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45)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45)
레너드는 그렇게 결단하는 것과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그림자기사단을 따라잡으려면 서둘러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다섯 번째 그림자와 동행하고 있다면 섬 중심부를 한 번에 뚫고 지나갈 수 있었으니까.
[매스 텔레포트]의 준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는 몰라도, 하루 이상을 소요하지는 않을 터.파비안 단장의 도착만을 기다리기엔 너무 늦었다.
푸확!
이번에도 지하통로를 통해서 주둔지를 벗어나, 땅을 파내고 튀어나온 레너드가 쉴 새 없이 달렸다.
>사자의 계곡>을 향해서였다.
다행히 그를 가로막거나 방해하는 놈들은 없었다.
알게 모르게 몸 주위로 흘러넘치는 살기가 몬스터들마저 그 앞을 가로막지 못하게 했다. 겁 없기로 유명한 산악오크들도 식은땀만 질질 흘리면서 길을 비켜야했다.
첫 목적지는 그가 특수종 만티코어와 싸웠던 곳이었다.
“…그대로 남아있군.”
아무래도 다섯 번째 그림자는 그의 추적을 포기했는지, 이 장소에 다시 돌아오거나 한 적이 없어보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죽어넘어진 그림자기사가 다섯 명.
머리통이 박살난 만티코어가 한 마리.
그 난장판을 돌아본 레너드가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그림자기사들의 시체 중에서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갑옷 한 벌을 벗겨내, 그의 체격과 안 맞는 부분을 적당하게 잘라내고 끼워맞추면서 조율한다.
우습게도 그의 청룡식으로 기습당해 목이 날아간 기사들의 갑옷이 가장 온전한 상태였다.
철컥.
그림자기사단의 갑옷은 의외로 착용감이 괜찮았다.
아니, 그 능력과 임무들을 감안하자면 품질이 낮은 쪽이 더 이상하다. 몸 전체에 살가죽처럼 달라붙어서, 금속의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명품이라고 할 만했다.
암검도 몇 자루를 집어들어서는 허리춤의 검대에 착용하고, 투구까지 착용하니까 완전히 그림자기사의 모습이었다.
‘지금부터는 아주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발을 삐끗하면 모두 허사가 된다.
그걸 되새긴 레너드의 두 눈이 새파랗게 불타올랐다.
역경을 마주한 상태여야만 제 실력 이상을 발휘하는 반골의 기질이 깨어난다.
그림자기사로 위장한 레너드는 다시 온 길로 되돌아갔다.
이번에는 지하통로를 쓰지 않고, 지상으로 달려서 주둔지의 경계초소까지 접근할 생각이었다.
파박! 팍!
>사자의 계곡>을 벗어나서 숲에 들어서자마자, 나뭇가지를 활처럼 이용해서 몸을 쏘아낸다.
몇 번을 거듭하기도 전에 풍경이 뒤바뀌고, 수백 미터를 수 초만에 주파하면서 나아간다.
1분 1초가 다급한 상황이었다.
최고속도로 유룡기사단의 주둔지에 접근한 레너드가 그대로 돌진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해오는 상대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유룡기사단의 반응은 한 발 늦었다.
폭풍우처럼 들이닥친 레너드가 기사 대여섯 명이 모여있던 장소를 휩쓸었다.
쿠콰아아아앙!
정확하게 그 중심부에 검이 내리꽂히자,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면서 그들을 집어삼켰다.
더 요란스럽게, 더 화려하게.
최대한 크게 소란을 피우고자 한 짓거리였다.
“무, 무슨 일이야?!”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적이라고?! 몇 명?”
“흙먼지 속에 숨어있다! 절대로 놓치지 마라!”
수십, 수백의 인기척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몇 초만 어긋나도 포위당해서 죽거나 제압당한다.
아찔하다못해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감각에, 레너드가 저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여기서부터다.’
먼지구름 속에서 아무 기척도 없이 빠져나온 레너드가 먼저 한 명의 견습기사를 제압했다.
푹.
외력경 2단 수준의 호신기로는 점혈을 차단하지 못한다.
손가락으로 마혈을 한 번 짚자마자 청년의 몸이 조각상처럼 굳어져, 레너드가 이끄는대로 어깨 위에 실렸다.
그와 동시에 전속력으로 이탈한다.
오행육신법(五行六神法)
창천용왕(蒼天龍王)
섬전(閃電)의 보(步)
파지직, 하고 한 줄기 번개가 튀어오른다.
그 뇌전과 같은 경로로 뻗어나온 레너드의 몸이 견습기사를 들쳐업은 채로 무시무시하게 급가속했다.
“큽…!”
혼자서라면 모를까, 사람 하나를 짊어지고 쓴 보법오의라서 목구멍으로 피가 넘어온다.
그러나 한 걸음도 지체하지 않고서 다시 밟는다.
두 번이나 중첩된 섬전보가 불완전했던 포위망을 찢었다.
퍼어어엉!
배후에서 터져나오는 충격파를 또 발판으로 삼아, 선풍보를 전개한 레너드가 몇 미터 상공을 가로질렀다.
유룡기사단은 그 터무니없는 속도와 공중에서 달린다는 것, 뒤이어 그의 어깨에서 흔들거리는 견습기사의 모습을 보고 두 눈을 분노로 까뒤집었다.
“이 개자식이! 얼마나 우리들을 우습게 보는 거냐!”
“카르데나스의 아이들을 지켜라!”
“이길 수 없으면 발목이라도 끊어놓고 죽어!”
한 명 한 명이 외력경 6단 이상, 그중에는 외력경 9단까지 돌파한 강자들도 섞여있었다.
초절정 고수들이 살기충천한 상태로 뒤를 쫓아오니, 레너드 역시 제 뒤통수가 오싹해졌다. 경신법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뛰어나리라 자부하고 있지만, 외력경 후반부터는 이제 원거리 공격수단이 몇 개씩 생기는 법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콰앙!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키자, 그 아래로 날아온 검이 두꺼운 나무둥치에 꽂히면서 산산조각냈다.
비검술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투박한, 그래도 위력만큼은 충분한 공격이다. 그 공격에 영감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사들 몇몇이 레너드를 향해서 검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어깨에 걸려있는 견습기사가 맞지 않도록, 철저하게 다리를 조준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까다롭기는…!”
몇 줄기의 검광을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피해내며, 슬슬 이 동행에도 한계가 온 것을 이해한 레너드가 어깨에 걸려있었던 견습기사를 높이 내던졌다.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에 놀란 유룡기사단이 경직되는 찰나, 레너드가 그 일순간을 꿰뚫고 쏘아져나갔다.
그때였다.
콰르르르르릉——!
1, 2초의 시간차를 두고 날아온 충격파가 그 잔상을 뭉개고 땅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냈다.
‘브래들리인가!’
등 뒤를 돌아볼 것까지도 없었다.
외력경 10단, 그중에서도 열두 번째 그림자를 압도할 만큼 존재감이 거대한 남자는 그 하나였으니까.
초월경까지 오로지 한 걸음만을 남겨놓은 강자.
일검으로 수백 미터를 격하고, 땅을 뒤집어엎은 브래들리가 두 눈썹을 꿈틀거렸다.
“빠르군. 기세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지진 않는데…고위계의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거나 오러운용이 대단한 놈이다.”
“쫓아갑니까?”
“물론. 저 기민한 움직임을 보아하니 잡졸은 아니다. 납치된 아이들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는 이게 마지막이겠지.”
갈라파고스 섬을 담당하는 배너렛, 브래들리가 평소와 달리 용암처럼 부글거리는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들의 역할은 이 카르데나스의 대들보가 될 아이들에게 적정한 시련들을 제공하고, 아직 준비되지 않은 위협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처참하게 실패해버렸지.”
그 근처에서 말을 경청하던 기사들의 얼굴이 침중해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소드마스터가 쳐들어왔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명예란, 긍지란 제 어깨에 올려놓은 짐이 무겁다고 해서 그 무게로부터 도망쳐도 될 이유가 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제 역할을 완수하는 것이야말로 기사된 자의 덕목이었다.
“총원. 우리들의 책임을 다하러간다. 속죄를 청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도 상관없다.”
“““충!”””
한 번의 검례로 명을 받아들인 기사들이 몸을 날렸다.
유룡기사단.
7대 기사단에 들어가지는 못해도, 가문의 동량들을 키우는 일에 자부심을 가진 자들의 집단이었다.
오늘날의 이 치욕을 씻어내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들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와야했다. 산술적으로는 손해만 보게 될 선택이었다. 이미 외력경 6단 이상에 도달해있는 강자들을 몇 명, 몇십 명이나 죽게 만들어서 외력경 3단 남짓한 견습기사 8명을 구하려고 하는 셈이니.
하지만 그 선택이야말로 명문을 증명하는 것이다.
* * *
밤이 찾아온다.
수평선 아래로 해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갈라파고스는 어둠 속에 파묻히면서 인간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허억…! 헉…! 흐어억…!”
몇 시간이나 쉬지 않고 내달린 레너드의 입에서 피비린내가 풍겼다. 그냥 달리기만 했어도 지칠 속도와 거리였는데, 아주 조금만 방심해도 등 뒤에서 살인적인 공격이 날아들었다.
브래들리가 쏘아내는 충격파가 진로를 차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십 자루의 검이 쏟아진다.
유룡기사단의 추격은 지독하게도 매서웠다.
현무의 보법오의, 수류보를 썼는데도 몸 곳곳에 제법 깊은 상처가 날 정도였다.
‘그래도…거의 다 왔다.’
어느샌가 레너드는 유룡기사단의 주둔지로부터 섬 반대편, 그림자기사단이 상륙한 해변가에 도착해있었다.
놈들이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한다면 이 이상 적합한 곳은 없었다. 왜냐하면 ‘거리를 벌린다’는 측면에서 미지의 장소를 괜히 나아가는 것보다, 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이 제일 빠르고 정확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슴이 철렁해지는 사태는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었다.
유룡기사단에게 몇 번을 따라잡힐 뻔한 것도 모자라, 앞서 지나간 그림자기사단이 정리하지 않고 간 A랭크 몬스터들마저 진로에 불쑥 튀어나왔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날 쫓아오는 유룡기사단의 기척 탓에 기겁해서 바로 물러났지만….’
진마경에 도달한 쌍두오우거 한 마리가 원거리에서 주먹을 내질러, 권풍을 쏟아냈을 때는 정말로 소스라쳤다.
다행스럽게도 정확도가 워낙 낮아서 몇 번 피해버리니 더는 공격해오지 않았다. 제대로 된 권법으로 쏘아낸 것이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끝장이 났을 터다.
레너드는 이미 지나간 일들을 떨쳐내면서 몸을 숙였다.
‘역시.’
해변가 근처로 다가가기가 무섭게 몸이 긴장한다.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협을, 오감보다 먼저 육감이 알고 있었다. 다섯 번째 그림자, 소드마스터가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레너드도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잔월무상공의 효과는 확실하다. 다섯 번째 그림자라도 나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감지할 수 없어.’
한 번이라도 들키면 은밀성이 급감하지만, 들키지 않는다면 제 실력 이상의 고수에게도 통하는 무공이다.
공격태세로 전환하면 그 기척이 드러나는 것만 아니었어도 살수 업계의 신공절학으로 꼽혔겠지. 검제 한 명에게 황천각 전원이 허무하게 쓸려나가는 일도 없었으리라.
유룡기사단과 그림자기사단.
이제 두 무리의 지리적인 간격은 3킬로미터도 되지 않았다. 초절정 고수에게는 몇 번의 달음질로 주파할 수 있는, 지척에 이르렀다고 해도 될 만한 거리였다.
지금이다.
“[파이어볼], [라이트닝 볼트], [익스플로젼], [윈드 캐논], [썬더 스파크]!”
그림자기사에게서 빼앗은 마법스크롤, 그 전부를 한꺼번에 찢고 시동어로 발동시킨다.
5장의 마법스크롤이 일제히 발광했다.
파괴력만큼이나 더욱 화려한 마법식들의 연쇄폭발.
퍼어엉! 퍼펑! 쿠과과광!
갑작스럽게 밤하늘 한구석이 환한 빛으로 걷혀나간다.
유룡기사단도, 그림자기사단도.
돌발적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밀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쪽도, 반나절을 쫓아온 놈의 행적이 뚝 끊어져서 분통을 터트리던 쪽도.
아주 잠깐이지만 비슷한 심정을 공유했다.
그리고.
“적이다아아——!”
누군가의 고함소리와 함께 두 무리가 서로를 인식했다.
다섯 번째 그림자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그 존재감을 느낀 브래들리가 최대치로 압축한 충격파를 쏘아보냈다. 일회성의 공격이지만 소드마스터도 무시할 수 없는 파괴력.
그 일합을 기점으로 갈라파고스의 혈전이 시작되었다.
고대하던 적의 등장에 두 눈이 뒤집힌 유룡기사단이 강맹한 기세로 달려들어, 그림자기사단이 순간적으로 뒤로 밀린다. 두 집단의 평균적인 수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수적 우위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좋아, 여기까지는 잘 풀렸다.’
두 무리의 접전을 지켜보던 레너드가 그림자기사단의 진지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이제 납치당했던 견습기사들을 되찾을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