세 정도라면 짐작하고도 남았다.
“최종전에 도움이 될 만한 인재들을 수색해서 가능한 빨리, 효율적인 경로로 데려오겠습니다.”
하지만.
“집단적인 저항에 부딪히거나 잠적하는 자들이 있을 경우에 대비하여, 카르데나스와 위클라인에서 징집관으로 최소인원을 차출해야합니다. 영룡기사단은 첩보와 정찰, 암습에 그 능력을 특화시킨 자들인지라 전면전엔 조금 취약합니다.”
“알겠다. 내가 직접 데클렌과 시몬에게 이야기하지.”
속전속결로 대답을 낸 라일라의 말에, 이 이상 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코빈이 그림자로 가라앉았다.
오랜만에 영룡기사단 전원을 총동원해야할 임무였다.
제국 외부에 분포하고 있는 인재들을 찾아내어, 포섭하거나 굴복시켜서 외신침공에 맞설 결사대로 만든다. 대부분은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동원당하는 일에 불쾌감을 느낄테니, 강렬한 저항에 부딪히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아르카디아의 그림자답게 수단과 방법을 막론해야했다.
‘경지의 벽에 가로막힌 자들에게는 영약이나 가르침을, 병과 저주에 시달리고 있는 자들이라면 치료제를, 빚이나 정치적인 약점으로 붙잡혀있다면 그 해방을 제시해야지. 임무의 내용도 처음부터 다 밝혀야할 이유는 없다. 도망칠 수 없는 상황까지 끌어들이고서 설명해주면 될 일이니까.’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일에, 제 이름과 전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강제적으로 소집당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감사해야할 일이 아닌가? 본래대로라면 삼공 가문의 정예들이나 누릴 수 있는 명예와 영광일진대.
카르데나스의 기사다운 사명감으로 그 납치계획을 합리화한 코빈이 눈을 빛냈다.
‘아르카디아의 영광과 카르데나스의 명예를, 그리고 세계의 구원을 위해서다. 너무 원망하지 말라고.’
후세대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표현할지 알 수 없는, 전 세계 규모로 진행되는 납치계획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