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ale Of A Scribe Who Retires To The Countryside RAW novel - Chapter (452)
낙향문사전-452화(452/494)
452화. 두 사람의 재회
갑자기 나타난 사수연의 모습에 당문 무사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그녀가 주변이 환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탓만은 아니었다. 한 줄기 기합으로 당문을 쩌렁쩌렁 울리고, 도망치는 공손지에게 무시무시한 내력이 담긴 일검을 날린 사람이 바로 그녀, 사수연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사수연은 당월아를 보며 안도하고 있었지만, 그 부드러운 표정에도 불구하고 무사들은 감히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사 소저.”
그 정적을 당문 총괄군사 당화련이 깼다. 당화련은 사수연에게 정중하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사 소저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공손지가 이처럼 쉽게 물러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사수연이 오지 않았다면 당월아가 어려움에 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당화련은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곳엔 여전히 듣는 귀가 많으니까.
“천만에요.”
사수연이 웃으며 당화련에게 답했다.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군요.”
대의사청의 불빛이 일렁이는 사수연의 모습은 마치 환상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당문의 무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흘렸다. 그것은 조금 전 공손지의 때와 비슷하지만,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른 감탄이었다. 그 무사들의 감동을 당화련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깨어 버렸다.
“무엇들 하고 있지?”
당화련은 엄한 눈빛으로 무사들에게 말했다.
“빨리 부상자를 옮기고 피해 상황을 파악해. 그리고 어르신들과 중직자들이 모두 무사한지도 확인하고.”
당문의 주요 인물들은 이미 안전한 곳에 몸을 피했다. 대의사청이 불타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은 것은, 당화련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적절한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어서 움직여!”
총괄군사 당화련의 명에 당문의 정예 백호대 무사들이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호대 부대주가 무사들을 지휘하여 뒤처리를 시작하는데 백호대주가 당화련에게 물었다.
“대의사청은, 어떻게 할까요?”
그 물음에 당화련은 고개를 돌렸다.
화르르륵.
불길은 이미 대의사청을 완전히 삼킨 상태였다. 이젠 연기도 줄어들고 안정적으로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다른 곳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은 것은 바람이 없었던 것과, 애초부터 화재를 대비하여 건물 간의 간격을 두었던 덕이다.
“다른 곳으로 불길이 번져 가지 않을 정도로만 대처해. 지금은 우선…….”
당화련의 말이 이어지던 바로 그때였다.
―타하아아아아.
갑자기 엄청난 기합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당화련과 무사들이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추는데 사수연이 문득 말했다.
“아! 이 소리는…….”
사수연의 뒷말을 당월아가 받았다.
“……노군 할아버지.”
그 말에 사수연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당월아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월아는 노군 할아버지와 친척이네? 그러면 정확하게 호칭이…….”
그러나 당월아는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가 좋아요. 그리고 더 중요해요.”
이상한 대답이었지만 사수연은 당월아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당월아에게 노군은 친척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언니들도요.”
자그마한 당월아의 목소리에 사수연은 빙긋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언니들’이라고 한 것은 분명 사수연 자신도 포함한 것이다.
“고마워, 월아야.”
사수연이 웃으며 당월아를 보는 사이, 밤하늘을 가르고 두 사람이 모습을 나타냈다.
파라라락.
옷자락을 펄럭이며 엄청난 기세로 노군이 떨어져 내렸다. 한 팔에 손빈을 안은 노군은 그대로 땅에 떨어지듯 주저앉았다. 쿵.
노군의 품에 안겨온 손빈은 바로 일어섰다. 하지만 손빈을 풀어 준 노군은 땅에 반쯤 주저앉은 채 숨을 헐떡였다.
“헉, 헉. 이런 젠장. 역시 나이가 드니 이 짓도 못 해 먹겠군.”
투덜거리던 노군이 몸을 세웠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던 손빈은 사수연과 당월아, 당화련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어르신.”
“아, 그래? 그럼 괜히 뛰어왔나?”
노군의 숨소리는 아직도 거칠었다. 그는 힐끗 주위를 둘러보았다. 긴장된 무사들의 시선을 무심히 지나친 노군은 문득 불타는 대의사청을 보았다.
화르륵.
“……잘 타는군.”
대의사청은 당문의 권위를 상징한다. 바로 저 대의사청에서 전전 대 가주 당백호는 당문을 좌지우지했었다. 그러니 노군에게 대의사청이란, 자신과 당운영을 가로막았던 당백호나 당문 그 자체를 떠올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
타닥, 탁.
불타는 대의사청을 보며 노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때 총괄군사 당화련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하고 있지? 백호대주.”
노군을 보던 백호대주는 흠칫 정신을 차렸다. 그는 당화련에게 고개를 숙인 후 즉시 무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백호대 무사들이 다시 부산히 움직이고, 당화련은 노군과 손빈에게 다가갔다.
사박, 사박.
“어서 오세요, 노군 할아버님.”
총괄군사 당화련은 노군에게 깍듯이 예를 표했다. 그녀의 호칭은 노군을 가문의 어른으로 인정하는 것이었지만, 노군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별일 없었지?”
당화련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그동안 있었던 일들 중에 심각하지 않은 일이 없었고, 크건 작건 가문의 미래가 걸리지 않은 문제도 없었다. 당장 지금도 눈앞에서 당문의 유서 깊은 대의사청이 불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당화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 그렇네요. 결과적으론 별일 없게 되었어요.”
동생 당월아와 손빈이, 그리고 다른 일행들이 돌아왔다. 그간 있었던 일들은 이제 별일 아닌 것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아니, 당화련이라면 오히려 몇 배의 이득을 가져오는 기회로 바꾸어 버리고 말 것이었다.
사락.
노군과 인사를 마친 당화련은 손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그간 잘 있었습니까? 당화련 소저.”
손빈이 살짝 말을 더듬은 건 당화련의 눈빛이, 노군을 대할 때와 달리 대단히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날카로운 정도가 아니라 어딘가 살벌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잘 있었을 것 같아……요? 손 공자님?”
존칭은 억지로 붙인 것이 분명했다. 당월아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다. 그 때문인지 당화련은 어떻게든 웃는 표정을 짓긴 했는데, 그게 오히려 화난 표정보다 더 무섭다.
“아, 저기 그게…….”
손빈이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당황해 하는데, 손빈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당화련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정말이지.”
당화련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손빈을 향해 한 발 성큼 다가갔다.
‘엇.’
놀란 손빈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려 하자 당화련이 와락 눈살을 찌푸린다. 순간 손빈은 굳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사락.
가까이 다가온 당화련은 손빈에게 바싹 몸을 기울였다.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속삭이듯 당화련이 말했다. 아마도 다른 무사들이나 당월아에게 들리지 않게 하려는 의도인 듯했는데, 덕분에 그녀의 뺨이 손빈의 얼굴에 너무 가까워서 고개만 돌리면 닿을 정도다.
“나중에 전부 얘기해야 돼. 특히 월아와 연관된 건 하나도 빠짐없이. 알았어?”
이를 갈며 당화련이 말했지만 손빈은 대답 대신 긴장된 표정으로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손빈의 반응에 눈살을 찌푸리던 당화련도 그제야 너무 가까이 다가온 걸 알아차리고 얼른 몸을 바로 했다.
“으흠.”
당화련은 헛기침을 했다. 다행히 당월아나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듯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당화련은 정중한 태도로 노군과 손빈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두 분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큰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깍듯한 예였지만 노군은 심드렁하게 답했다.
“도움은 무슨. 기껏 사자후를 날렸더니 이미 다 끝난 다음이던데.”
곤륜삼선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며 노군은 어깨를 으쓱했다. 날아오며 기합 소리를 내지른 것은 혹시나 위기 상황이 아닐까 싶어서였는데, 정작 도착해 보니 이미 다 끝난 뒤였다.
“그런데 너희는 언제 왔냐?”
노군이 당월아와 사수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수연과 당월아는 이미 노군과 손빈, 당화련 옆에 다가와 있었다.
“조금 전에요.”
당월아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역참에서 말을 구하고, 말이 지치면 경공으로 달려왔어요.”
대단히 간략한 설명이었지만 노군은 알아들었다.
“음, 좋은 방법이구나. 적어도 말을 타는 동안은 쉴 수 있을 테니까.”
사실 말을 타면서 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나 당문의 극독을 자신의 진기 자체로 변화시킨 당월아에겐 그게 가능했다. 덕분에 내력이 크게 소모되긴 했지만 말이다.
“아.”
사수연이 옆에서 아차 싶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방법이 있구나. 난, 그냥…… 뛰어왔는데.”
그 말에 노군이 혀를 내둘렀다. 그제야 당월아도 뒤늦게 출발한 사수연이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아차렸다. 사수연은 그야말로 온전히 경공으로만 이곳 당문까지 질주한 것이다. 경공이라면 굳이 길을 따라갈 필요가 없으니, 험난한 사천의 지형에서는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었으리라. 듣고 있던 당화련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맙소사. 대체 사 소저의 내력이 얼마나 되기에…….’
아까 공손지는 미친 짓이라 했지만 사실 그건 미친 짓 이상이다. 아무리 외사 고수라 해도 그런 짓을 했다간 내력이 고갈되는 건 물론이고 주화입마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새삼 놀라운 눈으로 사수연을 보던 당화련은 그제야 그녀의 옷자락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지저분하게 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수연의 눈부신 미모와 갑작스러운 등장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지금 살펴보니 그녀 역시 오래 달려온 흔적이 역력했다.
“……고마워요, 수연 언니.”
당월아가 나지막이 말했다. 사수연이 무리해서 달려온 것은 바로 당월아를 걱정했기 때문이니까.
“이 정도야 뭘. 괜찮아.”
사수연은 빙긋 웃었다. 사뭇 훈훈한 광경이었지만 노군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연아야 뭐…….”
노군은 뒷말을 잇지 않았다. 사수연이 북해 만년빙정에 동화되었던 것은 그들 일행만 알고 있는 일이니까. 단순히 내력으로만 따지면 사수연을 능가할 사람은 천하에 아무도 없으리라.
“그런데 어르신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사수연이 문득 물었다. 노군과 손빈은 제일 출발이 늦었다. 그런데 지금 도착했다는 건 사실상 사수연보다도 빨랐다는 의미다.
“저 그건…….”
손빈이 어쩐지 우물쭈물하는데 노군이 말했다.
“지름길로 왔다. 중간 정박지의 부두에서 너희를 본 사람이 하나도 없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당월아나 사수연의 외모는 좋든 싫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는 건 장강을 오르는 배를 타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곧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닐 수 없었다. 두 사람의 걱정에 다급해진 손빈이 당문까지 강행군을 결정한 것은 당연했다.
“그렇군요.”
당화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수연은 새삼 따뜻한 시선으로 손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빈이는 검희에게 업혀 왔고. 아니, 얹혀 온 건가?”
노군의 말에 세 여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특히 당화련은 대놓고 손빈을 찌릿 노려본다.
“호오, 얹혀 왔다고요?”
당화련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손빈이 당황하며 무어라 말하려는데 노군이 말을 이었다.
“그래. 검희는 그냥 안고 와도 된다고 했는데, 빈이가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기어이 작은 지게 같은 걸 구해 오더구나.”
노군은 문득 혀를 찼다.
“메고 오는 입장에선 그게 더 불편한데……. 뭐, 검희 정도면 별문제는 아니겠지만. 하여간 그래서 얹혀 왔다고 한 거다.”
사수연과 당월아, 당화련은 그제야 노군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그 먼 거리를 오려면 그 편이 훨씬 나으리라. 세 아가씨의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손빈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
노군이 쓰러진 곤륜삼선을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곤륜삼선이 왔던 것 같은데……. 비검은 안 왔더냐?”
“공손지가 왔어요.”
당월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미 마인이었어요.”
조금 전 보았던 단심화 공손지의 그 기이한 능력들은 당월아에겐 이미 익숙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서장에서 보았던 마인의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쯧.”
노군이 혀를 찼다.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다지 크게 놀란 표정은 아니었다.
“마기가 짙게 느껴졌다고 할 때 짐작은 했다만…….”
공손지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가 있다. 경희공주와 함께 있던 청혜 사태는 공손지에게서 짙은 마기가 느껴졌다고 했었다.
“상대하는 건? 할 만하더냐?”
노군의 물음에 당월아가 나지막이 답했다.
“우리는 괜찮아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외사라도 위험해요.”
당월아의 평가는 정확했다. 공손지의 마기가 뿜어내는 미혼공이나, 아무런 기척도 없이 쏘아 내는 허공격은 외사라 해도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어째서 우리는 괜찮지?”
사수연의 물음에 당월아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손빈을 보았다. 손빈은 눈을 껌뻑였다.
“저요?”
면사를 쓴 당월아와 손빈의 시선이 마주쳤다. 당월아는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요.”
어쩐지 부끄러워하는 듯한 당월아의 모습에 지켜보던 당화련의 눈매가 대번에 날카로워진다. 사랑하는 동생 당월아의 변화는 그녀에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
“빈이 덕이라…….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노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 왜 그들이 당문을 노린 건지는 알아냈냐? 설마 진짜로 그때 뺨 맞은 것 때문은 아니지?”
“그들은 맹호의 유산과 천뢰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대답한 사람은 총괄군사 당화련이었다.
“맹호?”
노군이 와락 눈살을 찌푸리고 당화련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확히는 맹호의 유산 중에 마공, 혹은 그와 연관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 같더군요. 천뢰는 아마도 부수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
곰곰이 생각하던 노군이 다시 무언가 물으려 할 때였다.
“순랑!”
누군가의 놀란 목소리에 노군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를 ‘순랑’이라 부를 사람은 천하에 오직 한 여인뿐이기 때문이다.
“여, 영매…….”
노군이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저편에서 그의 아내인 당운영이 놀란 표정으로 노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문의 어른으로서 피해 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나왔던 노부인 당운영이 노군을 발견하고 자신도 모르게 노군을 부른 것이다.
“저, 저기 영매. 그게…….”
노군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서원으로 돌아가 있는 줄 알았던 당운영을 만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군은 아내인 당운영을 보지도 못하고 서찰만 덜렁 남겨 둔 채 서원을 떠나야 했다. 노군이 찔리는 것도, 당운영에게 혼쭐이 날 것을 예상한 것도 당연했다.
“……순랑.”
그러나 당운영의 반응은 노군의 예상과 달랐다. 당운영의 놀란 눈동자에 순간 눈물이 차오르는가 싶더니, 당운영은 그대로 노군을 향해 달려왔다.
“순랑!”
노군은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당화련이 살짝 눈짓을 보내는 걸 노군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노군은 일생일대의 용기를 냈다.
“영매.”
노군은 부드럽게 웃으며 당운영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달려온 당운영은 그대로 노군의 품에 달려들었다. 팍. 노부인 당운영이 노군의 품에 안기고, 노군은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당운영은 눈물을 글썽이며 노군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순랑.”
당운영의 목소리에는 살짝 울음이 섞여 있었다. 노군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얗게 눈이 내렸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미안하오, 영매. 기다리게 해서.”
말하는 노군의 눈동자에도 어느새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노부인 당운영은 말없이 노군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노군은 당운영의 가녀린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였다. 지켜보는 사수연과 당월아, 그리고 손빈의 눈동자도 어느새 촉촉이 젖어들고 있었다. 화르륵. 불타는 대의사청의 한쪽 구석이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끌어안은 노군과 당운영 두 사람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슬쩍 당화련을 쳐다보는 노군의 시선에 고맙다는 뜻이 담겨 있었지만, 당화련은 그저 가볍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작가의 말)
파티 버프 : 손빈의 일행.
효과 : 모든 마기에 내성. 손빈의 파티원은 마기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됩니다. 단, 손빈과 오래 떨어져 있으면 점차 약화됩니다.