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ale Of A Scribe Who Retires To The Countryside RAW novel - Chapter (195)
낙향문사전-195화(195/494)
제195화. 자격의 증명2015.07.14.
사흘간 손빈 일행은 당문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이 머물게 된 별채는 아담하지만 고풍스러운 정취가 넘쳤고 사천 특유의 독특한, 그러나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들 역시 일행을 세심하게 배려한 것들이었다.
일행 중 당화련과 노부인 당운영은 당연히 자신들의 처소로 갔다. 하지만 당월아는 일행과 함께 머물러 있었다.
“누나 집인데 누나 방이 없어요?”
서린이 묻자 당월아는 짧게 대답했다.
“있어. 하지만 싫어.”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아 그 이상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당문에 들어온 이후 당화련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불쑥 찾아와 당월아를 보고 가긴 했지만, 그마저도 대단히 짧은 시간뿐이었다.
반면 당운영은 꼬박꼬박 일행을 찾아왔다. 그녀는 현재 당월아를 둘러싼 당문의 상황이 어떤지도 말해 주었다.
“지금은 다들 반신반의하고 있다네.”
당운영은 찻잎을 고르며 말했다. 그녀의 주름진 긴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찻잎을 매만진다.
“하지만 월아의 독기공은 결국 보여 주면 될 일. 아무 문제 될 것이 없지. 오히려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가문 내에서 월아의 위치를 어디에 놓느냐 하는 것일세.”
무공이 높은 것과 당문에서 존중을 받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비록 독기공을 대성했다 해도, 언니인 당화련 총괄 군사가 없었다면 당월아가 지금처럼 정중히 대접받을 수 있었을까?
“허나 그것 역시 시간문제일 뿐이라네. 총괄 군사도 있고 나도 있으니 예전처럼 그들 멋대로 월아를 이용하거나 하지는 못할 거야.”
이용하지 못하는 것 정도가 아니다. 당월아의 뒤에는 총괄 군사 당화련에다, 당문 최대 계파의 수장인 당운영까지 있다.
당월아가 당문 내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노부인 당운영이 고개를 돌려 당월아를 보았다. 그러나 정작 당월아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당운영은 말을 이었다.
“늦어도 내일 정도면 결론이 날 것일세. 아마 월아가 독기공을 대성한 것을 확인하는 정도로 끝이 나겠지. 그 후에 월아는 명실공히 당문 최고수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야. 적당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어딘가의 문파를 단신으로 쓸어버리라든가, 그런 요구는 없을 거네.”
“적당한 무대요?”
손빈이 묻는다. 당운영은 웃었다.
“말이 조금 이상했나? 월아가 자신의 무공을 보일 만한, 예컨대 다른 세가와 충돌하는 것 같은 상황을 말한 것일세. 특히 당문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면 더 좋지. 사람들은 그런 극적인 경험을 쉽게 잊지 못하니까.”
말하는 당운영의 표정은 씁쓸했다. 그런 연출은 예전 당백호가 자주 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당백호는 이런 방법을 통해 사람들의 충성을 이끌어내곤 했다. 문제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희생을 일부러 방관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월아 소저가 가문의 중요한 사람이 된다면, 그만큼 책임도 뒤따르지 않을까요?”
손빈이 묻는다. 당운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도 많아질 것이고, 월아의 영향력 또한 무시하지 못하게 될 걸세.”
당운영의 말은 사실 많이 절제한 것이었다. 다름 아닌 당문의, 그것도 독기공을 대성한 최고수로 인정받는 일이다.
언니가 당문 총괄 군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월아가 사천 무림의 지배자가 되는 것은 일도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처럼 자네들과 함께 있지 못할지도 모르겠네.”
노부인 당운영이 당월아를 보며 말했다. 서린이 놀란 눈으로 당월아를 쳐다보는데 정작 당월아는 아무 말도 없이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어쨌든 월아의 일은 곧 끝날 거야. 그 후엔 혈봉련 회합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당운영이 말했다. 그녀는 골라낸 찻잎을 모아 노군에게 보여 주었다.
“어때요, 순랑?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역시.”
노군이 흐뭇한 표정으로 찻잎을 보며 말했다.
“차에 대해서는 영매의 안목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니까.”
주름진 노군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너무나 보기 좋아서 손빈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찻잔을 들고 있던 신의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혀를 찼다.
“아, 그리고.”
문득 노군이 당월아를 돌아보았다.
“너, 요즘 제법 생각이 많은가 보더라?”
당월아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손빈 일행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이 복잡하다는 것을.
본래 말이 없던 당월아였지만, 당문에 들어선 이후 그녀는 극단적으로 말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고개를 끄덕이거나 하는 의사 표현마저 거의 없어졌다.
“물론 각 사람의 사정이야 모두 다르니 내가 상관할 것은 아니지. 너로서는 이곳에 와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테고.”
노군은 당월아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 역시 당문에 들어서는 것이 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반드시 명심해라.”
똑바로 당월아를 바라보며 노군이 말했다.
“하고 싶은 대로,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라. 그것이 외사다.”
노군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분명했다. 마치 명령이라도 하는 듯한 어조로 노군은 말을 이었다.
“무인이 하고 싶은 대로 못 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결국 줄에 묶인 짐승이 될 뿐이니. 내 말 알겠느냐?”
당월아를 향한 노군의 눈빛은 마치 불꽃같았다. 그리고 손빈은 노군의 말에서 불현듯 사자혁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살지 않는 것이 익숙해지면, 너의 검 또한 결코 제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손빈이 본 사자혁의 첫 비무에서 한 말이었다.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던 위가진이라는 청년과, 아직 이름도 모르는 어떤 미녀 일행에게 했던 말.
그때의 기억이 마치 어제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후룩.
어느새 노군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찻잔을 홀짝이고 있었다. 조금 전 보여 준 눈빛이 마치 거짓말 같았다.
그러나 면사 아래 당월아의 입술은 희미하게 호를 그리고 있었다.
사락.
아주 살짝 당월아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에게 익숙한 손빈 일행 외에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지만 그것은 분명 노군을 향한 예(禮)였다.
∴
그날, 의사청의 기나긴 논쟁 끝에 당월아의 일이 정해졌다.
“그럼 이제 결론이 났군요.”
총괄 군사 당화련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 논쟁으로 모두가 지칠 정도였지만 그녀는 여전히 날카롭게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내일 당문의 여러 어르신들 앞에서 당월아의 독기공 성취를 확인합니다. 확인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는 외당주께 일임합니다.”
당화련의 시선을 받은 외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당월아의 독기공이 확인되면, 즉시 당월아를 신설 독립대의 대주로 임명합니다. 새로이 구성될 독립대는 총괄 군사의 직속으로서, 오직 문주와 총괄 군사의 명에 의해서만 움직입니다.”
의사청에 있는 몇몇 사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말로는 ‘문주와 총괄 군사’라지만 실제로는 총괄 군사에게 독립적인 무력을 쥐어주는 것과 같았다.
이런 내용이 통과된 것은 순전히 최대 계파의 수장인 당운영 덕분이다.
며칠 전 당화련과 함께 돌아온 노부인 당운영은 많은 것을 당화련에게 양보했다. 언뜻 보아서는 당화련에 대한 견제를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러한 당운영의 행보는 당월아가 실제로 독기공의 고수라는 것을 확인한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당운영이 이끄는 계파와 총괄 군사 당화련의 대결이, 당월아라는 존재로 인해 결말이 났다는 의미였다.
“이상입니다.”
당화련은 꼿꼿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결론을 확인한 당문의 문주, 화군 당옥담은 언제나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다들 내일 뵙도록 하지요.”
군자 같은, 그러나 당문 내부에서는 유약하는 평을 듣는 그의 말과 함께 의사청의 논의는 끝이 났다.
*
*
*
옷깃 스치는 소리와 함께 당월아가 실내 연무장으로 들어섰다.
당문의 실내 연무장은 높고 넓었다. 검은색의 커다란 기둥이 연무장 주변을 따라 늘어서 거대한 지붕을 굳건히 떠받치고, 확 트인 중앙부는 어지간한 실외 연무장보다 더 넓었다.
당월아가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향했다. 하나같이 화려한 옷을 입은 그들은 소위 당문의 어른, 혹은 주요 인사라 자처하는 이들이었다.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 있는 십여 명의 노인들과 그 뒤에 자리한 이십여 명 남짓의 중년인들이 당월아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인다.
“쯧.”
누군가 혀를 찼다. 그것은 당월아가 독기공의 고수라기엔 너무나 가녀리게 보였을 뿐만 아니라, 검은 면사로 얼굴을 가린 채였기 때문이다.
이곳이 실내이고 더구나 가문의 어른들이 모인 자리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무례였다.
사락.
총명한 눈빛의 한 여인이 일어섰다. 당문 총괄 군사 당화련이었다. 그녀는 동생 당월아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당월아를 향해 호의를 보인 사람은 또 있었다. 노부인 당운영 역시 당월아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러나 그들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신반의 정도가 아닌, 경멸과 적의가 분명한 시선을 당월아에게 보내고 있었다.
“여러분, 당월아입니다.”
당당한 목소리로 당화련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자박.
당월아가 멈췄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녀는 예를 표하지도, 심지어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은 길지 못했다. 참을성이 없는 누군가가 당월아를 향해 말했다.
“뭐하자는 것인가?”
중년인의 그 목소리는 불쾌한 감정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다.
“자네는 가문의 어른들께 예를 올릴 줄도 모르나?”
그것은 분명 힐난이었다. 하지만 당월아만이 아닌, 총괄 군사 당화련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당화련 역시 조금 당황했다. 자신을 대하는 당월아의 태도는 조금 소극적이긴 했어도 분명 상식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당월아의 모습은 당화련조차 낯설다.
순간 당화련은 예를 표하라고 말해 줘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러나 그 고민은 필요 없었다.
“예를 받고 싶다면.”
당월아의 면사 아래에서 나지막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럴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중년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당문의 어른들에게 예를 표할 것을, 당월아는 대놓고 거절한 것이다.
“네 이년! 감히 어디서…….”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일부러 큰 소리를 친 것은 이일을 꼬투리 잡아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당월아는 그의 말이 이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핑.
당월아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한 줄기 기세가 허공을 격하고 중년인을 향해 쏘아져 갔다.
“헉!”
중년인은 당월아의 지풍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오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황급히 내력을 끌어 올리며 날카로운 대도를 빼 들었다.
후우웅.
그의 내력이 삽시간에 대도에 모여들었다. 도를 감싸는 붉은빛을 띠는 기운.
하지만 당월아의 지풍이 그의 대도와 부딪힌 순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카앙!
“큭.”
그의 손아귀가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붉은 기운이 서린 도는 이미 공중을 날고 있었고, 당월아의 지풍은 그대로 그의 어깨에 적중했다.
퍽.
중년인은 신음조차 흘리지 못했다. 그는 피가 흐르는 오른손을 감싸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카강, 캉.
바닥에 떨어진 그의 도가 소리를 냈다. 그사이 중년인의 얼굴은 순식간에 퍼렇게 변색되어 갔다.
“무슨!”
“네 이년!”
몇 사람이 중년인에게 황급히 다가가고, 다른 이들의 분노가 당월아에게 쏟아지려 했다. 그러나 그 분노가 채 터져 나오기도 전이었다.
“당관변.”
당월아의 목소리가 연무장에 흘렀다. 여리게까지 느껴지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거기엔 모두의 분노를 순식간에 눌러 버리는 기세가 담겨 있었다.
“아홉 해 석 달 닷새 전, 내가 있던 독인 우리에 와서 이렇게 말했었지.”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당월아가 말을 이었다.
“저런 괴물 따위 가문의 수치일 뿐이야. 저런 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것들에게나 보내 버리면 될 텐데. 그러면 복상사로 둘 다 뒈질 테니 아주 좋은 일 아닌가?”
나지막한 당월아의 말은 연무장에 똑똑히 번져 갔다.
“그것이 자신의 칠촌 조카에게 할 만한 말이라면, 내가 혈도를 짚은 것 정도는 아주 예의 바른 답례겠지.”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항의하려던 자도, 무례를 성토하며 분노하려던 자도 모두 말문이 막혔다.
“당호변.”
그녀의 목소리에 또 다른 중년인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때 당관변과 함께 있었지. 네 번 웃고 세 번 손뼉을 치며 이렇게 말했어. ‘멋진 생각일세. 어차피 돼지 얼굴 보고 잡아먹는 것 아니니까. 하지만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힘들겠는데’. 그리고 두 번 더 웃었지.”
당호변이라 불린 중년인의 안색은 창백했다. 그 자신조차 가물가물한 일을, 당월아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너도 예를 원해?”
중년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당호변뿐만이 아니었다. 당월아의 시선이 한 사람, 한 사람 스쳐 지나갈 때마다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허어.”
긴 탄식 소리가 연무장에 흘렀다. 그는 바로 당문의 현 문주, 화군 당옥담이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로다.”
그 품행이 마치 군자와 같다 하여 ‘화군(花君)’이라 불리는 그는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핏줄을 가여이 여기고 돌보는 것은 마땅한 일이거늘, 친애의 정이 무너짐은 모두가 문주 된 나의 잘못일세.”
저벅.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놀랍게도 당월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자네에게 용서를 구하네.”
배분으로 보나 직위로 보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말뿐이 아니라, 문주 화군 당옥담이 당월아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문주의 갑작스런 행동에 다른 이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전전 대 문주 당백호가 살아 있을 때도 체면을 구기는 일은 모두 화군 당옥담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주의 이번 행동은 경솔하다. 그렇게 생각한 이들은 이후 이 일에 대해 문주를 단단히 문책하리라 결심했다.
사락.
고개 숙인 문주 당옥담을 당월아가 돌아보았다. 침묵하던 당월아는 가만히 고개를 숙여 그의 예에 답했다.
“고맙네.”
당옥담의 목소리엔 진심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그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이제까지는.
당월아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움직임 하나에 모든 이들이 움찔한다.
“누구라도 상관없어. 나의 예를 원한다면, 말해.”
작고 여린 당월아의 목소리는 연무장 전체에,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귀에 똑똑히 전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반드시 감당해야 할 거야.”
작은 목소리가 이토록 무시무시한 협박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들의 앞에 선 당월아는 분명 당문의 여인이라는 것을.
독왕가(毒王家)라고도 불리는 사천 당문, 그 이름에 어울리는 당월아의 독심(毒心)이 무엇보다 분명한 증거였다.
“지, 지금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자네는 가문의 어른들께…….”
누군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날 확인하고 싶다고 했지?”
당월아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확인하겠어. 당문이 과연 내게 걸맞은 가문인지.”
쿵.
무언가 묵직한 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떨어져 내렸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선언. 사람들의 안색은 그들의 혼란스러운 마음처럼 시시각각 변했다.
그러나 당월아는 여전히 담담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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