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84)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84)
마지막으로 네 번째 외신을 담당하게 된 것은, 마탑의 총괄 역할을 종료한 아인소프와 시몬 마구스였다.
애시르 신족의 대적자로서 나타났던 것이 요툰이라면, 다누 신족의 대적자로서 나타났던 것은 포모르 일족이었다. 끝없이 밀려들어오는 외차원의 침략자, 교활하고 잔혹한 이계종을 다 뭉뚱그려서 ‘포모르(Fomoire)’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었다.
고대어로 해석해보면 ‘바다 밑에서 온 자들’이라던가?
북구의 요툰처럼 큰 몸을 가지고 있는 개체가 많았지만, 그 대다수가 기형(奇形)을 보유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팔다리의 숫자가 이상하게 많거나 적었다거나, 눈코입의 위치와 형태가 기괴하게 일그러져있는 경우도 제법 일반적이었다.
발로르(Balor).
포모르의 왕으로 군림했었던 외신 중 하나도 그러했다.
“Balor na Súile Nimhe(사안의 발로르)….”
소환의식이 다 끝나가서 형체를 구축한 놈을 본 아인소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시몬은 그 말에 끄덕거리면서 쓴웃음을 흘렸다.
“소환을 중단시켜볼 생각이었는데, 너무 저항이 거세군. 반 정도는 깎았으니 최악이라고 할 만한 결과는 아니네만.”
세계 최강의 대마도사와 마도인형은 반신급 포모르만 8체를 쓰러트리면서 전진했지만, 그 사이에 [발로르]의 소환은 거의 완성되기 직전이었다. 소환되고 난 다음에 도착했다면 그대로 잡혀죽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하데스]로부터 허락받은 식과 차원장벽을 이용해서 존재의 규모를 줄였음에도, 그 윤곽조차 불분명한 [발로르]의 형체에게서 풍기는 존재감에 영혼이 위압당하고 있다.
“[모네가름]은 예외적인 경우로 분류하더라도 [수르트]보다 더 격이 높아. [크롬두브]를 제외하면, 놈이 대장격이라고 할 수 있겠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크롬두브]의 역할은 차원장벽을 우회하는 장치에 불과하고, 외신 중에서도 [발로르]처럼 격과 위상이 높은 개체들이 침공을 주도하는 것일 터.”
“[발로르]를 쓰러트린다면 기세를 꺾을 수 있다는 건가.”
아인소프와 시몬 마구스의 눈앞에서 그 존재규모가 반 정도 결락된, [발로르]의 반투명한 몸이 흉물스럽게 꿈틀거렸다.
“…이길 수 있겠나? 저걸?”
옛 시대의 기술마저 담겨있는 아인소프의 눈은 [발로르]를, 외신 중에서도 규격을 초월한 존재의 본질까지 들여다보았다.
승산은 없다.
완벽하게 소환되었다면 [히드라]와 [모네가름], [수르트]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르는 놈이었다. 아인소프의 성능과 시몬 마구스의 마법능력이 더해져봤자 놈과 대적할 수 있는 수준에는 한참 부족해보였다.
“[아담카드몬]을 소모해서 공멸을 각오한다면 열 번 중에서 한 번 정도는 가능하겠지.”
“내 역할은—과연. [아담카드몬]의 부품인가? 일시적이라면 오르(אוֹר)의 부족함도 채울 수 있겠어. 혹시 내가 거부할까봐 사전에 말해주지 않았던 건가, 마스터?”
시몬의 얼굴에 처음으로 짙은 회한이 스쳐지나갔다.
“미안하네. 이 이상의 대책을 떠올리지 못했어. 이번 전투의 승패와 관계없이 나와 자네는 소멸할테지.”
호문클루스(Homunculus)나 키메라(Chimera)처럼 생물로 난 것은 아니었지만, 시몬은 독립적인 자아와 지적능력을 보유한 마도인형 아인소프를 생명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 의사를 무시하고 자살특공에 참가시킨 것이니,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인소프는 그의 사죄에 흐릿하게 미소지었다.
“미안해할 것 없다. 마스터가 나를 생명체로 인식해준 것은 감사하다만, 난 스스로를 도구로 생각하니까. 주어진 역할대로 그 성능을 발휘하면서 끝날 수 있다면야 바라던 바다.”
그리고, 하고 운을 뗀 마도인형은 담담하게 말했다.
“총괄마탑주로 행세하면서 인류의 여정을 계속 관찰해왔다. 백 번의 실패에도 배우는 게 없는 우자(愚者)도, 본 적도 없는 사상을 발견하고 완성시키는 현자(賢者)도. 무엇이라고 정리할 수 없는 군상이야말로 인간종의 본질이겠지.”
“그래서? 그 군상에서 무엇을 본 겐가?”
“별 거 아니다. 의미도 없이, 의도도 없이 뭉치고 흩어지길 거듭해가는 자들의 탁류가 어디까지 흘러가는지…그 종점까지 그저 지켜보고 싶었을 뿐.”
감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미약했지만, 그 지성과 의사가 나타내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시몬 마구스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발로르]와의 사투에 제 목숨을 던졌으리라는 표명이었다. 지식과 기억을 계승해온 대마도사의 얼굴이 일순간 놀라움으로 물들었다가, 이내 대견한 것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씩 미소지었다.
“좋군. 난 ‘완전한 존재’를 바라면서 자네를 만들었지만, 그 시도가 좌절되었던 것에 기뻐하게 될 줄은 몰랐네.”
진정으로 완전했다면 타자(他者)의 존재를 요구하지 않으며, 필요하지도 않다. 아인소프가 인류의 존속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은, 그 존재목적이 완전에서 벗어나있음을 의미했다.
제 실패작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시몬이 지팡이를 들었다.
[발로르]의 실체화가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여기서부터는 아인소프도, 시몬 마구스도 없으며 그 목적을 수행하는 마법식만이 남는다.
“시작해보세. 나의 실패작, 나의 자식, 나의 친구여.”
“거창하게 불러주는군, 마스터. 이번엔 실패하지 마라.”
“뭣이?! 흐하하, 농담도 할 줄 알았는가?”
아인소프의 농담에 너털웃음을 터트린 시몬이, 지금까지 몇 번이고 사용해왔던 [아담카드몬]의 마법식을 펼쳤다.
그러나 그 마법식의 구성요소엔 몇 가지 차이가 있었다.
[아담카드몬]은 세피로트의 나무가 완성되어있는 존재이며, 따라서 세 개의 기둥이 완전하게 자리잡아야한다. 오른쪽부터 자비, 의식, 공의의 순서로 늘어서있는 존재기반. 생명 본연의 양면성을 상징하면서 균형과 순환을 의미하는 축.9위계에선 절대로 채워넣을 수 없어야하는 부분에 간이적인 부품을 끼워넣는다.
“—나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마스터. 즐거웠다.”
마도인형 아인소프가 빛의 기둥에 휩싸여서 [아담카드몬]의 기둥 중 하나로 빨려들어갔다.
텅 비어있었던 공의의 기둥에 불이 들어왔다.
“[아담카드몬]이여, 나를 집어삼키고 완전함에 달하라.”
시몬의 주문영창에 따라서 빛의 거인이 움직여, 노마법사의 몸뚱이에 두 번째 기둥을 현현시켰다.
텅 비어있었던 자비의 기둥에 불이 들어왔다.
중앙의 기둥만큼은 처음부터 불이 들어와있었다.
-………A.
소환자의 의지에 복종하는 인형이 아닌, ‘완전한 존재’가 된 거인의 눈동자에서 초월적인 이성이 번뜩였다.
지성(知性)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그 규격이 너무 거대하기에, 9위계의 대마도사라도 감히 이해하거나 공유할 수 없는 의식. 폭풍처럼 소용돌이치던 자아는 몇 초만에 완벽하게 스스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창조주가 마지막으로 새겨넣고 간 명령어에 따라서 외신 [발로르]와 마주했다.
그와 동시에 [발로르]의 실체화도 완료되면서, 존재의 반을 깎아낸 벌레들에 대한 증오로 그 하나밖에 없는 눈을 뜨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발로르 너 술러 니버(Balor na Súile Nimhe).
—■■■.
시선으로 포착한 대상 전부를 사멸시키는 권능을 지닌 신이 [아담카드몬]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
사안(邪眼)을 마주하고도, [아담카드몬]은 그 자리에서 바로 절명하기는커녕 한 차례 점멸하면서 눈앞으로 순간이동했다.
옛 시대에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에 [발로르]의 반응이 한 박자 늦어졌고, [아담카드몬]의 광휘로 만들어진 주먹이 놈의 거대한 눈알에 푹 쑤셔박혔다.
신화시대에도 한 번 현현했던 [발로르]의 패인은, 광명신이 내던진 창에 그 눈알을 꿰뚫렸던 것이다. 최흉(最凶)의 무기로 알려져있는 눈깔이야말로 놈의 약점. 정면에서 그걸 마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서 무의미하게 여겨지지만, 사안을 극복했다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 ■■■■■■!?!
정면에서 눈알을 후려맞았던 [발로르]가 뒤로 튕겨나갔다가 몇 초만에 무게중심을 되찾는다.
광명신, [루 라와더(Lugh Lámhfhata)]의 투창과 달리 주먹 한 발로는 쓰러트릴 수 없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눈알 곳곳에 실핏줄이 터져서 놈의 시야 전체가 불그스름하게 물들어버렸다. 이 상태로는 사멸의 권능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투지를 잃어버리거나 할 리는 없었다. 최상위권의 외신이, 권능 하나에 의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 ■■■.
부상으로 인해서 일말의 방심마저도 내던져버린 [발로르]가 두 주먹에 화염폭풍을 휘감았다.
옛 기록대로라면 바다를 불로 바꿔버릴 수 있으며, 또 다른 별명으로 ‘Béimnech(치는 자)’라고 불리기도 한 존재다.
놈은 화염신이며, 격투의 신이기도 한 것이다.
——————————!!!
[아담카드몬]과 [발로르]는 기묘하게도 비슷한 체격으로 두 주먹을 들고 마주섰다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달려들어서 그 면상부터 후려갈겼다. ‘완전한 인간’과 ‘사안의 외신’은 그렇게 정면승부로 치고받기 시작했다.한 방의 타격을 주고받을 때마다 그 일대에 빛과 화염이 수 킬로미터 범위로 휘몰아쳐, 뭣도 모르고 가까워졌던 외차원의 군세가 숯덩이처럼 타들어갈 지경이었다.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지하세계의 경관을 황폐화시킬 게 틀림없는 전투였다.
* * *
결사대의 핵심전력이 필사적으로 4체의 외신을 저지할 때에 아스포델 평원에선 군세 단위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괴, 괴물이다! 괴물들이 온다!”
“아무리 죽여대도 끝이 안 나! 대가리를 박살냈는데, 왜 안 죽고 살아움직이는 거야!”
외차원에서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봉사종족, 그 힘과 형태가 이질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기괴괴한 파장이 흘러넘치면서 정신오염을 유발했다.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존재, 서로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몸통 곳곳에서 돋아난 촉수로 공격해오는 짐승, 갑각류처럼 단단한 껍질에 싸여있는 점액질의 괴물.
그 외에도 상식에서 크게 동떨어져있는 외계생물이, 전략과 전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밀려들어왔다. 압도적인 물량은 그저 쏟아붓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걸 증명하듯이 외차원의 군세는 점점 아르카디아의 결사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징집병들만 모아놓았다면 10분도 못 버티고 와해되어, 먹기 좋은 사냥감으로 전락했으리라.
전장이 교착되고 있는 것은 다 삼공 가문의 활약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이었다.
일원오행검결(一元五行劍訣)
사검(四劍)
그중에서도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게, 이기어검을 최대로 활용하면서 전장 전체를 통제하던 레너드였다.
네 자루의 검이 일제히 순백의 강기를 머금는다.
심상무예를 어검술로, 오의를 다중으로 구사하는 절기.
3년간의 수행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서신류(西神流)
만휘군상절단기(萬彙群象切斷技)
연(連)
결사대와 외차원군세의 접전지대에서 흐름이 불리해진 곳을 정확히 찾아내, 그 지점으로 떨어진 검이 대참격을 토해냈다.
콰아아아아아아—!!
수 킬로미터 범위를 무자비하게 추수해버리는 수평베기.
일순간 두 동강이 난 외계생물들의 몸뚱이가 흩어지면서 몇 호흡이나마 되돌릴 수 있는 여유가 찾아온다.
“레너드님이다!”
“일격으로 이 정도로 많은 숫자의 적을…!”
상위종과의 투쟁에 익숙하지 않은 징집병들이 고양되며, 그 무의미한 전과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로 환호한다. 무진장하게 밀려들어오는 놈들이 수백, 수천 마리 죽었다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참천절운>으로 적을 몰살했던 자리가 다시 괴물들로 채워지기까진 수십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7대 기사단과 마법병단은 무덤덤하게 효율적인 살육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지금 평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회전(會戰)은 무한하게 감당해야하는 시련이며, 승부의 분수령은 아직 찾아오지도 않았다는 걸.
레너드도 마찬가지였다.
네 자루의 검을 조종하면서도 내공을 배분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병력을 소모시켜서 힘을 아낀다.
‘젠장, 기분이 더럽군.’
[크롬두브]가 나타나기 전에 내공과 정신력을 소모했다가는 전투 자체의 승패에 악영향을 끼쳐버린다.그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레너드는 제 입술을 물어뜯었다.
‘언제냐…! 언제 튀어나오는 거냐, 크롬두브…!’
눈앞에서 구할 수 있는 자를 버려야하고,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아군을 잘라내야한다.
제 목숨만 책임지는 걸로 충분했던 무인의 투쟁이 아니다.
대를 위해서 소를 잘라내야하는 지휘관의 역할이, 익숙하지 않은 레너드의 심기를 세차게 긁어대고 있었다.
심상무예를 아낌없이 퍼붓고, 신검오의를 발현한다면 몇 분 정도는 사상자의 수가 늘어나지 않을 터였다. 그 전과에 아무 값어치도 없기 때문에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이미 천 단위의 사망자가 나왔다. 중상자는 얼마 못 버티고 죽어나가기에 사망자가 대다수였다.
그런데 전열이 다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든 유지되는 것은, [하데스]와의 계약 덕분이었다.
-한 번 죽은 자들은 그 즉시 생전과 같은 모습으로 부활해, 만전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두 번 죽는다면 살아나는데 제법 시간이 소요되니 1회성의 부활장치라고 생각해라.
지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예비목숨을 한 개 가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내 신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마음에 든다만, 이 흐름대로면 금방 위험해지겠군. 외신들을 상대로 한 지연전이 종료되거나 가세하는 놈이 더 나온다면 필패가 확정되겠어.
[하데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 손을 뻗었다.아직 [크롬두브]가 넘어오지 않았기에, 영역다툼에 힘을 쓸 필요가 없어서 여유전력이 조금 남아있었다.
상대방이 다가오려고 하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미끼를 놓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크롬두브]처럼 그 신성이 무르익지도 않은 애송이라면 잘 먹힐 수밖에 없었다.
키이이이잉.
신력으로 만들어진 명왕의 창, 바이던트가 다시 소환되면서 [하데스]의 손에 잡혔다. 3년. 그 사이에 창에 축적시켜온 힘, 전부를 일격으로 변환시켜서 차원통로 너머로 쏘아낸다.
그건 손 하나를 잃어버렸던 고통도, 굴욕도 기억하고 있을 놈에게 있어서 참기 어려운 도발이었다.
외신들에게 억제되어있던 [크롬두브]가 결국 폭주했다.
■■■■■■■——!!!!
차원통로로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던 외차원의 군세를 단숨에 짓이겨죽이며, [크롬두브]가 제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드래곤(Dragon)이나 용(龍)과 비슷하면서도, 그 겉가죽에서 비늘 대신에 촉수무더기가 꿈틀거리는 형상. 간단히 표현해서, 타르처럼 검고 질척거리는 촉수들로 뒤덮여있는 악룡.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썩어문드러지는, 악(惡)의 개념이 물질화해서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괴물이었다.
“—드디어, 왔군!”
저도 모르게 [크롬두브]를 바라본 병력들이 제 눈을 붙잡고 절규할 때에, 한 사람만이 기세등등하게 날아올랐다.
주작지기로 만들어낸 날개.
백호지기로 만들어낸 칼날.
현무지기로 만들어낸 갑옷.
청룡지기로 만들어낸 망토.
사신(四神)을 총동원한 레너드의 격과 출력이, 일순간 몇 배 폭증하면서 진신급의 영역에 발을 올려놓는다. 아직 육체까지 되찾지 못한 [크롬두브]보다도 반 수 앞서나가는 힘.
천지척사검(天地斥邪劍)
준비동작도 없이 급가속한 레너드가 그대로 돌진하여, 이제 막 대가리를 들이민 [크롬두브]의 미간에 오색 검강을 세차게 때려박으면서 밀어붙였다.
촉수 몇 다발이 잘려나가면서 검게 썩어들어간 혈액을 분출하고, 고통으로 눈을 부릅뜬 [크롬두브]가 적수를 인식했다.
■■■■■■■■■——!!!!
그걸로 최종결전의 주역들이 겨우 무대에 끌려올라왔다.
중간계와 인류의 명운이 걸린 생사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