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40)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40)
‘소란스러워졌군.’
거주지로 돌아온 레너드는 바로 그 장소를 떠나지 않고, 이 다음부터 해야할 일을 천천히 정리해봤다.
그의 집중력에 의해서 한층 더 예민해진 기감이 평상시보다 몇 배나 많아진 사람들의 기척을 잡아낸다. 섬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있었던 유룡기사단이 한 자리에 모여들어, 알게 모르게 휘몰아치는 기운만 해도 보통이 아니었다.
섬 안쪽에서는 이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테지만, 주둔지를 벗어날 때는 오히려 더 조심해야할 것 같았다.
촤라락.
레너드는 3인조에게 하품영석 몇 개로 구입한 지도를 펼쳐, 그림자기사단의 경로를 예상해보았다.
브래들리가 첫날에 준 지도들은 너무 엉성하고 지형지물도 옛날 것이라, 지도를 새로 받자마자 폐기해버렸다.
검지로 지도 곳곳을 더듬어보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서른 번째 그림자가 말해준 정보들은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림자기사단의 계획이 너무 치밀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너무 엉성했기 때문이었다.
카르데나스 가문의 아이들을 납치한다는 목적에 눈이 팔려, 임무의 주무대인 갈라파고스에 대한 조사가 소홀했던 대가다. 그저 최단거리로 이동하기 위해서 섬의 중심부를 관통한다는, 말도 안 나오는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차라리 소드마스터가 앞장서서 길을 열었더라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집단행동이 적의 이목을 끌어들일까봐, 각개 전투로 흩어졌다가 목표지점에서 다시 합류한다는 선택을 했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최악의 한 수다.
이 섬의 중심부에는 소드마스터가 아니면 진정시킬 수 없는 S랭크의 몬스터가 존재하고, 그 인근에도 A랭크의 몬스터 몇 종류가 서식지에 군림하면서 침입자를 전부 찢어죽인다.
외력경 8단이라고 해도 A랭크 몬스터, 그것도 진마경이 된 놈과 조우한다면 생존하기 어렵다.
A3등급부터는 외력경 10단에 비견되기 때문이었다.
‘내가 처리하지 않아도 반 이상은 죽어나갈지도 모르겠네.’
카르데나스의 기사들과 달리 크루지스의 그림자기사들은 그 검법이나 전투방식이 대인전에 특화되어있다.
인간형 몬스터라면 모를까, 그 외의 형상을 지닌 A랭크급의 몬스터와 격돌한다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레너드는 차게 식은 눈동자로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다섯 번째 그림자, 소드마스터가 이 섬에 내재된 위험성을 인지하고서 그림자기사단을 찾아다니며 남은 인원을 수습하고 있을 경우다.
이렇게 되면 각개격파는 어렵지만, 대규모의 인원을 감지한 레너드가 접근해오는 소드마스터를 피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그들 전원이 아직까지도 흩어진 채로 섬 곳곳을 헤매고 있을 경우였다.
‘…전력을 깎아낸다는 점에서는 후자가 더 좋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혼자 돌아다니던 소드마스터와 마주치려나.’
승산은 없고, 도주로 살아남을 가능성도 2할 미만.
레너드의 등골이 절로 오싹해졌다.
‘하, 좋군.’
백척간두에 설 때야말로 무인의 잠재력이 폭발하는 법.
화경의 고수 한 명을 피해다니면서 초절정 고수 수십 명을 처치해야하는, 극악한 임무설정에 레너드의 몸과 마음이 불을 맞이한 기름처럼 이글거렸다.
레너드는 아공간주머니에서 신호기를 꺼내서 제 목에 걸고, 언제든지 반응할 수 있도록 몸을 긴장시켰다.
이 신호기는 적을 추적할 수 있는 도구이자, 적이 스스로를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였다.
‘내가 찾으면 기습하고, 적이 날 찾아내면 미끼로 쓴다.’
설마 그림자기사가 적에게 제압당한 것도 모자라, 신호기의 사용방법까지 다 불고 죽었으리라 생각하는 놈은 없겠지.
몇 번 정도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터다.
동료라고 믿었던 반응이 적의 기습으로 돌아온다면, 아무리 잘 단련된 실력자라도 한 박자 늦는다. 레너드에게 한 박자를 내준다는 것은, 외력경 10단이라도 팔다리 한 짝을 내주겠단 소리와 다를 게 없었다.
소드마스터 한 사람만 조심하면 된다.
“가볼까.”
스스로를 독려하듯이 말을 내뱉고, 레너드는 문 앞이 아닌 동굴의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이 거처를 내준 브래들리도 모르는 길이었다.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외력경을 돌파한 후에, 그가 심심풀이로 한 일이었다.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서 지하통로를 만드는 것.
지둔술(地遁術)의 숙련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레너드의 신체능력과 토속성 기운의 조합은 훌륭했다. 곡괭이로도 파기 어려운 암반층을 손가락 열 개로 도려내고, 기둥을 세워야할 부분은 기로 다져놓는 것으로 고정시킨다.
불과 며칠만에 섬 안쪽까지 통하는 길을 뚫어버린 덕분에, 유룡기사단을 피하느라 고생할 일이 없어졌다.
저벅, 저벅.
지하통로의 어둠 너머로 그의 발소리만이 나직하게 울렸다.
* * *
>사자의 계곡>.
위험도가 해골 네 개 이상으로 분류된 지역이면서 이 섬의 최심부라고 할 수 있는, 카르데나스 가문의 주둔지에서 가장 가까운 핵심지역이었다.
그 지역에 발을 들이기가 무섭게 레너드의 기감에 느껴지는 공기가 변화했다.
코가 욱신거릴 정도로 피비린내가 난다.
‘삼림을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사막처럼 건조해졌다. 역시 이 섬의 자연환경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레너드는 모래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는 절벽 주변을 몇 번 둘러보았다.
포달랍궁으로 향하는 길, 타클라마칸 사막을 연상하게 하는 바람이 불어온다. 그 안에 담겨있는 적의와 살의는, 인간에게 한없이 적대적인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 구역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들과 조우한다면, 어느 한쪽이 다 죽을 때까지 싸워야할 듯했다.
‘그리고 >사자의 계곡>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오직 한 종류, 만티코어뿐이다.’
양피지에 그려져있는 해골 네 개는 그 위험성을 알려주듯이 핏빛으로 칠해져있었다.
만티코어(Manticore).
사자의 몸뚱이에 다른 생물의 머리통이 달려있는, 사악하고 강력하기로 악명 높은 몬스터였다. 태생종족의 등급은 A랭크, 성마경에만 도달해도 외력경 6단 이상으로 취급되는 괴물.
A랭크를 대표하는 몬스터, 오우거와 비교한다면 신체능력은 좀 떨어져도 독침과 마법능력을 지닌데다 기괴한 특수능력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3인조가 한 말에 따르면, 유룡기사단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사상자 대부분은 >사자의 계곡>에서 나온다고 했지.’
갈라파고스에 존재하는 A랭크 몬스터들 중에서 가장 위험한 놈이라고 할 만했다.
놈의 강력함을 판별하는 방법도 유독 특이했는데, 머리통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그 힘이 결정된다고 한다. 고블린, 코볼트 따위라면 약한 편이고 오크나 트롤이라면 강한 편이다. 아주 드물지만 사람 머리를 한 놈이라면 특수종이라던가.
“음.”
절벽 위에서 걸어가던 레너드가 발을 멈춰세웠다.
“…드디어 그 흉한 낯짝을 볼 수 있겠구나.”
트롤과도, 아울베어와도 다르다.
악몽의 그림자에서 기어나올 것 같은, 기분 나쁜 존재감이 서서히 그 덩치를 불려나간다. 먹잇감도, 적도 아니라 상대를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모래바람 속에서 붉은 안광을 뿜으며, 만티코어 한 마리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문자 그대로 흉측하기까지 한 생김새였다.
‘트롤의 머리, 성마경인가.’
A2등급이다.
그 존재감을 마주하면서 레너드는 놈의 전투력에 관여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위험해보이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로군.’
불그스름한 가죽, 근육질로 된 몸뚱이는 크고 무겁다.
트롤 머리의 주둥이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수상하다.
또한 전갈처럼 긴 꼬리의 끄트머리는 곤봉처럼 되어있는데, 무슨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빽빽하게 자라있었다. 아마도 그것 전부가 치명적인 맹독을 품고 있으리라.
겉보기로 알 수 없는 특수능력까지 감안한다면, 몸 전체가 살육만을 위한 존재나 다름없었다.
구훙? 구훙훙.
만티코어의 울음소리는 실로 기괴했다.
레너드가 그 기괴망측한 소리에 눈을 꿈틀거린 순간,
구호오오오오옥——!!
무형의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읏!?”
기습적으로 내지른 포효성에 한순간 몸이 얼어붙는다.
공포인가? 아니다.
‘음공(音功)!’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오금이 얼어붙듯이, 방금 전 포효성은 그와 비슷한 원리에서 힘만 극대화시킨 것이다.
음공을 경험해본 레너드는 그 즉시 반응해냈다.
>오행진룡환>에서 뿜어져나온 뇌기가 몸 전체를 벼락처럼 내달려, 마비되어버린 근육을 일깨우면서 통제를 되찾는다. 안 그래도 2, 3초면 회복될 수준이었지만 A랭크 몬스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선 치명적이다.
오상류(五象流)
현무칠식(玄武七式)
귀갑빙천벽(龜甲氷天壁)
그와 동시에 발검해낸 칼날로부터 먹처럼 새카맣고 진득한 검기가 쏟아져나와, 한 장의 벽을 만들었다.
오행검기 중에서 가장 방어력이 높은 현무지기에 현무칠식, 찰나에 완성된 보호막이 레너드의 정면을 등껍질처럼 둥그런 형상으로 감싸안았다.
그 직후였다.
카카카카카카캉!
빗살처럼 쏘아져나온 독침들이 일제히 검막에 맞고 튕겨져, 그 주변의 땅바닥에 박혀들어간다.
무시무시한 위력이다.
속도, 힘, 날카로움 모두 사천당문의 암기와 비교해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투법 자체는 조잡했지만, 기술이라기보단 제 꼬리를 세게 휘둘러댄 것뿐이었으니.
‘교활한 놈 같으니라고.’
레너드는 어느새 몇 미터나 물러서있는 만티코어를 보고서 살기 어린 미소를 머금었다.
기습적으로 포효성을 내지른 것도.
그 이후에 접근하지 않고 독침만 쏘아댔던 것도.
사천당문과의 추격전에서 겪어본 것을 떠올리게 한다. 한낱 몬스터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영리하고, 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화를 돋구었다.
“곱게 죽이지는 않겠다.”
살의로 투명해진 눈동자가 번들거리자, 만티코어조차 알 수 없는 불길함에 뒷걸음질친다.
레너드가 그 후퇴에 발 맞추듯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오행육신법(五行六神法)
적오태양(赤烏太陽)
열화(熱火)의 보(步)
쾅, 하고 암벽을 박살내면서 가속한다.
이전에 쓴 것과 다르게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방향을 계속 전환하면서 흐릿한 잔상마저 남긴다.
눈을 현혹시키는 아지랑이.
만티코어가 당황해서 쏜 독침이 잔상 몇 개를 찢어발기고, 그 사이에 눈앞까지 접근한 레너드가 검을 들어올린다.
오상류(五象流)
백호일식(白虎一式)
백호의 검은 철저하게 때려부수는 것, 으깨죽이는 것.
주작오의로 만들어낸 속도가 한 걸음의 급정지에서 관성의 힘으로 변화하고, 자연스럽게 검 위에 실린다.
파괴력을 증강시키는 것, 하나만을 생각한 일격.
단악(斷岳)
소리마저 찢어발기는 발톱이 만티코어의 목 옆으로 떨어져, 그 가죽째로 다리 하나를 절단해냈다.
치이이익…!
절단면에서 쏟아진 피가 땅바닥에 닿자, 치이익 하고 뭔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독인지, 산성인지.
그 혈액마저도 생명을 살해하기 위한 도구다.
만티코어가 만약 누군가의 설계도에서 만들어진 존재라면, 그 설계자는 지독히 악질적인 성격을 하고 있을 터였다. 그걸 확신한 레너드가 다시 한 번 검을 치켜세웠다.
“늑골까지 베어서 폐를 쪼개놓을 셈이었는데, 다리 하나로 피해낼 줄이야. 역시 A랭크는 다르구나.”
B3등급, 진마경을 돌파한 트롤이나 아울베어라도 이 공격에 반응하진 못했으리라.
그 라이칸슬로프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만.
거기까지 생각한 레너드가 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오행검기(五行劍氣)
쇄인(碎刃)
금속성의 오행검기가 칼날을 백색으로 물들여간다.
그리고.
오행검기(五行劍氣)
명인(冥刃)
아공간주머니에서 끄집어낸, 또 하나의 검이 새카맣게 물든 칼날을 번들거렸다.
레너드가 이 몸으로 처음 사용하는 쌍검이었다.
>일원오행검결>까지 나아가려면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과 같은 방식으로 다섯을 완성시켜야한다. 아울베어 상대로는 쓸 의미도, 기분도 안 들었지만 만티코어는 제법 괜찮았다.
“네놈은 지금부터 내 허수아비가 되어줘야겠다.”
갈 길이 멀었다.
그래서 레너드는 좀 서두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