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89)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289)
―이걸로, 마지막이다…! 나, 드레이크의 모험을 패배 따위로 마무리하진 않겠다—!!
머릿속에서 울려퍼진 것은, 한 모험가의 포효성.
―후학(後學)을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선배의 역할. 내 공방에 남겨놓은 논문과 연구성과는 자네들이 알아서 하게. 역사적인 위업만큼은 내가 독차지하고 갈테니, 그 이름값을 따라오려면 한참 고생해야할 게야.
후배들을 위해서 그 최후를 각오한, 대마도사의 유언.
―레너드, 그 아이가 내 검을 지켜봤을까? 마지막에 한 수만 더 가르쳐주고 떠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봤을 겁니다. 드래곤의 눈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마지막까지 제 후손을 염려하고 떠나간, 선조들의 믿음.
―A!
대마도사 시몬 마구스의 염원에서 태어나, 완전한 인간으로 계속 존재하기보단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그 자신을 돕기로 한 마법생명체의 의지.
시간상으로는 찰나(刹那), 한순간에 지나지 않은 일이었지만 레너드는 전부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인간은 무엇인가?
모험가는 대답했다. 제 삶이 끝나더라도, 모두가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게 될 여정이라고.
마법사는 대답했다. 스승에게서 제자로, 선배에게서 후배로, 평생 쌓아올려온 지식을 계승하는 순환이라고.
두 명의 검사는 대답했다. 스스로의 존재가 없게 된 후에도 번영하리라 믿고서 떠나가는 자들이라고.
불완전한 인간으로 전락한 궁극마법은 대답했다.
‘그래, 인간은…! 인간이란…?!’
기이하게도 그 대답은 레너드가 한 생각과도 아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자력으로 깨닫고자 했다면, 천 년을 고뇌했어도 알지 못했을 깨달음이 스쳐지나간다.
[아담카드몬]이 낸 목소리와 레너드의 심득이 교차했다.인간이란.
―미래(未來)다.
‘미래, 인가!’
장생종과는 또 다른 의미로 영원함을 추구하는 종족.
그것이야말로 인간종의 강함이자, 천품(天稟)이었다.
모험가 드레이크도, 대마도사 안토니우스도, 검공 데클렌과 시조 카르데나스도 다 마찬가지였다.
외신토벌의 업적으로 제 명성을 남기고자 한 모험가의 열정 또한 미래였으며, 후배들에게 일평생 연구해온 바를 넘겨주고 간 마법사의 희생도 미래였으며, 자신들이 없어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믿고 떠나간 검객들의 희망도 미래였다.
거기까지 생각한 레너드의 머릿속이 갑자기 탁 트였다.
‘오행을 상징하는 신수 중에서 우두머리로 군림하던 존재는 황룡이었지만, 그 해석본에 따라서는 기린(麒麟)이나 인간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많다.’
상고시대의 전설 중에서도 신령스러운 존재 중 하나로서 그 수컷을 기(麒), 암컷을 린(麒)이라고 하여 기린이라고 불렀다.
덕 높은 성인이 태어날 때엔 그 전조로 나타나지만, 흉사가 일어나려고 할 무렵에는 시체로 발견된다고 전해진다.
‘선진시대(先秦時代)에 한 사냥꾼이 기린을 잡자, 그 소식을 전해들은 공자가 한탄하면서 하늘의 도가 이것으로 무너진 게 아니겠냐고 할 정도로 상징하는 바가 큰 영물이었지.’
기린의 실존여부나 공자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로부터 배울 것은 없었다. 그저 레너드와 [아담카드몬]이 인간종족의 본질을 미래라고 깨달았던 것처럼, 신수 기린이 상징하는 바 역시 미래였다는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
음양오행에서 정중앙에 놓이는 존재 셋 중에서 둘이 미래를 상징한다면, 황룡(黃龍) 역시도 그러하지 않았겠는가?
오행론은 이 세상 만물의 순환법칙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의 하나였으며, 순환과 정체는 다른 것이었다. 쳇바퀴와는 다르게 순환하고 있는 세상은 어디로든 나아가는 법이었으니까.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수가 세상을 굴러가게 한다면 황룡은 그 방향성이나 목적지를 결정하는 신수였다.
레너드는 그걸 깨닫고서야 최후의 신격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기에 중원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천자만이 자수할 수 있는 옷이 황룡포(黃龍袍)로구나! 천명(天命)을 가졌다는 것은, 그 세상을 마음대로 이끌 수 있는 권한이라는 뜻이다!’
그때였다.
콰오오오오오오오———!!!
내공은 물론이고, 정신력마저 가뭄철의 논바닥처럼 다 마른 심상세계에서 한 줄기 용울음이 울려퍼졌다.
황룡지기였다. 사신지기 전부가 남김없이 소모되었기에, 그 각성을 방해하거나 혼잡하게 만드는 것도 없었다. 의도하고서 한 일은 아니었으나 전화위복(轉禍爲福)이나 다름없었다.
기경팔맥과 십이경맥 전부를 휩쓸어버린 황룡의 기가, 점점 크기와 격을 불려가면서 하단전과 중단전을 관통해버리고 그 기세로 곧장 상단전까지 솟아올랐다. 아주 조금의 저항이라도 발생했다면 체내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레너드는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났을지도 모른다.
‘……온다!’
앞서 경험했던 사신지기의 신격화와는 또 달랐다.
황룡의 신격화는 곧 〈일원오행신공〉의 완성을 의미하며, 그 직후에 신좌까지 다다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제아무리 레너드의 자질이 특출하더라도, 몇 분만에 완성하거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쩌적.
알껍질이 부서지듯이 레너드의 몸 표면에서 크고 작은 균열 따위가 번져나간다. 초월경과 반신경의 차이 이상으로 반신과 진신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는 어마어마했다.
반신경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들어간 레너드의 신체능력조차 그 우화(羽化)를 감당하지 못한다.
환골탈태(換骨奪胎)처럼 근골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영혼 단위에서 새롭게 재탄생하는 현상. 영육이 일체화하는 단계를 통과하고 난 다음에는 개념영역으로 진입하여 일거수일투족이 세계법칙을 움직이게 된다.
―오오? 너, 성공했느냐!? 마침내!
치욕스러운 패배를 예감하고 있던 [하데스]가, 가부좌를 튼 채로 부공삼매(浮空三昧)에 들어가버린 레너드를 보고서 곧장 태도를 뒤집어버렸다.
남아있던 힘 전부를 소진해가면서 [크롬두브]의 우화속도를 늦추며, 아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레너드가 신화경에 달할 수 있도록 질 게 분명한 힘겨루기에 들어간다. 승패를 따질 것도 없이 시간벌기를 목적으로 한 짓이었다.
―여기서부턴 시간싸움이군…! 오랜만에 피가 마르는구나!
우화 도중이라지만 진신급의 영역, 반신 이하의 경지에서는 방해하고 말고 할 여지조차 없었다.
[크롬두브]가 진정한 대악신으로 거듭나서 레너드의 우화를 막아내든지, 레너드가 먼저 신좌에 올라서 [크롬두브]의 목을 날려버리든지.1초라도 앞서 신격을 완성시키는 쪽이 승리하는, 이 세상의 운명마저 판돈삼아서 막을 올리는 최종경쟁.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
[아담카드몬]이 마지막에 한 공격으로 하나밖에 없는 눈을, 머리의 절반 가까이를 잃어버린 [발로르]가 난입해왔다.레너드의 경지돌파를 멈춰세울 수 있는, 유일무이한 변수.
놈을 본 [하데스]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소환의식조차 다 완성하지 못하고, 권능안과 존재규모의 반 이상을 깎였음에도 상위권의 외신. [크롬두브]의 우화를 막고 있으면서 저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래서.
“설마 사안의 [발로르]인가? 눈은 어디에 팔아먹고 온 건지 모르겠다만, 그렇다고 봐줄 수 있는 상대도 아니로군.”
“다 죽어가는 놈 상대로 승산 없는 생사결이라, 카르데나스 기사단장의 이름값이 우는군.”
“그래도 한 마리밖에 안 남은 게 어디입니까. 두 마리 이상 살아남았으면 1분도 못 막았을 텐데.”
“긴장되는 것도 알지만 잡담은 그 정도로 해! 온다!”
[발로르]의 접근을 감지하자마자 격전지에서 몸을 뺀 자들, 반신급 강자들이 그 진로를 가로막았다.그들이라고 해서 전투로 소모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진신급의 몸으로 강림한 외신들을 제외하더라도 그 사도들, 반신급의 개체만 두 자릿수로 쓰러트리고 온 자들이었다.
카르데나스의 기사단장 세 명에 더해서 크루엘라까지.
“레너드가 눈을 뜰 때까지, 반드시 놈을 저지한다—!”
네 명의 반신들이 결사의 각오로 힘을 끌어올렸다.
* * *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전장, 결사대와 외차원의 군세가 정면충돌한 평원 한복판은 이미 지옥으로 변해있었다.
인류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전력과 외차원에서 무진장하게 몰려오는 괴물들의 전투는, 그 교환비에서 인류가 압도적으로 상회하고 있었음에도 점점 불리하게 흐르고 있었다.
기사가, 마법사가 한 명 쓰러질 때마다 괴물들은 수십, 수백 마리가 박살났지만 그 전과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상한선이 정해져있는 인류와 달리 외차원군세의 물량공세는 끝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크롬두브] 이외에 지하세계로 침공해온 외신은 4체.제 수하들을 불러내지 않은 [수르트]를 제외하더라도, 외신 3체가 지배하고 있는 차원의 봉사종족을 모조리 동원했을테니 100만 정도라면 많다고 할 수준조차도 아니었다.
“황금룡보다 앞쪽으로 나가지 마! 1초도 못 버틴다!”
“빌어먹을! 몇 마리를 죽이더라도 끝이 안 보여!”
“몸 상태를 철저하게 확인해라! 오러의 잔량이 반의 반까지 내려왔으면 뒤로 물러서서 교대해!”
일당백, 일당천의 실력자라도 1만, 10만의 적을 상대한다면 말라죽는 수밖에 없다. 초월경이 천 단위로 모여있는 결사대, 그 무시무시한 전력으로도 외차원군세를 압도하진 못했다.
“일제사격으로 한 번 밀어낸다! 전열, 충격에 대비해!”
기사들은 후열에서 들려온 고함소리에 그 무게중심을 낮춰, 충격파로 날아가버리지 않게 하반신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신비협회와 마탑에서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하여, 3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전장마법에 특화시켜온 마법병단. 수십, 수백의 마법사들이 거대한 마법식의 조각 하나하나를 담당해서 8위계 광역마법진을 완성시킨다.
외차원의 족속들에게 이 세상 본연의 마법은 반감되는 것이 상당했지만, [하데스]가 준 식을 활용해서 지하세계의 도움을 받았기에 줄어든 것 이상의 힘을 보충할 수 있었다.
오직 명계의 영역에서만 발동시킬 수 있는 전략마법이다.
[오르페우스의 비탄(Orpheus’s Grief)]마법병단이 배치되어있는 지점에서 한 차례의 파동이, 해일 수준의 압력으로 뿜어져나왔다.
그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초월경급의 강자 다수가 몸서리를 칠 정도의 위력이었다. ‘비탄’이라고 한 것과 다르게 정신마법과는 또 거리가 멀다. 순수하기까지 한 진동, 음파의 공명파괴를 이용하는 광역살상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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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범위를 철저하게 통제하지 않았더라면 결사대의 병력이 휘말리게 될 뻔한, 방어와 무관하게 육체 내부를 갈아버릴 수 있는 파동이 외차원군세를 스쳐지나간다.
오장육부는커녕 뇌의 위치와 형태조차 의문스러운 개체들이 대다수였지만, 분자 단위의 파괴현상이 발휘하는 살상력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몸뚱이에 난 구멍 곳곳에서 피와 내장조각을 토해내는 놈은 흔했고, 몸 전체가 흐물거리면서 녹아내리는 놈들도 있었다.
“지금이다! 한 걸음이라도 좋으니 힘껏 밀어붙여!”
“알아들었다고!”
순간적으로 전열이 초토화된 외차원군세를 밀어낸 기사들의 검에서 오러블레이드가 쏟아져나온다.
밀도에 있어서 대마법조차 능가하는 파괴력의 정수.
그 광채를 마주해버린 외족들은 예외없이 산산조각났다.
그중에서도 최선두에 선 황금룡기사단의 기세는 터무니없는 것이라, 순식간에 1킬로미터가 넘는 영역을 확보했다. 18인의 구성원으로 조립된 톱니바퀴 두 개의 활약이었다.
“후, 이 진법을 터득하고 나선 체력이 떨어지기는커녕 호흡이 가빠지거나 할 일도 없었는데. 폐가 타들어가는 것 같군.”
황금룡기사단의 부단장, 우나가 그 가슴팍까지 올라온 숨을 토해내면서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조원 중에서 잡담에 어울려줄 체력이 남아있었던 황금기사 하나만 공감하듯이 제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해역에서도 그 공격력이 위협적이었던 거지, 지속력의 문제를 체감했던 적은 없었죠.”
“우리들이 베어낸 적만 하더라도 10만 단위인데, 줄어든 게 느껴지지도 않아. 단장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적의 규모는 무진장하다는 것부터 인정해야겠어.”
반신급 개체만 아니라면, 황금룡기사단의 〈십팔나한진〉으로 쓰러트리지 못할 적은 없었으며 그들의 진형을 무너트릴 수도 없다. 그 확신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황금룡기사단은 교전의 초입부부터 이 시점에 도달하기까지, 살육전차와 같은 기세로 외차원군세를 분쇄하면서 전선을 계속 지탱했다.
하지만.
“황금기사의 체력과 오러를, 물량으로 다 깎아내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이었다니. 하, 믿기지가 않는군.”
이대로라면 황금룡기사단은 얼마 못 버티고 자멸한다.
〈십팔나한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오러도 확보하지 못하면 무진장의 적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까.
저 너머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단장님들과 전우들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했다. 황금기사들의 오점, 의식의 실패작으로서 그 몸에 남겨진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능력으로.
“…설마. 이렇게까지 후회없이 선택할 수 있을 줄이야.”
우나가 미소지었다.
누구보다도 먼저 각오를 다졌다는 증거, 그 피부와 두 눈이 파충류처럼 변화하면서 막대한 존재감을 흩뿌리기 시작한다.
드래고니안(Dragonian).
인간의 형태마저 포기하고서 드래곤에 더 가까워진,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된 황금기사 우나는 동료들에게 더 웅변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앞으로 돌아섰다.
왜냐하면 더 웅변해야할 필요도, 설득해야할 필요도 없다.
쿠구구구구구구구——.
36인의 황금기사 전원이 제 오점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낸 채로, 거의 다 소모했던 오러와 체력 전부를 회복하면서 반신경에 한없이 근접한 영역으로 뛰어올랐다.
레너드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강요하거나 하지 않았던 용혈능력의 발현. 뿔과 비늘이 솟아오르면서 갑옷이나 투구 따위가 못 버텨내고 튕겨나간다.
누가 보더라도 인간이 아니다.
누군가는 그들을 괴물이라고 부를 터였고, 눈앞에서 말하진 않더라도 경원시하는 자들이 생길 터였다.
그러나.
카르데나스 가문이 동경해온 황금룡기사단, 그 환상과 허명 따위에 사로잡혀서 혈족들의 죽음을 내버려두는 것은. 인간도 드래곤도 아니게 된 겉모습보다 더 기사답지 못한 짓이었으며 가까스로 되찾은 자긍심을 꺾어분지르는 행위였다.
“가자, 황금룡! 망설이지 말고! 후회하지도 말고!”
단장님들을 위해서, 전우들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아주 먼 옛날에 체념해버린 우리들의 꿈을 위해서.
“““아르카디아에 승리를! 황금룡에 영광을!”””
역대 최강의 기사단이 파죽지세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