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ale Of A Scribe Who Retires To The Countryside RAW novel - Chapter (121)
낙향문사전-121화(121/494)
제121화. 마음과 마음2014.10.28.
짹짹.
창밖에서 새가 울었다. 당문 총괄군사, 당화련은 찻잔을 입술에서 떼었다.
“좋은 차로군요.”
그녀의 붉은 입술에 미소가 번진다. 그녀의 머리에 얹힌 화려한 장식이 오후의 햇빛에 반짝였다.
“마음에 든다니 기쁘군.”
흰머리의 노부인이 말했다. 눈이 내린 듯 하얀 머리카락은 여전히 부드럽고, 주름진 미소에는 아직 바래지 않은 그녀의 미모가 빛난다.
“요즘 총괄군사가 고생이 많다기에 신경 써서 준비했다네.”
화려한 장신구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고아한 그녀의 모습에선 숨길 수 없는 고귀한 기품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아직도 직접 차를 고르시나요?”
당화련이 물었다.
노부인은 찻잔을 매만지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가는 손가락에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옥환이 빛나고, 그녀의 시선이 찻잔에 일렁이는 수면을 향한다.
“찻잎을 만지다 보면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서.”
그 미소에는 살짝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금방 사라졌다.
“오늘은 수고했네.”
고개를 든 노부인이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노인네를 위해 이렇게 총괄군사가 직접 찾아와 주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야.”
“천만에요.”
당화련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조모님을 위해서라면 당연한 일이지요. 오히려 최근의 사안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눈앞의 노부인은 당문 최대 계파의 수장이다. 비록 지금은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가 가지는 영향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사실상 당문에서 당화련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 그리고 본래라면 당문을 장악하고 있었어야 할 사람이 바로 눈앞의 노부인이다.
그녀는 바로 사천의 맹호라 불리던 당백호의 친여동생, 당운영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르신들 모두의 이해를 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거든요.”
난처한 듯 살짝 웃으며 당화련이 말한다.
“맞아. 남자들은 자신들이 모두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어린애들이거든.”
짐짓 인상을 찌푸리며 노부인이 말했다. 지금 그녀가 말하는 ‘어린애들’이란 당문 최고 결정 기관인 대의사청의 결의를 좌지우지 하는 인물들을 말하는 것이다.
당문은 물론이고 무림맹에서도 결코 가벼이 대할 수 없는 이들이지만, 노부인의 눈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 같은 사람들이다.
“가끔은 답답할 때도 많지. 이런 것도 모르냐고 소리치고 싶을 때도 있고. 하지만 어쩌겠어? 한번 토라지면 달래기도 힘드니 살살 구슬리는 수밖에.”
“호호호.”
당화련은 기쁜 듯 웃었다. 노부인도 미소를 짓는다.
“자네가 가문을 위해 애쓰는 것은 잘 알고 있네.”
노부인의 입술에는 미소가 여전했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날카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급히 서두르다 보면 주위가 보이지 않는 법. 가끔은 멈춰 서서 돌아보는 것이 지혜임을 잊지 말게나.”
달칵.
당화련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귀하신 조언,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노부인은 미소를 지었다.
“가 보게.”
당화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깊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사박, 사박.
당화련은 사뿐사뿐 걸어 방을 나왔다.
달칵.
뒤에서 문이 닫히고 기다리던 수하가 예를 표한다.
자박, 자박.
당화련은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수하는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
“이건 경고겠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한 번이라도 실수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
당화련의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바로 나니까.”
탁.
당화련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수하를 보았다.
“보고는?”
수하는 품에서 얇은 서찰을 꺼내 당화련에게 받들어 올렸다.
바스락.
당화련은 그 자리에서 서찰을 펼쳤다. 내용은 길지 않았다.
“흥.”
그녀가 비웃음을 흘렸다.
“강남의 불씨가 결국 장강을 넘었네. 확실히 예상외이긴 하지만 상관없는 일이야.”
당화련은 서찰을 구겼다.
“불길이 거셀수록 오히려 구경하는 보람이 있는 법이잖아?”
파사삭.
그녀의 손에 들린 서찰이 변색되기 시작하더니 이내 바스러졌다. 곧 그녀의 손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가는 손가락을 가볍게 털어 내며 당화련이 말한다.
“은검대주의 보고가 있습니다.”
수하는 반듯하게 접힌 서찰을 건넸다. 당화련은 담담한 시선으로 서찰을 읽어 내려간다. 문득 그녀의 고운 눈썹이 일그러진다.
“미소년이야 그렇다 치지만 노인들에 청년 문사, 그리고 아이들이라니. 월아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
당화련의 시선에 ‘청년 문사’라 적힌 글귀가 들어왔다. 문득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자신에게 감히 충고하던, 그녀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허름한 청년 문사의 모습이. 하지만 당화련은 즉시 상념을 털어 냈다.
“주변인에 대한 조사는 불허한다.”
싸늘한 목소리로 당화련이 말했다. 당월아의 주변을 들쑤시는 짓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 누구라도.
“그리고 이 명단에 적힌 은검대원들을 소환해.”
바스락.
당화련이 내민 종이에는 몇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수하는 긴장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 그것은 살생부나 혹은 그에 준하는 것들이 되곤 했으니까.
“불만을 토로하는 검 따위는 내게 필요 없어. 항명에 대한 가문의 관례에 준하여 철저히 문책하도록 해.”
자신이 모르는 일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수하는 깨달았다. 그의 당황을 눈치챈 것일까? 당화련이 차갑게 말했다.
“은검대주는 생각보다 유능하더군. 만일 그가 아니었다면 이 명단은 좀 더 길었을 거야. 어려움을 오히려 단련의 기회라 여기게 하는 것은, 진부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지.”
당화련의 입술이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이 멍청이들은 여전히 불만을 숨기지 않는 바보들이고. 아마 자신들의 계파가 보호해 줄 것이라 여기겠지만, 이제 알게 되겠지. 내 앞에서 그런 것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녀의 목소리는 더없이 차가웠다.
“은검대주는 유임한다. 유능한 사람은 찾기 힘드니까.”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수하는 잠시 오한을 느꼈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당화련의 뒤를 따랐다.
화려한 당문의 복도를 걸어가는 당화련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
*
*
“우와아!”
꼬마들이 입을 딱 벌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멋지다!”
“멋있어! 멋있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은 서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손빈도 놀란 눈으로 서원을 돌아보았다. 언뜻 바뀐 것이 없어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곳이 새롭게 변해 있었다.
허름하던 나무 울타리는 단단하게 새로 세워졌고, 어중간하던 벽은 아예 높이를 낮춰 주변과 어울리게 했다.
덕분에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느낌을 주었다. 경계를 살짝 바깥으로 확장했는지 예전보다 훨씬 넓다.
“멋지군.”
신의도 나지막이 감상을 표현했다. 제일 많이 바뀐 곳은 바로 대나무 돗자리가 있던 토대였다.
토대 사방을 석재로 마감해서 고급스러워진 것은 물론이고, 작은 돌계단을 놓아 꼬마들을 배려했다. 토대 위는 단단한 나무로 전체를 덮었는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널찍하다.
“그늘이라. 생각은 많이 했군.”
노군이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토대 위는 천으로 된 지붕이 덮여 있었다. 나무 기둥을 사방에 세워 그 위에 단단한 천을 덮은 것이다.
“아예 지붕을 올리는 것보다 낫네요.”
적세화도 감탄하듯 말했다. 햇빛을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다지 높지 않아 쉽게 걷어 낼 수도 있었다.
“방도 넓어졌군.”
안쪽을 들여다보며 신의가 말했다.
“배치를 제법 잘했어.”
창틀이며 문이며 은근히 이것저것 바뀐 것이 많았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몰라도 방 안이 넓어진 느낌이 든다.
“예쁘네요.”
적세화는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며 이곳저곳 구경하고 감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부엌도 너무 편하게 잘되어 있어요.”
당월아는 나무 울타리 옆에 만들어 놓은 작은 의자에 더 관심을 보였다. 아마도 꼬마들을 위한 쉼터인 듯했는데, 작은 의자를 매만지며 떠날 생각을 않는다.
서린은 반짝이는 눈으로 꼬마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집 안 구석구석을 탐색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걸 열흘 만에 해내다니 대단한데요?”
적세화가 감탄했다.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더니, 그럴 만하네요.”
공사가 진행되는 열흘 남짓, 손빈 일행은 집 안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덕분에 손빈과 노군, 신의는 당월아의 집에서 신세를 져야 했다.
사실 당월아의 집은 규모는 작아도 어엿한 저택이라 손빈의 집보다 방이 많았다. 신의는 약재와 의서를, 손빈은 백로를 비롯한 중요한 물건들을 옮겼지만, 노군은 그저 몸만 덜렁 왔다.
다만 당월아의 방 외에는 먼지가 잔뜩이어서 일단 청소부터 해야 했고, 부엌에 아무것도 없어서 먹을 것을 급하게 다시 옮겨 와야 했지만.
“이제 소풍은 안 가는 거예요?”
앵앵이가 손빈을 올려다보며 아쉬운 눈초리로 묻는다.
“밖에서 배우는 것도 좋은데.”
열흘 동안 손빈은 꼬마들을 이끌고 본의 아닌 야외 수업을 해야 했다. 신의가 약초와 독초를 구별하는 법도 알려 주었고, 상처나 벌레에게 물렸을 경우 대처 방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다 함께 글을 읽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었다. ‘난싫어쌍장’을 수련하기도 했는데, 노군이 꼬마들을 하나하나 지도해 주기도 했다.
“나중에 또 가자.”
손빈이 웃으며 말했다. 앵앵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여기도 좋아요.”
조잘거리며 앵앵이가 말했다. 아이들과 같이 뛰어다니지 않는 건 앵앵이와 장아뿐이다. 장아는 벌써 담벼락 밑 그늘에 자리를 잡고 졸고 있었다.
“이제 그분만 오시면 되겠네요.”
적세화가 말했다.
“네?”
손빈이 반문하자 적세화가 은근한 미소를 짓는다.
“사수연 소저 말이에요. 가신 지 꽤 되었죠?”
순간 기억이 파도처럼 손빈을 덮쳐 왔다. 그동안 잘 견디며 지내 왔다고 여겼는데, 한번 흘러나온 그녀의 이름에 그만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그렇……군요.”
손빈의 목소리엔 그리움이 가득했다. 말을 꺼낸 적세화조차 뭉클해질 만큼.
“정말, 너무나 오래된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그러나 바로 어제 같기도 하다. 그녀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니까.
손빈의 목소리에 모두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데, 신의가 낮은 신음을 흘린다.
“음, 말이 나온 김에 지금 말해 두는 게 좋겠군.”
모두의 시선이 신의를 향했다.
“무슨…….”
손빈의 반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의가 말했다. 신의의 눈동자가 손빈을 똑바로 향한다.
“연아가 돌아올 기한이 지났다.”
그건 너무나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혹시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앞뒤 자르고 말하지 말고 똑바로 설명하지 못해?”
노군이 울컥하며 말했다.
“말 그대로다. 연아가 돌아오겠다 한 날짜가 지났어.”
신의의 표정은 심각했다.
“잘못하면, 연아가 위험해.”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신의의 말은 달아오른 흥분을 차갑게 식히기에 충분했다.
*
*
*
꼬마들을 돌려보내고, 적세화를 포함한 손빈 일행은 토대 위에 둘러앉았다. 그 중심에는 신의가 있었다.
“연아가 극악한 한기에 고통받고 있었음을 너도 알 것이다.”
손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기조차 새삼스러운 내용이다. 그녀의 가슴을 관통한 빙검의 칼날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그리고 네가 그것을 고쳤지. 연아의 생명을 갉아먹던 한기는 진원지기와 합일하여 오히려 연아의 힘이 되었다.”
신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강렬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연아가 평생 한기를 지닌 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진원지기와 하나가 되었으니, 한기가 연아의 본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필연.”
신의가 말했다.
“그 결과 내력은 물론이고 감정과 생각, 그리고 성정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연아의 모든 것이 차갑게 얼어붙게 된다.”
“목숨이, 위험한 것입니까?”
굳은 표정으로 손빈이 묻는다. 신의는 고개를 저었다.
“반대다. 한기의 영향이 커질수록 내력은 더욱 강해진다. 결국에는 한기의 총화와 같은 존재가 될 터이니 아무도 대적할 수가 없을 것이다. 힘에 미친 무림인들이라면 오히려 바라 마지않을 정도겠지. 하지만.”
신의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생각과 감정은 물론이오, 그 본성마저 차갑게 얼어 버린 이를 어찌 제대로 된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느냐?”
손빈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제게…… 조심하라 하신 것이군요.”
신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빈은 잠시 눈을 감았다.
“이 아이도 마찬가지다.”
손빈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신의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당월아가 있었다. 그녀 역시 손빈이 구했다. 사수연과 똑같은 방법으로.
당월아는 가만히 침묵한 채 미동조차 없었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괜찮아. 이 아이는 여기 있으니까.”
“무슨 뜻입니까?”
“천하의 영약이라 해도 결국은 몸 밖에서 비롯한 것. 진원지기에서 일어난 한기를 제어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 오직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온기만이 연아의 한기를 올바로 다스릴 수 있다.”
손빈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신의의 말을 듣고 있었다. 신의는 말했다.
“그리고 연아가 온기를 느끼는 사람은, 바로 너다.”
그것은 손빈이 사수연을 구하기 전부터의 일이었다. 남창에서 사수연이 손빈과 재회한 그날, 신의는 사수연의 상세가 호전되었음을 알았다.
사수연은 부끄러워하며 말하길 주저했지만, 신의는 곧 그 원인이 손빈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신의는 사수연과 함께 등왕각 연회에 온 것이다. 그리고 손빈이 사수연을 치료하는 그 믿지 못할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이대로 놔두면 연아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버릴 것이다. 때를 놓친다면 너도 연아를 구해 낼 수 없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가장 낙관적으로 잡는다면 일 년이다.”
“일 년…….”
손빈이 신의의 말을 되뇌었다.
“연아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와 약조를 했어. 만일 자신이 약속한 기한까지 돌아오지 못한다면, 자신을 찾아 달라고. 그것이 연아의 부탁이었다.”
손빈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감정이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후회와, 자신을 믿고 떠난 사수연에 대한 감정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친다.
“가겠느냐?”
신의가 말했다. 하지만 물을 필요도 없었다. 손빈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으니까.
“네.”
손빈이 답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건,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의 격랑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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