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48)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48)
강호무림에서 독(毒)을 다루는 문파라고 한다면, 사천당문과 오독문의 존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쪽이든지 독공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문파지만, 그 방향성이 전혀 달라서 비교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사천당문이 많고 많은 독을 합성해서 암기에 바를 수 있는 하나의 절대적인 맹독을 추구한다면, 오독문은 그들이 키우고 조종하는 벌레들한테 품게 할 수 있는 독을 수많은 방법으로 조합시켜서 그 이상의 효과를 추구한다.
무형지독(無形之毒)과 천독멸혼강(千毒滅魂罡).
아주 먼 옛날에 실전되었다는 경지였지만, 만독불침의 몸도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이 전해진다.
‘다행히도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천독불침은 뚫을 수 있는 수준이다. 내 자정능력으로 4초나 걸린다면, 몸 안에 침투당하면 뼈와 근육이 녹아내릴지도 모르겠군.’
안 그래도 내공에서 크게 밀리는데 독까지 상대하라니, 그 악조건에 깊게 한숨을 쉰 레너드가 검을 늘어트렸다.
키이이이잉.
흑색 검강이 적색으로 탈바꿈한다.
현무지기는 그 방어력에 있어서 오행 중 제일이지만, 독의 침투를 막아내는 능력은 주작지기가 최고였다. 극양의 내공이 괜히 독공의 천적으로 취급받았던 게 아니다.
혁작쌍검(赫灼雙劍).
두 자루의 적색 검강이 새의 날갯짓처럼 펼쳐졌다.
“—잔재주를!”
검강의 변화에서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었는지, 다섯 번째 그림자가 거칠게 토해내면서 전진했다.
한 마리의 거대한 뱀이 된 진녹색의 검강이 밤공기를 찢고, 애꿎은 백사장을 뒤엎으면서 틈을 노린다. 검과 검강의 흐름 자체가 시작부터 어긋나있는 느낌. 열두 번째 그림자와 겨룰 때에 본 게 아니었으면 위험할 뻔했다.
레너드의 쌍검이 정확하게 그 맥을 끊었다.
오상류(五象流) 이검(二劍)
주작일식(朱雀一式)
뱀모가지를 노리는 일검과 그 뒤에서 튀어나오려는 그림자 위로 떨어지는 일검.
거의 동시에 휘몰아치는 혁작검이 적을 밀어낸다.
폭렬쌍파(爆裂雙波)
진녹색 오러블레이드의 흐름이 툭 끊어지고, 그 안에서 한 걸음 나아가던 그림자기사의 몸이 멈춘다.
콰아아아아, 하고 폭풍과 충격파가 덮쳐온 탓이었다.
지근거리에서 강기가 폭발한 충격에도 그 정도로 끝난 건, 이전과 같이 호신강기를 전개했기 때문이었다. 검강의 직격만 아니라면 몇 번을 받아내더라도 견딜 수 있었다.
진녹색의 보호막을 전개한 그림자기사가 다시 앞으로 크게 내딛으면서 검극을 내질렀다.
뱀의 그림자(Shadow of Snake)
몇 미터나 늘어난 오러블레이드가 검신에서 툭 떨어져나와, 정말로 뱀이라도 된 것처럼 달려들어왔다.
그에 맞서서 레너드의 쌍검이 화려하게 날갯짓했다.
오상류(五象流) 이검(二劍)
한 자루로 펼칠 때보다 더욱 완전하다. 처음부터 두 자루로 펼쳐내는 것을 전제하기라도 한 것처럼.
주작36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절초가 완성되었다.
주작이십사식(朱雀二十四式)
화조작렬(火鳥炸裂)
적색 검강으로 구축된 새, 봉황처럼도 불사조처럼도 보이는 강기덩어리가 진짜 새처럼 유려하게 날아올랐다.
뒤이어 제 주인을 휘감으려는 뱀의 대가리를 붙잡아, 아주 손쉽게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강기공(罡氣功)으로서의 완성도에서 나온 차이였다.
“가라.”
[뱀그림자]를 찢어버린 불새가 그 명에 순종했다.화아아아아아——!
펑, 하는 충격파와 함께 초음속에 진입한 불새가 내리꽂혀, 다섯 번째 그림자는 황급히 피해내면서 검을 휘둘렀다.
강기덩어리의 직격은 호신강기로도 막아내지 못한다.
게다가 놈의 밑천도 아직 다 드러난 게 아니었다.
바질리스크의 그림자(Shadow of Basilisk)
[뱀그림자]와는 그 규모부터 차원이 다른, 거대한 도마뱀의 형상이 그림자기사를 뒤덮는다.호신(護身)과 적멸(敵滅)을 병행하는 강기공이다.
진녹색 도마뱀의 꼬리가 불새를 한 번 후려갈기자, 불새도 놈의 머리통을 쥐어뜯으면서 응수했다. 어느 쪽이나 생물체가 아니기에 급소도, 치명상도 없다. 그저 제 몸을 구성하고 있는 강기가 다 소모될 때까지 공격한다.
‘벌써 내공의 반이 날아가버렸나….’
레너드는 그 승부를 지켜보면서 제 단전에 남아있는 내공을 점검했다. 초월경에 닿지도 못한 주제에 검기성강을 쓰고, 그 소모량이 막대한 강기공까지 사용한 대가였다.
[매스 텔레포트]의 발현까지 앞으로 2분.그 시간을 버텨내려면 조금 더 수비적인 태세로 일관하거나 상대방에게 큰 피해를 줄 필요성이 있었다.
‘전자는 안 된다.’
주작지기는 철저하게 공격에 특화한 힘이었다.
그걸 방어로 돌려버리면 지금처럼 한 수씩 치고 받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주작지기가 아닌 기운을 사용한다면, 내공의 열세에서 흘러들어온 독기가 그 몸을 침식해서 오래는 버틸 수 없으리라.
공격해야한다.
더 막강하게, 더 격렬하게.
‘남아있는 내공의 9할을 한 번의 공격에 쏟아붓는다.’
이검이 아니라 삼검, 필요하다면 그 이상을 써서라도.
레너드의 두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진녹색 도마뱀과 불새의 싸움이 끝나는 순간, 거기서부터는 둘 중 하나가 끝장날 때까지 움직여야한다.
생과 사.
그 간극에 서는 순간이야말로 무인으로서 진가를 발휘하는 때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더 강해지는 수라, 그의 본성이 피 냄새를 맡으면서 혀를 날름거렸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바질리스크의 그림자]에 수십 차례나 얻어맞은 불새가 펑 터져나가면서 불길이 흩어지고, 그 안에서 도마뱀을 흩어버린 그림자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이번에 쓴 강기공은 그에게 있어서도 제법 소모가 컸는지, 태연하던 안색이 조금 창백해졌다.
다섯 번째 그림자는 무표정해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네놈들은 도대체 그 피에 무슨 짓거리를 한 거냐? 얼마나 많은 죄악을 더해왔기에, 그 나이에 어지간한 소드마스터보다 완성되어있는 기술을 쓰냔 말이다!”
의문문이 아니다.
상대의 답을 고려하지 않고, 제멋대로 생각한 답을 실없이 늘어놓고 있을 뿐이었다. 살아있는 자 모두가 죄인이며, 피를 흘려서 속죄해야한다고 주장하던 혈교도들과 마찬가지다.
저 남자에게 있어서 카르데나스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의 혈통이며, 그들의 강함은 용납해선 안 되는 악성이었다.
―광신도를 이해하려고 해선 안 됩니다.
그래서 레너드는 옛 친구의 말을 떠올렸다.
―모욕하십시오. 논리적으로 비난하는 게 아니라 파락호처럼 그 면상에 침을 뱉어주십시오.
제갈명이 한 조언대로, 그는 모욕적인 말을 골라뱉었다.
“글쎄, 네 어머니라도 제물로 바친 거 아니겠나?”
다섯 번째 그림자조차 일순간 넋이 나갔다가, 그가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모욕을 받았음을 이해했다.
“…죽여버리겠다. 너만큼은, 절대로!”
“지금까지는 안 그런 것처럼 말하는군.”
레너드는 마지막까지 비아냥거리면서 상대를 뒤흔들고, 그 자신은 침착하게 두 검을 나란히 치켜세웠다.
여기서부터는 한 걸음으로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결사의 각오로부터 뿜어져나온 기백이, 두 눈이 뒤집히려던 그림자기사조차 한순간 긴장하게 만들었다.
“———.”
“———.”
두 검객의 호흡이 가라앉은 순간, 해변가는 그 누구도 숨을 들이마시거나 내쉬지 못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의 끈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에도 끊어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그러나 사람은 숨을 안 쉬고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다.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흡, 하고 참았던 숨을 내뱉었을 때.
퍼어어어엉!
등 뒤로 충격파를 뿜어낸 검객들이 그 중간지점에서 칼날을 맞부딪혔다. 한 걸음이면 음속을 넘고, 두 걸음이면 초음속의 영역에 진입하는 초월자들의 격검(擊劍).
시각의 처리속도가 따라가지 못해서, 두 사람에게 내비치는 세상이 무미건조한 흑백으로 물든다.
일합.
오합.
십이합.
무시무시한 속도로 베고 찔러대는 검격의 응수.
핏!
다섯 갈래로 분화하는 찌르기에 레너드의 귀가 쩍 갈라져, 독기로 검게 물들어가는 피를 뿜어냈다.
그 답례라는 것처럼 두 번 베고 한 번 찌르면서, 그림자의 발등을 짓밟아놓고 수평으로 목 베기를 날린다. 아슬아슬하게 호신강기로 받아냈으나, 검강으로 직접 벤 거라 완전히 막지 못하고 살가죽이 터져나갔다.
직경 2미터의 범위가 참살지옥으로 변화한다.
무엇이라도 그 안에 들어서면 잘게 토막나서 죽는다. 오직 두 사람만이 자유롭게 살의를 휘둘러대고 있었다.
‘내가 반 수 위로군.’
레너드는 정확히 결론지었다.
다섯 번째 그림자의 검술도, 실전경험도 상당하지만 대인전 영역에서 그를 능가할 순 없었다.
내공의 차이만 없었다면 삼백초 내로 베어죽였다.
수 읽기로 들어가면 지지 않는다. 초월자의 영역에서 반 수 차이는 세 번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수평에서 움직이지 않던 천칭의 균형이 점점 기울어져간다.
“크읏!”
피부의 생채기로 그치던 상처들이 점점 깊어져, 근육줄기가 끊어지면서 손아귀의 힘이 약해진다.
여기에서 더 밀리면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걸 직감한 그림자기사의 두 눈이 번뜩였다.
“[쇼크바운드(Shock Bound)]!”
폭풍우처럼 밀어붙이던 레너드가 갑자기 뒤로 튕겨나간다. 그림자기사단의 갑옷에 각인되어있는 마법, ‘충격방호’는 이런 식으로 단발성의 사용도 가능했다.
한 번 사용하면 당분간 쓸 수 없지만, 이 전투에서 최후를 각오한 그림자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무너지는 천칭의 그림자에서 한 마리의 뱀이 깨어난다.
히드라의 그림자(Shadow of Hydra)
진녹색 오러블레이드가 최대치로 확산하면서 아홉 가닥으로 쪼개져, 그 전부가 살인적인 파괴력으로 증폭된다.
다섯 번째 그림자가 도달한, 최강최대의 오의.
‘그래, 이 순간까지 읽었다.’
하지만 그림자기사단의 갑옷에 대해서는 레너드 역시 알고 있었다. 막다른 길에 몰아넣으면, 반드시 이 방법으로 궁지를 벗어나려고 할 것까지 예상했다.
어느샌가 두 자루의 검이 용광로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새빨갛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만약 놈이 10초만 더 버텼더라도 내공을 전부 소모한 나의 패배로 끝났을 텐데…인내심이 부족했군.’
소모전이라면 필패지만, 필살기의 한 방 승부라면 어떻게든 된다. 그래서 레너드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면서 세 자루의 검 전부에 주작지기를 충전해두었다.
텅 빈 단전을 쥐어짜내는 통증이 상당했지만, 그의 얼굴에 드러나는 것은 없었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때였다.
아홉 머리의 진녹색 괴수가 무자비하게 쏟아져내리고,
‘지금!’
레너드의 삼검오의가 그 막을 올렸다.
오상류(五象流) 삼검(三劍)
주작번외식(朱雀番外式)
삼족오(三足烏) 비(飛)
옛 전설에서 태양을 상징하는 신수, 삼족오는 다리 세 개를 지니는 까마귀라고 전해진다. 삼황오제 중에 하나였던 제곡의 아들들이자 태양 그 자체인 존재라고도 한다.
점창파의 사일검법은 그 신화에서 아홉 마리의 삼족오들을 쏘아죽인 궁신, 후예(后羿)의 일화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복잡한 이야기를 제쳐두고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삼족오는 곧 태양과도 동일시되는 존재라는 뜻이다.
일검(一劍).
어느 때보다도 찬란히 빛나는 혁작검이 솟아오른다.
그 검을 둘러싼 강기는 구슬과도 같이 둥글어, 강환(罡丸)을 연상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홉 머리의 괴수 앞에선 그저 약하고 희미한 빛으로 보일 뿐이었다.
이검(二劍).
처음에 솟아오른 검과 결합하듯이 두 번째 혁작검이 강기의 구체에 합류하여, 그 크기와 힘을 몇 배로 증폭시킨다.
빛과 열기가 너무 강렬해서 브래들리를 비롯한 몇몇을 빼면 직시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외력경까지 돌파한 강자들인데도, 레너드가 쓴 기술의 여파가 호신기를 태우는 게 느껴졌다.
삼검(三劍).
마지막으로 쏘아진 혁작검은 앞서 쏜 검들보다 더 강렬하게 빛나며, 두 검이 만들어낸 구체를 다시 한 번 확장시킨다.
문자 그대로 극소태양(極小太陽)!
조그마한 태양이 된 강기구체가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괴수에게 저항하면서 열과 빛을 뿜는다. 수백 줄기의 광선이 그 몸뚱이를 갈가리 찢어댔지만, [히드라의 그림자]도 피해를 감수하면서 태양을 힘껏 물어뜯었다.
아홉 개의 머리가 일제히 극소태양을 집어삼키고, 그 열을 감당하지 못한 몸뚱이가 부풀어오르며.
쿠과과과과과과앙———!!!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는 대폭발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