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73)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73)
레너드와 콘라트가 두 사람만의 소리를 공유하고 있을 때, >버뮤다>의 대강당은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설마 외력경 2단으로 등록된 신입모험가가 마스터급 외에는 이길 자가 없다던 콘라트를 압도하다니? 폭풍을 부르고, 온갖 마법들을 다 베어가르는 검도 대단했지만 그걸 다루는 소년의 기량부터가 터무니없었다.
내기결투를 관람하고 있는 자들도 거의 다 모험가였다보니, 그중에는 두 사람의 전투를 나름대로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의 소유자들도 몇 명인가 존재했다.
―…그 나이에 저렇게까지 검을 통달할 수 있는 건가? 검에 바쳤다고 생각한 삶이었는데, 난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콘라트의 검술은 보고 있어도 뭐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 수 없는데, 레너드의 검술은 감히 헤아려볼 엄두가 안 나는군. 나도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따라해보면 흉내조차 못 내겠지.
―마나연공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들어왔으나, 그 격차를 검술 하나로 좁혀버리는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검을 다루고, 그 수련에 전념해온 자들은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레너드만을 바라보았다.
나이의 차이, 경지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 명의 검객으로서 쫓아야하는 뒷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콘라트가 절대로 이긴다면서! 이 사기꾼 새끼들! 너희들이 다 짜고 친 거지?!
―취소야! 취소! >버뮤다>! 내 돈 내놔! 전부 돌려달라고!
―제발…제발…제발…! 신이시여, 가게 권리서에 집문서까지 다 걸었나이다…! 제발…!
콘라트의 악명과 모험단의 등급만 보고 내기결투에 돈을 건 자들은 모두 아비규환이나 다름없었다.
이건 다 사기라면서 발작하는 놈.
무승부로 할 거라면서 돈을 내놓으라는 놈.
신앙이 다 말라죽은 시대에 신을 찾는 놈.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정배가 터져버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버뮤다>에 행패를 부리려던 놈들은 모두 모험가들에게 제압당해서 힘없이 끌려나간다.
―파블로 의원.
그러나 >버뮤다>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내기결투를 보고 있었던 자들, >연합의회>의 일부 의원들이 자리한 곳보다 더 분위기가 나쁜 장소는 없었다.
고든 헤이우드가 싸늘하게 말했다.
―자네의 정보력도 다 죽었나보군. 마리안은커녕 들어본 적 없는 애송이가 나온 것도 모자라, 그 입으로 극찬한 콘라트가 처참하게 박살나고 있는 꼴을 좀 보게!
―아직이다.
파블로가 대답했다.
―콘라트는 아직 내 비약을 사용하지도 않았어. 저 애송이의 검술은 확실히 경이적이지만, 압도적인 힘의 격차에는 기술도 무의미해지는 법이다.
* * *
사실 내기결투의 승패는 결정되었다고 해도 좋았다.
눈 하나를 잃어버린 자가 그 거리감에 즉시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심안(心眼)의 경지에 이르러서 시각을 쓰지 않고도 제 주변을 파악하는 수밖에 없었다.
“크으읏!”
레너드의 검격으로부터 다시 한 번 몸을 빼내서, 결투장의 바닥을 굴러서까지 제 목숨을 부지한다.
그렇게 도망치지 않고 맞섰더라면 진작에 목이 떨어졌다.
콘라트는 그걸 확신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왜? 왜 아쿠아마린처럼 다 무너져가는 모험단에 저딴 괴물이 있는 거냐고!?’
최상급 아티팩트로 보였던 마법검도 강력했지만, 이 괴물의 진면목은 바로 검술이었다.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근거리에서 검을 주고받다보면 언제나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고, 위험한 순간이 찾아와도 그걸 피해내거나 받아치는 궤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천재성이 지금 묵묵부답으로 변해있었다.
‘저놈한테는 아무것도 안 통해…! 이대로면, 진짜 죽는다.’
생사결과 항복금지의 규칙을 걸지 않았더라면 당장 두 손을 들어올리고 패배를 인정했을 텐데.
자기 손으로 판 묫자리에 기어들어간 셈이 되었다.
콘라트는 저도 모르게 콱 물어뜯은 입술에서 흘러나온 피의 맛을 느끼며, 몸 안에서 불길하게 꿈틀거리고 있는 ‘비약’으로 눈을 돌려야했다.
여기까지 몰리면서도 그걸 사용하지 않은 건, 레너드의 검 수준으로 위험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어느 쪽을 고르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는 콘라트가 절반밖에 안 남은 시야로 앞을 바라보았다.
여유롭기까지 한 걸음걸이로, 사신이 다가오고 있었다.
레너드는 그의 외눈을 마주보면서 생각했다.
‘재능밖에 없는 놈답군. 몇 분만에 거리감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내다니, 놀고 먹으면서 낭비한 시간이 아깝구나.’
그럼에도 이 싸움의 결말은 변함없었다.
놈은 죽는다.
그 악행으로 불러일으킨 업보에 짓눌려서 살해당한다.
카아앙!
엇박자로 날아든 레너드의 사선베기에, 아슬아슬하게 검을 가져다댄 콘라트가 반 걸음 밀려나간다.
검과 검이 맞물리면서 멈춰버린 상황.
힘 겨루기가 되기 쉬운 상태였으나, 그러다 반 바퀴 돌아서 땅에 처박혀본 콘라트는 다시 시도할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양손으로 움켜쥔 검을 오른손 하나로 바꿔쥔 채, 왼손을 말아쥐고서 내질렀다.
그의 천재성은 격투술에서도 빛을 발했다. 엉성한 자세에서 뻗어낸 주먹인데도 바람을 찢고,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네 주먹으로는 파리도 못 잡겠구나.”
하지만 레너드는 그 주먹질에 한심하다는 얼굴로 콘라트를 바라보았다. 검합 도중에 권장각(拳掌脚)을 섞는 것은, 무림의 승부에서는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검사는 어디까지나 검을 사용하는 자, 검만 사용하는 자가 아니었으니까.
“끄윽?!”
콘라트의 주먹을 맞이한 레너드의 손바닥이 반 바퀴 돌자, 왼팔 전체가 비틀리면서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그에 당황한 콘라트는 황급히 팔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그 후퇴를 내버려둘 레너드가 아니다.
한 걸음 다가서면서 오른주먹으로 네 번을 때려박는다.
콰앙! 쾅! 콰앙! 콰아앙!
오행연환권의 사단추(四斷錐)였다.
송곳으로 네 번 찌르듯이 박고 빠진다.
늑골을 끊고, 내장을 찢는 충격파가 몸 안에 파고들었다.
그가 제자리로 되돌아오기가 무섭게 콘라트의 입과 코에서 피가 뿜어져나왔다.
“커허윽! 쿨럭! 컥! 커허어업!”
치명상이다.
레너드는 그 고통을 끊어줄까 싶어서 검을 들어올리려다가, 반대쪽으로 크게 뛰어서 물러났다.
‘뭐지?’
갑자기 놈의 위험도가 몇 배로 부풀어올랐다.
그 위기감의 정체를 밝혀내기도 전에, 콘라트가 피로 물든 입가로 미친듯이 웃어젖히기 시작했다.
“크학, 큭, 크하하학, 크하하하하하!”
놈은 하나밖에 없는 눈동자마저 검붉은 핏줄로 뒤덮은 채, 레너드를 노려보면서 크게 소리쳤다.
“깨졌다! 네놈의 그 주먹질이! 그걸 깨부숴버렸단 말이다!”
“무슨 소리냐.”
“크흐흐흐! 무슨 소리냐니? 당연히—.”
뿌드득, 하고 콘라트의 체내에서 무언가가 파열하는 소리가 났다. 정상적인 신체활동으로 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그에 불길함을 감지한 레너드가 제 검을 중단으로 바로세웠다.
지금이라도 콘라트를 죽여야한다는 직감과 지금 베어죽이면 더 곤란해진다는 직감이 어지럽게 교차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너덜너덜해진 콘라트의 몸이 급속도로 재생하면서 암적색의 증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독기에 가까운, 사악하고 음습한 기운의 덩어리였다.
두 조각으로 부러졌던 늑골이 붙고, 괴사했던 내장이 도로 기능을 되찾으며, 칼날로 크게 후벼파버렸던 눈알까지 새롭게 만들어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잠력을 폭발시키는 수법? 아니, 선천지기는 느껴지지 않아. 몸 안쪽에 약이라도 숨겨놓았던 건가.’
오행연환권 사단추가 작렬할 때, 레너드의 주먹이 그 약을 건드려서 약효를 발생시켜버린 모양이었다.
콘라트의 변이를 눈앞에서 본 그의 눈동자가 서늘해졌다.
이것과 비슷하게 효과를 발휘하는 약을 알고 있었다.
‘산 자들의 정혈을 뽑아내서 단약으로 응축시키고, 생명력이 바닥날 때까지 일시적인 불사신으로 변화시키는 수법. 혈교의 탈명수라대(奪命修羅隊)와 유사한 종류의 재생력이군.’
한 번이라도 효과를 발휘하면, 그 폐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안 그래도 죽일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용납해선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레너드의 칼날에 머무르던 검기가 한층 더 선명해진다.
그리고.
“———크, 핫.”
비약의 힘을 다 흡수한 콘라트가 암적색으로 물든 눈동자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 시선에 담겨있는 것은 오로지 악의뿐이었다.
살의도, 적의도 아니라 순수하기까지 한 악성(惡性).
이해득실에 관계없이 타인을 해치고 싶어하는 마음. 무엇을 먹었는지는 몰라도 정상적인 물건은 결코 아니었을 터.
‘온다.’
1초 앞을 예견한 레너드가 검을 들어올리고.
꽈아아아아앙!
쏜살같이 날아온 콘라트의 일격에 강하게 튕겨나갔다.
“읏!”
육체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콘라트 이상, 초월경에 더 가까운 레너드조차 전신이 욱신거릴 정도다.
평범한 외력경의 무인이라면 한 방에 으깨졌을지도 모른다. 피가 역류하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내상은 안 입었다. 공중에 뜬 채로 방향전환을 시도해, 콘라트가 추격을 걸어오기 전에 두 다리로 땅에 내려선다.
그때였다.
키이이이이잉——!
귀가 따끔거릴 정도의 소음이었다.
콘라트가 쥔 검으로부터 뿜어져나온 기가, 어지럽게 얽히고 설키면서 칼날 형상을 만들어간다. 암적색의 기운은 그 주변 공기를 오염시키면서 오러블레이드로 완성되었다.
완성도에서야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막대한 기의 소모로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검강이었다. 불완전해도 강기는 강기, 검기로 대적하기에는 어려운 힘의 결정체다.
‘귀찮아졌군.’
물론 레너드도 제 검강을 꺼내든다면 얼마 안 걸리고 끝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제 밑바닥을 드러내고 싶진 않았다.
가능하면 오행검기로 버텨서 놈의 탈력을 기다리고, 찰나의 찰나를 포착한다면 한 번 드러내서 죽일 수 있으리라.
그렇게 앞을 내다보았던 레너드의 시야에, 콘라트 주변에서 수십 개의 마법진이 만들어지는 게 보였다.
‘…4위계 이상의 마법은 없군. 사고력이 저하된 건가?’
질보다 양으로 밀어붙이는 저위계 마법의 폭우.
그 앞에서 호신기의 밀도를 높인 레너드가 달려들었다.
쿠과과과과과과———!!!
[파이어볼]을 필두로 한, 3위계 이하의 공격마법 수십 발이 연이어 발사되면서 결투장을 연기구름으로 뒤덮었다.화염구가, 번개 화살이, 얼음창이, 흙덩어리가.
온갖 속성의 공격마법이 한 사람만을 노리고 쏘아진다.
>수류의 보>를 쓰더라도 다 피할 수 없는 밀집도의 공격에, 레너드도 곧 집어삼켜질 것처럼 보였다.
오상류(五象流)
현무칠식(玄武七式)
귀갑빙천벽(龜甲氷天壁)
내달리는 기세를 전혀 죽이지 않고, 그 칼끝으로 그려내는 원이 칠흑색 검막을 만들어낸다.
거북의 등껍질처럼 둥그렇게 그를 감싸는 보호막.
3위계 이하의 마법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는다.
질보다 양에 치중하는 공격에 절대적인 방어력이다.
“크하아아아앗!”
그렇기에 콘라트의 불완전한 검강까지는 막아낼 수 없었다. 한 박자 먼저 비켜선 레너드의 옆에서, >귀갑빙천벽>이 잘게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호신강기나 강막(罡幕)을 제외하면 방어는 불가.
철저하게 회피에 전념하면서 치고 빠지는 공격을 반복하여, 놈의 재생력을 최대한 소모시켜야한다.
오행육신법(五行六神法)
레너드의 두 발이 현란하게 땅을 짚는다.
창천용왕(蒼天龍王)
섬전(閃電)의 보(步)
제자리에서 급가속할 수 있는 보법오의, 청룡지기의 걸음이 몸을 떠밀었다. 신체능력부터 마나량까지 몇 배나 증폭되어진 콘라드도 순간적으로 그의 모습을 놓쳤다.
한 걸음으로 파고들어서 검식을 찔러넣는다.
오상류(五象流)
청룡십팔식(靑龍十八式)
뇌봉전별(雷逢電別)
일순간에 수십 번의 찌르기가 간격을 넘고, 콘라트의 몸을 쑤시고 후벼파면서 핏줄기를 뽑는다.
그러나 놈은 그 깊은 상처마저도 몇 초만에 재생해, 출혈을 멈추면서 레너드의 잔상을 후려갈겼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작렬한 오러블레이드가 직경 수 미터를 산산조각냈다.
파괴력만큼은 이미 초월경의 영역까지 올라서있다. 안 맞은 검격조차 공간을 찍어누르면서 압박해온다.
오상류(五象流)
찌르기나 베기처럼 상처 자체가 크지 않은 공격은 재생력을 깎아내는데 비효율적이다.
레너드는 그렇게 판단하자마자 백호식으로 전환했다.
다시 섬전보로 접근하면서 놈의 옆구리를 후려갈긴다.
백호오식(白虎五式)
천강파(天剛波)
콰지직, 하고 부서지는 감촉이 손을 통해서 전해진다.
참격보다 더 재생하기 힘든 타격의 데미지였다.
불완전하게 오른 경지라서 그런지 호신강기를 못 쓰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레너드도 강기를 쓰지 않으면 못 때리는 상황이 되었을테니까.
하지만.
핏!
섬전보로 물러난 순간, 레너드는 제 앞머리와 함께 이마에 한 줄기의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터 단위로 뻗어나온 검강이 스쳐지나간 것이다.
“…과연. 이성이 흐려졌기에 그 재능이 빛을 발하는가.”
잡념과 욕망으로 일그러졌던 콘라트의 재능은, 그 자아마저 가라앉은 상황에서야말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레너드의 섬전보를 직감 하나로 따라잡았다.
한 번은 스쳤다지만, 두 번이나 세 번이 되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다.
왠지 모르게 즐거워졌다.
얼간이에 불과했던 놈보다 약으로 눈이 돌아가버린 놈이 더 무인답다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제대로 해야겠군.”
관객들이 그의 밑천을 본다? 그럼 못 보게 만들면 된다.
몸 안에서 >오행진룡환>이 서클링을 시작해, 결투장 전체를 장악력으로 뒤덮으면서 콘라트의 마법을 정지시킨다.
그리고 레너드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더스트 클라우드].”
4위계 흙마법, 대규모의 모래먼지가 결투장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