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word priest reincarnated as a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79)
검공가에 환생한 검제 (79)
갈라노는 〈버뮤다〉에서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아쿠아마린’ 모험단의 정식단원으로 등록되었다.
그 실력과 경력만큼은 B등급에서도 최상위권이었고, 평가가 아주 조금만 더 높았더라도 A등급이 되었을 실력자였다. 그가 갑자기 아쿠아마린에 입단한 것도 모자라, 너저분했던 행색도 깔끔하게 변한 것을 본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덥수룩하게 자라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수염까지 깎아낸 중년인의 얼굴은 형 덴투소와 많이 닮아있었으니까.
―‘폭풍’의 덴투소라! 그리운 이름이구만.
―그 당시의 아쿠아마린은 정말 대단했었지. 제5해역의 모든 〈균열〉을 탐사하고, 결국 〈카리브디스〉까지 봉합해버렸으니.
―역시 뇨르드의 혈육이라는 것인가. 프란시스 단장, 얕봐선 안 되는 인물이로다.
아쿠아마린과 그 황금기를 암묵적으로 금기시하던 분위기가 풀어져, 〈버뮤다〉의 모험가들은 아직 10년도 지나가지 않은 과거를 돌아보면서 제 술잔을 기울였다.
―생각해보면 아쿠아마린보다 더 열심히 활동하는 모험단도 없었어. 아니, 지금도 없지. A등급이라고 하는 놈들 대부분이 소규모 〈균열〉에서 안전하게 돈벌이나 하고 있잖아? 그게 뭔 모험이고, 탐사활동이야?
―어허! 자네, 말이 좀 지나쳐. 〈버뮤다〉에서는 조심하라고. 괜히 그놈들한테 시비가 걸릴 수도 있으니까.
―그분들은 너무 잘나셔서 아이올로스 홀에서 내려오는 일이 없는데, 그렇게까지 조심해야겠나? 내가 틀린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연합의회〉나 〈버뮤다〉의 높으신 분들은 모르고 있겠지만, 밑바닥부터 오랫동안 쌓여온 모험가들의 분노와 여론이 한때 나락까지 떨어졌던 아쿠아마린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었다.
아틀란티스 최고의 모험단으로 활동하면서도, 남을 짓밟고 무시했다는 오점이 존재하지 않는 전설들.
그들이 활동하고 있을 때에는 홀 따위가 모험가를 등급별로 차별하는 일이 없었다. 뇨르드 단장부터가 모험가의 본분이자 덕목을 ‘자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시기를 되돌아볼 수 있는 베테랑들과 어린 시절부터 그 전설적인 모험담을 듣고 자라난 모험가들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아쿠아마린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었다.
* * *
갈라노의 입단수속을 마치고, 아쿠아마린으로 돌아온 단장 프란시스가 모두의 앞에서 선언했다.
“오늘부터 우리 아쿠아마린의 동료가 된 갈라노 씨예요! 그 경력만 헤아려도 14년차니까, 모험가로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모두들 환영의 박수!”
“와아아아아! 어서 오세요!”
“와아.”
“음.”
비비안만 두 손을 열심히 부딪치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그 언니 니니안은 무표정하게 입만 한 번 벌렸다가 닫았다.
레너드 역시 프란시스가 무안해하지 않도록 박수만 몇 차례 쳐주다가 말았다.
마리안만이 오랜만에 본 갈라노에게 인사를 건넸다.
“갈라노, 저를 기억하십니까?”
“물론. 그 시절의 말괄량이가 이렇게 강인하고 신의가 있는 여인으로 성장할 줄은 몰랐지만.”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말에, 마리안은 민망해하는 낯을 다 감추지도 못했다.
뇨르드가 그때 그녀를 설득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날뛰다가 비참하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광견(미친개)’.
누군가는 그 별명을 알고 두려워하면서 거리를 벌리겠지만, 진정으로 강한 자들은 콧방귀마저 뀌지 않는다. 누구를 물고, 누구를 물어서는 안 되는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치욕이나 다름없었다.
“형님이 너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
덴투소의 이야기에 두 귀가 쫑긋해진 마리안이었다.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쟁이지만, 한 번 심지를 굳히면 그 누구보다 믿음직하다고. 결국 프란시스의 안전을 마지막까지 지켜낸 것을 보면, 과연 형님의 말이 옳았구나.”
“과, 과찬이십니다.”
“모험가로서는 내가 선배일지 몰라도 이 배에서는 네가 내 선임단원이다. 가차없이 지도해다오.”
갈라노는 제 경력과 인연을 이용해서 위계질서를 침범하지 않고, 마리안의 공로를 인정하며 서열을 받아들였다.
알게 모르게 그를 어려워했던 마리안도 그의 정중한 태도에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레너드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거렸다.
‘모험단에서 활동한 경력은 없다지만, 베테랑답게 처신을 잘 아는군. 스스로가 주저앉아있는 동안에 계속 프란시스를 지킨, 마리안의 공적에 대한 존중도 섞여있으려나?’
결과적으로 다 잘된 일이었다.
니니안과 마리안, 갈라노를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생각하던 레너드의 곁으로 프란시스가 다가왔다.
“이걸로 다섯 명이네요. 레너드가 갈라노 아저씨를 고무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언제나 내 기대를 뛰어넘는군요?”
“천재니까요.”
“아하하하!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하기예요?”
“실제로 제 능력인데 별 거 아니라고 겸손을 떨면 그게 더 꼴보기 싫습니다. 운이 좋았다느니 하는 식으로 말이죠.”
“아, 그건 그래요.”
레너드는 막대한 경험과 통찰력으로, 프란시스는 그 지혜와 직감으로 사람의 속을 잘 읽는다.
그래서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자에 대한 거부감이 남들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방은 운이 없어서 못했다고 놀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레너드, 내가 이 다음으로 모집해야할 단원은 누굴까요?”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프란시스가 한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마법사를 데려와야할 것 같다는 점만은 알겠군요.”
“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프란시스가 말했다.
“에스더 언니한테 잘 배웠나보네요? 그 말대로예요! 바람의 상급정령사도 대단하지만, 마법사는 문자 그대로 모든 상황에 대응해낼 수 있는 전력이거든요. A등급의 모험단이라면 5위계 이상의 마법사는 필수인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레너드는 그에 동감하듯이 두 눈을 감았다가 떴다.
마법사(魔法師).
아틀란티스 마탑에서 몇 주간을 생활하면서 수백 개 이상의 마법을 직접 경험해본 그였다. 오행으로 헤아릴 수 있는 속성, 원소마법을 시작으로 해서 물리법칙 자체를 농락하는 마법의 진면목은 옛 설화의 도술이나 다름없었다.
5위계부터 본격적으로 상위 개념에 입문하게 된 마법사들은 공간을 뛰어넘고, 시간을 가속시키며, 물리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현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이제 막 5위계에 올라선 에스더조차 그러했고, 7위계의 잭 러셀이 보여준 마법들은 상단전으로 보고 있는데도 왜 저렇게 발현되는지를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중력과 같이 내가 잘 모르는 개념들을 더 공부해야한다. 안 그러면 눈앞에서 코를 베어가도 모를 수밖에 없으니.’
가능하다면 에스더나 잭 러셀처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입단해주면 좋겠다.
그게 레너드의 유일한 바람이었다.
그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프란시스는 흐흥 하고 제 입술을 부드럽게 휘어보이면서 우쭐거렸다.
“레너드가 세 명이나 데려와줬는데, 모험단장은 한 명도 못 데려온다면 체면이 안 서잖아요? 그래서 6위계의 마법사를 한 명 초청해봤어요!”
“호오.”
6위계라면 마탑 내부에서도 장로급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버뮤다〉에서는 최상위권에 들어갈 만한 마법사였다.
에스더도 모자라서 그 이외의 마법사까지 연이 있었다니?
레너드는 내심 감탄하면서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런데.
“음?”
마법공학으로 만들어진 배, 아쿠아마린과 정신적인 연결이 되어있는 프란시스가 제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가가 배 앞에서 입장허가를 요청하고 있었다.
한 번이라도 아쿠아마린에 들어와본 사람은 그 인적사항이 바로 파악된다. 한 사람은 에스더였고, 다른 한 사람은 신상을 알 수가 없었다.
‘에스더 언니와 동행했다면 적은 아닐테고…누구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프란시스가 단원들과 함께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
에스더와 잭 러셀을 마주한 프란시스의 입과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두뇌회전이 너무 빠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용무까지 다 추측해버린 결과였다.
그녀의 표정을 본 에스더가 쓰게 웃으면서 말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프란. 스승님이 갑자기 나랑 같이 아쿠아마린에 찾아가보자 그러시더라고.”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가 무섭게, 잭 러셀이 앞으로 나와서 프란시스와 눈을 마주했다.
아틀란티스 마탑의 수석장로.
7위계의 대마법사.
그 실력부터 직책에 이르기까지, 아쿠아마린이 아직 대적할 수 없는 존재였다. 프란시스는 제 앞에 서있는 남자가 얼마나 위험하고, 막강한지를 알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뇨르드의 딸인가. 분명 얼굴을 본 적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또 처음이로군.”
“에스더 언니로부터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습니다, 잭 러셀 수석장로님.”
“저 멍텅구리한테 들은 이야기라고 해봤자 변변치 않겠지. 러셀이라고 부르게. 자네의 부친과는 나름대로 인연이 있었고, 하이네와도 잘 알고 지냈던 사이였으니.”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 프란시스와의 연결점도 다 끊어진 줄만 알았건만, 집 나가서 욕만 보고 돌아온 제자와의 인연이 다시 그들을 마주치게 할 줄은 몰랐다.
레너드에게 짧게 눈인사를 한 러셀이 계속 말했다.
“나와 내 제자가 왜 찾아왔는지는 짐작하고 있겠지?”
“네,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프란시스는 내심 환호하고 싶은 기분을 꾹 억누르면서, 그 이유가 궁금해서 두 눈을 반짝거렸다.
잭 러셀은 습관적으로 안경테를 밀어올리면서 대답했다.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군.”
한 가지는 〈균열〉에서 수급해야할 재료가 너무 편향되거나, 절대적으로 양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A등급 모험단들이 공략하기 쉽고 간단한 〈균열〉만을 찾아다닌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공략난이도가 높고, 부산물의 가격이 좀 저조한 〈균열〉의 경우에는 몇 개월에 한 차례도 탐사되지 않는 일들이 수두룩했다.
아쿠아마린 모험단은 그들과 같은 행보를 따르진 않을테니, 필요한 재료들을 더 쉽고 빠르게 모을 수 있을 터였다.
“…마탑에서 그렇게까지 말이 나올 정도라면, 현재 상황은 제가 짐작하고 있던 것보다 더 심각하겠네요.”
그 이야기를 들은 프란시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뭐, 그렇겠지. 〈버뮤다〉에서 은폐하고 있는 정보가 이렇게 흘러나올 정도니, 아이올로스에서는 이미 마경화의 전조가 몇 번 나타났어도 이상할 게 없을 수준이라네.”
잭 러셀은 그에 동의하면서 두 번째 이유를 거론했다.
다름이 아닌 레너드였다.
이번에도 당신이에요? 라는 얼굴로 돌아본 프란시스의 눈에 그 시선을 회피하는 레너드가 보였다.
“처음에는 내 못난 제자만 따라보낼까 싶었는데, 그러면 저 혼자만 살판나서는 나한테 자랑질을 할 게 뻔하지 않은가? 안 그래도 그가 없이는 연구진도가 지지부지한 참이었으니, 기분 전환도 할 겸해서 아쿠아마린에 동행하려고 온 거라네.”
“아! 객원(客員)자격을 원하시는 거군요?”
“정식단원은 내 입장상 여러모로 무리가 있지. 자네도 크게 부담스럽겠고. 마탑과 붙어먹었다는 꼬리표를 매달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일세.”
고용계약이 끝날 때까지 그 모험단과 운명을 같이 해야하는 정식단원과 달리 객원은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이었다.
모험단장이라고 해도 함부로 명령할 수 없고, 언제라도 그 배와 모험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객원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는 항상 신중해야했다.
실력과 지위에서 상대방이 더 우월한 경우가 많다보니 잘못 걸렸다가는 그대로 호구 신세였다. 상전을 모시듯이 극진하게 대접만 하고,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프란시스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좋아요! 잘 부탁드릴게요, 러셀!”
“…아직 계약조건을 제대로 논의하지도 않았다만?”
잭 러셀조차 황당해하는 얼굴로 되물었다.
“7위계의 대마법사를 배에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인데, 몇 가지의 편의를 봐드리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죠!”
“호오? 내 요구가 상당히 과도할지도 모르는데?”
“에스더 언니에게 전해들은 말대로라면 그럴 리 없어요!”
프란시스의 즉답에 제 옆을 돌아본 러셀이 으르렁거렸다.
“제자야, 너는 배 안에 들어가서 나 좀 보자꾸나. 도대체 뭔 소리를 하고 돌아다녔는지 알아둬야겠으니.”
“윽!”
두 사람이 투닥거리는 모습에 프란시스가 히히 웃었다.
너무나 기쁜 오산이었다.
그때였다.
“……저, 저기요오…?”
어디선가 쥐구멍에라도 쏙 기어들어간 듯한,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응?”
“뭐야.”
“누구지?”
아쿠아마린의 단원들이 그 방향을 돌아보자, 고개만 내밀고 흘끔거리던 사람이 다시 기둥 뒤로 숨어버렸다.
그의 정체를 알아차린 프란시스만 손을 흔들면서 외쳤다.
“올라오세요! 잘못 찾아온 거 아니니까!”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 그림자가 기둥을 벗어나,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배 갑판에 올라섰다.
사금처럼 곱고 반짝거리는 황금색 머리카락.
두 눈동자는 사슴의 눈망울처럼 떨고 있어, 심약해보이면서 청초해보이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무 문양도 그려져있지 않은 로브와 양손으로 꼭 쥐고 있는 지팡이만이 그녀가 마법사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프란시스는 자꾸 뒷걸음질치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정면으로 내세우면서 말했다.
“제가 초청한 6위계의 마법사, 로렐라이 씨예요!”
누구보다 먼저 그 이름에 반응하는 사람이 있었다.
“…로렐라이, 라고?”
잭 러셀, 7위계의 대마법사는 그가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의 출처를 곧 떠올려냈다.
처음으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러셀이 질문했다.
“설마 그 하이네의 후계자인가?”
그제서야 아쿠아마린의 나머지 단원들도 러셀과 마찬가지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