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66)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66)
산타마리아 모험단.
A등급에 진입해있는 모험단 중에서도 최약에 해당하는, 그 질이 안 좋은 것으로 유명한 놈들이었다.
단원 개개인의 실력만큼은 B등급에서도 최상위권이거나 그 이상에 도달해있는 자들이기에, 아슬아슬하게 A등급의 기준에 턱걸이할 수 있었다던가.
한 번 올라가면 결격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은 강등되는 일이 없다보니, 소규모 >균열>만을 탐사하고 다니면서 위세를 부린다고 했다.
그날의 니니안은 한층 더 운이 좋지 않았다.
서둘러서 찾아갔었던 곳에서 만나게 된 자는 ‘산타마리아’의 모험단장, 크리스토퍼 콘라트였다.
―비비안은, 내 여동생은 어디에 있지?
―허? 여동생이라고?
콘라트가 그 말에 놀란 것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놀람 이상으로 즐거워하면서, 니니안의 살기가 담긴 시선을 비웃듯이 낄낄거렸다.
―이야, 그년을 구해주려고 날 찾아온 거야? 겁도 없구만!
술은 얼마나 마신 것인지, 그 냄새가 너무 독해서 니니안의 코를 찔러댈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라트의 몸 위로 드러나는 빈틈은 거의 없어서, 두 사람의 실력차이를 깨닫게 했다. 니니안도 상당히 힘을 쌓아왔지만, 아틀란티스에서 A등급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재능은 매우 희귀하다.
외력경 10단의 검객이면서 5위계의 마법사.
위로 올라갈수록 더 찾아보기 힘들어진다는 마검사가 바로 콘라트의 진면목이었다.
―비비안에게 무슨 짓거리를 한 거냐.
―별 거 아니야! 세상물정도 모르고 헤헤 웃는 꼬라지가 좀 거슬려서 말이지? 적당히 장난질을 친 계약서로 백 년 정도만 부려먹은 후에 풀어주려고.
―……뭐?
―인생경험도 쌓고 좋잖아? A등급 모험단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고 말야! 크하하하하!
결국 니니안은 그 힘의 격차를 알았으면서도 덤벼들었고,
―아아악!
하나의 칼자국을 얻고, 눈 하나를 잃어버렸다.
―크힛, 짝귀도 모자라서 짝눈이 되어버렸네? 어떻게 보자면 밸런스가 잘 맞게 된 건가? 니가 선빵쳤으니까 내가 잘못한 건 없고, >버뮤다>에 따져봤자 너만 잡혀가겠지.
―이, 개만도 못한 쓰레기가…!
―그래도 네 여동생을 합법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는 남아있지. 들어볼테냐?
니니안은 그가 한 말을 불신하면서도 귀를 기울여야했다.
이곳, 아틀란티스 해상연합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이 도시에서 비비안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밖에 없었다. 살아있는 시체나 다름없었던 니니안을 다시 살아있게 한, 비비안만큼은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해내리라.
콘라트는 그 눈동자의 결의에 조소하면서 말했다.
―3만 골드.
―뭐라고?
―그게 네 여동생의 고용계약서에 기입된 위약금이다.
그녀와 싸우면서도 왼손으로 계속 쥐고 있었던 병나발을 한 번 불고, 콘라트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
―3만 골드를 가져오면 네 여동생, 비비안을 해방해주지. 내 자비로운 제안을 받든가, 무의미한 발버둥을 계속하든가. 그건 짝짝이년 네가 알아서 하고.
또 덤비면 죽여버린다, 하고 콘라트는 문을 닫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산타마리아 모험단의 저택 앞마당에 쓰러져있던, 눈 하나를 잃어버린 하프엘프가 피로 물든 얼굴을 숨기지도 않고 도시를 가로질러갔다. 이곳에서 가장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B등급 모험가, “애꾸눈” 니니안의 탄생이었다.
“…그 이후로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3천 골드밖에 모으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비비안의 고통은 너무 길어져. 나 자신을 노예로 팔더라도 1만 골드를 넘지 못하고, B등급에서 할 수 있는 돈벌이에는 한계가 너무 분명하지.”
그래서, 하고 운을 뗀 니니안이 그를 바라보았다.
“네 궁술을 배우고 싶다. 너도 알다시피 내 궁술은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다. 외력경의 힘으로 쏘아낸 화살을, 원시적인 바람의 정령술로 조작하고 있는 것이지.”
레너드가 그 말에 간단히 납득했다.
“과연. 궁술(弓術)이 아니라 풍술(風術)이었나.”
활 쏘는 자세부터 손가락의 파지법까지 괴상했는데도 화살 자체의 움직임은 기이하더라니, 바람의 길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었다면 바로 이해가 된다.
제아무리 강하게 쏜 화살이라도 바람의 흐름에 역행하거나, 옆바람을 맞으면 그 궤도가 크게 틀어져버린다.
하지만 니니안의 화살은 바람 한 점 없는 실내에서도 다시 가속하고, 지그재그의 궤적을 그리면서 정확히 표적을 꿰뚫을 수 있을 정도로 기괴망측했다. 레너드니까 비웃었지,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신궁이 따로 없었다.
‘활과 화살에 기를 운용하는 법도 모르는 것 같은데…. 기본 수준의 궁기공(弓氣功)만 터득해도 괴물이 될 수 있겠군.’
원거리 공격수단이 절실한 해상전에서 니니안은 그 대체를 찾아내기가 힘든 인재였다.
제 안목이 정확했음을 느끼면서, 레너드는 그녀가 처해있는 상황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A등급 모험단, 산타마리아라.’
하고 다니는 짓거리는 삼류 이하였는데, 어중간하게 무력이 뛰어나니 손대기 힘든 놈들이었다.
B등급에서 저렇게 설치고 다녔더라면 >버뮤다>도 내버려둘 이유가 없어, 모험단의 기강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일벌백계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A등급에 올라가버린 순간, ‘산타마리아’를 건드리면 타 A등급 모험단에서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못난 놈들이라도 그들과 동격으로 올라와버렸으니까. 한 번이라도 A등급의 처벌사례가 남아버리면, 암묵적으로 불가침의 권리를 보장받았던 것이 흔들리게 된다.
‘본래대로라면 니니안의 동생을 구속하는 사기계약과 같은 짓거리는 >버뮤다>에서 사전에 차단했어야한다. 그걸 승인한 것도 모자라서 파기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건, A등급에 대한 편파가 그 정도로 대단하다는 뜻이겠지.’
전후사정을 짐작한 레너드의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궁술이라면 얼마든지 가르쳐줄 수 있다.”
“…저, 정말인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말에 화색을 띤 니니안이었지만, 곧 이어지는 말에는 크게 당황해야했다.
“네 동생부터 구하고 나서 전수해주지. 마음이 다른 곳으로 떠나있는데, 몸만 남아서 수련해봤자 무슨 소용일까.”
“비비안을…구할 수 있다고?”
“너는 착각하고 있다. 3만 골드를 모아서 찾아가봤자, 놈은 네 여동생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 A등급의 모험단이 가지는 힘과 위상이 엘프 한 명의 구제보다 무거우니까. 계약서에 쓴 내용부터가 사기인데 위약금이라고 통할 것 같으냐.”
앞에서 한 말을 뒤에서 번복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제 입으로 말한 내용에 따라줘서는 안 된다.
레너드는 그 협잡꾼들을 상대하는 법을 잘 알았다.
무림이었다면 일단 베어죽이고 생각했겠으나, 이곳에선 좀 길을 돌아가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 섬의 규칙이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들어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요하거나 판을 엎어버려야지.”
니니안은 그의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에 순간적으로 오한을 느꼈으나, 그 공포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하고서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앉은자리에서 제 몸을 일으킨 레너드가 말했다.
“가자, 마탑에서 만나봐야할 사람이 있다.”
“마탑?”
>버뮤다>에서 한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 * *
아틀란티스 마탑의 수석장로, 잭 러셀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에도 제 얼굴을 찌푸리거나 하지 않았다.
수십 년만에 그의 마도(魔道)가 획기적으로 진보할 수 있게 만들어준 소년, 레너드가 바로 그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8위계가 눈앞에서 어른거리다보니 신경질적으로 악명 높은 잭 러셀조차 말투가 다 상냥해졌다.
“흠.”
대낮부터 찾아온 손님, 레너드와 니니안의 이야기를 경청한 대마법사가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말했다.
“사기계약이라. 자네 말대로 A등급만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성립하지도 않았을 사건이군. 3만 골드를 지불한다고 순순히 계약을 파기해줄 거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걸세.”
“그, 그런…!”
“니니안이라고 했나? 자네의 여동생은 바람의 상급정령사인 모양인데, 그 정도의 인력을 수십 년이나 부려먹을 권리라면 3만 골드로도 한참 부족해. 놓아줄 리가 없지.”
잭 러셀의 단언에는 레너드가 한 말보다도 현실감이 있어, 니니안은 제 고개를 떨어트리고 바닥만 바라보았다.
5년이나 한 일이 헛수고라고 들었던 거나 마찬가지였다.
레너드만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러셀이 >버뮤다>에 사기계약을 지적한다면, 그쪽에서 먼저 조치를 취해줄 가능성은 있습니까?”
“…애매하군.”
잭 러셀이 안경테를 치켜올리면서 그에 대해서 설명했다.
“아틀란티스 마탑이 >연합의회>, >버뮤다>와 대등하다고는 말해줄 수 있네. 그러나 세 조직은 저마다의 영역이 존재하고, 그에 대해서만큼은 외부의 말참견을 허락하지 않지. 모험단과 모험가의 고용계약은 그 범위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특히나 A등급이면 더 그렇겠군요. >연합의회>와 얽혀있는 모험단도 상당수니까, 그자들의 뒷배가 개입한다면 두 조직을 한꺼번에 상대해야하는 셈이니.”
“…잡다한 설명이 필요없어서 좋군. 에스더도 자네의 절반, 아니 그 절반의 반만이라도 따라가줬으면 좋겠어.”
마탑의 수석장로와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에, 니니안은 이 소년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다 무너져가는 모험단에 있을 만한 녀석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스스로가 한 번 걸어볼 만한 패가 생긴 셈이니,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자네가 진정으로 그걸 원한다면야. 내가 손해를 감수하고 움직여주는 일도, 뭐 불가능하지는 않다네.”
잭 러셀은 그렇게 말하면서 레너드를 바라보았다.
평상시처럼 가벼운 눈빛과 목소리가 아니라, 등가의 교환을 요구하는 마법사의 얼굴이었다.
“>버뮤다>와 충돌하고, >연합의회>와 관계가 안 좋아지는 것도 감수할 수 있지. 자네의 값어치는 이 정도의 일로 치를 수 있는 수준이 아닐테니. 몇 년만 마탑에서 나와 내 연구를 도와주겠다면 얼마든지 나서주겠네.”
니니안은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들어올렸지만, 레너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그렇게 마탑에 묶여버리면 아쿠아마린 모험단의 단원으로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문자 그대로의 본말전도였다.
“죄송합니다.”
“뭐, 그럴 줄 알았네.”
팽팽해졌던 긴장감이 팍 꺼지고, 너털웃음을 터트린 러셀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들은 오늘도 평화롭기만 했다.
“러셀, 그렇다면 이 방법은 어떻습니까.”
레너드는 언제나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그 내용을 전달했고, 잭 러셀뿐만 아니라 니니안까지 하나 남은 눈을 부릅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라도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말할 터였다.
하지만 레너드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잭 러셀은 그걸 일축하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가능하겠군. 내가 공증인으로 참여해서 편파를 배제하는 것 정도라면, >연합의회>나 >버뮤다>에서도 뭐라고 할 만한 명분이 없으니까. 자네가 불러준다면 바로 찾아가겠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앞서 한 이야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네. 그 남자를 상대로 승리한다는 보장이 있나? 혹시라도 지게 된다면 자네 혼자서 감당하기가 어려운 결과일 텐데.”
니니안도 그에 동감하듯이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무모한 판을 깔아버릴 줄은 몰랐다.
그럼에도 레너드는 제 말을 돌이키거나 하지 않았다.
“문제없습니다.”
한 마디로 단언해버린 레너드가 말했다.
“러셀, 마나집적실의 예정은 어떻습니까?”
“음? 갑자기? …오늘은 나도, 탑주도 쓸 일이 없군. 마음껏 사용해도 좋다네.”
“알겠습니다.”
지금의 실력으로도 초월경에 닿지 못한 자들은 얼마든지 벨 수 있었으나, 다섯 번째 그림자와의 싸움에서 느꼈다.
외력경 3단 수준에서 대처가능한 변수가 너무 적다.
내공수위가 지금보다 5할 이상 상승한다면 검강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호신강기의 일시적인 전개도 가능해진다. 그러면 고위계의 광역마법을 두려워하거나 불시에 튀어나오는 변수를 피해야할 이유가 없다.
‘적어도 6단까지는 돌파해야겠군.’
카르데나스 가문에서도 규격 외였던 성장속도를 다시 한 번 폭발시킬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