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ale Of A Scribe Who Retires To The Countryside RAW novel - Chapter (106)
낙향문사전-106화(106/494)
제106화. 모용세가의 사정2014.09.06.
“단둘만 말입니까?”
“네.”
손빈의 물음에 모용린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노군과 당월아에게 양해를 구하듯 고개를 숙여 보이고 손빈은 일어섰다. 서린이 냉큼 같이 일어서는데, 손빈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줄래?”
서린은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손빈은 모용린을 따라 방을 나섰다.
자박, 자박.
고풍스러운 복도를 얼마나 걸었을까? 모퉁이를 돌자 문득 싱그러운 초록빛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름답군요.”
손빈은 감탄했다.
건물 사이 작은 공간에 정갈한 정원이 꾸며져 있었는데, 복도에 둘러싸인 탓인지 비밀스러운 실내 정원 같은 느낌을 주었다.
자그마한 연못 주위로 소담스럽게 핀 꽃과 잘 다듬어진 나무 들이 고아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고마워요.”
모용린이 말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뻗어 나온 꽃나무 가지를 매만졌다.
“이곳은 제가 제일 아끼는 곳이에요.”
초록색 그늘 아래 서서 꽃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단아하고 편안해 보였다. 손빈은 조용히 그녀가 용건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혹시 흑호문이라는 곳을 아시나요?”
문득 모용린이 말한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작은 꽃봉오리를 향해 있었다.
“모릅니다.”
“흑호문은 인근 잠강현에 자리 잡은 사파예요. 북쪽으로는 무당이 있고, 동쪽으로는 우리 모용세가가 있어 그리 큰 위세를 떨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강북 사파 중에선 제법 이름을 알린 문파라 할 수 있어요.”
사락.
모용린이 돌아섰다. 그녀는 손빈을 바라보며 또렷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강북의 사파는 대체로 그 세가 강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 강남 혈봉련의 등장 이후 강북 사파들 간에서도 합종연횡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어요. 그 흐름 속에서 조금이라도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사파들은 앞다투어 존재감을 과시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요. 감히 오대세가나 사대정파를 거스를 수는 없으니 나름대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이전과는 달리 매우 적극적이죠.”
모용린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난다.
“감히 모용세가를 노릴 정도로요.”
모용린은 시선을 돌려 다시 꽃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에 어린 노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남궁세가는 혈봉련 때문에 이곳 무한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요. 웃기는 일이지요. 따지고 보면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런 지경에 몰리게 되었는데…….”
분을 삭이듯 잠시 침묵하던 모용린이 다시 말했다.
“다른 문파들 역시 우리를 도와줄 여력이 없다 하더군요. 그렇겠지요. 조금이라도 남궁세가에 잘 보이려면 단 한 명의 무사라도 더 보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안타깝게도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어요. 이대로라면 모용세가는…….”
파삭.
그녀가 쥐고 있던 가지가 부러졌다. 모용린은 입술을 깨물고 손빈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진룡대협.”
모용린이 말했다.
“흑호문을 멸문시켜 주세요. 강호 무림에 다시는 그 이름조차 남지 않도록.”
사락.
그녀의 서슬 퍼런 기세에 꽃나무 가지마저 움츠러드는 듯하다. 모용린은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지금 흑호문을 멸문시킨다면 강북 사파에 보내는 분명한 경고가 될 거예요. 그리고 진룡대협은, 이미 강호제일검화라고까지 불리는 파검신녀와 더불어 가히 정파의 일대 의협으로 떠오르겠죠. 그리고 저 또한 가문을 구해 주신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어요. 바라시는 것이 있다면, 설령 그것이 제 목숨이라 해도 기꺼이 내어 드리지요.”
그녀의 눈동자는 결코 허언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었다. 손빈은 눈을 감았다.
“흠…….”
무언가 생각하던 손빈이 눈을 뜨고 물었다.
“혹시 철검 모용진 공자께서 여기 계십니까?”
모용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오라버니를 아시죠?”
“모용진 공자께서 크게 다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
“그건…….”
모용린이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문다.
“저 때문에 기혈이 크게 상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정양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바보같이…….”
말하던 모용린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금은 비록 예전 같지 않다 하나 모용세가는 대대로 이 땅을 지켜 온 명문세가예요. 진룡대협께서 저를 도와 흑호문을 쫓아낸다면, 갈대처럼 돌아선 자들도 다시 생각해 보겠지요. 이 땅의 주인 될 자격이 있는 자가 진정 누구인지 말이에요.”
모용린은 손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손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제가 할 일이 아닌 듯하군요.”
그림 같은 모용린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말씀드렸듯이, 저는 대협이라 불릴 만한 사람이 못 됩니다. 대협이라는 호칭은 거두어 주십시오.”
“어째서죠?”
모용린이 날카롭게 쏘아보며 묻는다.
“당신은 의와 협을 행하는 자가 아니었던가요? 흑호문은 사파예요! 그들이 얼마나 무고한 자들을 수탈해 왔는지…….”
말하던 모용린이 멈칫했다.
“설마, 당신도 그런 건가요? 기울어 가는 모용세가에서 얻을 것 따위는 없다고…….”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의 말을 끊으며 손빈은 조용히 말했다.
“저는 다만, 소저의 요청은 제가 할 일이 아니라 말했을 뿐입니다.”
손빈의 말에서 모용린은 작은 희망을 보았다.
“그렇다면 다른 것이라면 저를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인가요?”
손빈은 대답 대신 말했다.
“모용진 공자를 만날 수 있습니까?”
그건 분명히 대답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모용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앞의 상대는, 어쩌면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아주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난다.
“조금 전 그곳에서 기다리시면, 사람을 보내겠어요.”
사박, 사박.
딱딱한 목소리로 말한 모용린은 빠른 걸음으로 손빈을 스쳐 지났다.
‘이런.’
손빈이 쓴웃음을 지었다. 멀어지는 그녀의 발소리를 들으며 손빈은 중얼거렸다.
“화났나 본데…….”
“당연히 화나지.”
익숙한 노군의 목소리가 문득 뒤에서 들렸다. 어느 사이에 왔는지 노군이 정원 한옆에 서 있었다. 손빈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심심해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여기더라.”
노군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뭘 모르는 멍청한 놈들은 모용세가가 이미 끝난 듯 말하지만, 강북 무림에서 모용세가의 이름을 무시할 사람은 없다. 군자검이 조금만 욕심이 있었다면 벌써 오대세가의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도 남았을 게야. 기회만 닿는다면 언제라도 힘을 떨치고 일어날 저력을 지닌 곳이 모용세가란 말이다.”
피식 노군이 헛웃음을 흘린다.
“그런 모용세가의 금지옥엽 아가씨가 자존심 다 굽히고 뭐든지 내어 주겠다 하는데, ‘저만 믿으십시오’ 하지는 못할망정 ‘오라버니는 왜 다쳤냐, 이건 내가 할일이 아니다’ 뭐 이딴 소리만 해 대니 화가 날 수밖에. 너도 참, 여심을 몰라도 너무 몰라. 그래서 장가라도 가겠냐?”
손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월아 소저는 같이 안 왔습니까?”
“서린인가 하는 그놈 지키고 있다.”
노군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놈 혼자 놔뒀다가 또 뭔 짓을 할지 불안해하는 것 같더라.”
손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작고 아름다운 정원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좋은 곳이군요.”
“그래. 군자검도 여길 좋아했지. 여기서 달을 보며 술이나 좀 얻어 마실까 했더니……. 쯧.”
“가시지요.”
손빈은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사람을 보내겠다 했으니 돌아가야 했다.
*
*
*
손빈이 방문을 열자 서린은 이미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손빈 쪽을 보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당월아는 말없이 차를 음미하고 있을 뿐이다.
손빈이 서린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당월아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하는데, 모용세가의 노복이 문을 두드렸다.
자박, 자박.
손빈 일행은 늙은 노복의 뒤를 따라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났다.
“마님, 소인이옵니다.”
고풍스러운 커다란 방문 앞에서 노복이 말했다.
“들어와요.”
안에서 들려온 고운 목소리에 노복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조금 어두운 방 안에 놓인 커다란 침상이 눈에 들어왔다. 침상 옆에 지키듯 앉아 있던 가녀린 모습의 누군가가 몸을 일으킨다.
“이분들은?”
아름다운 중년의 귀부인이 물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손빈은 즉시 알 수 있었다. 고운 그녀의 얼굴이 모용린과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아가씨의 손님이십니다.”
“린아의?”
“손빈이라 합니다.”
손빈은 정중한 태도로 예를 표했다.
“지난번 악양루에서 군자검 대협과 모용진 공자를 뵈었습니다. 무한을 지나던 중에 모용세가의 소식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어, 무례인 줄 아오나 이처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의아한 표정이던 모용 부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이렇게 찾아 줘서 고마워요.”
손빈은 남악노군과 당월아, 서린을 소개했다. 모용 부인은 정중한 예로 답했지만, 딱히 노군을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들어오세요.”
손빈은 방 안으로 들어섰다. 창문을 모두 가린 탓에 조금 어두웠지만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손빈은 침상에 누워 있는, 그 중후하고 강렬한 인상이 지금도 생생한 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군자검 대협.’
손빈이 기억하는 한 그는 사자혁이 친우라 부른 유일한 사내였다. 아니, 사실 생사결의 상대 모두를 친우라 부르긴 했지만 그중에 정말 친우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군자검이 유일했다.
“어쩌다 이리되었나?”
눈살을 찌푸리며 노군이 묻는다.
“이 노……. 군자검을 이리 만들 자가 많지는 않을 터인데?”
침상에 누운 군자검을 내려다보며 모용 부인이 눈물을 글썽였다.
“반검귀희 탓이랍니다.”
“반검귀희?”
흑호문의 이름이 나오리라 생각했던 손빈이 의아한 표정으로 모용 부인을 쳐다보았다. 모용 부인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호를 어지럽히는 요사스러운 일을 멈추시겠다며 진이와 함께 나가셨는데……. 결국 이렇게…….”
모용 부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노군과 손빈은 착잡한 시선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 군자검을 보았다.
모용세가의 가주, 군자검 모용명의 굳게 감긴 두 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
*
*
“도련님, 손님들을 모셔 왔습니다.”
“손님?”
달칵.
문이 열리고 어두운 방 안에 철검 모용진의 모습이 보였다. 침상에 있는 것은 모용가주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모용진은 몸을 벽에 기댄 채 앉아 있었다.
낯선 방문자의 모습에 잠시 어리둥절하던 그는, 이내 손빈을 알아차리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이거 손 공자님 아니시오!”
그 표정은 너무나 밝고 기뻐 보였다. 손빈은 미소를 지으며 예를 표했다.
“기억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모용 공자님.”
“하하하. 내가 손 공자를 어찌 잊을 수 있겠소?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뛰어나가 맞이하고 싶으나, 형편이 이러하니 미안할 따름이오. 어서 들어오시오.”
손빈이 안으로 들어섰다. 노군과 당월아, 서린도 그 뒤를 따른다.
“이분들은……. 아, 혹시 남악노군이십니까?”
“킁. 그렇다.”
“이런.”
모용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악노군께서 오셨는데 일어서서 예를 드리지 못하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아버님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침상에 기대앉은 와중에도 모용진은 두 손을 모으고 최대한 정중하게 예를 표했다. 노군은 씁쓸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찌 된 일이냐?”
“그것이…….”
모용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언제부터인가 반으로 잘린 검을 든 아름다운 마녀, 반검귀희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법 유력한 가문이나 무가에 어느 날 갑자기 귀신처럼 나타났다는데, 그녀 탓에 심각한 병을 얻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했다.
“그녀를 아예 귀신이라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달조차 기운 칠흑 같은 밤에만 모습을 나타내는 데다, 싸늘한 기운이 사방에 가득하여 온통 서리가 내릴 정도라 하니 말입니다.”
그야말로 괴담 같은 이야기였지만 군자검 모용명은 그것이 무인의 소행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소문에 나타난 그녀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호북성 장강 인근의 한 무가에 반검귀희가 나타날 것을 예상했다.
“유력 가문이나 무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하는데 어찌 무가라 예상하셨습니까?”
“무가가 아닌 가문에 나타난 것은 아주 초반뿐이었소.”
손빈의 질문에 모용진이 말했다.
“그때를 제외하면 반검귀희는 무가에만 나타났소. 마치 무가와 유력 가문의 차이를 그제야 알아차린 듯이. 부친께서 이것이 무인의 짓이라 확신하신 것도 그 때문이었소.”
군자검의 예측은 정확히 맞아들어, 두 사람은 반검귀희를 직면할 수 있었다.
“아름답지만, 매우 섬뜩한 여인이더군.”
모용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검 한 자루를 소중히 품고 있었소.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긴데 신발조차 신지 않은 맨발이더군. 그런데도 그 경지가 지극히 높아서…….”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심지어 아버님조차 상대가 되지 못했소.”
“그녀가 무엇인가 말하던가요?”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는 손빈이 물었다.
“그렇소.”
모용진이 답했다.
“우리를 보자마자 그녀가 말했소. ‘내 반검의 편린을 가진 이를 아느냐’라고.”
“그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손빈의 물음에 모용진이 고개를 젓는다.
“모르겠소. 아마 어디론가 떠났을 것이오. 실제로 그녀가 찾는 것은 검 조각이 아니라…….”
모용진이 말했다.
“바로 자신의 적수가 될 만한 누군가였으니까.”
그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부친의 검, 군자대도(君子大道)에 눈을 반짝이던 반검귀희의 모습을.
그녀가 진정으로 찾는 것은 부러진 검의 파편 따위가 아니었다.
‘음.’
손빈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어째서 군자검 모용명이나 눈앞의 모용진에게서 사수연과 같은 한기가 느껴졌는지.
반검귀희는 바로 검희를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 옥룡설산에서 만났던, 그리고 사수연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던 바로 그 검희.
‘하지만 그녀가 어째서…….’
생각하던 손빈은 고개를 들어 모용진에게 물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모용린 소저를 만났습니다만…….”
“오, 벌써 린아를 보았소?”
모용진이 웃는다.
“예쁘지 않소? 좀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정말 고왔지. 한때는 무한제일미라 불리기도 했다오. 내가 소개시켜 주려 했는데 벌써 만났구려.”
“모용린 소저는 자기 탓에 공자께서 상처를 입었다 하시더군요.”
“음, 그건…….”
모용진의 얼굴이 굳는다.
“흑호문의 패거리들이 감히 이곳에 와서 소란을 일으키기에 조금…… 무리를 해서 겁을 주어 쫒아냈소. 아마 그 이야기일 것이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놈들이 린아에게 혼담을 넣었다더군. 만일 받아들이지 않으면, 씻을 수 없는 모욕에 대한 피의 보복을 하겠다던가? 하지만 걱정 마시오.”
모용진은 밝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있는 한 결코 그런 일은 없을 테니 말이오.”
어두운 방에 모용진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손빈의 얼굴은 조금씩 굳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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